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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_정재호 주중대사의 갑질 의혹,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우리 사회의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뜻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갑질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한 발짝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일소해야 할 문제이다. 요즘 그런 갑질 문제가 우리 사회 중심부에서 발생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정재호 주중대사의 갑질 의혹’이 그것이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대사관 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갑질 신고를 당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소재 주중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주재관이 이번 달 초 정 대사를 갑질로 외교부에 신고했다. 해당 주재관은 업무시간에 정 대사의 방으로 불려 가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인신모독성 발언을 들어 해당 발언을 녹음했고, 이를 외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안팎에서는 그동안 정 대사의 부적절한 언행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사관의 한 고위 간부가 정 대사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당하다 끝내 자리를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에 대한 갑질 신고와 관련해 외교부 측은 “주중국대사관 관련 제보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외교부는 우리 부 직원의 갑질 등 비위행위 발생 시 공정한 조사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주중대사의 구설은 비단 갑질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 대사는 취임 1년 반 동안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정 대사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대사는 부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중국 현지 주요 인사를 만나는 데 쓰게 돼 있는 네트워크 구축비를 활용해 중국 외교부와 접촉한 횟수가 단 1건에 그쳤다. 한국을 대표해 중국과의 외교관계 일선에서 뛰어야 할 대사로서 중국 측과 부실한 접촉을 이어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에 있어, 정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의혹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외교 전략에도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외교 당국은 무엇보다 우선해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에 응당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의 얼굴로 중국과의 외교에 나서고 있는 정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은 한중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윤석열 정부라면 당연히 정 대사에 대한 처분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국격을 회복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관계에 순풍을 다시 불어오게 하는 길은, 오직 그것뿐이라 할 것이다. 글/사진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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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_한일 관계,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국제연합뉴스 이지훈 기자]=인류가 살아온 발자취를 돌이켜 보건대, 역사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12년 만의 한일 셔틀 외교 회복으로,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맞고 있다.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하지만 필자는 묻고 싶다. 왜 양국 외교 복원의 전제가 우리 역사의 포기여야 하나. 윤 대통령은 ‘과거사는 일방에게 요구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 역시 없었다.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얼버무리기만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마저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바빴다. 역사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보편적 인권 문제이다. 이 보편적 인권 문제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본은 여전히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점유권 주장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관철하지 못했다. 현지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에 양국이 합의한 것에 의의를 두지만,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명분만 쌓아주는 것은 아닌지, 우리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양국 현안을 두고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일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양국 공동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감히 묻고 싶다. 누가 윤 대통령에게 강제동원을, 위안부 문제를, 우리의 아픔을 싼값에 넘길 자격을 주었나. 누가 용서할 자격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 역사성을 망각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망언은 희대의 굴종외교로 평가될 것이다. 한일의 역사 문제에 있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은 어렵다. 여론 설득 등 한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한일 관계에서 한국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엄중한 국제 환경 등을 고려할 때 협력이 진전되겠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온도 차이가 많다. 한일관계 개선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일찌감치 확인됐고,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의 노력에 보답하려는 뜻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의지를 국민의 찬성 여론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는 든든한 한일 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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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지음,'시진핑의 다자주의’ 출간에 관한 뉴스[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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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자회견, 강제징용 염두 “슬픈 경험 가슴 아프다”
[서울=대한민국 대통령실]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확대 회담을 가졌다. 2023.05.07 [국제연합뉴스=이강문 기자] 강제징용과 일제감정기에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도 당시 어려운 건강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조치에 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음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윤석열 대통령님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 오늘 이렇게 3월에 윤 대통령을 도쿄에서 맞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 서울을 방문하여 셔틀외교를 본격화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본 총리로서 12년 만에 양자 방문에 즈음하여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 여러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수단에서 일본 국민들이 대피를 할 때 목숨이 위태로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이 큰 도움을 주신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일한 관계의 강화를 원하는 강한 마음을 저도 공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윤 대통령과 연대하고 또 G7 정상회의를 향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자 이렇게 조기에 방한을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3월 회담에서 양 정상이 제시한 방향성에 따라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이 두 달 사이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제면에서는 지난 2일에 인천에서 재무장관 회담이 7년 만에 개최되어 재무 대화를 재개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금융, 관광,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출통제 당국 간 대화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서 그 결과 일본 정부로서 한국을 그룹 A로 추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또한 새로 출범한 경제, 안보 협의회 첫 번째 회의가 지난 3일에 양국의 국가안보 당국의 장 사이에서 실시되었으며 공급망의 견고화 등에서 연대를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외무, 방위 당국에 의한 안보 대화도 5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일한중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의장국인 한국의 추진 방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민간, 특히 경제계의 교류도 힘 있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의원 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미래 세대 간 교류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한국과 이제는 제네시스 프로그램의 대면 교류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교류 인원수를 작년도 대비 2배로 늘릴 방침을 결정하여 윤 대통령께 공유드렸습니다. 일한 양국 사이에 지속적으로 성의 있는 소통을 희망하는 분야 중 하나가 알프스(ALPS) 처리수입니다. 일본은 IAEA의 리뷰를 받으면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성의 있는 설명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마는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해 주실 수 있도록 이번 달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일본의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께서 방일하셨을 때 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에 발표된 조치에 관한 한국 정부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일한 양국 간에는 수많은 역사와 경유가 있습니다만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간 협력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윤 대통령에 앞서 국빈 방미 성공에 대해 축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일한 그리고 일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작년 11월에 일한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데이터에 실시간 공유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전되어 있음을 환영하였습니다. 