• 최종편집 2026-07-1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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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일보]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펴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
    [지구일보] 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를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시간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체험과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번 수필집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며, 현대 수필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옥의 수필은 익숙한 일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일상의 작은 사건과 감각을 통해 독자가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평범한 풍경 속에 숨은 존재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인간관계의 따뜻함 속에 내재한 균열과 화해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내며, 상실과 결핍을 통해 자기 인식의 깊이를 확장해 간다. 특히 이번 수필집은 감각 존재형, 관계 연대형, 내면 성찰형이라는 세 층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사유 체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각에서 출발한 인식은 관계로 확장되고, 관계 속에서 드러난 갈등과 화해는 다시 내면의 성찰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개별 작품들을 하나의 문학적 세계로 묶어내며, 독자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인식의 경험을 선사한다. 김필옥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는다. 담백하고 절제된 언어는 오히려 삶의 진실을 더욱 깊게 드러낸다. 화려한 수사 대신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공감은 다시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의 수필은 설명보다 체험을, 주장보다 울림을 선택하며, 독자를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닌 능동적인 사유자로 이끈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는 이번 수필집에 대해 "김필옥의 수필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이 균열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문학"이라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그의 문장은 독자의 인식을 흔들고,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철학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각의 밀도와 관계의 윤리, 그리고 내면 성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번 수필집은 일상의 언어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필옥 수필가는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2022년 제19회 에세이문예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에세이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서 꾸준히 문학적 역량을 쌓아왔다. 스스로를 "동화 읽기를 좋아하는 주부"라고 소개하는 그는 순수한 시선으로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다. 소박한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빛을 따뜻한 언어로 길어 올리는 그의 글은 독자의 마음속 빈터에도 조용한 위로와 희망을 심어준다.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는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어떻게 존재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깊이 있는 문학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함께 품은 수작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TOP40
    • 문화
    2026-07-16
  • [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김이나 수필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를 읽고 권대근/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김이나는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이다. 평자는 TV 속에 비친 그녀의 언설 속에서 언어의 품격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우연히 명수필집을 찾으려 간 서점 가판대에서 김이나 에세이집을 발견했다. 수필가는 아니지만 유명인이 쓰는 수필 중에도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일상주의자의 감각』이란 그녀의 에세이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중음악 작사가 김이나의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전문 수필가가 아닌 비문학인의 글이다. 그러나 문학은 직업이 아니라 작품이 증명한다. 문학적 성취는 작가의 이력보다 언어가 얼마나 새로운 인식과 미적 경험을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수필이 도달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이 글은 대중가요를 문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칼럼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의 결핍을 읽어내는 하나의 문학적 사유이다. 일상적 소재에서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개인의 체험을 사회적 성찰로 확장하며, 끝내 인간 존재의 위로라는 보편적 가치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획득한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매우 사소하다.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에 등장하는 '손에 쥔 동전 두 개'는 단순히 공중전화 요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생활 방식과 감정 구조를 되살리는 문화적 기호가 된다. 이어 삐삐, 찢어진 청바지, 인스타그램 같은 일상적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시대를 봉인한 '타임캡슐'로 변모한다. 김이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낯선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음악은 귀로 듣는 오락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는 기억의 장치가 되고, 독자는 익숙했던 노래 속에서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읽어낸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수필이 지닌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 글의 사유는 개인의 추억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존 레넌의 「Imagine」,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거치면서 음악은 시대 저항과 자유를 증언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다시 신해철과 색종이, 자이언티의 노래를 경유하면서 작품은 시대마다 음악이 담아내는 결핍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기억의 노래에서 저항의 노래로, 다시 위로의 노래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욕망의 이동을 하나의 서사처럼 보여준다. 개별 노래들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논리를 구축하는 유기적 장치가 되며, 음악 이야기는 어느새 시대를 읽는 문화비평으로 깊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라는 문장에서 하나의 통찰로 응축된다. 이 문장은 대중가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시대가 가장 부족하게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문화적 지표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노래가 '위로'를 노래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위안이라는 사실을 김이나는 음악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에 이른다. 예술은 시대의 상처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며, 노래는 시대가 말하지 못한 결핍을 대신 발화하는 언어가 된다. 