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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지구일보]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李昌虎(65岁) 붉은 태양이 지평선을 박차고 오를 때 심장 깊은 곳, 잠들었던 말 한 마리가 깨어난다 굽이치던 세월의 강을 건너온 예순다섯 누구는 황혼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를 절정이라 부른다 지나온 길 위에 연습은 없었으니 모든 눈물은 진실이었고, 모든 웃음은 정직한 축제였다 되감기 할 수 없는 필름처럼 뜨겁게 타오른 나날들 이제는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영혼의 박동에 발을 맞춘다 병오의 뜨거운 불길이 온몸을 감싸 안을 때 멈추지 않는 근육으로 다시 대지를 박차고 나가리라 남겨둔 후회는 바람에 날려 보내고 오직 이 순간, 가장 찬란한 나를 연기(演技)가 아닌 삶으로 살아내리라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리허설은 없다 오늘이 바로, 내 생의 가장 뜨거운 본 공연이다 ● 시 해설 및 감상○ 이 시는 2026년 병오년의 상징인 '적토마(붉은 말)'의 강렬한 이미지와 65세(1960.12.26생)라는 나이가 갖는 원숙한 품격을 결합하여 창작되었습니다. ▪︎강렬한 생명력 (병오년의 기운), 병오(丙午)는 천간과 지지가 모두 뜨거운 불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65세라는 나이를 쇠퇴하는 시기가 아닌,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내공이 불꽃처럼 터져 나오는 '인생의 본 공연'으로 정의했습니다. ▪︎리허설 없는 삶의 가치,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는 제목처럼, 지나온 세월의 모든 순간이 연습이 아닌 실전이었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의 소중함과 자기 긍정을 담고 있습니다. ▪︎65세의 품격,젊은 날의 치기 어린 열정과는 다릅니다. 세상을 관조할 줄 아는 여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 속에 뜨거운 열망을 간직한 '현역'으로서의 당당함을 표현했습니다. 이창호의 "65세, 한중 무대는 이제 막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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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환경을 춤으로 말하다… 한국무용가 안지현, ‘서울시의회의장상 최우수상’ 수상
[지구일보 김채원기자] 환경위기 시대 시민 실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한국무용가 안지현이 제18회 대한민국 환경봉사대상 및 2025 국제환경봉사대어워즈 국제대회에서 ‘서울특별시의회의장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025년 12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환경 전문 언론사 내외환경뉴스가 주최한 국제 환경 시상 행사로, 세계환경올림픽을 겸해 국내외 환경 활동가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안지현은 전통 한국무용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보전의 가치를 예술적으로 전달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서 대회장을 맡은 신현옥 시온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는 “기후위기 앞에서 환경보전과 탄소중립 실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제 사회의 연대와 참여를 강조했다. 이어 안지현은 수상 소감에서 “춤은 자연과 인간의 호흡을 담아내는 언어”라며 “환경을 지키는 마음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예술로 그 메시지를 계속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예술과 환경이 결합한 다양한 실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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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어이 여보게! 어르신, ‘학습’의 전선(戰線)으로 즉각 나오라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대한민국 사회가 거대한 ‘경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산업화의 역군이자 조직의 기틀을 닦았던 시니어 세대 중 상당수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과거의 훈장(勳章)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변화의 파고는 나날이 높아지는데, 정작 배를 저어야 할 노련한 사공들이 ‘학습’이라는 노를 내려놓고 뒷방으로 물러나 앉은 형국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은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식의 유통기한’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는 한 번 익힌 기술과 지식으로 평생을 버텼지만, 지금은 지식의 반감기(半減期)가 5년도 채 되지 않는 시대다. 이런 격변기에 '시니어가 학습 문화'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이 멈추는 것을 넘어 조직과 사회 전체의 소통 마비와 활력 저하를 의미한다. ● '경험'이라는 이름의 독배(毒杯)를 경계하라 시니어들이 학습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면’과 ‘관성’이다. “이미 알 만큼 안다”는 오만과 “이제 와서 뭘 배우겠느냐”는 패배주의가 결합하여 학습의 담벽을 높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지금,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 일쑤다. 경험은 양날의 검이다. 통찰력을 주는 스승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정보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필터가 되기도 한다. 시니어가 학습 문화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축적된 ‘지혜’에 새로운 ‘지식’을 더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숙련의 힘’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배움을 멈추는 순간, 그들의 노련함은 ‘고집’으로 전락하고 만다. ● 학습은 시니어의 '사회적 생존권'이다 학습은 단순히 자기계발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것은 변화하는 세상과 호흡하겠다는 ‘의지’이자,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배려’다. 최근 화두가 되는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문제는 비단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툴을 다루고, 새로운 문법으로 소통하며, 달라진 가치관을 이해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시니어가 적극적으로 학습 문화에 참여할 때, 조직 내의 ‘지식 전수’는 비로소 선순환의 고리를 갖게 된다. 가르치기만 하려는 선배는 기피 대상이지만,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선배는 존경의 대상이다. 학습하는 시니어는 권위(權威)를 내세우지 않아도 권위가 선다. 배움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겸손과 열정은 그 어떤 훈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 '안주(安住)'를 버리고 '도전'의 문법을 익혀야 정부나 기업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니어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은퇴 이후의 삶을 ‘휴식’이나 ‘소비’의 시간으로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 인생 2막, 3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무장(Re-skilling)’이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서투름과 어색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나이에 창피하게”라는 생각은 시니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다. 오히려 그 서투름을 당당히 드러내고, 후배 세대에게 묻고 배우는 ‘역(逆) 멘토링’의 자세가 필요하다. 배움에는 은퇴가 없으며, 성장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지속적 과정임을 몸소 증명해야 한다. 배움의 현장이 곧 삶의 현장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활력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동력은 결국 ‘배우는 노년’에게서 나온다. 시니어가 학습 문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때,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시니어들이 화답할 차례다. 익숙한 안락의자를 박차고 나와 도서관으로, 강연장으로, 그리고 온라인 클래스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 당신의 경험에 최신 지식의 날개를 달아라. 그것이 본인의 삶을 풍요롭게 함은 물론, 이 나라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다. 배움을 멈춘 노인은 살아있어도 노인일 뿐이지만, 배우는 시니어는 언제나 현역(現役)이다. [부록] 2025년 시니어 재도약을 위한 필수 학습 프로그램 리스트 배움의 문턱을 고민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마련한 검증된 학습 전선(戰線)을 소개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 및 미래 기술 분야 * 카카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전국 150개 복지관에서 시니어 티처가 1:1로 스마트폰 활용 및 키오스크 결제 등 실생활 디지털 기술 전수. * 서울시 50플러스재단 'AI 활용 강좌': AI를 활용한 수채화 이미지 생성, 디지털 드로잉, 숏폼 콘텐츠 제작 등 '뉴 시니어'를 위한 창의 학습 과정. * 디지털배움터: 전국 17개 시·도 거점에서 모바일 중심의 실습형 교육 제공(국비 지원). ● 전직 지원 및 전문 자격증 과정 * 중장년내일센터 '전직스쿨': 만 40세 이상 대상, 1:1 맞춤 컨설팅을 통한 제2의 인생 설계 및 경력 관리 서비스 제공. *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재취업 완전정복': 내일배움카드 활용법부터 사무직(컴활, ITQ), 사회복지사 등 국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온라인 전문 강좌. * 실버케어 및 서비스 직무 교육: 요양보조, 치매예방 지도사, 시니어 바리스타 등 신규 노인 일자리 맞춤형 실무 교육. ●인문학 및 생애 설계 * 강남시니어플라자 평생교육: 서양문화사, 고전철학 등 인문학 특강과 ICT 기반 인지 훈련을 결합한 웰다잉(Well-dying) 및 심리 상담 프로그램. * 국가평생학습포털 '슬기로운 노무/의사소통': 재취업 시 필요한 노무 상식 및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대화 기법 교육. ※ 신청 팁: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국민내일 배움카드'를 통해 최대 500만 원까지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가까운 고용센터나 '고용24' 홈페이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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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자가 필요하다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미디어 환경이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현시대, 언론인이 지녀야 할 본질적 역할을 다시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창호 지구일보 발행인은 8일 오후 4시, 영진사이버대학교 서울학습관에서 GK뉴스온(선종복 발행인·전 교육장) 신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미래형 기자의 기본기와 윤리, AI 시대의 기사 작성법’을 주제로 심도 있는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단순한 기술적 교육을 넘어, ‘기자로서의 태도’와 언론 직업윤리의 근본을 재확인하는 가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발행인은 “AI가 기사 작성의 일부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기자 개인이 갖춘 질문력·해석력·현장력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고 지적하며, 기술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 기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팩트 확인을 게을리하지 않는 정직한 시선이야말로 언론 신뢰의 최후 보루”라고 말하며, 신입기자들이 가장 먼저 세워야 할 토대를 ‘윤리’와 ‘사실성’으로 명확히 제시했다. 이어 자신이 실제 보도했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제목 구성의 원칙, 문장의 농도 조절, 인터뷰 핵심 추출 방식 등 현장에서 축적된 실무적 경험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이 발행인은 “기사 한 줄은 때로 한 개인의 삶을 뒤흔들기도 한다”며, 취재와 보도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책임성은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 사회적 사명으로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기자는 속도보다 정확성을, 과장보다 균형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며, 미디어 생태계의 신뢰 회복은 결국 기자 스스로의 성찰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특강에 참여한 GK뉴스온 권영학 편집국장(전 고등학교 교장)은 “현장의 온도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실제적 강의였다”며, “앞으로도 정례적 기자 교육을 통해 기자의 기본기와 윤리의 수준을 더욱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은 신입기자들에게 저널리즘의 방향성과 직업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변화하는 시대 속 ‘새로운 기자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자리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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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황인강 수필가,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에세이문예사에서 발간
[지구일보=이산 대기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지도교수 권대근)에 8년간 수강하고 있는 황인강 수필가가 11월 25일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에세이문예사를 통해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를 펴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5편의 수필이 실렸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권대근 박사(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바람 위를 걷는 존재, 빛바랜 액자 속 시간의 계간>이란 서평을 썼다. 250페이지 값은 15,000원이다. ▼황인강 경기 파주 출생, 영의정 방촌 황희 정승 20대손, 순수문학으로 등단, 경동중고등학교 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 ROTC 3기, 롯데그룹 임원 역임, 한국스피치아카데미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정첵계발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상임이사, 용수문학회, 순수문학작가회 회장 역임, 용산문학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지도교수 권대근) 수강, 순수문학상 대상 수상, 수필집,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껴안아 주기' '봄의 벽에 서다'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출간 * 지구일보 자발적 후원하기 후원계좌 우체국 110 0053 16317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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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불멸의 제국을 지킨 위대한 호위,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지구일보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산시(陝西)성, 그 이름만으로도 2천 년 중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특히 시안(西安)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 지역은 장구한 중화문명의 가장 중요한 발상지 중 하나로, 황하 문명의 젖줄 위에서 고대 왕조의 영광을 꽃피웠습니다. 주(周), 진(秦), 한(漢), 당(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왕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삼았으며, 그중에서도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秦始皇帝)의 흔적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이로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웅장한 영원의 꿈, 진시황릉 시안시 린퉁구(臨潼區)에 우뚝 솟은 진시황릉(秦始皇陵)은 단순히 한 황제의 무덤을 넘어, 진나라 제국의 압도적인 권력과 시황제의 불멸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입니다. 