그리고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일한미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더욱 논의를 심화시켜나기로 하였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납치 문제에 대해서 윤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강한 지지를 표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셔틀외교는 계속됩니다. 보름 후에는 히로시마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은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삼게 될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여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오늘 회담에서는 3월에 큰 한 걸음을 내디딘 일한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본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다음은 히로시마에서, 그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장을 포함해서 윤 대통령과 자주 만나서 신뢰 관계를 심화시키면서 일한 관계 강화의 기운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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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DREAM, 美 빌보드 선정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 등극!
아시아 가수 유일 랭크! 글로벌 하이틴 챔피언 면모 입증! 빌보드 “K-POP계에 파동을 일으키다”, “파워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주목! 글로벌 하이틴 챔피언 NCT DREAM(엔시티 드림,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에 선정돼 화제다. NCT DREAM은 빌보드가 10월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 뮤직 넥스트 제너레이션(21 Under 21 2018: Music's Next Generation)’에 아시아 가수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막강한 글로벌 파워를 실감케 했다. 이번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은 빌보드 필진 및 기자들이 2018년 기준 전 세계의 21세 이하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앨범 및 곡 판매 수치, 스트리밍 규모, 소셜 미디어 인지도, 라디오와 TV 도달률 등 소비자 행동 지표는 물론, 업계 내 언급, 경력의 안정성 등 산업적 영향력까지 지난 12개월 동안의 모든 성적을 종합, 상위권을 기록한 21팀을 발표한 리스트로, NCT DREAM은 션 멘데스, 칼리드, CNCO 등 유명 해외 팝스타들과 함께 랭크돼, 차세대 K-POP 리더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빌보드는 NCT DREAM에 대해 “2016년 데뷔한 이 보이밴드는 레트로 힙합과 펑크 분위기의 댄스팝 음악으로 K-POP계에 파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현재까지 발표한 곡 중 첫 번째인 ‘Chewing Gum’으로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며 데뷔했고, 파워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NCT DREAM은 지난 9월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We Go Up’(위 고 업)으로 국내외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뮤직 버라이어티쇼 ‘NCT DREAM SHOW’(엔시티 드림 쇼)를 성황리에 마치는 등 특급 틴에이저팀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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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무더위 날려 버릴 상큼발랄 서머송 ‘심쿵해’로 7개월 만의 컴백
대중의 판타지를 겨냥한 콘셉트로 ‘컨셉돌’, ‘로망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걸그룹 AOA(지민 초아 유나 혜정 민아 설현 찬미)가 이번에는 ‘라크로스 선수’로 변신하고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어택(Heart Attack)’을 발매했다. 지난 해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으로 흥행 3연타에 성공하며 대세 걸그룹으로 도약한 AOA는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어택’으로 섹시하면서도 건강한 매력이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선사해 올 여름을 공략할 예정이다. 타이틀곡 ‘심쿵해’는 이성에게 첫 눈에 반한 여성의 쿵쿵거리는 마음을 ‘심쿵’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재치 있게 풀어낸 곡으로, 한 귀에 쏙 들어오는 감각적인 멜로디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돋보이는 상큼발랄한 서머송이다. 빠르고 거친 구기 종목인 ‘라크로스’ 선수로 분한 AOA 멤버들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기존과는 완벽히 차별화된 절정의 건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 버릴 예정이다. 또한, ‘심쿵해’와 함께 ‘Luv me’ ‘들어와(Come To Me)’, ‘한 개(One Thing)’, ‘진짜(Really Really)’, ‘Chocolate’ 등 다양한 장르의 6곡이 수록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AOA는 2012년 ‘엘비스(Elvis)’로 데뷔, ‘겟아웃(Get Out)’, ‘모야(MOYA)’, ‘흔들려’ 에 이어 2014년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으로 대세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리더 지민의 쫄깃한 래핑과 초아의 단단한 음색 등 멤버 7인의 다채로운 매력이 어우러진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 어택’으로 정상 도약에 나선다. 1. 심쿵해(Heart Attack) [작사: 용감한형제, 차쿤 / 작곡: 용감한형제, Mr.강, 차쿤 / 편곡: 용감한형제, 코끼리왕국,이정민] ‘심쿵해’는 AOA의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어택’의 타이틀곡으로 첫 눈에 반해버린 여자의 마음을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팝댄스 넘버다. 지금까지 AOA가 시도하지 않았던 일렉트로닉 성향이 가득 담긴 서머송이다. 2. Luv me [작사 : 용감한형제 / 작곡 : 용감한형제, JS / 편곡 : 코끼리왕국, 이정민] ‘Luv me’는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복고풍 사운드 소스를 가미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디스코 넘버다. 타이틀곡 ‘심쿵해’에 이어 발랄한 AOA의 보컬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3. 들어와(Come To Me) [작사: 한승훈, 지민, 서용배 / 작곡: 한승훈, 서용배 / 편곡: 서용배] ‘들어와’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을 디스코 스트링에 담아낸 곡이다. 리더이자 래퍼인 지민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를 “오랜만이야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갓지민 디바 살짝 등장만 해도 화려한 디바”와 같이 재치 있는 가사로 풀어냈다. 4. 한 개(One Thing) [작사: 용감한형제, 차쿤 / 작곡: 용감한형제, 별들의전쟁, 차쿤 / 편곡: 별들의전쟁] ‘한 개’는 이별 후 한 개씩 남아 있는 숟가락, 술 잔, 초를 보며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애절한 가사와는 다르게 기타를 비롯한 밴드 느낌의 사운드가 어우러진 독특한 느낌의 곡이다. AOA가 원래 가지고 있던 밴드의 색깔을 멤버들 전체가 소화해냈다. 5. 진짜(Really Really) [작사: 용감한형제, 차쿤 / 작곡: 용감한형제, 코끼리왕국 / 편곡: 코끼리왕국, 이정민] ‘진짜’는 헤어진 연인을 향한 사랑을 서정적인 가사와 AOA 멤버들의 감성적인 보컬로 풀어낸 곡이다. 6. Chocolate [작사: 별들의전쟁 / 작곡: 별들의전쟁, 미쓰리 / 편곡: 미쓰리] ‘Chocolate’은 유려한 코드 진행과 건반 플레이가 귀를 자극하는 미디움 템포의 R&B 넘버로 재즈 그루브와 섹시한 AOA 보컬의 조화가 돋보인다. ‘흔들려’,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등 AOA의 히트곡이 차례대로 등장하는 가사가 이 곡의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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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_정재호 주중대사의 갑질 의혹,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 [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우리 사회의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을 뜻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갑질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한 발짝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일소해야 할 문제이다. 요즘 그런 갑질 문제가 우리 사회 중심부에서 발생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정재호 주중대사의 갑질 의혹’이 그것이다. 정재호 주중대사가 대사관 직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갑질 신고를 당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정 대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소재 주중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한 주재관이 이번 달 초 정 대사를 갑질로 외교부에 신고했다. 해당 주재관은 업무시간에 정 대사의 방으로 불려 가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도 수차례 인신모독성 발언을 들어 해당 발언을 녹음했고, 이를 외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안팎에서는 그동안 정 대사의 부적절한 언행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사관의 한 고위 간부가 정 대사로부터 모욕적인 언행을 당하다 끝내 자리를 옮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에 대한 갑질 신고와 관련해 외교부 측은 “주중국대사관 관련 제보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외교부는 우리 부 직원의 갑질 등 비위행위 발생 시 공정한 조사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주중대사의 구설은 비단 갑질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 대사는 취임 1년 반 동안 한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정 대사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대사는 부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중국 현지 주요 인사를 만나는 데 쓰게 돼 있는 네트워크 구축비를 활용해 중국 외교부와 접촉한 횟수가 단 1건에 그쳤다. 한국을 대표해 중국과의 외교관계 일선에서 뛰어야 할 대사로서 중국 측과 부실한 접촉을 이어온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에 있어, 정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의혹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의 외교 전략에도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외교 당국은 무엇보다 우선해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에 응당한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의 얼굴로 중국과의 외교에 나서고 있는 정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은 한중관계 개선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윤석열 정부라면 당연히 정 대사에 대한 처분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국격을 회복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관계에 순풍을 다시 불어오게 하는 길은, 오직 그것뿐이라 할 것이다. 