작품의 문체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분석은 치밀하지만 차갑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자랑이나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는 자신의 경험조차 시대가 요구하는 위로의 형식을 설명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자기 체험이 자연스럽게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에서 수필은 사적인 기록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에 담긴 '작은 쪽지'의 상징성이 결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Imagine』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거대한 평화의 담론과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메모를 대비시키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통합한다. 처음에는 음악을 이야기하던 글이 마지막에는 인간관계와 존재의 외로움으로 귀결되는 자연스러운 전환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학적 수필임을 보여준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리듬은 유연하다. 다양한 노래와 시대적 사례를 인용하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것은 설명과 성찰, 정보와 감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언어는 가볍지 않고, 논지는 명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작사가로서 축적된 언어 감각이 산문의 결을 한층 깊고 섬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개인의 기억을 시대의 기억으로, 시대의 기억을 다시 인간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수필적 힘에 있다. 작품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기억의 장치이며, 시대의 결핍을 드러내는 문화적 텍스트이고, 마침내 인간을 위로하는 작은 쪽지가 된다. 이러한 의미의 확장은 수필이 지닌 사유의 미학을 충실하게 구현하며, 독자로하여금 익숙한 대중가요를 새로운 인식의 대상으로 다시 만나게 한다.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시대의 결핍, 그리고 위로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의미망 속에 배치하여 독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일상의 문화 현상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비문학인의 글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문학은 장르나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새로운 인식과 아름다운 언어로 변형하는 창조 행위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비평이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현대수필의 모범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하겠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 김이나/ 작사가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를 쥐고 거리에 선 주인공을 그린 015B의 <텅 빈 거리에서> 가사에서 우리는 이 노래가 발매된 때가 공중전화가 있던, 20원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대중가요는 종종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1992년 발매된 김건모의 <첫인상>에는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소개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의 상대가 나타났음을 말하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은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를 보기가 힘들다. 쿨의 히트곡 <애상>에는 삐삐 쳐도 아무 소식 없는 연인에 대한 원망이 나온다. 피부에 닿는 듯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대중가요는 타임캡슐 노릇을 하게 된다. 딘의 <인스타그램>을 “그런 걸 하던 때였어?”라고 말하며 놀랍다는 듯 감상할 날도 언젠가 올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대가 묻어나는 노래가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시대를 담는 노래도 있다. 전쟁에 지친 시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은 에서 종교와 국가가 없는, 그래서 싸울 필요가 없는 유토피아를 노래했다. 이 노래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저작권을 관리한 오노 요코가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은 ‘종교도 없는(and no religion)’이라는 가사를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논란은 세월을 지나 먼지처럼 흩어지고, 은 지금 평화를 상징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태춘이 작사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르포에 가까운 디테일을 담고 있다. 투쟁과 저항이 식어버린 서울 거리를 묘사하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 노래는 정식 발매가 불가능했다. 정태춘은 당시 통제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저항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앨범 발매를 강행해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향한 움직임은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이어받아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시대를 담아낸 가사는 시대 저항과 자유에 대한 갈망뿐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중반 호황기 수많은 가요는 젊은이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신해철은 <재즈 카페>에서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등 ‘우리에게 오지 않은 것들’을 향유하는 공허하게 취한 풍경을 비판했다. 색종이는 <사랑이란 건>의 엔딩에서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오렌지족을 나무랐다. 당시엔 씁쓸했던 노래인데 요즘에는 부럽기도 하다. 지나친 호시절로 인한 공허함이 문제였다니.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메시지가 상업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이언티가 <꺼내 먹어요>를 발매했을 무렵 개인적으로 애를 먹었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대단한 슬픔에 거창한 위로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냉장고에서 그때그때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위로의 노래다. 이를 한 번의 현상이라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이 노래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음악업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지표다. 세계평화도, 시대의 부조리함도 나의 오늘 하루 밥 한끼 앞에선 무력하다. 요즘 청춘이 원하는 것이 이토록 작고 소박한 것임을 가요의 흐름에서 확인한다. ‘힐링’이라는 말이 길가에 뒹구는 전단지 같은 단어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에 대한 무수한 요구를 시장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힐링 토크, 힐링 강연이 성행이다. 사람들을 모아 앉혀놓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풍경은 따분할 법도 한데, 청년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들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위로와 조언을 듣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요는 때론 저 하늘에 크게 띄워져야 할 것 같은 평화의 메시지가 되거나,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가 된다. 내게는 왠지,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마음들이 안쓰럽다. 별것 아닌 위로 한마디 건네줄 누군가의 부재(不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낯간지러워 건네기 어려워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존 레넌의 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에세이집 <일상주의자의 감각> [사진출처] 김이나 에세이집 표지에서 ▮김이나 작사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의 <숨>, 아이유의 <좋은 날>,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 아이브의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들의 노랫말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2025년 골든디스크 어워즈가 한국대중음악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음악인 40인을 선정한 ‘골든디스크 파워하우스 40’으로 선정되었다. 2019년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다. 2020년부터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제27대 별밤지기가 되어 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신인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김이나의 작사법』, 『보통의 언어들』,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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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6