기원전 246년부터 30년 이상, 무려 70만 명에 달하는 인부를 동원하여 축조된 이 능묘는 그 자체가 지하의 궁궐을 구현하고자 했던 시황제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기록에 따르면, 진시황릉은 내부에는 그의 궁궐을 축소 복제한 모형이 있으며,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천상의 별자리와 지상의 지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또, 침입자를 자동 발사하는 쇠뇌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인어 기름 초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과 부장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거대한 봉토 아래에 시황제의 영원한 제국이 잠들어 있지만, 고고학적 보존 문제와 내부의 위험성 때문에 아직 주 능묘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시간을 거부하듯, 시황제는 흙으로 빚은 거대한 산 아래에서 영원한 잠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듯한 지하 군단, 병마용갱 진시황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능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병마용갱(兵馬俑坑)입니다.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유적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곳에는 흙을 구워 만든 토용(테라코타 모형)인 병마용(兵馬俑)이 실물 크기로 도열해 있는데, 현재까지 약 8천여 점의 병사와 130여 대의 전차, 520여 점의 말이 발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규모와 디테일, 병마용의 평균 신장은 185cm에 달하며, 병종과 계급에 따라 갑옷, 복장, 머리 모양 등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장 경이로운 사실은 하나하나의 얼굴 표정이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제 군인들을 모델로 제작되었음을 시사하며, 진나라 군대의 특징과 개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순장(殉葬)의 대체,병마용은 잔혹했던 순장 제도를 대체하여, 시황제가 사후세계에서도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제국을 호위하고자 했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토용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압도적인 전율과 군사적 위용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대 군사력의 보고,병마용갱은 고대 중국 군대의 무장 상태, 부대 편성, 전술적 배치 등을 알려주는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이며, 고중세 군대의 갑옷 착용 비율이 높았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중화 문명의 요람, 산시성 진시황릉과 병마용이 위치한 산시성(섬서성)은 중국 문명의 원류(源流)로서 그 역사적 의미가 깊습니다. 전설상의 고대 왕국인 요(堯)나라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타오스 유적 등은 중화 문명 5천 년 역사의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며, 시진핑 주석조차 중화문명 탐원공정(探源工程)의 핵심으로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처럼, 시안은 이탈리아 로마, 이집트 카이로 등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서 동서양 문명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진시황의 위대한 유산은 산시성이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천연의 역사 박물관'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은 2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불멸의 유물로서, 우리에게 인간의 권력과 영원에 대한 욕망, 그리고 고대 문명의 경이로운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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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 [지구일보]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李昌虎(65岁) 붉은 태양이 지평선을 박차고 오를 때 심장 깊은 곳, 잠들었던 말 한 마리가 깨어난다 굽이치던 세월의 강을 건너온 예순다섯 누구는 황혼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를 절정이라 부른다 지나온 길 위에 연습은 없었으니 모든 눈물은 진실이었고, 모든 웃음은 정직한 축제였다 되감기 할 수 없는 필름처럼 뜨겁게 타오른 나날들 이제는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영혼의 박동에 발을 맞춘다 병오의 뜨거운 불길이 온몸을 감싸 안을 때 멈추지 않는 근육으로 다시 대지를 박차고 나가리라 남겨둔 후회는 바람에 날려 보내고 오직 이 순간, 가장 찬란한 나를 연기(演技)가 아닌 삶으로 살아내리라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리허설은 없다 오늘이 바로, 내 생의 가장 뜨거운 본 공연이다 ● 시 해설 및 감상○ 이 시는 2026년 병오년의 상징인 '적토마(붉은 말)'의 강렬한 이미지와 65세(1960.12.26생)라는 나이가 갖는 원숙한 품격을 결합하여 창작되었습니다. ▪︎강렬한 생명력 (병오년의 기운), 병오(丙午)는 천간과 지지가 모두 뜨거운 불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65세라는 나이를 쇠퇴하는 시기가 아닌, 오히려 그동안 쌓아온 내공이 불꽃처럼 터져 나오는 '인생의 본 공연'으로 정의했습니다. ▪︎리허설 없는 삶의 가치,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는 제목처럼, 지나온 세월의 모든 순간이 연습이 아닌 실전이었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의 소중함과 자기 긍정을 담고 있습니다. ▪︎65세의 품격,젊은 날의 치기 어린 열정과는 다릅니다. 세상을 관조할 줄 아는 여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 속에 뜨거운 열망을 간직한 '현역'으로서의 당당함을 표현했습니다. 이창호의 "65세, 한중 무대는 이제 막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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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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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환경을 춤으로 말하다… 한국무용가 안지현, ‘서울시의회의장상 최우수상’ 수상
- [지구일보 김채원기자] 환경위기 시대 시민 실천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한국무용가 안지현이 제18회 대한민국 환경봉사대상 및 2025 국제환경봉사대어워즈 국제대회에서 ‘서울특별시의회의장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2025년 12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환경 전문 언론사 내외환경뉴스가 주최한 국제 환경 시상 행사로, 세계환경올림픽을 겸해 국내외 환경 활동가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안지현은 전통 한국무용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보전의 가치를 예술적으로 전달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서 대회장을 맡은 신현옥 시온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는 “기후위기 앞에서 환경보전과 탄소중립 실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국제 사회의 연대와 참여를 강조했다. 이어 안지현은 수상 소감에서 “춤은 자연과 인간의 호흡을 담아내는 언어”라며 “환경을 지키는 마음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예술로 그 메시지를 계속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예술과 환경이 결합한 다양한 실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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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환경을 춤으로 말하다… 한국무용가 안지현, ‘서울시의회의장상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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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어이 여보게! 어르신, ‘학습’의 전선(戰線)으로 즉각 나오라
-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대한민국 사회가 거대한 ‘경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산업화의 역군이자 조직의 기틀을 닦았던 시니어 세대 중 상당수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과거의 훈장(勳章)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변화의 파고는 나날이 높아지는데, 정작 배를 저어야 할 노련한 사공들이 ‘학습’이라는 노를 내려놓고 뒷방으로 물러나 앉은 형국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은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식의 유통기한’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는 한 번 익힌 기술과 지식으로 평생을 버텼지만, 지금은 지식의 반감기(半減期)가 5년도 채 되지 않는 시대다. 이런 격변기에 '시니어가 학습 문화'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이 멈추는 것을 넘어 조직과 사회 전체의 소통 마비와 활력 저하를 의미한다. ● '경험'이라는 이름의 독배(毒杯)를 경계하라 시니어들이 학습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면’과 ‘관성’이다. “이미 알 만큼 안다”는 오만과 “이제 와서 뭘 배우겠느냐”는 패배주의가 결합하여 학습의 담벽을 높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지금,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 일쑤다. 경험은 양날의 검이다. 통찰력을 주는 스승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정보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필터가 되기도 한다. 시니어가 학습 문화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축적된 ‘지혜’에 새로운 ‘지식’을 더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숙련의 힘’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배움을 멈추는 순간, 그들의 노련함은 ‘고집’으로 전락하고 만다. ● 학습은 시니어의 '사회적 생존권'이다 학습은 단순히 자기계발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것은 변화하는 세상과 호흡하겠다는 ‘의지’이자,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배려’다. 최근 화두가 되는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문제는 비단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툴을 다루고, 새로운 문법으로 소통하며, 달라진 가치관을 이해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시니어가 적극적으로 학습 문화에 참여할 때, 조직 내의 ‘지식 전수’는 비로소 선순환의 고리를 갖게 된다. 가르치기만 하려는 선배는 기피 대상이지만,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선배는 존경의 대상이다. 학습하는 시니어는 권위(權威)를 내세우지 않아도 권위가 선다. 배움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겸손과 열정은 그 어떤 훈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 '안주(安住)'를 버리고 '도전'의 문법을 익혀야 정부나 기업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니어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은퇴 이후의 삶을 ‘휴식’이나 ‘소비’의 시간으로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 인생 2막, 3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무장(Re-skilling)’이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서투름과 어색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나이에 창피하게”라는 생각은 시니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다. 오히려 그 서투름을 당당히 드러내고, 후배 세대에게 묻고 배우는 ‘역(逆) 멘토링’의 자세가 필요하다. 배움에는 은퇴가 없으며, 성장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지속적 과정임을 몸소 증명해야 한다. 배움의 현장이 곧 삶의 현장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활력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동력은 결국 ‘배우는 노년’에게서 나온다. 시니어가 학습 문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때,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시니어들이 화답할 차례다. 익숙한 안락의자를 박차고 나와 도서관으로, 강연장으로, 그리고 온라인 클래스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 당신의 경험에 최신 지식의 날개를 달아라. 그것이 본인의 삶을 풍요롭게 함은 물론, 이 나라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다. 배움을 멈춘 노인은 살아있어도 노인일 뿐이지만, 배우는 시니어는 언제나 현역(現役)이다. [부록] 2025년 시니어 재도약을 위한 필수 학습 프로그램 리스트 배움의 문턱을 고민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마련한 검증된 학습 전선(戰線)을 소개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 및 미래 기술 분야 * 카카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전국 150개 복지관에서 시니어 티처가 1:1로 스마트폰 활용 및 키오스크 결제 등 실생활 디지털 기술 전수. * 서울시 50플러스재단 'AI 활용 강좌': AI를 활용한 수채화 이미지 생성, 디지털 드로잉, 숏폼 콘텐츠 제작 등 '뉴 시니어'를 위한 창의 학습 과정. * 디지털배움터: 전국 17개 시·도 거점에서 모바일 중심의 실습형 교육 제공(국비 지원). ● 전직 지원 및 전문 자격증 과정 * 중장년내일센터 '전직스쿨': 만 40세 이상 대상, 1:1 맞춤 컨설팅을 통한 제2의 인생 설계 및 경력 관리 서비스 제공. *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재취업 완전정복': 내일배움카드 활용법부터 사무직(컴활, ITQ), 사회복지사 등 국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온라인 전문 강좌. * 실버케어 및 서비스 직무 교육: 요양보조, 치매예방 지도사, 시니어 바리스타 등 신규 노인 일자리 맞춤형 실무 교육. ●인문학 및 생애 설계 * 강남시니어플라자 평생교육: 서양문화사, 고전철학 등 인문학 특강과 ICT 기반 인지 훈련을 결합한 웰다잉(Well-dying) 및 심리 상담 프로그램. * 국가평생학습포털 '슬기로운 노무/의사소통': 재취업 시 필요한 노무 상식 및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대화 기법 교육. ※ 신청 팁: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국민내일 배움카드'를 통해 최대 500만 원까지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가까운 고용센터나 '고용24' 홈페이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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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칼럼] 어이 여보게! 어르신, ‘학습’의 전선(戰線)으로 즉각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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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자가 필요하다