글/사진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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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_한일 관계,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 [국제연합뉴스 이지훈 기자]=인류가 살아온 발자취를 돌이켜 보건대, 역사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12년 만의 한일 셔틀 외교 회복으로,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맞고 있다.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윤 대통령의 이 한마디에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하지만 필자는 묻고 싶다. 왜 양국 외교 복원의 전제가 우리 역사의 포기여야 하나. 윤 대통령은 ‘과거사는 일방에게 요구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 앞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과 역시 없었다. 강제성에 대한 인정 또한 없었다.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 ‘당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얼버무리기만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마저도 개인의 생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에 바빴다. 역사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보편적 인권 문제이다. 이 보편적 인권 문제를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는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일본은 여전히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점유권 주장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방류에 반대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관철하지 못했다. 현지 시찰단을 파견하는 데에 양국이 합의한 것에 의의를 두지만,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명분만 쌓아주는 것은 아닌지, 우리 국민은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양국 현안을 두고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일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동이익이 무엇인지, 양국 공동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감히 묻고 싶다. 누가 윤 대통령에게 강제동원을, 위안부 문제를, 우리의 아픔을 싼값에 넘길 자격을 주었나. 누가 용서할 자격을 주었는지 묻고 싶다. 역사성을 망각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늘 망언은 희대의 굴종외교로 평가될 것이다. 한일의 역사 문제에 있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은 어렵다. 여론 설득 등 한국 정부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한일 관계에서 한국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엄중한 국제 환경 등을 고려할 때 협력이 진전되겠지만,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온도 차이가 많다. 한일관계 개선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는 일찌감치 확인됐고,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의 노력에 보답하려는 뜻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의지를 국민의 찬성 여론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는 든든한 한일 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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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_한일 관계,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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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자회견, 강제징용 염두 “슬픈 경험 가슴 아프다”
- [서울=대한민국 대통령실]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확대 회담을 가졌다. 2023.05.07 [국제연합뉴스=이강문 기자] 강제징용과 일제감정기에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저도 당시 어려운 건강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조치에 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음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전문] 윤석열 대통령님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 오늘 이렇게 3월에 윤 대통령을 도쿄에서 맞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 서울을 방문하여 셔틀외교를 본격화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본 총리로서 12년 만에 양자 방문에 즈음하여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 여러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수단에서 일본 국민들이 대피를 할 때 목숨이 위태로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국이 큰 도움을 주신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3월에 윤 대통령께서 나타내신 결단력과 행동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일한 관계의 강화를 원하는 강한 마음을 저도 공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윤 대통령과 연대하고 또 G7 정상회의를 향해 기탄없이 의견을 나누고자 이렇게 조기에 방한을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3월 회담에서 양 정상이 제시한 방향성에 따라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이 두 달 사이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제면에서는 지난 2일에 인천에서 재무장관 회담이 7년 만에 개최되어 재무 대화를 재개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금융, 관광,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또한 수출통제 당국 간 대화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서 그 결과 일본 정부로서 한국을 그룹 A로 추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또한 새로 출범한 경제, 안보 협의회 첫 번째 회의가 지난 3일에 양국의 국가안보 당국의 장 사이에서 실시되었으며 공급망의 견고화 등에서 연대를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외무, 방위 당국에 의한 안보 대화도 5년 만에 재개되었습니다. 일한중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의장국인 한국의 추진 방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민간, 특히 경제계의 교류도 힘 있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의원 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미래 세대 간 교류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한국과 이제는 제네시스 프로그램의 대면 교류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교류 인원수를 작년도 대비 2배로 늘릴 방침을 결정하여 윤 대통령께 공유드렸습니다. 일한 양국 사이에 지속적으로 성의 있는 소통을 희망하는 분야 중 하나가 알프스(ALPS) 처리수입니다. 일본은 IAEA의 리뷰를 받으면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성의 있는 설명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마는 한국 국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 이해해 주실 수 있도록 이번 달에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 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일본의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3월 윤 대통령께서 방일하셨을 때 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하여 역사 인식과 관련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에 발표된 조치에 관한 한국 정부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데 대해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을 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일한 양국 간에는 수많은 역사와 경유가 있습니다만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온 선인들의 노력을 이어받아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총리로서의 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를 보더라도 양국 간 협력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윤 대통령에 앞서 국빈 방미 성공에 대해 축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또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 동맹, 한미 동맹, 일한 그리고 일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작년 11월에 일한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데이터에 실시간 공유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전되어 있음을 환영하였습니다. 그리고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일한미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더욱 논의를 심화시켜나기로 하였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납치 문제에 대해서 윤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강한 지지를 표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셔틀외교는 계속됩니다. 보름 후에는 히로시마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은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삼게 될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하여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하였습니다. 오늘 회담에서는 3월에 큰 한 걸음을 내디딘 일한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본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다음은 히로시마에서, 그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장을 포함해서 윤 대통령과 자주 만나서 신뢰 관계를 심화시키면서 일한 관계 강화의 기운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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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자회견, 강제징용 염두 “슬픈 경험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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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DREAM, 美 빌보드 선정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 등극!