  • [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오인순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최순덕 / 수필가, 평론가 기행수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작가 오인순이 역사기행에서 선택한 정방폭포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 민족사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애증의 공간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통곡하던 외할머니의 애끓는 한이 소환되는 장소이기에, 작가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한다.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에서 흐르는 것은 폭포의 물줄기만이 아니다. 고통과 영광이라는 역사의 두 얼굴이 긴 세월을 따라 묵묵히 흐르고, 그 속에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개인의 눈물 또한 함께 흐른다. 덮거나 지울 수 없는 선조들의 눈물을 기억하고, 그것을 닦아주고 다독여야 할 후손의 책무가 작품 전체를 묵직하게 관통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소통과 변화, 그리고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짧은 수필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액자구성법(frame narrative)'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영국 수필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의 이야기 속에 과거의 기억이나 또 다른 경험을 삽입하여 의미를 확장하는 서술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겹겹의 시간과 시선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정방폭포 앞에 선 작가는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에서 4·3사건이라는 과거로 건너가며 시간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균열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잊힌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여 삶의 상처와 그리움을 되살리고 인간 존재의 깊이를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허락되지 않은 채 폭포 아래로 뛰어내려야 했던 희생자들의 절박한 시간, 이유도 모른 채 즉결 처형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과거와 빼앗긴 미래가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현재의 이야기 속에 삽입된다. 여기에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픔의 기억'은 억겁의 세월 동안 상처를 삭이며 둥글게 다듬어진 몽돌의 시간과 포개지면서 또 다른 시선을 열어주고, 역사적 상처의 깊이를 더욱 증폭시킨다. 외할머니에 대한 회상 역시 단순한 그리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여러 층위의 시간과 시각을 겹겹이 배치한 구성의 묘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미친 듯 절규하던 외할머니의 시간은 세월에 닳아 둥글어진 몽돌처럼 삭아가며, 아들이 좋아했던 빙떡을 굽는 일상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 기억은 다시 정방폭포와 몽돌의 이미지로 치환되면서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의미를 더욱 깊고 절절하게 드러낸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는 인간 보편의 정서에 닿으며 독자의 감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 속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존재 인식의 변화를 완성한다. 이 작품 역시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 속에 4·3사건의 기억과 정방폭포, 몽돌, 외할머니의 삶을 차례로 포개어 놓은 뒤 다시 현재로 복귀한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삶을 짓눌러 온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거듭난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서로 긴밀하게 호응하며 의식의 전환과 인식의 확장을 이루고, 마침내 존재의 재구성이라는 입체적인 성취에 이른다. 이 수필의 문장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몽돌처럼 세월에 다듬어진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라는 결말의 문장은 4·3의 상처를 품고도 끝내 화해의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낸다."라는 문장은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미상관을 완성하면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미래의 희망으로 독자를 이끈다. 정방폭포의 수직 낙하에 담긴 숙명적 체념과 비움은 몽돌이 품어온 억겁의 시간과 만나 4·3의 눈물로 흘러내리고,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을 비워낸 자리에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미래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역사적 기억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키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오인순의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오수에 빠진 정방폭포 앞바다가 기지개를 켠다. 질퍽한 갯내가 쏟아진다. 바람 없는 굼뉘는 광목 치마를 펼친 듯한 해안선을 따라 일렁일렁한다. 경계가 사라진 수평선 물띠가 허공을 부둥켜안고 대답 없는 고요를 흔들어 댄다. 배롱나무 붉게 피었던 꽃자리의 숨결이 소리를 죽이고 바다로 흐른다. 역사 기행 나들이하던 날, 임철우 소설가 「돌담에 속삭이는」 작품 속 배경 장소인 정방폭포에 머물렀다. 계단 입구 ‘정방폭포 4ㆍ3 학살터’ 안내판이 또렷하다. 잠시 머뭇거리다 발을 멈춘다. 군부대 정보과에서 취조받던 주민 중 즉결 처형 대상자 255명이 무고하게 이 아름다운 해안절벽에서 스러졌다니. 온몸에 얼음 같은 소름이 확 돋는다. 놀란 내 심장이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뛴다. 코로 역겨운 피비린내가 솔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듯하다. 굽이치는 파도 소리에 잊지 못하는 이름들이 너울거린다. 영문조차도 알지 못하고 죽어간 영혼의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 무너진다.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픈 기억의 흔적들이 몽돌에 내려선다. 몽돌의 문양에서 억겁의 풍화가 느껴진다. 어둠의 심해에서 잠들었던 시간, 유구한 세풍에 뭉개 짓이기며 많은 상처를 안으로 삭인 몽돌. 비릿한 젓갈처럼 절규하던 4ㆍ3 영혼과 절인 세월이 얼마나 깊었을까. 지난 시간의 무늬가 바다 울림소리로 들린다. 그 울림은 바닷속에서 뒤척이며 다 들려주지 못한 숨비소리 같은 애절한 노래이리라. 몽돌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물 밖 세상을 그리워한 생채기가 내 몸에서 털어내지 못한 멍 자국처럼 애처롭다. 잔물결 춤추듯 밀려오는 파도가 몽돌 위에 짜디짠 하얀 물거품을 게워놓는다. 몽돌은 멍든 가슴을 열어놓고 초연한 듯 고요하게 받아들인다. 어찌할까. 몽돌은 서글픈 영령처럼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게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4ㆍ3사태로 두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의 초점을 잃어버린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두 아들. 젖은 맨발로 미친 듯 찾아다니시던 할머니의 애끓는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자식도 잃고 고향도 잃어 숨죽이며 “속솜ᄒᆞ라” 통곡하던 그 눈물이 정방폭포에 젖는다. 가슴에 터진 구멍은 무엇으로 메우며 흐르던 눈물은 누가 닦아 주랴. 시절을 원망할 수도 없고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아들이 좋아하던 빙떡 지지던 할머니가 아픔으로 다가선다. 비단 같은 폭포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다로 거침없이 떨어진다. 병풍 같은 천상만태의 검은 절벽이 정방폭포를 품으며 칼로 벤 듯 속살을 드러낸 채 침묵으로 서 있다. 수천 년 전 들끓던 마그마 분화구가 솟구쳐 시뻘겋게 요동치던 흔적인 주상절리다. 미끈하게 깎아지른 수직 암벽이 수려하다. 부서지고 찢기면서도 바람으로 말하고 밀려온 하얀 물거품을 받아내며 외롭게 서 있다. 