-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미디어 환경이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는 현시대, 언론인이 지녀야 할 본질적 역할을 다시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창호 지구일보 발행인은 8일 오후 4시, 영진사이버대학교 서울학습관에서 GK뉴스온(선종복 발행인·전 교육장) 신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미래형 기자의 기본기와 윤리, AI 시대의 기사 작성법’을 주제로 심도 있는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강의는 단순한 기술적 교육을 넘어, ‘기자로서의 태도’와 언론 직업윤리의 근본을 재확인하는 가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발행인은 “AI가 기사 작성의 일부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기자 개인이 갖춘 질문력·해석력·현장력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고 지적하며, 기술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 기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팩트 확인을 게을리하지 않는 정직한 시선이야말로 언론 신뢰의 최후 보루”라고 말하며, 신입기자들이 가장 먼저 세워야 할 토대를 ‘윤리’와 ‘사실성’으로 명확히 제시했다. 이어 자신이 실제 보도했던 사례들을 중심으로 제목 구성의 원칙, 문장의 농도 조절, 인터뷰 핵심 추출 방식 등 현장에서 축적된 실무적 경험을 구체적으로 전달했다. 이 발행인은 “기사 한 줄은 때로 한 개인의 삶을 뒤흔들기도 한다”며, 취재와 보도의 과정에서 요구되는 책임성은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 사회적 사명으로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기자는 속도보다 정확성을, 과장보다 균형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며, 미디어 생태계의 신뢰 회복은 결국 기자 스스로의 성찰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특강에 참여한 GK뉴스온 권영학 편집국장(전 고등학교 교장)은 “현장의 온도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실제적 강의였다”며, “앞으로도 정례적 기자 교육을 통해 기자의 기본기와 윤리의 수준을 더욱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교육은 신입기자들에게 저널리즘의 방향성과 직업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변화하는 시대 속 ‘새로운 기자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자리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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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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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황인강 수필가,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에세이문예사에서 발간
- [지구일보=이산 대기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지도교수 권대근)에 8년간 수강하고 있는 황인강 수필가가 11월 25일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에세이문예사를 통해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를 펴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5편의 수필이 실렸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권대근 박사(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바람 위를 걷는 존재, 빛바랜 액자 속 시간의 계간>이란 서평을 썼다. 250페이지 값은 15,000원이다. ▼황인강 경기 파주 출생, 영의정 방촌 황희 정승 20대손, 순수문학으로 등단, 경동중고등학교 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 ROTC 3기, 롯데그룹 임원 역임, 한국스피치아카데미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정첵계발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상임이사, 용수문학회, 순수문학작가회 회장 역임, 용산문학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지도교수 권대근) 수강, 순수문학상 대상 수상, 수필집,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껴안아 주기' '봄의 벽에 서다'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출간 * 지구일보 자발적 후원하기 후원계좌 우체국 110 0053 16317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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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황인강 수필가,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에세이문예사에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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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불멸의 제국을 지킨 위대한 호위,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 [지구일보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산시(陝西)성, 그 이름만으로도 2천 년 중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특히 시안(西安)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 지역은 장구한 중화문명의 가장 중요한 발상지 중 하나로, 황하 문명의 젖줄 위에서 고대 왕조의 영광을 꽃피웠습니다. 주(周), 진(秦), 한(漢), 당(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왕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삼았으며, 그중에서도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秦始皇帝)의 흔적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이로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웅장한 영원의 꿈, 진시황릉 시안시 린퉁구(臨潼區)에 우뚝 솟은 진시황릉(秦始皇陵)은 단순히 한 황제의 무덤을 넘어, 진나라 제국의 압도적인 권력과 시황제의 불멸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입니다. 기원전 246년부터 30년 이상, 무려 70만 명에 달하는 인부를 동원하여 축조된 이 능묘는 그 자체가 지하의 궁궐을 구현하고자 했던 시황제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기록에 따르면, 진시황릉은 내부에는 그의 궁궐을 축소 복제한 모형이 있으며,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천상의 별자리와 지상의 지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또, 침입자를 자동 발사하는 쇠뇌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인어 기름 초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과 부장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거대한 봉토 아래에 시황제의 영원한 제국이 잠들어 있지만, 고고학적 보존 문제와 내부의 위험성 때문에 아직 주 능묘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시간을 거부하듯, 시황제는 흙으로 빚은 거대한 산 아래에서 영원한 잠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듯한 지하 군단, 병마용갱 진시황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능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병마용갱(兵馬俑坑)입니다.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유적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곳에는 흙을 구워 만든 토용(테라코타 모형)인 병마용(兵馬俑)이 실물 크기로 도열해 있는데, 현재까지 약 8천여 점의 병사와 130여 대의 전차, 520여 점의 말이 발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규모와 디테일, 병마용의 평균 신장은 185cm에 달하며, 병종과 계급에 따라 갑옷, 복장, 머리 모양 등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장 경이로운 사실은 하나하나의 얼굴 표정이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제 군인들을 모델로 제작되었음을 시사하며, 진나라 군대의 특징과 개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순장(殉葬)의 대체,병마용은 잔혹했던 순장 제도를 대체하여, 시황제가 사후세계에서도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제국을 호위하고자 했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토용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압도적인 전율과 군사적 위용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대 군사력의 보고,병마용갱은 고대 중국 군대의 무장 상태, 부대 편성, 전술적 배치 등을 알려주는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이며, 고중세 군대의 갑옷 착용 비율이 높았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중화 문명의 요람, 산시성 진시황릉과 병마용이 위치한 산시성(섬서성)은 중국 문명의 원류(源流)로서 그 역사적 의미가 깊습니다. 전설상의 고대 왕국인 요(堯)나라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타오스 유적 등은 중화 문명 5천 년 역사의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며, 시진핑 주석조차 중화문명 탐원공정(探源工程)의 핵심으로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처럼, 시안은 이탈리아 로마, 이집트 카이로 등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서 동서양 문명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진시황의 위대한 유산은 산시성이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천연의 역사 박물관'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은 2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불멸의 유물로서, 우리에게 인간의 권력과 영원에 대한 욕망, 그리고 고대 문명의 경이로운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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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불멸의 제국을 지킨 위대한 호위,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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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펴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
- [지구일보] 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를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시간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체험과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번 수필집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며, 현대 수필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옥의 수필은 익숙한 일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일상의 작은 사건과 감각을 통해 독자가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평범한 풍경 속에 숨은 존재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인간관계의 따뜻함 속에 내재한 균열과 화해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내며, 상실과 결핍을 통해 자기 인식의 깊이를 확장해 간다. 특히 이번 수필집은 감각 존재형, 관계 연대형, 내면 성찰형이라는 세 층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사유 체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각에서 출발한 인식은 관계로 확장되고, 관계 속에서 드러난 갈등과 화해는 다시 내면의 성찰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개별 작품들을 하나의 문학적 세계로 묶어내며, 독자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인식의 경험을 선사한다. 김필옥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는다. 담백하고 절제된 언어는 오히려 삶의 진실을 더욱 깊게 드러낸다. 화려한 수사 대신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공감은 다시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의 수필은 설명보다 체험을, 주장보다 울림을 선택하며, 독자를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닌 능동적인 사유자로 이끈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는 이번 수필집에 대해 "김필옥의 수필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이 균열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문학"이라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그의 문장은 독자의 인식을 흔들고,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철학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각의 밀도와 관계의 윤리, 그리고 내면 성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번 수필집은 일상의 언어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필옥 수필가는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2022년 제19회 에세이문예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에세이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서 꾸준히 문학적 역량을 쌓아왔다. 스스로를 "동화 읽기를 좋아하는 주부"라고 소개하는 그는 순수한 시선으로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다. 소박한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빛을 따뜻한 언어로 길어 올리는 그의 글은 독자의 마음속 빈터에도 조용한 위로와 희망을 심어준다.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는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어떻게 존재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깊이 있는 문학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함께 품은 수작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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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펴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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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김이나 수필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를 읽고 권대근/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김이나는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이다. 평자는 TV 속에 비친 그녀의 언설 속에서 언어의 품격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우연히 명수필집을 찾으려 간 서점 가판대에서 김이나 에세이집을 발견했다. 수필가는 아니지만 유명인이 쓰는 수필 중에도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일상주의자의 감각』이란 그녀의 에세이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중음악 작사가 김이나의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전문 수필가가 아닌 비문학인의 글이다. 그러나 문학은 직업이 아니라 작품이 증명한다. 문학적 성취는 작가의 이력보다 언어가 얼마나 새로운 인식과 미적 경험을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수필이 도달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이 글은 대중가요를 문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칼럼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의 결핍을 읽어내는 하나의 문학적 사유이다. 일상적 소재에서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개인의 체험을 사회적 성찰로 확장하며, 끝내 인간 존재의 위로라는 보편적 가치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획득한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매우 사소하다.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에 등장하는 '손에 쥔 동전 두 개'는 단순히 공중전화 요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생활 방식과 감정 구조를 되살리는 문화적 기호가 된다. 이어 삐삐, 찢어진 청바지, 인스타그램 같은 일상적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시대를 봉인한 '타임캡슐'로 변모한다. 김이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낯선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음악은 귀로 듣는 오락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는 기억의 장치가 되고, 독자는 익숙했던 노래 속에서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읽어낸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수필이 지닌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 글의 사유는 개인의 추억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존 레넌의 「Imagine」,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거치면서 음악은 시대 저항과 자유를 증언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다시 신해철과 색종이, 자이언티의 노래를 경유하면서 작품은 시대마다 음악이 담아내는 결핍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기억의 노래에서 저항의 노래로, 다시 위로의 노래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욕망의 이동을 하나의 서사처럼 보여준다. 