- 아시아 가수 유일 랭크! 글로벌 하이틴 챔피언 면모 입증! 빌보드 “K-POP계에 파동을 일으키다”, “파워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주목! 글로벌 하이틴 챔피언 NCT DREAM(엔시티 드림,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에 선정돼 화제다. NCT DREAM은 빌보드가 10월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 뮤직 넥스트 제너레이션(21 Under 21 2018: Music's Next Generation)’에 아시아 가수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막강한 글로벌 파워를 실감케 했다. 이번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은 빌보드 필진 및 기자들이 2018년 기준 전 세계의 21세 이하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앨범 및 곡 판매 수치, 스트리밍 규모, 소셜 미디어 인지도, 라디오와 TV 도달률 등 소비자 행동 지표는 물론, 업계 내 언급, 경력의 안정성 등 산업적 영향력까지 지난 12개월 동안의 모든 성적을 종합, 상위권을 기록한 21팀을 발표한 리스트로, NCT DREAM은 션 멘데스, 칼리드, CNCO 등 유명 해외 팝스타들과 함께 랭크돼, 차세대 K-POP 리더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빌보드는 NCT DREAM에 대해 “2016년 데뷔한 이 보이밴드는 레트로 힙합과 펑크 분위기의 댄스팝 음악으로 K-POP계에 파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현재까지 발표한 곡 중 첫 번째인 ‘Chewing Gum’으로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며 데뷔했고, 파워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NCT DREAM은 지난 9월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We Go Up’(위 고 업)으로 국내외 각종 음악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뮤직 버라이어티쇼 ‘NCT DREAM SHOW’(엔시티 드림 쇼)를 성황리에 마치는 등 특급 틴에이저팀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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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DREAM, 美 빌보드 선정 ‘올해의 21세 이하 아티스트 21’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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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무더위 날려 버릴 상큼발랄 서머송 ‘심쿵해’로 7개월 만의 컴백
- 대중의 판타지를 겨냥한 콘셉트로 ‘컨셉돌’, ‘로망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걸그룹 AOA(지민 초아 유나 혜정 민아 설현 찬미)가 이번에는 ‘라크로스 선수’로 변신하고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어택(Heart Attack)’을 발매했다. 지난 해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으로 흥행 3연타에 성공하며 대세 걸그룹으로 도약한 AOA는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어택’으로 섹시하면서도 건강한 매력이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선사해 올 여름을 공략할 예정이다. 타이틀곡 ‘심쿵해’는 이성에게 첫 눈에 반한 여성의 쿵쿵거리는 마음을 ‘심쿵’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재치 있게 풀어낸 곡으로, 한 귀에 쏙 들어오는 감각적인 멜로디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돋보이는 상큼발랄한 서머송이다. 빠르고 거친 구기 종목인 ‘라크로스’ 선수로 분한 AOA 멤버들은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기존과는 완벽히 차별화된 절정의 건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 버릴 예정이다. 또한, ‘심쿵해’와 함께 ‘Luv me’ ‘들어와(Come To Me)’, ‘한 개(One Thing)’, ‘진짜(Really Really)’, ‘Chocolate’ 등 다양한 장르의 6곡이 수록되어 풍성함을 더했다. AOA는 2012년 ‘엘비스(Elvis)’로 데뷔, ‘겟아웃(Get Out)’, ‘모야(MOYA)’, ‘흔들려’ 에 이어 2014년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으로 대세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리더 지민의 쫄깃한 래핑과 초아의 단단한 음색 등 멤버 7인의 다채로운 매력이 어우러진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 어택’으로 정상 도약에 나선다. 1. 심쿵해(Heart Attack) [작사: 용감한형제, 차쿤 / 작곡: 용감한형제, Mr.강, 차쿤 / 편곡: 용감한형제, 코끼리왕국,이정민] ‘심쿵해’는 AOA의 세 번째 미니앨범 ‘하트어택’의 타이틀곡으로 첫 눈에 반해버린 여자의 마음을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인 팝댄스 넘버다. 지금까지 AOA가 시도하지 않았던 일렉트로닉 성향이 가득 담긴 서머송이다. 2. Luv me [작사 : 용감한형제 / 작곡 : 용감한형제, JS / 편곡 : 코끼리왕국, 이정민] ‘Luv me’는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복고풍 사운드 소스를 가미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디스코 넘버다. 타이틀곡 ‘심쿵해’에 이어 발랄한 AOA의 보컬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3. 들어와(Come To Me) [작사: 한승훈, 지민, 서용배 / 작곡: 한승훈, 서용배 / 편곡: 서용배] ‘들어와’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을 디스코 스트링에 담아낸 곡이다. 리더이자 래퍼인 지민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를 “오랜만이야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갓지민 디바 살짝 등장만 해도 화려한 디바”와 같이 재치 있는 가사로 풀어냈다. 4. 한 개(One Thing) [작사: 용감한형제, 차쿤 / 작곡: 용감한형제, 별들의전쟁, 차쿤 / 편곡: 별들의전쟁] ‘한 개’는 이별 후 한 개씩 남아 있는 숟가락, 술 잔, 초를 보며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애절한 가사와는 다르게 기타를 비롯한 밴드 느낌의 사운드가 어우러진 독특한 느낌의 곡이다. AOA가 원래 가지고 있던 밴드의 색깔을 멤버들 전체가 소화해냈다. 5. 진짜(Really Really) [작사: 용감한형제, 차쿤 / 작곡: 용감한형제, 코끼리왕국 / 편곡: 코끼리왕국, 이정민] ‘진짜’는 헤어진 연인을 향한 사랑을 서정적인 가사와 AOA 멤버들의 감성적인 보컬로 풀어낸 곡이다. 6. Chocolate [작사: 별들의전쟁 / 작곡: 별들의전쟁, 미쓰리 / 편곡: 미쓰리] ‘Chocolate’은 유려한 코드 진행과 건반 플레이가 귀를 자극하는 미디움 템포의 R&B 넘버로 재즈 그루브와 섹시한 AOA 보컬의 조화가 돋보인다. ‘흔들려’,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등 AOA의 히트곡이 차례대로 등장하는 가사가 이 곡의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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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무더위 날려 버릴 상큼발랄 서머송 ‘심쿵해’로 7개월 만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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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40) 권대근의 2등철학의 역설, 살아남음의 미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40) 권대근 ‘2등철학의 역설, 살아남음의 미학’ ― 김영하 「무용의 용」,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서 권대근 문학박사, 하북미술대 객좌교수 좋은 수필은 사소한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결코 사소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의 기억이 자기 고백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때, 체험은 비로소 문학적 사유가 된다. 소설가로 유명한 김영하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 실린 수필 「무용의 용」은 바로 그러한 수필의 본령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함께 통영으로 가는 승합차 안에서 벌어진 포커 한 판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포커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인간의 생존 방식과 삶의 가치에 대해 사유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사건’이다. 이 수필의 핵심 명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 그러나 이 문장은 경쟁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치의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우리는 1등을 성공으로, 2등을 실패에 가까운 것으로 배워왔다. 1등은 기억되고 2등은 잊힌다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작가는 포커를 잘하는 한 프로듀서의 입을 빌려 오히려 “꾸준히 2등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수필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철학적 질문으로 전환된다. ‘무엇이 성공인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쓸모 있다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인가’, ‘눈에 띄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포커판에서 장자의 철학으로, 다시 현대사회의 생존 경쟁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무용의 용」이 명수필로서 갖는 첫 번째 조건이다. 이 글의 문학적 출발점은 매우 구체적이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마산 출신의 프로듀서, 두 대의 검은 승합차, 카메라 박스로 만든 임시 테이블, 트럼프 카드와 바둑알 등 구체적인 사물과 인물이 차례로 등장한다. 특히 프로듀서를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온 곰 같은 인상”이라고 묘사한 대목은 인물의 성격을 단번에 각인시킨다. 이처럼 구체적인 관찰은 수필의 중요한 미덕이다. 추상적인 철학을 먼저 들이밀지 않고 사람과 사물과 상황을 보여준 뒤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린다. 독자는 먼저 웃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읽고 있던 것이 포커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게임’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깨닫는다. 특히 프로듀서의 포커 실력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그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는 패를 읽고, 상대를 관찰하고, 승부의 판을 판단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게임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겠는 판에는 함부로 끼지 마세요”라는 원칙이다. 이 문장은 포커의 기술을 넘어 삶의 기술이 된다. 수필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포커라는 특수한 경험이 독자의 일상적 삶으로 번져 나간다. 직장, 인간관계, 경쟁, 성공과 실패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 판의 성격과 상대의 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포커를 통해 삶의 경쟁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이 작품의 압권은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이다. 이것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가치의 전복을 일으키는 역설적 문장이다. 프로듀서에게 1등은 위험하다. 한 번의 압도적인 승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고, 지속적인 경쟁을 불러오며, 결국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킨다. 반면 2등은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실속을 챙길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2등은 패배가 아니라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작가는 이 역설을 삼성그룹의 유명한 광고 문구와 연결한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사회적 명제에 대해 작품 속 프로듀서는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2등이 최고”라는 것이다. 