어느 조각가가 저리 거대한 작품을 경이롭게 빚어낼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싼 소남머리 풍경까지 어우러지니, 마치 자연이 빚어낸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하다. 폭포는 소남머리 절벽 아래로 따스했던 봄의 시절을 기다리며 역동적으로 쏟아낸다. 해안 절벽 위에 소나무가 많아서일까. 폭포의 물줄기가 붓끝에서 단숨에 내려그은 듯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우렁찬 우렛소리 물줄기가 정령들의 통곡하는 울음처럼 강렬하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 심장을 두드리며 전율한다. 가슴 밑바닥에서 풀무의 불씨 같은 동계(動悸)가 서서히 일기 시작한다. 조용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운명에 굴복할 수 없는 듯 두려움 없이 토해내고 있다. 깊은 내면을 두드리며 포기할 수 없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살이 고통과 슬픔이야 어디인들 없으랴. 정방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어둠과 절망뿐이었던 소남머리가 푸른 바다를 응시한다. 언젠가 읽었던 기사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부모님이 마지막 죽기 전 주먹밥을 건네주던 곳, 소남머리.’ 비애가 차고 넘치는 칭원함이야 어찌 다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통한의 세월을 폭포에 묻은 채 살아온 날들이 매운 바닷바람처럼 쓰고 아리다.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물떠러지가 왜 아프지 않았겠는가.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비단처럼 고운 물빛이 애련하다. 빗살무늬 번지는 해안선을 걸어가는 무리의 여자들을 본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바다를 걷고 있다. 양팔을 벌리고 깔깔거리며 얽어매던 삶의 고통과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있다. 딸의 죽음으로 아파하던 어머니의 슬픔을 푸른 바다색으로 희망을 불어넣고자 했던 피카소처럼, 바람을 가르듯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걷고 있다.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하늘을 태우며 붉게 물드는 까치놀이 수평선에 걸쳐진다. 간물때에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너울에서 할머니의 마음도 읽힌다. 정방폭포는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도 보듬고 비워내며 물 한 방울조차도 흘리지 않고 바다로 떠나보낸다. 행인들 놀던 자리의 물거품이 꽃처럼 피어나며 등불 켠 밤이 가만가만 드리워진다. 비경의 정방폭포에 서린 아픔을 물줄기 털어내고 나니 소남머리에서 솔바람 향기가 날아든다. <한국산문 2026년 4월호> ❚오인순 △《문학청춘》신인상(2017년), △《에세이문학》추천완료(2020년) △탐라문화제 전국글짓기공모전‘한라상’, △한국해양재단 주최‘해양문학상’은상 수상 △<제주헤럴드>‘화요에세이’, △‘오여사의 수랏간, 그 유혹‘ 필진 △수필집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그날은 빙떡도 웃었다』,공저『흔들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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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3
  •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 국회 개최… "동북아 평화질서와 한·중 협력의 전략적 역할 모색"
    [지구일보] 한중수교 34주년을 맞아 동북아 평화와 한·중 협력의 미래를 모색하는 대규모 정책포럼이 국회에서 열렸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모였다. 한중교류촉진위원회와 서영교 국회의원실은 지난 7월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동북아 평화질서와 한·중 협력의 전략적 역할'을 대주제로 정치·경제·문화·학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근 국제사회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조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외교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중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양국이 나아갈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포럼은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어 김문준 한남대학교 교수가 '미·중 경쟁 속 한중 우호관계'를 주제로, 김한준 남서울대학교 교수가 '문화가 여는 평화, 비즈니스가 잇는 한중 협력- K-컬처·교육·민간기업 융합을 통한 한중 문화교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김도희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장철인 서영대학교 부총장과 권대근 중국 하북미술대학교 객좌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동북아 정세 변화와 민간외교의 역할, 문화교류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보영 에스에이인터내셔날 회장, 김광진 청와대 전 정무비서관, 이한용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김대유 경기대 전 교수, 지용일 동서울대학교 교수, 장경률 연변일보 종신논설위원, 조현 스포츠루다 이사장, 송광근 『화촌의 열정』 저자 등 정·관계와 학계,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국내외 참가자 2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했다.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축사를 통해 "동북아는 세계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지역"이라며 "한·중 협력은 역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전략적 기반이며, 경제협력뿐 아니라 기후변화, 첨단기술, 문화와 청년 교류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국회의원은 "이번 포럼은 한중 수교 34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한중관계의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중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하고 학술과 정책, 정보교류를 확대하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구성(马貴生) 주한 중국공사는 "주한중국대사관은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지난 34년간 한중 양국이 경제·문화·교육·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룬 협력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선린우호와 상호협력이 양국 관계의 올바른 발전 방향이라고 강조했다.”며 “최근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관광·교육·과학기술·지방교류·언론 분야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 녹색경제, 디지털경제 등 미래 신산업 분야를 새로운 협력 동력으로 제시하며, 이번 포럼이 지난 3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리우한무(刘汉武) 상임이사는 축전을 통해 "지난 34년간 양국이 경제·무역·인문 교류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온 경험이 미래 협력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갈등과 진영 대립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다자주의와 개방·포용의 원칙을 바탕으로 경제·과학기술·인문교류 등 실질 협력을 확대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언휘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총재는 "한중 관계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신뢰와 상생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해 왔다"며 "위원회는 앞으로도 양국을 잇는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 강연에 나선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장은 "오늘날 한중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한반도 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중국의 국경 안정, 미국의 역내 군사전략, 일본의 방위정책과 직결되는 동북아 공동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북아의 평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다"며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외교와 함께 문화·학술·경제 분야의 민간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포럼이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동북아가 직면한 복합적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의 지혜를 모으고, 한중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중수교 3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중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의미 있는 정책 플랫폼으로 평가받았다. 정부 외교와 민간외교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 역시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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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1