개별 노래들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논리를 구축하는 유기적 장치가 되며, 음악 이야기는 어느새 시대를 읽는 문화비평으로 깊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라는 문장에서 하나의 통찰로 응축된다. 이 문장은 대중가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시대가 가장 부족하게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문화적 지표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노래가 '위로'를 노래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위안이라는 사실을 김이나는 음악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에 이른다. 예술은 시대의 상처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며, 노래는 시대가 말하지 못한 결핍을 대신 발화하는 언어가 된다. 작품의 문체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분석은 치밀하지만 차갑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자랑이나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는 자신의 경험조차 시대가 요구하는 위로의 형식을 설명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자기 체험이 자연스럽게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에서 수필은 사적인 기록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에 담긴 '작은 쪽지'의 상징성이 결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Imagine』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거대한 평화의 담론과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메모를 대비시키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통합한다. 처음에는 음악을 이야기하던 글이 마지막에는 인간관계와 존재의 외로움으로 귀결되는 자연스러운 전환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학적 수필임을 보여준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리듬은 유연하다. 다양한 노래와 시대적 사례를 인용하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것은 설명과 성찰, 정보와 감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언어는 가볍지 않고, 논지는 명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작사가로서 축적된 언어 감각이 산문의 결을 한층 깊고 섬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개인의 기억을 시대의 기억으로, 시대의 기억을 다시 인간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수필적 힘에 있다. 작품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기억의 장치이며, 시대의 결핍을 드러내는 문화적 텍스트이고, 마침내 인간을 위로하는 작은 쪽지가 된다. 이러한 의미의 확장은 수필이 지닌 사유의 미학을 충실하게 구현하며, 독자로하여금 익숙한 대중가요를 새로운 인식의 대상으로 다시 만나게 한다.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시대의 결핍, 그리고 위로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의미망 속에 배치하여 독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일상의 문화 현상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비문학인의 글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문학은 장르나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새로운 인식과 아름다운 언어로 변형하는 창조 행위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비평이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현대수필의 모범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하겠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 김이나/ 작사가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를 쥐고 거리에 선 주인공을 그린 015B의 <텅 빈 거리에서> 가사에서 우리는 이 노래가 발매된 때가 공중전화가 있던, 20원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대중가요는 종종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1992년 발매된 김건모의 <첫인상>에는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소개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의 상대가 나타났음을 말하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은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를 보기가 힘들다. 쿨의 히트곡 <애상>에는 삐삐 쳐도 아무 소식 없는 연인에 대한 원망이 나온다. 피부에 닿는 듯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대중가요는 타임캡슐 노릇을 하게 된다. 딘의 <인스타그램>을 “그런 걸 하던 때였어?”라고 말하며 놀랍다는 듯 감상할 날도 언젠가 올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대가 묻어나는 노래가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시대를 담는 노래도 있다. 전쟁에 지친 시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은 에서 종교와 국가가 없는, 그래서 싸울 필요가 없는 유토피아를 노래했다. 이 노래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저작권을 관리한 오노 요코가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은 ‘종교도 없는(and no religion)’이라는 가사를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논란은 세월을 지나 먼지처럼 흩어지고, 은 지금 평화를 상징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태춘이 작사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르포에 가까운 디테일을 담고 있다. 투쟁과 저항이 식어버린 서울 거리를 묘사하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 노래는 정식 발매가 불가능했다. 정태춘은 당시 통제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저항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앨범 발매를 강행해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향한 움직임은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이어받아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시대를 담아낸 가사는 시대 저항과 자유에 대한 갈망뿐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중반 호황기 수많은 가요는 젊은이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신해철은 <재즈 카페>에서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등 ‘우리에게 오지 않은 것들’을 향유하는 공허하게 취한 풍경을 비판했다. 색종이는 <사랑이란 건>의 엔딩에서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오렌지족을 나무랐다. 당시엔 씁쓸했던 노래인데 요즘에는 부럽기도 하다. 지나친 호시절로 인한 공허함이 문제였다니.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메시지가 상업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이언티가 <꺼내 먹어요>를 발매했을 무렵 개인적으로 애를 먹었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대단한 슬픔에 거창한 위로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냉장고에서 그때그때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위로의 노래다. 이를 한 번의 현상이라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이 노래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음악업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지표다. 세계평화도, 시대의 부조리함도 나의 오늘 하루 밥 한끼 앞에선 무력하다. 요즘 청춘이 원하는 것이 이토록 작고 소박한 것임을 가요의 흐름에서 확인한다. ‘힐링’이라는 말이 길가에 뒹구는 전단지 같은 단어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에 대한 무수한 요구를 시장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힐링 토크, 힐링 강연이 성행이다. 사람들을 모아 앉혀놓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풍경은 따분할 법도 한데, 청년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들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위로와 조언을 듣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요는 때론 저 하늘에 크게 띄워져야 할 것 같은 평화의 메시지가 되거나,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가 된다. 내게는 왠지,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마음들이 안쓰럽다. 별것 아닌 위로 한마디 건네줄 누군가의 부재(不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낯간지러워 건네기 어려워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존 레넌의 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에세이집 <일상주의자의 감각> [사진출처] 김이나 에세이집 표지에서 ▮김이나 작사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의 <숨>, 아이유의 <좋은 날>,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 아이브의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들의 노랫말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2025년 골든디스크 어워즈가 한국대중음악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음악인 40인을 선정한 ‘골든디스크 파워하우스 40’으로 선정되었다. 2019년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다. 2020년부터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제27대 별밤지기가 되어 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신인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김이나의 작사법』, 『보통의 언어들』,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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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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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오인순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최순덕 / 수필가, 평론가 기행수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작가 오인순이 역사기행에서 선택한 정방폭포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 민족사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애증의 공간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통곡하던 외할머니의 애끓는 한이 소환되는 장소이기에, 작가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한다.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에서 흐르는 것은 폭포의 물줄기만이 아니다. 고통과 영광이라는 역사의 두 얼굴이 긴 세월을 따라 묵묵히 흐르고, 그 속에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개인의 눈물 또한 함께 흐른다. 덮거나 지울 수 없는 선조들의 눈물을 기억하고, 그것을 닦아주고 다독여야 할 후손의 책무가 작품 전체를 묵직하게 관통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소통과 변화, 그리고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짧은 수필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액자구성법(frame narrative)'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영국 수필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의 이야기 속에 과거의 기억이나 또 다른 경험을 삽입하여 의미를 확장하는 서술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겹겹의 시간과 시선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정방폭포 앞에 선 작가는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에서 4·3사건이라는 과거로 건너가며 시간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균열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잊힌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여 삶의 상처와 그리움을 되살리고 인간 존재의 깊이를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허락되지 않은 채 폭포 아래로 뛰어내려야 했던 희생자들의 절박한 시간, 이유도 모른 채 즉결 처형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과거와 빼앗긴 미래가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현재의 이야기 속에 삽입된다. 여기에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픔의 기억'은 억겁의 세월 동안 상처를 삭이며 둥글게 다듬어진 몽돌의 시간과 포개지면서 또 다른 시선을 열어주고, 역사적 상처의 깊이를 더욱 증폭시킨다. 외할머니에 대한 회상 역시 단순한 그리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여러 층위의 시간과 시각을 겹겹이 배치한 구성의 묘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미친 듯 절규하던 외할머니의 시간은 세월에 닳아 둥글어진 몽돌처럼 삭아가며, 아들이 좋아했던 빙떡을 굽는 일상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 기억은 다시 정방폭포와 몽돌의 이미지로 치환되면서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의미를 더욱 깊고 절절하게 드러낸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는 인간 보편의 정서에 닿으며 독자의 감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 속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존재 인식의 변화를 완성한다. 이 작품 역시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 속에 4·3사건의 기억과 정방폭포, 몽돌, 외할머니의 삶을 차례로 포개어 놓은 뒤 다시 현재로 복귀한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삶을 짓눌러 온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거듭난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서로 긴밀하게 호응하며 의식의 전환과 인식의 확장을 이루고, 마침내 존재의 재구성이라는 입체적인 성취에 이른다. 이 수필의 문장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몽돌처럼 세월에 다듬어진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라는 결말의 문장은 4·3의 상처를 품고도 끝내 화해의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낸다."라는 문장은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미상관을 완성하면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미래의 희망으로 독자를 이끈다. 정방폭포의 수직 낙하에 담긴 숙명적 체념과 비움은 몽돌이 품어온 억겁의 시간과 만나 4·3의 눈물로 흘러내리고,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을 비워낸 자리에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미래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역사적 기억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키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오인순의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오수에 빠진 정방폭포 앞바다가 기지개를 켠다. 질퍽한 갯내가 쏟아진다. 바람 없는 굼뉘는 광목 치마를 펼친 듯한 해안선을 따라 일렁일렁한다. 경계가 사라진 수평선 물띠가 허공을 부둥켜안고 대답 없는 고요를 흔들어 댄다. 배롱나무 붉게 피었던 꽃자리의 숨결이 소리를 죽이고 바다로 흐른다. 역사 기행 나들이하던 날, 임철우 소설가 「돌담에 속삭이는」 작품 속 배경 장소인 정방폭포에 머물렀다. 계단 입구 ‘정방폭포 4ㆍ3 학살터’ 안내판이 또렷하다. 잠시 머뭇거리다 발을 멈춘다. 군부대 정보과에서 취조받던 주민 중 즉결 처형 대상자 255명이 무고하게 이 아름다운 해안절벽에서 스러졌다니. 온몸에 얼음 같은 소름이 확 돋는다. 놀란 내 심장이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뛴다. 