여기서 수필은 개인적 체험을 넘어 사회문화적 비판으로 확장된다. 이는 미셸 푸코식으로 말하면 사회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규율과 정상성에 대한 작은 저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수필의 문학적 가치는 이 상식을 깨는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순위를 매기고, 서열화하고, 누가 앞섰는지를 기록한다. 1등을 표준으로 만들어 놓고 나머지를 그 표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로 평가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 질서 자체를 의심한다. 수필가는 여기서 “왜 1등이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1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1등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을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2등’은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태도가 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포커 이야기는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제목 「무용의 용」의 사상적 근거다. 장자의 철학에서 쓸모없음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쓸모가 없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고, 쓸모가 없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다. 작가는 이를 나무의 비유로 설명한다. 쓸모 있는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베어지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베어지지 않고 천수를 누린다. 이 역설은 포커판의 2등과 정확하게 연결된다. 이 작품에서 ‘2등’과 ‘무용’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둘 다 사회가 정해놓은 가치의 중심에서 벗어난 존재 방식이다. 1등이 되지 않는 것, 가장 유능한 존재가 되지 않는 것, 모두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 때로는 쓸모없는 존재로 남는 것이 오히려 삶을 보존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장자의 철학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자의 사상을 자신의 체험 속에 다시 작동시킨다. 이것이 중요한 문학적 성취다. 철학이 인용문으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해석하는 사유의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작품 후반부의 중요한 변화는 사람을 나무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이 부분은 「무용의 용」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유적 장면 가운데 하나다.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된다. 큰 나무와 그늘, 드러나는 사람과 드러나지 않는 사람의 관계가 겹쳐진다. 작가는 이제 ‘2등’을 단순히 포커의 순위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의 주변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새롭게 발견한다. 이것은 작가의 시선이 변화한 순간이다. “그후로 사람을 보는 관점도 조금 바뀌었다”는 문장은 짧지만 작품 전체의 전환점이다. 좋은 수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달라진 ‘보는 방식’이다. 체험 전의 세계와 체험 후의 세계가 달라져야 한다. 「무용의 용」은 이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포커를 치기 전의 작가는 2등을 패배의 위치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말을 들은 뒤에는 보이지 않는 2등,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를 보기 시작한다. 작가의 이런 가치관과 세계관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침으로 여러 산문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음을 볼 때, 작가는 누구보다도 진실한 삶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은 마지막에 ‘생존’이라는 거대한 문제로 나아간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도 아니다.” 이 문장은 작품의 사유를 압축하는 결정적 문장이다. 생존은 능력이나 우월성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건이며, 그 이유와 방법을 당사자조차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작품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불러온다. 브레히트의 시가 던지는 죄의식과 생존자의 자의식은 김영하의 수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과거에는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오늘날의 서바이벌 게임과 연결한다. “오직 단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는 ‘오징어 게임’, 서바이벌 게임의 세계관”은 극단적인 경쟁사회의 은유가 된다. 여기서 작품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 현대사회의 경쟁 구조를 바라보는 사회철학적 수필로 확장된다. 그러나 작가는 끝내 냉소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믿음을 남긴다.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 결말이야말로 작품을 단순한 성공론이나 처세론과 구별한다. 작가는 1등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을 말한다. 「무용의 용」은 포커라는 작은 사건에서 출발해 2등의 철학, 장자의 무용지용, 생존의 의미, 현대사회의 경쟁 구조까지 사유의 폭을 넓혀가는 수필이다. 무엇보다 이 글의 미덕은 철학을 앞세우지 않는 데 있다. 작가는 처음부터 장자를 말하지 않는다. 먼저 곰 같은 프로듀서를 보여주고, 승합차를 보여주고, 포커판을 보여주고, 그가 하는 말을 들려준다. 그리고 독자가 충분히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을 때 장자의 ‘무용지용’을 끌어들인다. 이것은 본격수필이 지녀야 할 ‘체험에서 사유로, 사유에서 존재론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정확히 보여준다. 사건은 사유의 재료이고, 사유는 다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온다. 문학적으로도 이 작품은 역설과 대비의 힘이 강하다. 1등과 2등, 쓸모와 무용, 강자와 생존자, 드러난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경쟁과 생존이 끊임없이 대립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느 한쪽을 단순하게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의 틈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본다. 이것이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만든다. 특히 제목 「무용의 용」은 작품 전체를 압축하는 탁월한 역설이다. ‘쓸모없음의 쓸모’라는 장자의 사유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새롭게 번역된 것이다. 사회가 쓸모 있다고 규정한 사람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1등으로 기록되는 사람만이 성공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눈에 띄지 않는 2등이 가장 오래 살아남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나무가 천수를 누린다. 따라서 이 수필에서 ‘2등’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과도한 경쟁과 과시의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생존의 미학이며, ‘무용’은 무가치함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존재 가능성이다. 명수필은 독자에게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을 낯설게 만든다. 「무용의 용」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우리는 이 글을 읽고 난 뒤 1등을 바라보던 눈으로 2등을 바라보게 되고, 큰 나무만 보던 눈으로 그늘 속의 작은 나무를 보게 된다. 무엇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것은 2등이 되라는 처세술이 아니다. 남보다 앞서는 삶보다 자기 방식으로 끝까지 살아가는 삶이 더 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이 기억하지 않는 존재들에게도 자기만의 생존과 존엄의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용의 용」은 포커에 관한 수필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묻는 생존의 철학이며, 보이지 않는 인간들을 발견하게 하는 시선의 문학이다. 사소한 여행담 하나를 장자의 무용지용과 현대사회의 서바이벌 구조까지 확장한 이 작품은 체험과 사유, 이야기와 철학, 유머와 성찰을 균형 있게 결합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명수필의 반열에 놓을 만하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무용의 용 김영하 삼십대 중반에 나는 이 년 정도 라디오 책 소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생방송이어서 매일 방송국에 출근했고 여러 분야의 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메인 프로듀서는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마산 출신의 사십대 남자로,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온 곰 같은 인상을 풍겼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승부욕이 강하고 집요했다. 라디오 진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소설가들을 여럿 붙잡아 진행을 맡겼고, 출연하지 않겠다는 저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설득해 방송국까지 오게 만들었다. 여름이 되자 그는 통영으로 프로그램 MT를 가자고 했다. 좀 멀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진행자인 내가 안 갈 수는 없어 가겠다고 했고, 고정 패널, 보조 프로듀서와 방송작가까지 거의 전원이 참여했다. 이른 아침에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방송국에 모인 우리는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라 다들 조금 들떠 있었고, 방송국 마크가 찍힌 두 대의 검은 승합차에 나눠 타 통영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 전 곰 프로듀서는 2열의 의자를 뒤로 돌려 3열과 마주보도록 만들었다. 차가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서자 그는 나에게 포커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해본 적이 있다고 하니 가는 동안 재미삼아 치자면서 카메라 박스를 가운데 놓아 테이블처럼 만들더니 그 위에 트럼프 카드를 올려놓았다. 제작진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지 주섬주섬 자세를 잡고 포커를 칠 준비를 했다. 돈을 걸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곰 피디는 준비해 온 바둑알을 모두에게 분배해주었다. 갑자기 무슨 도박인가 싶어 몸을 움츠렸던 나와 다른 출연자들도 바둑알을 보고는 긴장을 풀었다. 포커는 통영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곰 피디의 원맨쇼였다. “아, 스페이드 킹은 영하씨가 들고 있구나.” 그는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패를 투시하듯 다 알았고, 판에 깔린 바둑알을 모두 거둬들였다가 나눠주기를 반복했다.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좁은 승합차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끝없이 계속되는 포커에 다들 조금씩 지쳐갔지만 그의 눈만은 반짝였다. 그는 우리에게 포커가 얼마나 재미있는 세계인지를 알려주고 싶어했다. 그에게 포커는 과학이면서 심리학이고, 인생 학교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평소 오목도 잘했다. 오목을 애들 장난쯤으로 비웃는 사람들을 만나면 바로 가방에서 휴대용 바둑판과 자석 바둑알을 꺼내 한 판 둬보자고 졸랐고, 됐다 하면 이겼다. 