  • [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김정애/ 문학평론가 홍정현의 수필 「나비의 결심」은 미물의 미세한 몸짓에서 존재론적 진동을 길어 올리는 고도의 정신적 사건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심층 구조를 관통하는 핵심은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라는 선언적 도약에 있다. 작가는 시적 텍스트(박형준의 시)라는 매개를 통해 6년 전 공원에서 목격한 네발나비의 ‘찰나의 멈춤’을 소환하는데, 이 멈춤은 물리적 정지가 아니라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난 격렬한 사유의 소용돌이이자 실존적 결단이다. 이 작품을 입체적이고 신선하게 만드는 매력은 구조적 양식에 있다. 작가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Charles Lamb)이 즐겨 썼던 ‘액자구성(Frame Narrative)’의 묘미를 영리하게 변주한다. 램이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기억이나 환상 속 인물과 내밀하게 대화하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듯, 이 수필 역시 외부 액자인 ‘현재(박형준의 시를 읽는 서재)’가 내부 액자인 ‘과거(6년 전 나비를 목격한 공원)’를 감싸 안는 형태를 취한다. 박형준의 시 속 토끼의 멈춤은 6년 동안 작가의 무의식에 안착해 있던 네발나비의 멈춤을 깨우는 서사적 열쇠(Trigger)가 된다. 외부 액자의 시적 각성은 내부 액자의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건'으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중첩 구조는 작품의 서사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이러한 액자의 중심부에서 작동하는 첫 번째 축이 바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Durée)’의 미학이다. 내부 액자 속 나비가 방향을 바꾸기 직전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추었던 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시계의 시간(물리적 시간)’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시간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포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본질을 확장해 가는 ‘내적 지속의 시간’이다. 베르그송은 대상을 외부에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그 유일무이한 생명력과 동화되는 것을 ‘직관’이라 불렀다. 작가는 나비의 외형적 궤적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관을 통해 나비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짧은 머뭇거림 속에 응축된 생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여는 열쇠다. 방향을 잃고 머뭇거리는 시간, 계속 나아갈 것인지 되돌아설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순간, 존재는 이미 생각의 형식 속에 들어간다. 하강은 욕망이고, 정지는 사유이며, 상승은 결심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존재론적 비유를 구축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에 의하면 상승은 단순히 물리적 위치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이 물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초월적 의지다. 쓰레기와 나비라는 불협화음의 공간 속에서, 나비는 중력에 순응하는 낙하를 거부하고 제 힘으로 상승을 선택한다. 이 ‘어려운 결심’의 정경은 독자에게 짜릿한 존재론적 해방감과 깊은 정화의 체험을 안겨준다. 이러한 초월이 개인의 독백으로 끝나지 않고 보편적 울림을 획득하는 배경에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동감(Sympathy)’ 이론을 빌릴 수 있다. 스미스는 인간이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처지 속으로 들어가 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작가의 시선은 아기의 아장아장 걷는 걸음(인간의 세계)에서 시작해 네발나비의 낙하(자연의 세계)로 이동하고, 마침내 외부 액자로 돌아와 ‘망설임’과 ‘외로움’이라는 실존적 감정에서 나비와 완벽하게 합치된다. “걸어온 길에서 문득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의 외로움을 나비에게서 읽어내는 동감 능력을 통해, 나비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인생의 기로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인간 주체의 은유로 격상된다. 결국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은 인간 중심적인 지각의 틀을 깨고, 세계의 미세한 틈새에 깃든 존재들의 사유를 포착해 낸 수작이다. 작가는 찰스 램 식의 유연한 액자 구조 속에서 나비의 찰나적 망설임을 내면의 지속으로 붙잡아 두고, 하강의 현실을 상승의 결심으로 돌려세우는 존재론적 구성을 정교하게 완성해냈다. 이 수필이 남기는 깊은 진동은 나비의 날갯짓 속에서 자신의 외로운 발걸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비상하게 되는 실존적 공명이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생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강학회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사유와언어문학상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박형준의 시 〈토끼의 서성거림에 대하여〉을 읽다 불현듯 공원의 나비가 떠올랐다. 뛰다가 멈춘다 토끼는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제 발등을 향해 숙이고 한참을 멈추어 있다/ 저런 걸 생각이라고 하나/ 산책로에 나와서까지 뛰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도 그 순간 토끼처럼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그날의 나비는 쓰레기통을 향해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을 공원에는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도 한 가족이 돗자리 위에 도시락을 한가득 펼쳐놓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기의 걸음을 따라가던 내 눈길에 걸린 나비의 모습이 이상했다. 살아 움직이는 것의 낙하는 그게 무엇이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게 된다. 물론 나비는 날개가 있으니 괜찮겠지만 새도 아니고 벌도 아닌 나비의 낙하라니. 새나 벌의 날쌘 비행과 방향 변화는 익숙하지만, 나비는 아니지 않은가. 꽃잎처럼 여린 날개로 살랑살랑 유영하는 모습은 ‘속도’라든지 ‘급회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비의 날갯짓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던가. ‘때로 아아 오오 우우 그런 비명들이 짊어진 세계여/ 때로 아련함이여’ 허수경의 시 〈저 나비〉라든가,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라고 말하는 김선우의 〈나비 한 마리로 앉아〉 등. 시는 나비의 가벼운 몸짓이 결코 가볍지 않은 생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공원의 나비도 그랬으리라. 얇은 날개의 움직임 속에 어떤 은유의 무게가 담겨 있는 듯했다. 쓰레기통을 향해 추락하듯이 내려가던 나비는 네발나비였다. 네발나비는 철제 쓰레기통의 녹슨 부분처럼 탁한 갈색 날개를 나풀거리고 있었다. 분명 쓰레기통 안에는 나비의 먹이가 될 만한 것이 있었을 거다. 마시다 만 음료수 같은 것들. 아, 쓰레기와 나비라…. 두 단어가 내 안에서 버석거리고 있던 그때, 급하게 하강하던 나비가 돌연 제 자리에서 멈칫거렸다.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나비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팔랑팔랑 위로 올라가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6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다. 기억 속 시간은 절대성을 상실해 나비가 그린 궤적에서 정지의 순간만 길어졌다. 거기에 나는 머물고 있었다. 그날의 나비가 내 기억에 안착해 때때로 나를 건드렸던 건 왜일까? 그 질문을 마음 한편에 두고 지냈다. 그러다 박형준 시를 읽고 깨달았다. 그건 ‘생각’이었다고. 시인이 토끼의 멈춤을 ‘생각’이라고 했듯이 그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고. 성충으로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네발나비는 늦가을의 만찬을 꿈꾸며 아래로 아래로 하강하다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망설였다. 공중에 있는 나비의 망설임은 토끼나 사람처럼 오래 끌 수 없었다, 길게 멈출 수가 없었다. 찰나의 머뭇거림 끝에 나비는 다시 날아올랐다. 중력에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분명 내려가는 것보다 더 어려울 터. 애잔한 날개를 한 번 퍼덕거리고 또 퍼덕거려 하늘로 비상했다. 그 어려운 결심의 정경,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 걸어온 길에서 문뜩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돌아갈 것인가’의 결정은 오직 혼자만이 할 수 있다. 멈춘 발걸음의 외로움. 그 아득한 순간이 그날 나비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내 마음이 닿았다. <에세이문학 2025년 여름호> ▮홍정현 《한국산문》 2013년 등단. 《한국산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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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1