코로 역겨운 피비린내가 솔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듯하다. 굽이치는 파도 소리에 잊지 못하는 이름들이 너울거린다. 영문조차도 알지 못하고 죽어간 영혼의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 무너진다.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픈 기억의 흔적들이 몽돌에 내려선다. 몽돌의 문양에서 억겁의 풍화가 느껴진다. 어둠의 심해에서 잠들었던 시간, 유구한 세풍에 뭉개 짓이기며 많은 상처를 안으로 삭인 몽돌. 비릿한 젓갈처럼 절규하던 4ㆍ3 영혼과 절인 세월이 얼마나 깊었을까. 지난 시간의 무늬가 바다 울림소리로 들린다. 그 울림은 바닷속에서 뒤척이며 다 들려주지 못한 숨비소리 같은 애절한 노래이리라. 몽돌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물 밖 세상을 그리워한 생채기가 내 몸에서 털어내지 못한 멍 자국처럼 애처롭다. 잔물결 춤추듯 밀려오는 파도가 몽돌 위에 짜디짠 하얀 물거품을 게워놓는다. 몽돌은 멍든 가슴을 열어놓고 초연한 듯 고요하게 받아들인다. 어찌할까. 몽돌은 서글픈 영령처럼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게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4ㆍ3사태로 두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의 초점을 잃어버린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두 아들. 젖은 맨발로 미친 듯 찾아다니시던 할머니의 애끓는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자식도 잃고 고향도 잃어 숨죽이며 “속솜ᄒᆞ라” 통곡하던 그 눈물이 정방폭포에 젖는다. 가슴에 터진 구멍은 무엇으로 메우며 흐르던 눈물은 누가 닦아 주랴. 시절을 원망할 수도 없고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아들이 좋아하던 빙떡 지지던 할머니가 아픔으로 다가선다. 비단 같은 폭포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다로 거침없이 떨어진다. 병풍 같은 천상만태의 검은 절벽이 정방폭포를 품으며 칼로 벤 듯 속살을 드러낸 채 침묵으로 서 있다. 수천 년 전 들끓던 마그마 분화구가 솟구쳐 시뻘겋게 요동치던 흔적인 주상절리다. 미끈하게 깎아지른 수직 암벽이 수려하다. 부서지고 찢기면서도 바람으로 말하고 밀려온 하얀 물거품을 받아내며 외롭게 서 있다. 어느 조각가가 저리 거대한 작품을 경이롭게 빚어낼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싼 소남머리 풍경까지 어우러지니, 마치 자연이 빚어낸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하다. 폭포는 소남머리 절벽 아래로 따스했던 봄의 시절을 기다리며 역동적으로 쏟아낸다. 해안 절벽 위에 소나무가 많아서일까. 폭포의 물줄기가 붓끝에서 단숨에 내려그은 듯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우렁찬 우렛소리 물줄기가 정령들의 통곡하는 울음처럼 강렬하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 심장을 두드리며 전율한다. 가슴 밑바닥에서 풀무의 불씨 같은 동계(動悸)가 서서히 일기 시작한다. 조용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운명에 굴복할 수 없는 듯 두려움 없이 토해내고 있다. 깊은 내면을 두드리며 포기할 수 없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살이 고통과 슬픔이야 어디인들 없으랴. 정방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어둠과 절망뿐이었던 소남머리가 푸른 바다를 응시한다. 언젠가 읽었던 기사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부모님이 마지막 죽기 전 주먹밥을 건네주던 곳, 소남머리.’ 비애가 차고 넘치는 칭원함이야 어찌 다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통한의 세월을 폭포에 묻은 채 살아온 날들이 매운 바닷바람처럼 쓰고 아리다.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물떠러지가 왜 아프지 않았겠는가.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비단처럼 고운 물빛이 애련하다. 빗살무늬 번지는 해안선을 걸어가는 무리의 여자들을 본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바다를 걷고 있다. 양팔을 벌리고 깔깔거리며 얽어매던 삶의 고통과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있다. 딸의 죽음으로 아파하던 어머니의 슬픔을 푸른 바다색으로 희망을 불어넣고자 했던 피카소처럼, 바람을 가르듯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걷고 있다.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하늘을 태우며 붉게 물드는 까치놀이 수평선에 걸쳐진다. 간물때에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너울에서 할머니의 마음도 읽힌다. 정방폭포는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도 보듬고 비워내며 물 한 방울조차도 흘리지 않고 바다로 떠나보낸다. 행인들 놀던 자리의 물거품이 꽃처럼 피어나며 등불 켠 밤이 가만가만 드리워진다. 비경의 정방폭포에 서린 아픔을 물줄기 털어내고 나니 소남머리에서 솔바람 향기가 날아든다. <한국산문 2026년 4월호> ❚오인순 △《문학청춘》신인상(2017년), △《에세이문학》추천완료(2020년) △탐라문화제 전국글짓기공모전‘한라상’, △한국해양재단 주최‘해양문학상’은상 수상 △<제주헤럴드>‘화요에세이’, △‘오여사의 수랏간, 그 유혹‘ 필진 △수필집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그날은 빙떡도 웃었다』,공저『흔들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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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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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김정애/ 문학평론가 홍정현의 수필 「나비의 결심」은 미물의 미세한 몸짓에서 존재론적 진동을 길어 올리는 고도의 정신적 사건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심층 구조를 관통하는 핵심은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라는 선언적 도약에 있다. 작가는 시적 텍스트(박형준의 시)라는 매개를 통해 6년 전 공원에서 목격한 네발나비의 ‘찰나의 멈춤’을 소환하는데, 이 멈춤은 물리적 정지가 아니라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난 격렬한 사유의 소용돌이이자 실존적 결단이다. 이 작품을 입체적이고 신선하게 만드는 매력은 구조적 양식에 있다. 작가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Charles Lamb)이 즐겨 썼던 ‘액자구성(Frame Narrative)’의 묘미를 영리하게 변주한다. 램이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기억이나 환상 속 인물과 내밀하게 대화하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듯, 이 수필 역시 외부 액자인 ‘현재(박형준의 시를 읽는 서재)’가 내부 액자인 ‘과거(6년 전 나비를 목격한 공원)’를 감싸 안는 형태를 취한다. 박형준의 시 속 토끼의 멈춤은 6년 동안 작가의 무의식에 안착해 있던 네발나비의 멈춤을 깨우는 서사적 열쇠(Trigger)가 된다. 외부 액자의 시적 각성은 내부 액자의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건'으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중첩 구조는 작품의 서사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이러한 액자의 중심부에서 작동하는 첫 번째 축이 바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Durée)’의 미학이다. 내부 액자 속 나비가 방향을 바꾸기 직전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추었던 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시계의 시간(물리적 시간)’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시간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포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본질을 확장해 가는 ‘내적 지속의 시간’이다. 베르그송은 대상을 외부에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그 유일무이한 생명력과 동화되는 것을 ‘직관’이라 불렀다. 작가는 나비의 외형적 궤적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관을 통해 나비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짧은 머뭇거림 속에 응축된 생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여는 열쇠다. 방향을 잃고 머뭇거리는 시간, 계속 나아갈 것인지 되돌아설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순간, 존재는 이미 생각의 형식 속에 들어간다. 하강은 욕망이고, 정지는 사유이며, 상승은 결심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존재론적 비유를 구축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에 의하면 상승은 단순히 물리적 위치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이 물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초월적 의지다. 쓰레기와 나비라는 불협화음의 공간 속에서, 나비는 중력에 순응하는 낙하를 거부하고 제 힘으로 상승을 선택한다. 이 ‘어려운 결심’의 정경은 독자에게 짜릿한 존재론적 해방감과 깊은 정화의 체험을 안겨준다. 이러한 초월이 개인의 독백으로 끝나지 않고 보편적 울림을 획득하는 배경에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동감(Sympathy)’ 이론을 빌릴 수 있다. 스미스는 인간이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처지 속으로 들어가 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작가의 시선은 아기의 아장아장 걷는 걸음(인간의 세계)에서 시작해 네발나비의 낙하(자연의 세계)로 이동하고, 마침내 외부 액자로 돌아와 ‘망설임’과 ‘외로움’이라는 실존적 감정에서 나비와 완벽하게 합치된다. “걸어온 길에서 문득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의 외로움을 나비에게서 읽어내는 동감 능력을 통해, 나비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인생의 기로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인간 주체의 은유로 격상된다. 결국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은 인간 중심적인 지각의 틀을 깨고, 세계의 미세한 틈새에 깃든 존재들의 사유를 포착해 낸 수작이다. 작가는 찰스 램 식의 유연한 액자 구조 속에서 나비의 찰나적 망설임을 내면의 지속으로 붙잡아 두고, 하강의 현실을 상승의 결심으로 돌려세우는 존재론적 구성을 정교하게 완성해냈다. 이 수필이 남기는 깊은 진동은 나비의 날갯짓 속에서 자신의 외로운 발걸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비상하게 되는 실존적 공명이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생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강학회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사유와언어문학상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박형준의 시 〈토끼의 서성거림에 대하여〉을 읽다 불현듯 공원의 나비가 떠올랐다. 뛰다가 멈춘다 토끼는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제 발등을 향해 숙이고 한참을 멈추어 있다/ 저런 걸 생각이라고 하나/ 산책로에 나와서까지 뛰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도 그 순간 토끼처럼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그날의 나비는 쓰레기통을 향해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을 공원에는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도 한 가족이 돗자리 위에 도시락을 한가득 펼쳐놓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기의 걸음을 따라가던 내 눈길에 걸린 나비의 모습이 이상했다. 살아 움직이는 것의 낙하는 그게 무엇이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게 된다. 물론 나비는 날개가 있으니 괜찮겠지만 새도 아니고 벌도 아닌 나비의 낙하라니. 새나 벌의 날쌘 비행과 방향 변화는 익숙하지만, 나비는 아니지 않은가. 꽃잎처럼 여린 날개로 살랑살랑 유영하는 모습은 ‘속도’라든지 ‘급회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비의 날갯짓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던가. ‘때로 아아 오오 우우 그런 비명들이 짊어진 세계여/ 때로 아련함이여’ 허수경의 시 〈저 나비〉라든가,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라고 말하는 김선우의 〈나비 한 마리로 앉아〉 등. 시는 나비의 가벼운 몸짓이 결코 가볍지 않은 생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공원의 나비도 그랬으리라. 얇은 날개의 움직임 속에 어떤 은유의 무게가 담겨 있는 듯했다. 쓰레기통을 향해 추락하듯이 내려가던 나비는 네발나비였다. 네발나비는 철제 쓰레기통의 녹슨 부분처럼 탁한 갈색 날개를 나풀거리고 있었다. 분명 쓰레기통 안에는 나비의 먹이가 될 만한 것이 있었을 거다. 마시다 만 음료수 같은 것들. 아, 쓰레기와 나비라…. 두 단어가 내 안에서 버석거리고 있던 그때, 급하게 하강하던 나비가 돌연 제 자리에서 멈칫거렸다.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나비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팔랑팔랑 위로 올라가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6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다. 기억 속 시간은 절대성을 상실해 나비가 그린 궤적에서 정지의 순간만 길어졌다. 거기에 나는 머물고 있었다. 그날의 나비가 내 기억에 안착해 때때로 나를 건드렸던 건 왜일까? 그 질문을 마음 한편에 두고 지냈다. 그러다 박형준 시를 읽고 깨달았다. 그건 ‘생각’이었다고. 시인이 토끼의 멈춤을 ‘생각’이라고 했듯이 그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고. 성충으로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네발나비는 늦가을의 만찬을 꿈꾸며 아래로 아래로 하강하다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망설였다. 공중에 있는 나비의 망설임은 토끼나 사람처럼 오래 끌 수 없었다, 길게 멈출 수가 없었다. 찰나의 머뭇거림 끝에 나비는 다시 날아올랐다. 중력에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분명 내려가는 것보다 더 어려울 터. 애잔한 날개를 한 번 퍼덕거리고 또 퍼덕거려 하늘로 비상했다. 그 어려운 결심의 정경,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 걸어온 길에서 문뜩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돌아갈 것인가’의 결정은 오직 혼자만이 할 수 있다. 멈춘 발걸음의 외로움. 그 아득한 순간이 그날 나비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내 마음이 닿았다. <에세이문학 2025년 여름호> ▮홍정현 《한국산문》 2013년 등단. 《한국산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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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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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2) 송명화 ‘결핍의 재해석, 공존의 발견’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2)송명화‘결핍의 재해석,공존의 발견’ 박서정의 ‘충영’ 울산문학 26년 봄호 송명화/ 문학평론가 <충영>은 코털과 충영이라는 일상적이고 비문학적으로 보이는 소재를 통해 삶의 의미를 탐색한다. 치밀한 관찰력과 상상력, 깊이 있는 사유가 조화를 이루며, 우연한 발견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킨 성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수필은 짧은 산문으로서 발견의 문학, 성찰의 문학, 공존의 문학이라는 지향점을 가진다. 이에 걸맞게 이 작품은 개인적 체험을 생태적 공존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고 있다. 코털, 코감기, 충영 등 매우 사소하고 평범한 소재에서 출발하여 존재의 이유, 결핍과 충만, 공존과 관계성이라는 보편적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었다. 작가는 나뭇잎을 자신의 몸 일부를 내어주어 다른 생명을 품는 존재, 달리 말해 타자를 수용하고 책임지는 존재로 본다. 충영을 나무가 벌레의 종족 번식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잎이 자신을 갉아 먹을 벌레의 산란까지도 품는 현상을 “의미 있는 생산적인 일”로 해석한다. 그런데 방어의 증표로 잎이 몸의 일부를 제공했다거나 잎에 털이 적어서 충영이 생기기 쉬웠다고 보는 입장은 생물학적인 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작가는 빈약한 코털로 인한 빈번한 코감기라는 자신의 체험을 소환하여 충영을 대비시킴으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 즉 공존이라는 큰 가치를 내세우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비약은 치밀한 경험의 축적과 자연스러운 사유의 전개를 통해 문학적 설득력을 획득한다. 마침내 잎은 고통을 감수하는 존재로 새롭게 의미화되며, 이는 ‘타자를 위한 자리를 내어줌’이라는 점에서 레비나스의 윤리학과 접점을 갖는다. 이 작품의 문장은 쉬우면서도 수필 특유의 서정적 정서가 살아 있다. “물소리를 들으니 그것이 씻겨 내려간 듯 시원했다” “잎들이 서로 맞닿으며 잔잔한 시니피앙을 빚어냈다” “낙엽이 되어서도 자랑스러운 훈장을 단 것처럼” 등의 표현은 산문에 시적 울림을 부여한다. 