방송국 휴게실에서도 그는 틈만 나면 몸을 웅크리고 오목을 두었는데 그를 꺾었다는 사람을 못 봤다. 오목에도 바둑처럼 15급부터 9단까지 급수가 있다는 것 역시 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승합차 안에서 그는 포커의 ‘과학’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나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고,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들어보니 포커라는 게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것 같았는데 차가 흔들려 자꾸 멀미 기운도 올라오고 해서 나의 뇌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래도 운이 좋으면 한 판이라도 이기겠지 싶어 터무니없는 블러핑도 해보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포커는 승합차가 지리산 어딘가의 휴게소로 들어서면서 끝났다. 함께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나는 그에게 도대체 어떻게 이 정도로 포커 실력을 키웠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독학이라고 답했다. 오목처럼 포커도 하나의 기술이며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호한 표정으로, 용돈이 좀 필요하면 포커를 하러 가고, 적당히 따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물러난다고도 했다. “영하씨, 포커에서 제일 중요한 거 하나 알려줄까요?” 그러지 않아도 나는 원래 누구에게든 이런 질문을 잘 던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바리스타를 만나면 커피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가요, 라고 묻고, 건축가를 만나면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예요, 라고 묻는다. 로스팅을 하는 바리스타는 무엇보다 생두의 품질이라고 말했고, 건축가는 물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가 포커에서 제일 중요한 것 하나를 스스로 알려준다니 비록 포커를 계속할 것은 아니었지만 솔깃했다. “뭔데요?” “잘 모르겠는 판에는 함부로 끼지 마세요.” “왜요?” “나보다 고수가 있을 수 있거든.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 있는 포커판에 어쩌다 끼게 되면 나도 그냥 학교만 가요. 절대 크게 걸지 않아요.” 기본 판돈만 걸고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운이 좋으면 고수를 이길 수도 있잖아요? ‘초심자의 운’, 그런 것도 있고.”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어요. 장기전으로 가면 절대 못 이겨요.” 통영까지 가는 내내 판판이 깨진 터라 그의 장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먼저 그 판에 나보다 고수가 있는지를 살피고, 없다 싶으면 그때부터 제대로 게임을 해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나는 이런 게임을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접했고, 그래서인지 그의 말은 어딘가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열심히 들어주자 그는 자기만의 비밀을 보너스로 하나 더 알려주었다. “포커판에서는,”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 “왜요? 1등이 제일 많이 벌잖아요? 영화 같은 데 보면 한 사람이 싹 다 쓸어가던데요?” “그거야 영화니까 그런 거고, 1등 크게 한 번 하는 것보다 꾸준히 2등을 하는 게 최선이에요. 2등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개평 달라고 보채는 사람도 없고…….” 1995년에 삼성그룹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유행시킨 시리즈 광고를 내놓았다.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나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등을 내세워 오직 세계 일류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2년의 곰 피디는 삼성그룹의 슬로건에 맞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2등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후 1등으로 잘나가던 이들이 법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시련을 겪고 이카로스처럼 추락할 때마다 나는 지리산 어귀의 휴게소에서 2등이 최고라고 말하던 프로듀서를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남들 눈에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최선을 다해 2등을 하고 있을 얼굴 없는 고수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후로 사람을 보는 관점도 조금 바뀌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등 지향의 곰 프로듀서보다 더 멀리 가면 아예 쓸모 자체가 없어야 좋다는, 이른바 ‘무용(無用)의 용(用)’을 주창하는 장자莊子가 있다. 장자는 쓸모 있는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일찍 벌목되므로, 쓸모가 오히려 제 몸에 해를 입힌다고 말했다. 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자르지 않은 나무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잘라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나무라 자르지 않았다는 나무꾼의 말에 장자는, 이 나무는 쓸모가 없어 천수를 다할 수 있었다고 제자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도 아니다. 살아남은 자는 그냥 살아남은 자이고, 그 이유와 방법도 어쩌면 자신만 알거나 아니면 자기도 모를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그들이 인생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남아 여기까지 와 있는지 속속들이 알 도리가 없다. 일부러 2등에 머물거나, 확고한 신념으로 ‘잘라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나무’로 존재하는 이들이 내 주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에 대하여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나의 이십대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로 시작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외우는 이들과 함께였다. 그 시는 이렇게 끝난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한 자는 살아남는다”/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살아남은 자들이 부끄러워하던 시대는 가고, 곧 1등이든 2등이든 무조건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라는 시대가 왔다. 지금은 너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오직 단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는 ‘오징어 게임’, 서바이벌 게임의 세계관이 스크린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은밀히 믿고 있다.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 수필 「무용의 용」,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서 ▮김영하 사진 출처 <나무위키> 소설가. 1995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 장편소설로 『작별인사』, 『살인자의 기억법』,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호출』이 있고, 산문 『여행의 이유』, 『오래 준비해온 대답』, 『다다다』 등을 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일과 일본에서 각각 독립출판사문학상과 번역대상을 받았다. 30여 개국에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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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9) '송명화 ‘소멸에서 생성으로, 굽은 등에서 세계로’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9) 송명화 ‘소멸에서 생성으로, 굽은 등에서 세계로’ 정선모의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 송명화/ 문학평론가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는 성찰의 깊이가 남다른 수필이다. 작가는 관찰자이면서 존재의 이면을 읽어내는 견자다. 노인의 굽은 등에서 돌봄을 보고, 키스투스의 발화에서 소멸 이후의 생성을 보고, 고래의 죽음에서 해양 생태계의 생성을 본다는 점에서 작가는 ‘보이는 현상 너머의 관계’를 보는 견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는 휠체어를 미는 노인의 굽은 등 곡선에서 돌봄의 시간을, 한 인간의 자기 소모 속에서 다른 생명의 지속을 발견한다. ‘생명이란 본디 소멸의 재를 먹고 자라는 법’이라는 표현이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철학이다. 정선모는 시선을 일상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존재론으로 이동하며 대상을 하나의 의미체로 재구성해낸다. 노인의 구부러진 등을 ‘아내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굳어진, 고단하지만 숭고한 생의 훈장’이라 하였다. 그 등에서 작가는 ‘자신의 형태를 바꾸어 사랑하는 이의 생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을 본다. 키스투스의 불과 고래의 심해를 거쳐 노인의 돌봄을 하나의 생명 순환으로 연결한다. 작가는 식물과 동물의 생명 현상을 인간의 삶과 연결하고, 인간의 돌봄에서 자연의 생태적 순환으로 사유를 확장함으로써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사유의 확장은 키스투스와 고래, 노인의 돌봄이라는 세 모티프가 하나의 주제를 향해 수렴하는 과정에서 선명해진다. 이 작품의 중심 사유는 ‘소멸과 생성의 역설’이며, 소멸은 그 사유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다. 키스투스와 고래에게서 소멸은 새로운 생명을 낳는 자연의 순환으로 나타나고, 노인에게서는 자기 소모를 통해 타자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돌봄의 윤리로 나타난다. 고래의 죽음은 생태계의 생성과 보존이라는 결과를 불러오고, 신록은 새싹이라는 형태로 생명의 귀환을 알린다. 소멸이라는 하나의 모티프가 서로 다른 존재 영역을 횡단하며 의미를 변형하고 증식하는데, 모두가 중심생각을 지지하고 있어 통일성을 확보한다. 이런 구성은 작품에 구조적 완결성과 사유의 다층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반면 결말부에서 추상적이고 가치 판단적인 어휘를 거듭 사용하여 의미를 강하게 규정하는 방식은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며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여백을 다소 좁히기도 한다. 소멸을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으로 전환하는 생태적 상상력 또한 이 작품을 남다르게 한다.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생명 순환 안에 놓여 있다는 인식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다. 키스투스는 불과 열을 통해 잠자던 씨앗을 깨우는 존재로, 고래는 자신의 사체로 바닷속 생태계를 먹여 살리는 오아시스로 형상화된다. 식물인 키스투스와 동물인 고래의 생명 현상을 찾아낸 것은 이 글을 본격수필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다. 지상에서 위로 솟구치는 불과 심해로 가라앉는 고래의 사체라는 상반된 운동이 모두 생명을 되살리는 힘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휠체어를 미는 노인의 등을 보고 있다. 노인의 ‘심하게 구부러진 등’에서 노인의 헌신과 사랑을 읽어내고 그것을 숭고한 가치로 의미화한다. 이 수필에서 작가가 돌봄을 숭고한 헌신으로 받아들이게 된 배경은 ’몹시도 굽어‘, ‘하루도 빠짐없이’, ‘손길에 정성이’로 간단히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생략은 돌봄과 자기소진이 어떻게 생명을 잉태하는 책임 윤리로 전환되는지를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한편, 주인공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노인의 굽은 등을 돌봄의 숭고함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숭고함이 너무 빨리 부여되면서 돌봄의 고통과 피로, 인간적 갈등의 층위가 다소 지워진다. 