  • [지구일보] K-축구 혁신위원회 박지성 공동위원장 출범을 환영한다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조기 탈락은 대한민국 축구에 뼈아픈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단순히 한 번의 대회 실패가 아니라 한국 축구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와 미래 전략의 부재를 확인한 계기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인물인 박지성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혁신은 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지만,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조직은 다시 성장할 수 있다. K-축구 혁신위원회의 출범은 바로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선수 시절 화려한 개인기보다 성실함과 헌신,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으로 세계 축구계의 존경을 받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와 무대에서 쌓은 경험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는 출범식에서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가치이며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 발언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겨냥한 비판이라기보다 한국 축구가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 축구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가대표 경쟁력 회복은 물론 유소년 시스템의 체계적 개편, 지도자 교육의 전문성 강화, 스포츠 과학의 적극적인 활용, 심판 운영의 공정성 확보, 지역 축구 활성화, 팬과의 신뢰 회복 등 전 분야에 걸친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단기적인 성적에만 매달리는 방식으로는 세계 축구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세계 축구는 이미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스포츠 의학, 선수 육성 시스템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축구 선진국들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행정과 기술, 교육과 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축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점이다.선수의 고민을 알고, 지도자의 역할을 이해하며, 국제 축구 행정의 흐름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은 혁신위원회가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혁신은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혁신위원회 역시 특정 인물에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전문가와 지도자, 선수, 심판, 학계, 팬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개방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책임 있는 행정이 뒷받침될 때 혁신은 지속가능성을 갖게 된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세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이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적보다 먼저 시스템을 바꾸고, 시스템보다 먼저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K-축구 혁신위원회의 출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구호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위에 혁신을 쌓고, 혁신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때 대한민국 축구는 다시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의 출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그의 국제 경험과 균형감 있는 리더십이 혁신위원회의 중심축이 되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이번 혁신이 일회성 개혁에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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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7
  • [지구일보] 잠실벌의 함성은 왜 답을 찾지 못하는가
    [지구일보 이창호 발행인] 광장을 가득 메운 함성은 결코 가벼운 소리가 아니다. 수많은 시민이 시간을 내어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신호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에서 더욱 성숙해진다. 작금 잠실 일대 집회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든 시민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라", "개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보다, 그 의혹을 객관적 증거와 적법한 절차를 통해 검증하는 일이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만큼, 문제 제기가 있다면 법률과 제도에 따라 확인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충분한 근거 없이 사실을 단정하거나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태도 역시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누구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시스템과, 의문이 제기되었을 때 투명하게 설명하는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다. 신뢰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객관성과 공개성, 그리고 검증 가능한 절차가 있을 때 비로소 쌓인다. 정치권 역시 시민의 목소리를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거리의 함성을 무조건 극단적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반대로 모든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는 것도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사실 확인과 제도 개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면 국가 운영 전반의 정당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선거관리 기관과 정치권은 국민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성실하게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광장의 함성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대화와 검증, 그리고 신뢰 회복을 통해서만 잦아든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끝없는 대립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답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을 배제하는 체제가 아니라, 사실과 법치 위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잠실벌을 울린 함성 역시 그 과정 속에서 제도와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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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5