작은 보폭으로 관찰과 사유를 쌓아 올리는 차분한 진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드러내며, 절제된 문체는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와 사유의 방식을 문장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코털이 빈약한 신체적 결핍에서 출발한 사유는 충영을 통해 결핍과 취약함이 오히려 다른 생명을 품고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는 데 이른다. 결핍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작가의 시선은 제재와 어우러진 꾸밈없는 소박한 문장 속에서 더욱 빛난다. 작가는 충영을 품은 나뭇잎의 고단함에 주목한다. 거기서 가파른 벼랑을 몇 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네 고된 삶을 보는 것은 존재의 아픔을 감싸는 동류의식의 발로다. 이는 ‘충영의 유무와 수에 따라 인생의 무게들이 깊게 얕게 얹혔다’는 핵심 주제문장에 응축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또한 “나뭇잎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머리 가까이에서 하늘거렸다”에서 나뭇잎이 빚은 시니피앙을 해독하는 것은 작가의 역할이었다. 결국 작가는 ‘나뭇잎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충영이라는 존재를 통해 읽어낸다. 식물의 따뜻한 희생과 벌레의 안전한 기생이 생태계를 이어나가는 진리임을 찾아내고 이를 나뭇잎의 훈장으로 치환한것이다. 바위가 위로를 건네고, 나뭇잎이 말을 걸며, 충영이 삶의 의미를 품은 존재로 읽히는 것은 작가가 자연을 인간의 해석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의미를 생성하는 생명의 동반자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필 <충영>은 코털이라는 사소한 신체 경험을 충영이라는 자연 현상과 연결하여 결핍과 관계, 상호의존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일상의 체험을 생명의 관계성에 대한 철학으로 확장시키며, 작은 발견에서 큰 성찰을 길어 올리는 수필의 미학을유감없이 보여준다. 한마디로결핍을 생명의 본질적 조건으로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전환해낸 명수필이라고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충영 박서정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코안에 있는 털 한 올까지도 그렇다. 나는 코감기에 자주 걸리는 편이다. 의사는 그곳을 들여다보고 병에 걸리기 쉽게 생겼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려다 얼마 전 거울을 통해 본 콧속이 생각나 스스로 답을 내렸다. 코털이 빈약해서일 것이라고. 며칠 전에는 또 코 밖으로 삐죽 나온 털까지 뽑았으니, 허점을 노린 세균이 재빨리 침범해 붓고 염증도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된다. 봄이 익어갈 무렵 코감기에 걸린 채 지인 몇 명과 인근 계곡으로 갔다. 물이 한들한들 흘러가는 그곳에는 우리가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넓적 바위가 있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 차선 변경을 하다 뒤차가 경적을 크게 울려 멈칫 놀랐었는데 이제야 후유증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채 급히 이동하던 우리의 잘못이 컸지만, 성난 기계음으로 세차게 협박을 받아, 식도에 음식이 걸린 듯했었다. 이곳에서 걸림돌 없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니, 그것이 씻겨 내려간 듯 시원했다. 일행과 물 흐름을 더욱 느끼고 싶어 바위에 귀를 대고 모두 누웠다. 차가운 느낌의 바위가 먼저 느껴졌지만, 그런 자세로 물소리를 들으니 더욱 자연과의 내밀한 소통을 하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세상사에 지친 마음을 바위에 풀어놓으니, 그게 바로 삶이라고 딱딱하면서도 단단한 말로 위로해 주었다. 엎드려 있던 자세에서 다시 바로 누웠다. 참 오랜만에 마주 대하는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림 속에서 사진 속에서 자주 만났던 구름은 흩어져 있기도 하고 뭉쳐 있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각자 자신의 삶터를 지키다 이번에 저 구름처럼 뭉치게 되었다. 누우니 좋다는 지인은 더 누워 있겠다고 했다. 바위에 다시 앉은 나는 지인의 코안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무성한 까만 털이 가득했다. 먼지 한 톨도 점막에 닿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빈틈없는 방어막처럼 보였다. 순간 코안의 털조차도 사람마다 다름을 알고 또 다른 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에게 부족한 게 상대에게 있고 상대에게 부족한 게 나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인지했다. 머리털이 많은 나를 지인은 늘 부러워했는데 지금은 그녀의 치밀한 코털로 인해 상황이 역전되고 있었다. 지인은 빽빽한 털 덕분인지 코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안이 헐빈한 나는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면 코를 막는다. 청소기를 돌릴 때면 미세먼지가 들어갈까 봐 마스크로 방어한다. 하지만 마스크가 귀찮을 땐 숨을 참아가면서 힘들게 청소를 끝내기도 한다. 먼지로 인해 점막 보호를 위한 재채기가 곧바로 나온다. 털이 많은 사람에 비해 나의 재채기 반응은 빠른 편이다. 계곡 주변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햇살을 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거기 아래에 바짝 앉았다. 나뭇잎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지 머리 가까이에서 하늘거렸다. 잎들이 서로 맞닿으며 잔잔한 시니피앙을 빚어냈다. 잠시 눈을 감고 음미하다 다시 눈을 뜨고 나뭇잎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잎에 툭툭 불거진 혹들이 보였다. 그것은 충영蟲癭이었다. 평소에는 녹색의 나뭇잎에 봉긋봉긋하게 돋아난 것을 보고 잎에도 열매가 달리나 하고 의아해했는데 그것이 나뭇잎을 살려내기 위한 방어의 증표라니 아이러니했다. 식물체에 곤충이나 진드기가 산란 기생하여 그 결과로 이상 발육된 것을 벌레혹이라고도 한다. 생물의 종족 번식을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제공해 주는 나무의 마음이 크게 다가왔다. 세균에게 자리를 내준 콧속이나 곤충과 진드기를 위해 터전을 마련해준 나뭇잎은 같은 듯하면서 분명 다른 점이 있었다. 어떤 나뭇잎에는 충영이 다섯 개도 있었고 더 많게도 있었다. 나뭇잎이 벌레에게 자신의 몸 일부를 빌려주는 게 자연의 섭리이겠지만 식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마다 이 세상에 남기는 흔적이 다르듯 나뭇잎 또한 그랬다. 모든 잎에 충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곤충에 의해 선택이 된 것에만 수를 달리하면서 부풀어 있었다. 한 잎에 유난히 많은 충영으로 인해 그 잎의 고단함이 짐작되었다. 가파른 벼랑을 몇 번이나 오르내려야 하는 우리네 고된 삶을 보는 듯해 마음이 쓰였다. 충영의 유무와 수에 따라 인생의 무게들이 깊게 얕게 얹혔다. 코털 같은 털이 나뭇잎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면 빈틈을 찾지 못한 곤충들은 산란을 할 수가 없다. 잎이 매끈하고 평평하기에 알을 낳고 기생을 한다. 털이 빈약해 이물질 침범이 잘 되는 나의 코가 이 나뭇잎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뭇잎에는 털이 없어 벌레의 산란 장소로 적합하고 나에게는 코털이 적어 세균의 침입이 쉽다. 나뭇잎의 장점으로 벌레들의 서식처가 되고, 내 콧속의 단점으로 세균이 자란다. 이렇게 보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은 결과적으로 닮은꼴이 된다. 다른 게 있다면 나뭇잎은 의미 있는 일,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거다. 혹이 돋아난 잎과 멀쩡한 잎은 차원이 다르다. 무거운 등짐을 진 채 한 생을 살아냈는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가뿐한 삶을 살아냈는지, 눈으로 바로 파악이 된다. 생태계에 유익한 일조를 하고, 갈 때가 되어 홀연히 떠나는 나뭇잎들은 얼마나 위풍당당할까. 뭔가를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으로 인해 뒷모습까지도 의기양양할 것 같다. 끝까지 소임을 다하고 낙엽이 되어서도 자랑스러운 훈장을 단 것처럼 떳떳한 모습을 잃지 않을 것이다. 너럭바위에서 충영이 있는 나뭇잎을 살짝 매만진다. 푸른 충영은 가을이 되면 언제나 그렇듯 또 갈색으로 변할 것이다. 충영에는 식물의 따듯한 희생과 벌레의 안전한 기생이 함께 공존한다. 답답한 나의 콧속과 달리 혹 안에서의 호흡은 걸림돌 없이 평화롭다. ▮박서정 주요 약력 △ 2007년 《문학세계》 수필, 2024년 《월간문학》 소설 등단 △ 시흥문학상, 백교문학상, 함월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울산수필가협회, 울산중구문학회 회원△ 수필집 <숨긴 말을 해> <격상> <통하니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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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2) 송명화 ‘결핍의 재해석, 공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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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권대근 교수의 이명지 작품론 '해석학적 전유와 재구성의 미학'
- 이명지 작품론 해석학적 전유와 재구성의 미학 권대근 문학박사, 중국 하북미대 객좌교수 Ⅰ. 로그인 수필가 이명지는 프롤로그에서 “책을 읽는 일은 누군가의 삶을 잠시 빌려 걷는 일이다. 그 속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으며, 까닭 모를 울림도 있다. 나보다 먼저 무엇을 알아채고, 내 안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문장들, 그 만남이 깊을 때 그냥 거기 걸음을 멈추고 오래 서성거렸다.”라고 썼다. 이 고백은 단순한 독서 예찬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문장을 통과해 결국 자기 삶의 자리에 도달하려는 한 수필가의 태도 선언에 가깝다. 이명지에게 책은 지식을 축적하는 대상이 아니라, 먼저 살아본 이의 시간을 잠시 빌려 자신의 시간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그래서 그녀는 문장을 ‘읽는다’기보다, 그 문장 앞에 서서 자신을 ‘읽힌다’고 말한다. 타인의 삶을 걷다가 문득 멈춰 서성거리는 순간, 독서는 감상이 아니라 성찰이 되고, 해설은 해석을 넘어 자기 고백으로 확장된다. 이 산문집 <그리고 나를 읽었다>에 실린 시, 시조, 동시, 수필, 소설 등에서 발췌한 명문의 토막 역시 그러한 독서 태도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각각은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하지만, 끝내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나의 자리’다. 인용은 출발점일 뿐 중심은 해설하는 주체의 삶이며, 타인의 문장은 자기 생의 국면 속에서 다시 의미를 얻는다. 그러므로 이명지의 산문을 읽는 일은 단순히 작품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이 문학을 매개로 어떻게 자신을 성찰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목도하는 일이다. 본고는 60여 편의 산문을 매개로 전개된 이명지의 산문세계를 하나의 비평적 시야 안에서 통합적으로 조망하려는 시도이다. 그녀의 글은 형식상 특정 작품을 읽고 감상을 덧붙이는 ‘해설’의 외양을 띠지만, 실제로는 인용문을 경유하여 자기 삶을 재해석하고 현재의 존재를 재정립하는 성찰적 글쓰기라는 점에서 독자적 위상을 지닌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서 시작된 ‘비뚤어질 권리’의 재해석, 한혜경의 <시간의 걸음>을 통해 확장된 기다림의 윤리, 김연수의 <디 에센셜 김연수>에서 길어 올린 시간 의식,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을 매개로 한 유년의 상처 직면 등은 모두 인용문에 대한 반응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의 재서술이다. 이명지 산문의 핵심은 ‘읽기’에 있지 않고 ‘다시 쓰기’에 있다. 그녀는 텍스트를 수용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을 자기 생애의 맥락 속에 옮겨 심는다. 이 과정에서 인용은 권위가 아니라 촉매가 되며, 해설은 감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탐색으로 확장된다. 그녀의 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글의 주제보다는, 그 글들을 관통하는 해석 방식과 문체적 특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작가적 태도를 범주화하여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Ⅱ. 클릭 1. 인용의 전유와 재맥락화 이명지 산문에서 인용은 결코 장식적 장치가 아니다. 그녀는 원문을 인용한 뒤 그것을 해설하는 위치에 서지만, 그 해설은 텍스트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미를 이동시키고 확장하는 적극적 행위로 나타난다. 예컨대 하완의 ‘사십’이라는 나이를 ‘육십’으로 치환하는 대목은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해석의 주체적 개입이다. “육십 대도 한창 비뚤어질 나이다”라는 선언은 원문을 반복하는 대신, 자신의 생애 단계에 맞게 다시 구성한 결과다. 이는 독서 행위를 창조적 재배치로 전환시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유의 태도는 다른 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연애를 ‘자가 발전적 환상’이라 정의한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식, 외로움을 고독이라는 능동적 상태로 재해석하는 방식, ‘담장’이라는 시적 이미지를 결혼과 글쓰기의 경계 허물기로 확장하는 방식은 모두 원문의 의미를 삶의 맥락 속에서 다시 조직한 결과다. 특히 공광규의 <담장을 허물다>를 다룬 글에서 담장은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관습과 자기검열의 은유로 변모한다. 인용은 시의 맥락을 벗어나 여행지의 체험, 이혼의 기억, 글쓰기의 자의식과 결합한다. 이처럼 인용문은 더 이상 고정된 의미를 지닌 텍스트가 아니라, 화자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기호가 된다. 이명지의 글에서 인용은 권위를 빌려오는 행위가 아니라, 권위를 해체하고 재배치하는 행위다. 그녀는 원문을 존중하되 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독자는 인용문을 읽는 동시에, 그것이 화자의 생애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목격한다. 이 지점에서 그녀의 산문은 독후감과 구별된다. 독후감이 텍스트에 대한 반응이라면, 그녀의 글은 텍스트를 매개로 한 자기 재구성이다. 그녀에게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요약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시 배열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인용문은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 된다. 문장을 해설하는 동안 그녀는 결국 자기 내면의 결을 드러내고, 그 결을 통해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 이처럼 읽기와 쓰기가 하나의 순환을 이루는 자리에서, 이명지의 산문은 비평이면서 동시에 삶의 기록이 된다. 2. 자기고백과 체험의 서사화 자기고백을 중심에 둔 서사화 전략에서 이명지의 글은 문학적 힘을 갖는다. 기형도의 시를 통해 유년의 상처를 소환하고, 심리치료 장면과 겹쳐 놓는 대목은 문학이 개인의 무의식을 호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용문은 기억을 여는 열쇠로 기능하며, 글은 그 기억을 따라 서사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귀 세 대’라는 구체적 사건을 드러내며 상처의 근원을 직면한다. 자식의 딩크 선언을 다룬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내 인생을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라는 고백은 부모로서의 상실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 솔직함은 글을 도덕적 훈계로 흐르지 않게 한다. 그녀는 자식을 설득하는 대신,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한다. 그리하여 ‘관여’와 ‘간섭’의 경계를 성찰하게 된다. 이명지 산문의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그녀는 타인의 선택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해부한다. 그 해부는 과장되지 않고 일상적이며, 그렇기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독자는 그녀의 글에서 완성된 교훈이 아니라, 진행 중인 성찰을 만난다. 감정은 결론을 향해 단정적으로 정리되기보다, 흔들림과 망설임의 과정을 드러낸 채 제시된다. 이러한 ‘과정의 노출’은 글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겹쳐 보게 만든다. 즉 고백은 사적인 토로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 공감의 통로로 확장된다. 더 나아가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탐색한다. 이 성찰의 시선은 감정을 즉각적인 판단으로 환원하지 않고, 시간의 층위를 따라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는 단정 대신 질문이, 확신 대신 사유의 여백이 남는다. 바로 그 여백이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비추어 보게 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또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의 사례를 다룬 글에서도 감정은 직접적 영웅 숭배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저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 텐데”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쟁의 인간적 얼굴을 상기시킨다. 역사적 사실은 개인적 감정과 만나 윤리적 성찰로 변모한다. 