평자는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를 ‘헌신적인 부부애’를 다룬 수필이라기보다, 소멸을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생성의 과정으로 사유한 작품으로 읽었다. 이 글은 자연의 생태적 순환과 인간의 희생 윤리를 동일한 생명원리로 묶어 생명과 소멸, 헌신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등이 굽은 이웃 노인이 병든 아내를 산책시키는 장면을 본 구체적 경험을 생명과 소멸에 관한 보편적 사유로 확장하고 조직한 데서 이 수필의 문학적 성취가 빛난다. 한마디로 평범한 관찰을 생명과 소멸에 관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한 본격수필이라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7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 정선모 온 천지가 신록으로 출렁이는 계절이다. 마른 나뭇가지의 침묵을 뚫고 솟아오른 연둣빛 새싹들이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양을 보고 있으면, 생명이란 본래 소멸의 재를 먹고 자라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 같은 겨울을 견뎌낸 저 여린 것들의 기척은, 세상의 모든 생이 빛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 때 누군가는 기꺼이 바닥으로 내려앉아 토양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매일 아침 베란다 창 너머로 한 폭의 풍경화를 마주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픈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느릿느릿 산책길을 나서는 이웃 할아버지의 뒷모습이다. 휠체어를 미는 노인의 등은 몹시도 굽어 있다. 그 구부정한 곡선은 오랜 세월 투병하는 아내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굳어진, 고단하지만 숭고한 생의 훈장이다.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중해의 척박한 바위틈에 사는 키스투스라는 나무가 떠오른다. ‘바위장미’라고도 부르는데 향료와 약제로 쓰이기도 한다. 키스투스는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무성한 그늘을 만드는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지독한 건조함을 견디며 제 몸 안에 불타는 물질을 채운다. 마침내 모든 것이 바싹 마른 여름날, 키스투스는 스스로 불타오른다. 나무기 한 줌 재가 되어 흩어지면 그 열로 씨앗이 열린다. 무엇에도 열리지 않는, 단단하게 잠겨 있던 씨앗의 빗장을 푸는 유일한 열쇠는 바로 제 몸을 태운 열인 셈이다. 휠체어를 미는 할아버지의 굽은 등 역시 자신을 태워 아내의 남은 생을 지키는 처연한 불꽃과 닮았다. 자신의 기력을 소진하며 아내에게 바깥세상의 공기와 햇살을 수혈하는 그 행위는, 소멸을 통해 다음 생의 문을 여는 키스투스의 산고(産苦)와 다르지 않다. 대지의 불꽃이 소멸의 시작이라면, 푸른 바다의 심연에는 또 다른 형태의 숭고한 몰락이 존재한다. 수명을 다한 거대한 고래가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의 영토로 가라앉는 순간, 불모의 심해는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고래의 사체는 수십 년간 수백 종의 생명을 먹여 살리는 거대한 오아시스가 되어준다. 자신의 육신을 허물어 깊은 바다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는 고래처럼, 할아버지의 지극한 간병은 아내라는 작은 우주를 지탱하는 든든한 안식처가 된다. 노부부가 지나간 자리에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감돈다. 눈부실까 예쁜 모자도 씌워주고, 추울세라 꽃무늬 담요도 무릎에 덮어주는 손길에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등은 키스투스의 그을린 밑동이며, 아내를 향해 쏟아붓는 헌신은 심해의 생명들을 먹여 살리는 고래의 뼈와 같다. 할아버지는 조금씩 작아지고 스러져가고 있지만, 그것은 허무로 돌아가는 무의미한 몸짓이 아니다. 자신의 형태를 바꾸어 사랑하는 이의 생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흔히 삶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채워가는 일이고, 죽음이란 그릇이 깨져 모든 것을 잃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휠체어 바퀴가 구르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생과 사의 경계는 안개처럼 뒤섞인다. 타버린 자리가 비어 있기에 새로운 싹이 돋고, 거대한 존재가 내려앉았기에 작은 생명들이 둥지를 튼다. 노인의 등 뒤로 펼쳐진 신록이 유독 눈부신 이유는, 그곳에 자신을 기꺼이 허락한 존재의 아름다운 소멸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워지는 고통은 결국 채워지기 위한 거룩한 준비다. 지금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불꽃을 태우고 있거나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의 무게를 견디는 이가 있다면 잊지 말 일이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그 중력은 누군가에게 가장 깊은 안식처가 되기 위한 성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음을. 잿더미 위에서 돋아나는 연초록 새순처럼 나의 소멸은 누군가의 생을 긷는 숭고한 사랑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음을. 장엄하게 가라앉아 오아시스가 된 고래처럼, 우리네 고통 또한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싹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단단한 대지가 된다는 사실을. ▮정선모 주요 약력 △ 1989년 월간 《한국시》 등단 △ 현재 도서출판 SUN 대표. 한국디지털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수필문학상(2003년), 신곡문학상(2013년), 한국산문문학상(2014년), 현대수필문학상(2019년) 수상△ 수필집 《빛으로 여는 길》, 《지휘자의 왼손》, 《바람의 선물》, 《너를 위한 노래》, 《우는 방》, 수필선집 《아버지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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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9) '송명화 ‘소멸에서 생성으로, 굽은 등에서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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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38) 최순덕 ‘구름의 재해석, 포용과 변화의 삶 ’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 (38) 최순덕 ‘구름의 재해석, 포용과 변화의 삶 ’ 석인수 ‘구름은 고향이 없다’ 최순덕 / 수필가, 평론가 석인수 작가의 <구름은 고향이 없다>는 ‘구름’이라는 실재하는 대상을 자신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변화와 수용의 삶이 지닌 의미를 드러낸다. 또한 생성과 소멸의 섭리 속에서 흐른다는 공통점을 지닌 구름과 인생을 창조적으로 해석하여 고향의 의미를 되짚으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작품은 종종걸음으로 주인을 따라가는 강아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반적인 강아지가 아니라 종착역도 모르고 어디쯤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앞으로만 가고 있는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작가의 특별한 관점의 해석이 개입된 강아지다. 작가의 시선은 강아지에서 하늘의 구름으로 옮겨가며 사유를 심화시킨다. 니체 철학의 핵심인 관점주의에 의하면 인간은 결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인식은 하나의 관점이며, 관점은 개인의 경험, 문화, 시대, 욕망, 가치관 속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작가 석인수의 관점으로 해석된 구름과 고향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어떻게 드러내는가. ‘사실은 없다. 해석만 있을 뿐이다.’는 니체의 유명한 명제에 기대어 접근해 본다. 고향은 단순히 태어난 장소가 아니라 삶의 출발점이며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안식처이자 존재의 뿌리이다. 젊은 날 고향을 그리워했던 작가는 고향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을 통해 고향을 다시 떠올린다. 이때 작가의 시선이 닿은 구름은 물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하늘에 피어올랐다가 빗방울로 사라지는 단순한 구름이 아니라 한 곳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머무는 순간의 소중함을 의미하는 구름으로 해석된다. 작가는 보편적인 풍경을 넘어 재해석된 구름을 가슴속에 존재하는 마음의 고향으로 인지한다. 작가가 해석한 구름에는 작가 자신의 젊은 날이 있고, 적응하고 포용하고, 더러는 체념하기도 하면서 끝없이 변화해 온 삶이 녹아있다. 이는 실향민이나 이와 유사한 경험을 지닌 독자들에게 공감의 여백을 제공한다. 독자의 추억과 회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던 젊은 날의 그림자 등 숱한 경험과 사유가 스며들 여백이다. 텍스트에 여백을 두어 독자의 역할을 유도하고 작품의 완성을 기대하는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의 이론과도 닿아 있다. 문학은 해석의 투쟁이라고 니체는 말한다. 작가는 ‘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은 애초에 정해진 바탕이 없다.’는 중국의 동파 소식蘇軾의 시구로 구름은 고향이 없다고 해석한다. 가는 곳마다 다양한 공기를 흡수하는 구름은 적응과 포용이다.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게 살아온 자신의 삶을 비추며 새롭게 해석을 확장한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구름은 운명을 받아들이듯 흘러간다.’는 문장은 삶의 난관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평온을 찾아온 작가 자신의 삶을 드러낸다. 이러한 지점에서 작품은 철학성과 문학성을 함께 확보한다. ‘구름은 고향이 없다.’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사람에게는 마음의 고향이 있음을 일깨우는 의미로 확장된다. 추억과 그리움을 간직한 어머니 품과 같은 마음의 고향이 있다는 자체가 정도의 삶을 사는 잣대가 된다. ‘변한 것은 나였다.’는 독백에서 자신의 변화된 삶과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세계는 고정된 본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하는 흐름’이라고 한 니체의 이론과 연결된다. ‘구름은 고향이 없지만 세상 전부가 그의 길이다.’는 문장에서 작가는 구름의 그늘진 의미를 확 걷어낸 희망적인 현실로 의미를 확장한다. ‘떠도는 것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고 흘러가는 것은 잊힘이 아니라 순환’이라는 창의적인 해석은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앞으로의 여정에 집중하라는 해석의 핵심이다. 참된 행복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정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통해 긍정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한 철학적 수작이다. ◆최순덕의 약력 △경남 통영 출생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바람에도 기댈 곳은 있다』 ❚석인수의 <구름은 고향이 없다> 길을 가다 종종걸음으로 주인을 따라가는 강아지를 봤다. 가는 곳은 어디고,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고 가는가? 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앞으로 좌우로 잘도 따라간다. 따라가지만 앞서기도 하며 익숙한 길을 가듯 간다. 우리 인생도 강아지처럼 걷는 게 아닌가 싶다. 종착역은 어디고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모른다. 좌우도 살피면서 앞으로만 종종걸음으로 나아간다. 낯선 길이고 처음 걷는 길이지만 잘 아는 길처럼 걸어간다. 강아지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나도 따라 하늘을 쳐다보았다. 청명한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높이 떠 천천히 흐르고 있다.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만나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보이며 유유히 떠간다. 떠가는 구름이 인생을 닮아 보인다. 구름의 생성이 여일한데 우리 인생의 흐름도 그와 같은 듯하다.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인이며 서예가인 동파 소식(蘇軾)의 시구 ‘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은 애초에 정해진 바탕이 없다는 행운유수(行雲流水), 초무정질(初無定質)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떠가는 구름과 흐르는 물은 애초에 정해진 바탕이 없다. 