  • [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2) 송명화 ‘결핍의 재해석, 공존의 발견’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2)송명화‘결핍의 재해석,공존의 발견’ 박서정의 ‘충영’ 울산문학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충영>은 코털과 충영이라는 일상적이고 비문학적으로 보이는 소재를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 치밀한 관찰력과 상상력, 깊이 있는 사유가 조화를 이루며, 우연한 발견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킨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필은 짧은 산문으로서 발견의 문학, 성찰의 문학, 공존의 문학이라는 지향점을 가진다. 이에 걸맞게 이 작품은 개인적 체험을 생태적 공존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고 있다. 코털, 코감기, 충영 등 매우 사소하고 평범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존재의 이유, 결핍과 충만, 공존과 관계성이라는 보편적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었다. 작가는 나뭇잎을 자신의 몸 일부를 내어주어 다른 생명을 품는 존재, 달리 말해 타자를 수용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본다. 충영을 나무가 벌레의 종족 번식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잎이 자신을 갉아 먹을 벌레의 산란까지도 품는 현상을 “의미 있는 생산적인 일”로 해석한다. 그런데 방어의 증표로 잎이 몸의 일부를 제공했다거나 잎에 털이 적어서 충영이 생기기 쉬웠다고 보는 입장은 생물학적인 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작가는 빈약한 코털로 인한 빈번한 코감기라는 자신의 체험을 소환하여 충영을 대비시킴으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 즉 공존이라는 큰 가치를 내세우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비약은 치밀한 경험의 축적과 자연스러운 사유의 전개를 통해 문학적 설득력을 획득한다. 마침내 잎은 고통을 감수하는 존재로 새롭게 의미화되며, 이는 ‘타자를 위한 자리를 내어줌’이라는 점에서 레비나스의 윤리학과 접점을 갖는다. 이 작품의 문장은 쉬우면서도 수필 특유의 서정적 정서가 살아 있다. “물소리를 들으니 그것이 씻겨 내려간 듯 시원했다” “잎들이 서로 맞닿으며 잔잔한 시니피앙을 빚어냈다” “낙엽이 되어서도 자랑스러운 훈장을 단 것처럼” 등의 표현은 산문에 시적 울림을 부여한다. 작은 보폭으로 관찰과 사유를 쌓아 올리는 차분한 진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드러내며, 절제된 문체는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사유의 방식을 문장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코털이 빈약한 신체적 결핍에서 출발한 사유는 충영을 통해 결핍과 취약함이 오히려 다른 생명을 품고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는 데 이른다. 결핍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작가의 시선은 제재와 어우러진 꾸밈없는 소박한 문장 속에서 더욱 빛난다. 작가는 충영을 품은 나뭇잎의 고단함에 주목한다. 거기서 가파른 벼랑을 몇 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네 고된 삶을 보는 것은 존재의 아픔을 감싸는 동류의식의 발로다. 이는 ‘충영의 유무와 수에 따라 인생의 무게들이 깊게 얕게 얹혔다’는 핵심 주제문장에 응축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또한 “나뭇잎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머리 가까이에서 하늘거렸다”에서 나뭇잎이 빚은 시니피앙을 해독하는 것은 작가의 역할이었다. 결국 작가는 ‘나뭇잎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충영이라는 존재를 통해 읽어낸다. 식물의 따뜻한 희생과 벌레의 안전한 기생이 생태계를 이어나가는 진리임을 찾아내고 이를 나뭇잎의 훈장으로 치환한것이다. 바위가 위로를 건네고, 나뭇잎이 말을 걸며, 충영이 삶의 의미를 품은 존재로 읽히는 것은 작가가 자연을 인간의 해석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생명의 동반자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필 <충영>은 코털이라는 사소한 신체 경험을 충영이라는 자연 현상과 연결하여 결핍과 관계, 상호의존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일상의 체험을 생명의 관계성에 대한 철학으로 확장시키며, 작은 발견에서 큰 성찰을 길어 올리는 수필의 미학을유감없이 보여준다. 한마디로결핍을 생명의 본질적 조건으로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전환해낸 명수필이라고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충영 박서정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코안에 있는 털 한 올까지도 그렇다. 나는 코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이다. 의사는 그곳을 들여다보고 병에 걸리기 쉽게 생겼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려다 얼마 전 거울을 통해 본 콧속이 생각나 스스로 답을 내렸다. 코털이 빈약해서일 것이라고. 며칠 전에는 또 코 밖으로 삐죽 나온 털까지 뽑았으니, 허점을 노린 세균이 재빨리 침범해 붓고 염증도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된다. 봄이 익어갈 무렵 코감기에 걸린 채 지인 몇 명과 인근 계곡으로 갔다. 물이 한들한들 흘러가는 그곳에는 우리가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넓적 바위가 있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 차선 변경을 하다 뒤차가 경적을 크게 울려 멈칫 놀랐었는데 이제야 후유증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채 급히 이동하던 우리의 잘못이 컸지만, 성난 기계음으로 세차게 협박을 받아, 식도에 음식이 걸린 듯했었다. 이곳에서 걸림돌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니, 그것이 씻겨 내려간 듯 시원했다. 일행과 물 흐름을 더욱 느끼고 싶어 바위에 귀를 대고 모두 누웠다. 차가운 느낌의 바위가 먼저 느껴졌지만, 그런 자세로 물소리를 들으니 더욱 자연과의 내밀한 소통을 하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바위에 풀어놓으니, 그게 바로 삶이라고 딱딱하면서도 단단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다시 바로 누웠다. 참 오랜만에 마주 대하는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에서 사진 속에서 자주 만났던 구름은 흩어져 있기도 하고 뭉쳐 있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각자 자신의 삶터를 지키다 이번에 저 구름처럼 뭉치게 되었다. 누우니 좋다는 지인은 더 누워 있겠다고 했다. 바위에 다시 앉은 나는 지인의 코안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무성한 까만 털이 가득했다. 먼지 한 톨도 점막에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빈틈없는 방어막처럼 보였다. 순간 코안의 털조차도 사람마다 다름을 알고 또 다른 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에게 부족한 게 상대에게 있고 상대에게 부족한 게 나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인지했다. 머리털이 많은 나를 지인은 늘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그녀의 치밀한 코털로 인해 상황이 역전되고 있었다. 지인은 빽빽한 털 덕분인지 코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안이 헐빈한 나는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면 코를 막는다. 청소기를 돌릴 때면 미세먼지가 들어갈까 봐 마스크로 방어한다. 하지만 마스크가 귀찮을 땐 숨을 참아가면서 힘들게 청소를 끝내기도 한다. 먼지로 인해 점막 보호를 위한 재채기가 곧바로 나온다. 털이 많은 사람에 비해 나의 재채기 반응은 빠른 편이다. 계곡 주변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햇살을 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거기 아래에 바짝 앉았다. 나뭇잎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머리 가까이에서 하늘거렸다. 잎들이 서로 맞닿으며 잔잔한 시니피앙을 빚어냈다. 잠시 눈을 감고 음미하다 다시 눈을 뜨고 나뭇잎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잎에 툭툭 불거진 혹들이 보였다. 그것은 충영蟲癭이었다. 평소에는 녹색의 나뭇잎에 봉긋봉긋하게 돋아난 것을 보고 잎에도 열매가 달리나 하고 의아해했는데 그것이 나뭇잎을 살려내기 위한 방어의 증표라니 아이러니했다. 식물체에 곤충이나 진드기가 산란 기생하여 그 결과로 이상 발육된 것을 벌레혹이라고도 한다. 생물의 종족 번식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제공해 주는 나무의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세균에게 자리를 내준 콧속이나 곤충과 진드기를 위해 터전을 마련해준 나뭇잎은 같은 듯하면서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어떤 나뭇잎에는 충영이 다섯 개도 있었고 더 많게도 있었다. 나뭇잎이 벌레에게 자신의 몸 일부를 빌려주는 게 자연의 섭리이겠지만 식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마다 이 세상에 남기는 흔적이 다르듯 나뭇잎 또한 그랬다. 모든 잎에 충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곤충에 의해 선택이 된 것에만 수를 달리하면서 부풀어 있었다. 한 잎에 유난히 많은 충영으로 인해 그 잎의 고단함이 짐작되었다. 가파른 벼랑을 몇 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네 고된 삶을 보는 듯해 마음이 쓰였다. 충영의 유무와 수에 따라 인생의 무게들이 깊게 얕게 얹혔다. 코털 같은 털이 나뭇잎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면 빈틈을 찾지 못한 곤충들은 산란을 할 수가 없다. 잎이 매끈하고 평평하기에 알을 낳고 기생을 한다. 털이 빈약해 이물질 침범이 잘 되는 나의 코가 이 나뭇잎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뭇잎에는 털이 없어 벌레의 산란 장소로 적합하고 나에게는 코털이 적어 세균의 침입이 쉽다. 