이처럼 이명지의 해설은 사건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자기 삶에 던지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그녀는 영웅의 결단을 찬양하기보다, 그 결단이 남긴 삶의 무게를 함께 사유하려 한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도 한 사람의 아버지, 한 가족의 시간이 있었음을 환기함으로써 역사를 인간의 얼굴로 되돌려 놓는다. 그 결과 독자는 거창한 이념보다 구체적인 삶의 온기를 먼저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의 자기 고백은 단순한 체험담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진정성의 미학으로 자리한다. 3. 이미지 중심의 상징적 사유 이명지 산문은 추상적 명제를 곧바로 제시하기보다 구체적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작약과 아이리스의 대비는 욕망과 균형을 상징하며, 장마당의 냉이와 달래, 막걸리와 두부의 열거는 삶의 구체성을 촘촘히 직조한다. 이러한 사물의 구체성은 사유를 감각의 층위로 끌어내린다. 이정록의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를 다룬 글에서 ‘꽃을 심는 일은 시간을 심는 일’이라는 비유는 글쓰기와 삶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꽃은 기다림과 희망의 총합이며, 언어는 장마당에서 길어 올린 생의 파편들이다. 그녀는 저잣거리의 언어를 주워와 심는 행위를 통해 문학을 생활의 연장선에 둔다. 그리하여 추상적 ‘문학론’은 구체적 흙냄새와 손의 감각 속으로 스며든다. 사유는 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세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그녀는 반복해 환기한다. 이러한 이미지의 축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미 생성의 방식이다.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물과 나란히 놓일 때, 그 사이의 간극에서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 예컨대 비에 쓰러진 작약과 곧게 선 아이리스는 대비를 통해 삶의 태도를 묻는 질문으로 전환된다. 장마당의 소박한 음식들은 궁핍의 표지가 아니라 생의 질감을 드러내는 기호로 기능한다. 그녀는 사물을 통해 삶을 말하고, 삶을 통해 다시 존재를 묻는다. 이 순환 구조 속에서 이미지는 사유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된다. 따라서 그녀의 산문에서 사물은 배경이 아니라 주체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 형상이 먼저 독자의 감각을 두드리고, 그 뒤에야 의미가 천천히 떠오른다. 결국 이명지는 이미지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사유하도록 이끄는 우회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글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견갑골 등성이 아래 후미진 골짜기’라는 외로움의 이미지, ‘담장’과 ‘바다’의 대비는 모두 상징을 통해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이미지 중심의 사유는 설교적 어조를 완화하고, 의미를 독자의 감각 속에서 발생하게 한다. 물론 때때로 결말부 담론층에서 명제가 직접적으로 제시되며 여백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충분히 제시된 이미지의 층위가 사유의 기반을 형성하기에, 직설적 문장 또한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지를 통과해 도달한 명제이기에 일정한 무게와 밀도를 획득한다. 그녀의 글은 감각과 사유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지니며, 감각에서 출발해 존재로 나아가는 사유의 경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 설득 이전에 정서적 공명을 경험하게 만든다. 감각을 통과한 사유는 머리로 이해되기보다 몸으로 먼저 받아들여진다. 그리하여 이명지의 산문은 읽는 행위를 넘어, 느끼고 사유하는 체험의 장으로 확장된다. 4. 가치 지향과 삶의 실천성 이명지의 산문은 결국 삶의 태도로 귀결된다. ‘일일 일 사랑한다 말하기’라는 실천, 타인의 성장 속도를 존중하겠다는 다짐, 자식을 주연으로 세우는 연출가가 되겠다는 깨달음,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모두 문학을 삶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장면들이다. 그녀의 글에서 문장은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읽기의 순간이 곧 삶을 조정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녀의 산문은 관조적 사색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결단의 언어를 동반한다. 문학은 그녀에게 위안의 장르이면서 동시에 삶을 단련하는 훈련의 장이 된다. 이러한 태도는 문학을 현실과 분리된 영역으로 두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글은 쓰이는 순간 다시 생활 속으로 환원된다. 그 순환 구조 속에서 가치는 추상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그녀의 산문은 냉소보다 화해를, 단죄보다 이해를 선택한다.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 기다림을 통해 타인을 존중하려는 태도, 고독을 힘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는 일관된 가치의 축을 형성한다. 이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일상의 태도에 가깝다. 그녀는 타인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보다, 자신이 먼저 달라지겠다는 다짐을 앞세운다. 이러한 태도는 독자에게도 조용한 반성을 요구한다. 판단의 언어 대신 경청의 언어를 택함으로써, 그녀의 글은 갈등의 서사를 화해의 가능성으로 전환한다. 결국 이명지의 가치 지향은 타자를 향한 배려에서 출발해 자기 성찰로 되돌아오는 원형적 구조를 지닌다. 이 구조는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동행의 형식을 띤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은 독자를 훈계하기보다 곁에 앉힌다. 가치의 방향성은 설득의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숨결로 전달된다. 이러한 가치 의식은 문학을 도구화하지 않으면서도, 문학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인용문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글쓰기는 그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는 행위다. 이 점에서 그녀의 산문은 따뜻하고 실천적인 성격을 지닌다. 동시에 그 따뜻함은 감상적 낙관과는 구별된다. 상처와 갈등을 충분히 통과한 뒤에야 도달하는 온기이기에, 그 울림은 가볍지 않다. 문학이 인간을 완성시킨다고 단언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녀의 문장 저변에 흐른다. 그래서 그녀의 산문은 읽는 이를 잠시 멈추게 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여운을 남긴다. 결국 이명지의 글은 삶을 향한 다짐을 독자 각자의 자리로 되돌려 보낸다. 문학은 그 다짐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이자 촉매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 촉매 작용이야말로 그녀의 산문이 지닌 가장 중요한 가치적 의미라 할 수 있다. Ⅲ. 로그아웃 이명지는 독자를 깊은 산속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 깨끗한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가다. 그녀의 산문은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을 해설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상은 인용을 매개로 한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그녀는 텍스트를 능동적으로 전유하고, 자신의 체험을 서사화하며,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태도로 귀결시킨다. 이러한 네 가지 특징은 그녀의 글을 단순한 독서감상문과 구별되는 성숙한 미학적, 해설적 산문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인용은 더 이상 타인의 권위가 아니라, 자기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변화를 촉발하는 장치가 된다. 읽기와 쓰기가 하나의 윤리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그녀의 산문은 독자에게도 조용한 결단을 요청한다. 그녀는 문학을 빌려 삶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을 통해 문학을 다시 쓴다. 그리하여 장르를 넘나드는 여러 인용문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된다. 그것은 결국 자기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의지의 목소리다. 해설은 끝나지만 성찰은 끝나지 않고, 문장은 닫히지만 삶의 질문은 계속 열린 채로 남는다. 작가의 “아직 떫은 기가 빠지지 않은 내 삶에 단물이 배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글감을 만났을 때다. 가슴으로 스미는 문장과 조우했을 때다. 생의 단맛도 잘 익은 와인처럼 떫은맛과 적당히 어우러졌을 때야 바디감이 묵직한 진짜 맛이 났다. 문장이 삶과 만난 순간이었다.”라는 에필로그에서의 고백은 그의 산문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문장은 그녀에게 장식이 아니라 숙성의 시간이며, 삶을 깊게 만드는 발효의 과정이다. 이명지는 나름의 고유한 미적 향기를 담고 있는 작가다. 수필가 최민자는 표사에서, 이명지 산문을 읽으면 ‘행간의 쉼표에 올라앉아 단물 스민 문장들을 떠올린다.’고 썼고, 시인 공광규는 ‘이명지의 문장은 이명지의 일상과 사유와 고백과 자유가 만져지는 잘 익은 바디감 있는 문장이다.’라고 설파했고, 그녀의 절친 박미경은 ‘그녀가 원고를 낭독했고, 나는 의자에 기대어 듣다가 함께 목이 메어 몇 번이나 숨을 골라야 했다. 우리는 언어로 공감하는 오르가슴을 몇 번이고 즐겼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자리에서 글을 써 온 이들의 찬사는 한 사람의 문장이 지닌 밀도와 울림을 교차 증언한다. 그것은 단순한 우정의 덕담이 아니라, 실제로 읽고 흔들린 이들의 체험에서 비롯된 언어일 것이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행간에 머물고, 또 다른 이의 일상 속에서 숨결처럼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결국 이 헌사들은 이명지의 문장이 독자의 삶 속으로 건너가 오래 머무는 문장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60여 편의 연재를 쓰면서 한 권씩 책상에 쌓인 책이 100여 권이 넘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읽고 또 읽었는지를 증명한다. 주문한 책이 매일같이 대문 앞에 도착하고, 서재의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 반복 속에서 그녀는 유명세가 아닌 ‘마음에 말을 걸어오는 문장’을 붙잡았다. 그렇게 끌어안고 뒹군 시간은 뜨거운 독서의 체험이자 자기 형성의 과정이었다. 잘나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모두 그녀의 자식이 되었다는 말은, 인용과 해설이 결국 삶의 혈육으로 변모했음을 뜻한다. 결국 그녀의 산문은 타인의 문장에서 시작해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긴 순환의 기록이다. 문장이 삶과 만나는 순간, 독서는 더 이상 소비가 아니라 존재를 빚는 행위가 된다. 그리고 그 행위의 축적이야말로 이명지 산문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울림일 것이다. ▼이명지 수필가는 1993년 ‘창작수필’로 등단했으며, 한국디지털문학문협회작가회 회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수필집으로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중년으로 살아내기’, 산문집 ,‘낮술’, ‘그리고 나를 읽었다’가 있다. 제6회 창작수필문학상, 제42회 조연현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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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권대근 교수의 이명지 작품론 '해석학적 전유와 재구성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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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0), 최순덕 ‘오방색의 이미지를 통한 눈물의 미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30) 최순덕 ‘오방색의 이미지를 통한 눈물의 미학’ 최남미 ‘색色; 65일간의 기록’ 최순덕 / 수필가, 평론가 눈물의 색은 무슨 색일까. 최남미 작가는 수필 「색; 65일간의 기록」에서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의 사그라지는 생명의 불꽃을 지켜보며, 끝내 쏟아내지 못한 눈물을 다섯 가지 색으로 그려낸다. 작가의 눈물은 곧 오방색이다. 그는 슬픔을 직접 진술하기보다 색채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독자의 정서를 환기하고 내면에 새로운 경험을 형성한다. 그 결과 독자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 깊은 미적 울림을 체험하게 된다. 이는 좋은 문학이 사건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내면에서 새롭게 탄생한다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수필은 인식과 형상의 복합체다. 경험과 사유가 표현의 대상이라면, 그것을 배열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이 곧 구성이다. 최남미의 「색; 65일간의 기록」은 투병과 사별의 시간을 검을 현(玄), 붉을 주(朱), 누를 황(黃), 푸를 청(靑), 흰 백(白)의 오방색으로 풀어낸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만약 이 글이 하루하루의 사실만 기록한 글이었다면 단순한 간병기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어머니의 혼령이 부디 좋은 곳으로 춤추듯 떠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음양오행의 오방색을 의도적으로 작품 구조에 접목하였다. 이를 통해 미학성과 철학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제재를 치밀하게 성찰하고 충분히 숙성시킨 끝에, 작가는 오방색이라는 전통적 색채 체계를 통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메타수필적 성격을 띠며 독자의 감동을 효과적으로 견인한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형상화하느냐에 있다. 상상력은 현실을 벗어나는 능력이 아니라 현실을 더욱 깊이 경험하게 하는 힘이다. 문학은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드러내고, 독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과 존재를 확장한다. 최남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과정을 색채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의 첫 문장인 "말갛기만 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에서 '먹구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가족에게 드리운 불안과 절망의 상징이다. 검은색의 시각적 이미지는 무거운 슬픔의 정조를 형성하며 독자를 작품의 정서 속으로 끌어들인다. 베르그송의 지속(durée) 개념에 비추어 보면, 문장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의미는 앞뒤 문맥과 독서의 시간 속에서 점차 확장되고 심화된다. 따라서 뒤이어 제시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라는 문장에서 '비'는 단순한 비가 아니라 어머니와 가족의 눈물로 읽힌다. 동시에 평온했던 일상을 무너뜨리고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거대한 변화를 암시하는 징후로도 작용한다. 독자는 이 이미지를 통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비극을 예감하며 작품 속 시간의 흐름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비의 이미지는 이후 몸속에서 번져가는 암세포의 형상과 겹쳐진다. 검게 번져가는 병마의 기운은 참깨가 썩어가며 검은 자국을 넓혀가는 모습으로 전이되며, 검은색의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킨다. 또한 "잉걸불처럼 타오르는 열정", "붉은 울음을 토했다"와 같은 표현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을 위해 가을걷이와 월동 준비를 서두르는 어머니의 모성과 사랑을 상징한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 속에서도 끝까지 타오르는 의지를 붉은색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어지는 "누렇게 뜬 얼굴과 귤", "청색으로 변한 손발톱과 파랗게 질린 얼굴" 등의 표현은 색채의 대비를 통해 육체적 고통과 정서적 비애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색채 이미지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작품의 마지막 문장인 "허망하게 떠난 엄마를 품어주려고 하얀 눈이 사락사락 내리나 보다."는 특히 인상적이다. 이 문장은 떠나는 어머니를 향한 딸의 간절한 기도이자 남겨진 자의 사랑을 담고 있다. 작품은 검은색으로 시작하여 흰색으로 끝난다. 죽음의 어둠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마침내 정화와 위안의 흰빛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65일 동안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함께 눈물의 강을 건너온 시간은 결국 희망과 화해의 색으로 승화된다. 