나뭇잎의 장점으로 벌레들의 서식처가 되고, 내 콧속의 단점으로 세균이 자란다. 이렇게 보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은 결과적으로 닮은꼴이 된다. 다른 게 있다면 나뭇잎은 의미 있는 일,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거다. 혹이 돋아난 잎과 멀쩡한 잎은 차원이 다르다. 무거운 등짐을 진 채 한 생을 살아냈는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가뿐한 삶을 살아냈는지, 눈으로 바로 파악이 된다. 생태계에 유익한 일조를 하고, 갈 때가 되어 홀연히 떠나는 나뭇잎들은 얼마나 위풍당당할까.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으로 인해 뒷모습까지도 의기양양할 것 같다. 끝까지 소임을 다하고 낙엽이 되어서도 자랑스러운 훈장을 단 것처럼 떳떳한 모습을 잃지 않을 것이다. 너럭바위에서 충영이 있는 나뭇잎을 살짝 매만진다. 푸른 충영은 가을이 되면 언제나 그렇듯 또 갈색으로 변할 것이다. 충영에는 식물의 따듯한 희생과 벌레의 안전한 기생이 함께 공존한다. 답답한 나의 콧속과 달리 혹 안에서의 호흡은 걸림돌 없이 평화롭다. ▮박서정 주요 약력 △ 2007년 《문학세계》 수필, 2024년 《월간문학》 소설 등단 △ 시흥문학상, 백교문학상, 함월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울산수필가협회, 울산중구문학회 회원△ 수필집 <숨긴 말을 해> <격상> <통하니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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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5
  • [지구일보] 바다는 인간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바다를 정복하려 했다. 거대한 배를 만들고, 첨단 장비를 개발하며, 항로를 개척해 왔다. 그러나 바다는 끝내 인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잔잔하던 바다가 순식간에 거센 파도를 일으키고, 맑던 하늘이 한순간 폭풍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곤 한다. 바다는 언제나 자연의 시간으로 살아간다. 인간의 욕심도, 계산도, 조급함도 바다 앞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바다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치는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인생도 바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모든 일을 계획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정성을 다하면 모든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늘 예상과 다르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기도 하고,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실패하기도 하며, 아무리 애써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 찾아온다. 그럴 때 사람은 좌절한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가르침일지 모른다. 노련한 선장은 바람을 거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 바람을 이용하는 법을 배운다. 파도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 파도의 흐름을 읽는다. 바다를 이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하는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나아간다. 공자는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물은 끊임없이 흐르면서도 자신의 길을 만든다.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넘쳐 자랑하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 가장 넓은 세상을 품는다. 인간도 그러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이 가졌다고 큰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마음,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인내,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평정심이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하려 한다. 사람도 내 뜻대로 움직이기를 원하고, 세상도 내 계획대로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도 바다와 같다. 억지로 붙잡을 수 없고, 강제로 흐름을 바꿀 수도 없다. 존중과 신뢰가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은 스스로 다가온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성공은 욕심으로 움켜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준비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찾아온다. 밀물이 오기 전까지 어부는 그물을 손질하며 기다린다. 파도가 거세다고 바다를 원망하지 않는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결국 풍성한 수확을 얻는다.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이 있다. 인생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자연과 싸우지 않고, 사람과 다투지 않으며, 자신의 욕심과도 화해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삶의 지혜를 얻는다. 바다는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잔잔할 때도 있고 거칠 때도 있지만, 결코 인간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다 앞에서 겸손을 배우고, 인내를 배우며, 기다림을 배운다. 결국 인생은 바다를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바다를 이해하는 사람의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원망하기보다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 거센 파도 속에서도 끝까지 방향을 잃지 않는 사람이 인생이라는 항해의 진정한 승리자가 된다. 바다는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라. 그러면 어떤 파도도 너를 무너뜨릴 수 없다.“ ▲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저자. 붙임: 대한기자신문 이미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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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3
  • 〈나의 연꽃〉
    〈나의 연꽃〉 해설 이 시는 연꽃이라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본질과 인간이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를 담담하게 노래한 서정시이다. 연꽃은 오래전부터 동양에서 순결, 인내, 깨달음, 희생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져 왔다. 시인은 이러한 연꽃의 상징성을 빌려 이상적인 사랑과 인간의 품격을 이야기한다. 시의 첫 연에서 연꽃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화자의 마음을 흔드는 존재로 등장한다. 특히 "흙탕물을 품고도 한 점 흙빛 없이 피어난다"는 표현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는 인간의 고귀한 정신을 상징한다. 이는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중반부에서는 사랑의 의미를 한층 깊게 확장한다. 시인은 사랑을 소유하거나 붙잡는 감정이 아니라, 기다려 주고, 이해하며, 먼저 내어주는 마음으로 해석한다. 연꽃이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향기를 묵묵히 세상에 전하듯, 진정한 사랑 역시 조건과 계산을 넘어서는 헌신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후반부에서는 시선이 자연에서 인간으로 옮겨간다. 화자는 연꽃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도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이는 자신 또한 타인의 아픔을 품고, 외로움을 위로하며, 세상에 따뜻한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삶의 다짐이다. 연꽃은 더 이상 자연의 꽃이 아니라 인간이 닮아야 할 인격의 상징이 된다. 마지막 구절인 "너는 꽃이 아니라 내가 평생 닮고 싶은 사랑이다."는 이 시의 핵심이다. 연꽃은 아름다운 자연물이 아니라 평생 추구해야 할 사랑의 가치이자 삶의 이상으로 승화된다. 이 한 문장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함축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나의 연꽃〉은 연꽃을 매개로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품격, 그리고 나눔과 희생의 삶을 노래한 작품이다. 화려한 언어보다 맑고 절제된 표현으로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조용히 묻는 성찰의 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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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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