베르그송이 말한 지속과 의식의 흐름이 오방색의 이미지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되며, 독자는 그 흐름을 따라 슬픔과 사랑, 상실과 위안의 과정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최남미의 「색; 65일간의 기록」은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오방색이라는 상징 체계로 치밀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색채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수필이 도달할 수 있는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수작이라 할 만하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최남미의 <색(色): 65일간의 기록> 1. 玄 말갛기만 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지독했던 가뭄의 흔적을 씻어내려는 듯 종일토록 내렸다. 사람이 쓸 물도 부족한데 농작물에 물을 주면 어떻게 하냐며 지청구를 하는 사람들 눈을 피해 가면서 애면글면 돌보던 엄마의 텃밭에도 빗물이 스며들어 질퍽해졌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안 되는데….” 엄마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시시각각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돌보느라 검불처럼 말라가면서도, 피붙이들에게 나눠줄 먹거리를 가꾸느라 텃밭에서 살았던 엄마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입원했다. 병실에 갇힌 엄마는 병명에 대한 궁금증은 미뤄둔 채 들깨밭에만 마음을 쏟았다. 수확을 앞둔 깨가 썩어버릴까 봐 걱정하던 엄마는 집에 가게 해달라고 노래를 불렀다. 보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들깨밭부터 둘러보았다. 뙤약볕 아래에서 여덟 번이나 김을 매고 물을 주면서 돌보았던 들깨는 때아닌 가을장마에 썩어가고 있었다. 엄마 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암세포처럼 그렇게 검은색을 띠며 자리를 넓히는 중이었다. 2. 朱 식욕촉진제, 진통제, 소독제, 거즈, 마약성 패치 등 퇴원 길에 한 보따리 챙겨온 약도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진통을 잡아주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겨울맞이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사위에게 들깨를 꺾어서 비닐하우스 안에 들여놓게 하고, 말려놓은 고추를 빻으러 방앗간을 다녀왔다. 집에 들른 아들과 딸에게는 들깨 타작을 시켰다. 털어놓은 깨는 병문안을 온 시누이의 손을 빌려서 키질을 해놓았다. 들깨를 거두어들이고 나자 엄마는 김장을 서둘렀다. 배추 한 포기를 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지만, 김장을 진두지휘하는 엄마는 열정으로 붉게 타올랐다. 하지만 잉걸불처럼 타오르는 열정과는 달리, 기력을 다한 엄마의 몸은 재티를 날리며 사그라드는 불처럼 맥없이 스러지고 있었다. 진통이 심하여 좋아하던 음식도 두 숟가락 이상 먹는 것을 힘들어하였고, 진통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암세포가 자라고 있는 부위는 물론 발까지 붓기 시작했고, 걸음이 더뎌지면서 화장실 문을 열기도 전에 배변을 보기도 했다. 별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깔끔했던 엄마는 딸의 손을 빌려서 뒤처리를 하는 내내 붉은 울음을 토했다. 3. 黃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의원에서 빈자리가 났다며 입원 의사를 물어왔다. 입원 신청한 지 열흘만이었다. 엄마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입안이 마르는 일이 잦자 귤을 수시로 찾았으므로 입원 가방에 귤도 몇 개 챙겨 넣었다. 갈바리의원은 말기 암 환자만 받는다. 그래서인지 환자들 모두 대소변을 받아냈지만, 엄마는 극구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런데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체력 소모가 엄청났으며, 급기야 먹은 것을 모두 올리더니 탈진 상태가 되었다. 금식 처방이 내려졌고, 기저귀를 사용해야만 했다. 진통제를 투여하는 시간 간격이 점점 좁혀졌으며,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의식이 흐려졌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엄마는 한 시간 간격으로 물을 달라고 했다. 물에 적신 거즈로 입 주위를 닦아줘도 별 소용이 없었다. “나를 귤 하나만 줘요.” 갈증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귤을 달라고 외쳤다. 간절한 외침이었으나 물 이외에 아무것도 주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혀가 안으로 말린 채 신음하는 엄마 얼굴이 누렇게 떴다. 4. 靑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신음하는 엄마의 손과 발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엄마의 배도 더욱더 딴딴해졌다. 바스러질 것처럼 바싹 마른 엄마의 몸속 곳곳으로 암세포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손톱과 발톱, 그리고 부풀어 오른 손발은 청색을 띠기 시작했다. 엄마 상태를 체크 하던 간호사 선생님이 작별인사를 나눌 사람들한테 연락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파랗게 질린 자식들과 손주들이 속속 도착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의식이 선명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고맙습니다”를 입에 달고 지내던 엄마를 닮은 피붙이들이 엄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수녀님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엄마를 위해 기도를 올려주었다. 호흡이 불규칙해지자 간호사들도 수시로 들어와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였다. 2025년 11월 30일 새벽 2시, 내가 일을 마친 지 십 여분 만에 엄마는 숨을 거두었다. 의식이 없는 중에도 딸이 하는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일감을 치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거짓말처럼 눈을 감았다. 5. 白 엄마 장례식 날은 포근했다. 엄마는 석 달 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곁에 묻혔다. 삼우제 날은 칼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바람이 된 엄마가 그만 슬퍼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등이라도 떠미는 걸까? 정을 떼려고 야멸차게 몰아치는 걸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맵다. 바람의 길을 좇아 대관령을 바라보았다. 엄마의 유년 시절 추억이 어린 그곳이 뿌옇다. 눈이라도 내리는 걸까?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손을 써보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떠난 엄마를 품어주려고 하얀 눈이 사락사락 내리나 보다. <한국산문 2026년 5월호> ▮최남미 △『한국문인』 수필 등단(2003) △『수필문학』 평론 등단(2022) △문학박사(건국대학교 문학‧예술치료학과 졸업) △現 가톨릭관동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강사, 디딤돌 인문학 강사 한국문인협회,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영동수필문학회 회원 △『고드랫돌 소리』, 『씨앗』, 『수필과 문학치유』 △수필문학상, 백교문학상 우수상, 강원여성문학상 우수상, 강릉문학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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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0), 최순덕 ‘오방색의 이미지를 통한 눈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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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의 '미조의 남자'
- 미조의 남자 송정자/ 수필가 방금 비설거지를 끝낸 앞마당인가. 달빛 아래 미조항의 신수가 훤하다. 바람기를 걸러낸 초가을 밤공기가 시간마저 삼켰다. 잠시 멈추는 자만이 밤바다의 정취에 머무를 수 있을 터, 여유를 수렴하는 미조 앞바다는 다시 찾아온다 해도 반겨줄 낯빛이다. 한적하고 살갑기 그지없는 남해 미조항의 보름날은 특별하다. 더 이상 들킬 낭만조차 없이 둥실한 보름달은 바다 표면에 부서지는 투명한 잔물결까지 퍼 올리느라 혼자 분주하다. 데크 난간에 기대어 달을 바라본다. 달그림자가 뿜어내는 물빛 윤슬에 내 몸도 같이 반짝거린다.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미조리는 어장이 풍성하다는 소문이 났을까. 낚시꾼들은 보름달 아래서도 달빛 품은 대를 쑥쑥 끌어당기고 있다. 미조항에는 한국문학관협회 등록된 ‘권대근작은문학관’이 있다. 문학을 비추는 보름달 같은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는 미조마을에서 태어났다. 마을 초입 ‘회썰어주는집’ 건너편에서 모퉁이를 돌면 좁은 돌담길 끝집이 나온다. 하얀 페인트칠을 한 낮은 대문 너머로 착한 어부였던 아버지의 속내처럼 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어릴 적, 남의 집 우물가에 열린 빨간 앵두가 먹고 싶었던 한을 풀고자 문학관 마당에 제일 먼저 심었다는 앵두나무가 수돗가 옆에서 새초롬하게 밖을 내다보고 있다. 황금 같은 청소년 시기에 칠 남매의 가장인 아버지가 덜컥 병석에 드셨다. 그는 책가방 대신 쟁기를 들어야 했다. 미조 앞바다를 보며 푸른 날갯짓을 퍼덕거려 보기도 전에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위해 거름 지게를 졌다. 고구마 두어 개 쪄서 봇짐을 메고 수십 리 길을 걸어 내산까지 올라가 군불에 지필 불땀 좋은 나무를 키만큼 지고 날랐다. 밭골에 뿌릴 똥지게를 지고 뒤뚱거리며 출렁대는 똥물을 맛보기도 했던 고향이다. 질곡의 시절에 그는 도시로 나갔다. 가난한 수재들만 간다는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대학은 영문학을, 대학원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해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이어지는 삶 그대로 평탄한 고속도로를 직진했다면, 심하게 요동치는 문학의 급물살을 만나 유도선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수필문학계에 변곡의 물꼬는 누가 틔웠을까. 수필의 이중층위론의 매력적인 장르는 어찌 만났을 것이며, 본격수필의 새로운 장은 또 누가 열었을까. K-수필을 향한 영문번역 저서는 누가 감당했을까.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저서 발간을 통한 표현의 욕구를 실현하고파 하는 많은 무명작가들에게 권대근 교수가 아니면 누가 그들의 갈망에 바람을 실어 글밭으로 떠밀었을까. 그는 88년도 이른 이십 대에 수필로 등단을 하고 이어서 신춘문예에 수필, 평론까지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지금까지 평론집, 글쓰기지침서, 번역서 등 삼십여 권에 임박한 저서를 연이어 출간한 무서운 집중력의 학자이다. 돈도 안 되고 밥도 안 나오는 문학의 길을 40년 외길 인생으로 묵묵히 수필에 살고 수필에 죽는다는 ‘수생수사’를 외치고 있다. 모태근육의 힘인가. 아버지의 고구마와 마늘밭이 키워 올린 찐찐한 부성의 힘줄이며, 바다 바람에 연마된 근육의 끈기인가. 그의 집념이 계속되는 한, 기존 글쓰기를 파괴한 수많은 그 만의 어록은 현재의 수필계를 거쳐 미래의 문학에까지도 그 통섭은 고스란히 진리로 남으리라. 마릴린 몬로가 말했다. 유머를 모르는 남자를 상대하는 일은 날 감자를 먹는 것과 같다고, 아인슈타인은 혀를 내밀고 눈을 크게 뜨면서 나의 천재성은 유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수필보다 수필 쓰는 사람이 좋다는 그는 수필 강의를 할 때면 펄펄 신이 난다. 유머까지 곁들인 강의는 잠시도 한눈 팔 겨를을 주지 않는다. 심장을 휘어잡던 그 강의에 매료되어 나는 밀쳐두었던 수필에 불을 지폈고 교수님의 서평을 받아 첫 수필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그의 바람은 삶이 다 할 때까지 한껏 목청을 높이다가 강단에서 쓰러지는 것이라 한다. 그는 남해 농가섬 바다 한가운데에 물길을 박차고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유월의 힘찬 숭어다. 펄떡거리는 그에게서 지느러미에 붙은 비늘 한 조각이라도 놓쳐선 안 된다. 하나 급할 것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 생을 도정하는 과정이 글쓰기라면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할 이유라 해줄까. 오래된 작은 성당이 있는 바다도 섬도 항구도 돌담도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미조리 (중략) 착하디착한 어부인 대근이 아버지가 마당가에서 작은 성당 앞 계단밭 가에 옮겨 심은 새들의 겨울 빵나무 권대근 교수의 친구, 공광규 시인이 쓴 ‘새들의 겨울 빵나무’다. 미조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무민사 아래, 그의 아버지가 마련해두신 밭뙈기가 있다. 그 땅에 심은 유자나무를 그린 시다. 그 곳에 곧 ‘권대근문학비’가 세워질 것이라 한다. 푸른 꿈을 키우던 고향 언덕에 문학의 말뚝을 세우고, 작은 성당 옆에서 종일 햇볕을 품는 새들의 빵나무와 나란히 서서, 날마다 저 바다를 바라볼까. 미조바다의 별은 칠흑 속에서 제 몸을 태우고 있다. 그 어둠을 가르고 은빛 보름달이 둥싯거리며 떠오른다. 저 보름달을 채우기 위해 밀물과 썰물의 힘만 보탰을까. 고춧가루 서 말 먹고 바닷길 삼십 리를 헤엄친다는 남해 사람들, 그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의 오직 한길 걷기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근간이지 싶다. 외롭고 고달프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문학의 외길만 달리느라 잃은 것도 있을 것이요 놓친 것도 있을 터, 그의 외로운 등을 고향 남해만은 토닥거려 주지 않을까. 그의 생이 곧 미조이며 그의 문학이 곧 숭어가 펄떡이는 남해바다 깊은 물속이기 때문이리라. (스승의 날 헌정수필) ▼송정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이며, 미미래수필문학회 사무장,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및 편집위원, 정독수필다스림 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수필』 등단 이후 제43회 강원경제신문 코벤트가든문학상, 제4회 설총문학상, 제7회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2026년에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다시 한번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수필집 『f홀의 위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를 통해 송정자 작가는 인간 존재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더욱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그의 수필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상처 입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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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의 '미조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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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아침을 여는 한 편의 시, 이도연 '물의 기억'
- 물의 기억 이도연/ 시인 밝은 티셔츠의 주름 사이 묵은 여름이 다시 스민다 식은 땀 냄새가 몸의 기억을 흔든다 회전의 심연, 세탁통의 별들 속에서 나는 돌고, 헹구어지고, 지워진다 거품의 입김이 내 이름을 덮는다 무언의 물이 나를 건너갈 때 하루의 그림자가 희미해진다 깨끗해진 것은 옷일까 말갛게 사라진 나일까 탈수의 진동 끝에서 나는 한 겹의 바람이 되어 물의 기억 속으로 스며든다. ▼이도연 시인은 부산여자대학교 졸업, 2013년 계간 '문화와 문학타임' 시 등단, 2026년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부회장, 한국세계문학협회, 이어도문학회 부회장, 국제문화예술명인, 현대차시명인,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문화와 문학타임 작가상, 문화와 문학타임 작품상, 한국문화예술대상(차문화교육대상) 수상, 시집 ‘희망으로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인생길’ ‘꽃비 쏟아지는 날’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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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아침을 여는 한 편의 시, 이도연 '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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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이도연 '순천만 저녁노을'
- 순천만 저녁노을 이도연/ 시인 갈대바람은 스윽, 쓰윽 갯벌의 친구들이 뛰놀고 망둥어와 게가 춤을 춘다 사람들은 줄지어 걷는다 개미 산책처럼 길게 이어지고 갈대의 느림에 몸을 맡긴다 추억은 갈대숲 숨결에 묻어두고 발걸음은 전망대로 향한다 황금빛 옷이 곳곳에 흩어진다 구름은 숨바꼭질을 하고 노을은 희망의 약속을 건넨다 모기들의 윙윙은 작은 방해일 뿐 고지를 향해 걷고 또 걷는다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고 뻘 위로 황홀함이 쏟아진다 저녁노을 넋을 빼앗고 순천만은 희망을 품는다 ▼이도연 시인은 부산여자대학교 졸업, 2013년 계간 '문화와 문학타임' 시 등단, 2026년 지구일보 신춘문예 당선, 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부회장, 한국세계문학협회, 이어도문학회 부회장, 국제문화예술명인, 현대차시명인,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문화와 문학타임 작가상, 문화와 문학타임 작품상, 한국문화예술대상(차문화교육대상) 수상, 시집 ‘희망으로 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인생길’ ‘꽃비 쏟아지는 날’ ‘나는 사물의 다음 문장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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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아침을 여는 이 한 편의 시, 이도연 '순천만 저녁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