고정된 근거지나 출신을 가지지 않은 구름이나 물처럼, 인생 역시 정해진 길이나 한정된 운명이 없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시 구절이다. 하늘 높이 떠 있는 구름은 돌아갈 고향이 없다. 흩어지고 모이며 머무는 모든 곳이 잠시의 정류장일 뿐이다. 구름은 단 한 번도 한 자리에 뿌리내린 적이 없다. 구름은 애초에 고향이 없다. 정확히 어디서 생성되었는지 모호하다. 머무는 듯 보여도 바람이 부는 대로 흩어지고, 그 자리를 끝내 지키지 못한다. 사람은 제 발로 걷는 존재지만, 구름은 바람에 밀려 흐르는 존재다. 어느 하늘에 떠 있든, 그곳이 고향이라 부를 수 없다는 점에서 구름은 늘 방랑자요 유랑자이다. 구름은 어느 곳에 가도 그곳의 공기를 품는다. 바다 위를 지나면 짠 기운을, 산 위를 넘으면 풀 냄새를 머금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모양만 바뀔 뿐, 본질은 물의 숨결이다. 사람도 그렇다. 고향을 떠나 세상을 돌며 많은 공기를 마시지만, 그 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본질이 닿는 풍경이 바뀔 뿐이다. 구름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흐른다. 바람이 센 날엔 급히 떠나 흐르고, 잔잔한 날엔 오래 머문다. 인생도 그와 같다. 어느 시절엔 떠밀리듯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어느 시기엔 잠시 정박해 쉼을 얻는다. 중요한 건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떻게 흐르냐다. 나는 종종 삶이 구름과 닮았다고 느낀다. 몸을 붙일 만큼의 거처를 가졌을 때도 마음은 늘 어디론가 흘러가고, 희망은 바람결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 오래 머문다는 것은 어쩌면 생각일 뿐, 우리 인생도 결국 변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 흘러감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라는 모양을 지키려 애쓰지만, 매 순간 달라지는 빛의 결이 우리를 다시금 새로이 그린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구름은 운명을 받아들이듯 흘러간다. 머물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그 체념 속의 평온함이 나는 좋다. 인간의 욕심은 구름을 땅에 붙들어 두려 하지만, 구름은 언제나 그것을 거절한다. 떠도는 구름의 운명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 고향이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다시 돌아와야 할 집도 없다. 젊은 날에는 고향이 그리웠다. 떠나온 곳이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고, 내가 돌아가 그 자리에 서길 꿈꾸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나는 구름의 마음을 조금씩 알았다. 돌아갈 곳보다 머무는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것, 정착보다 흘러감이 더 정직하다는 것을. 그리움으로만 살아가던 마음이 조금씩 바람을 품게 되었다. 고향의 냄새는 그립고 애틋하지만, 내 삶은 그 마음을 모르는 체한다. 구름은 고향이 없지만, 세상 전부가 그의 길이다. 떠도는 건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고, 흘러가는 건 잊힘이 아니라 순환이다. 구름의 생은 끝없는 이동 속에서 완성된다. 나 또한 언젠가 이름 없이 흩어질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은 매 순간의 하늘을 바라보며 인생길 위에서 나를 완성해가려고 한다.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나는 구름을 본다. 구름은 언제나 제멋대로 흐른다. 어느 날은 산허리를 감싸며 느릿하게 흘러가고, 어느 날은 바람을 타고 휘몰아친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잠시 머문다 싶으면 금방 다른 모양, 다른 배경의 하늘로 옮겨간다. 그 유랑의 생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도 닮았다. 잠시라도 같은 모양, 한 자세로 머물지 못한다. 구름이나 우리 인생도 변화가 곧 삶이다. 젊은 시절, 나는 고향을 떠나 도시로 왔다. 그때의 마음은 막 피어난 구름 한 조각 같았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내 인생의 바람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었다. 도시는 낯설었다. 빽빽한 건물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던 하늘마저도 삭막했다. 그러나 그 좁은 틈 사이로 떠가는 구름을 볼 때마다 나는 고향의 들판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뛰놀던 논두렁 위의 하늘은 언제나 넓고 푸르렀다. 그 위를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 구름은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시간이 흘러 머리엔 흰 서리가 내려앉았다. 오랜 세월을 일에 쫓기며 살았다. 어느새 인생의 저녁 무렵에 서서 하늘을 보니, 여전히 구름은 떠가고 있다. 변한 것은 나였다. 구름은 변함없이 흘렀는데, 나는 그 구름을 따라 흐르지 못하고 땅에 묶인 삶을 살았다. 사람은 누구나 뿌리를 내리려고 하지만. 결국, 내리지 못한다. 구름도 마찬가지다. 흩어졌다가 모이고,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난다. 이합집산의 연속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그 자유가 부럽기도 하고, 그 외로움이 애잔하기도 하다. 고향이란 물리적인 곳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구름에서 배운다. 우리 인생도 구름처럼, 지나간 일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앞으로의 여정에 집중하고 있다. 목적지보다는 그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알고, 미지의 길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는 용기가 중요함을 구름이 가는 길에서 배운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오직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 뿐이다. 그리움이 깃든 곳이면 어디든 잠시의 고향이 된다. 구름이 머무는 산마루,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하늘, 혹은 마음속 어딘가의 기억 한 조각. 그 모든 곳이 구름의 고향이자 나의 고향이다. 구름과 물과 바다가 고향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어차피 세월은 흘러갔고 구름은 소멸할 뿐이다. 새는 날면서 뒤돌아보지 않는 것처럼 나그네인 인생도 갈 길이 남아 있을 때 행복한 법이다. 가지 않은 길이란 갈 수 없었던 길이 아니라 가기가 두려워 회피한 길이다. 누구나 인생을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롭게 살고 싶지만,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삶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아름답다. 순탄만 했다면 삶이 재미가 없고 매력이 없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참된 행복이란 목적지에 있지 않고 목적지를 가는 여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그 여정의 한 길목에 서 있다. 매 순간 머무는 곳이 곧 새로운 집이 된다면, 떠남도 상처가 아니다. 나 또한 언젠가 구름처럼 내 마음의 방향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고 싶다. 돌아갈 곳이 없어도 괜찮다. 그리움이 흐르는 그 자리가 곧 나의 오늘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표현 2026년 여름 제 99호> ❚석인수 약력 △공학박사 △원광대학교 겸임교수 △이사관 △전라북도 건설교통방재국장 △행촌수필 문학회장 △홍조 근정훈장 △녹조 근정훈장 △근정포장 △작촌 문학상 △한비문학상 대상 △한국을 빛낸 인물대상(문학대상) △대한민국 문학예술 대상 △행촌수필 문학상 △수필과비평 문학상 △수필집:『생각이 머무를 때면』, 『그래서 당신을』,『발자국 없이 걸었네』,『다시 솔잎을 먹으며』, 『세월의 흔적』, 『살며 생각하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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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7) 최혜영 ‘흔들림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평형’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7) 최혜영 ‘흔들림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평형’ 조자영의 ‘평형수를 생각하다’ 최혜영/문학평론가 수필은 흔히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고백의 문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조자영의 수필 <평형수를 생각하다>는 그러한 안일한 통찰의 단계를 넘어, 삶의 근원적인 흔들림과 주체의 균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깊은 사유의 지평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감상적 고백을 넘어, 흔들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균형을 성찰하는 깊이 있는 사유의 텍스트이다. 이 작품의 도입부를 여는 것은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요동치는 배의 풍경이다. 저녁을 먹다 마주한 TV 화면 속 선박의 모습은 작가에게 삶의 균형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배가 균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평형수를 조절하듯, 인간의 삶 역시 역경이라는 거친 파도를 마주할 때 내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장면은 일상의 사물을 단순한 비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존재의 균형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키는 핵심 장치가 된다. 그러나 화자가 바라본 자신의 내면은 안정적이지 않다. “나의 평형수, 그것은 가끔 너무나 허술해서 비워야 할 때 차 있고 채워야 할 때 비어 있기 일쑤다”라는 구절은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화자는 비워야 할 자리에 아집과 오만이 들어차 있고, 편견이라는 짐 때문에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또한 “균형 잃은 일엽편주가 되어 하루를 버텨내기에 급급하다가 끝내 난파되고 마는 밤도 있다”는 진술은 삶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내면의 흔들림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자기 성찰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배우자를 “신이 결핍과 나머지를 적절히 맞추기 위해 보내신 스승”이라는 대목은, 동반자가 단순한 삶의 짝을 넘어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깨닫게 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인간관계는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삶의 무게중심은 스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조율되어 간다. 화자의 이러한 성찰과 변화의 과정은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소유(To Have)’와 ‘존재(To Be)’의 삶의 양식과 맞닿아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가치관을 움켜쥔 채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는 프롬이 말한 ‘소유’의 삶에 가깝다. 반면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함께 성장하려는 모습은 ‘존재’의 삶을 지향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이 지닌 문학적 깊이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박사는 프롬이 제시한 ‘소유’와 ‘존재’의 틀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생성(Becoming)’의 차원까지 확장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고정된 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형성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삶의 갈등과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새롭게 조율해 가는 모습은 인간 존재의 역동성과 형성 과정을 드러내는 생성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작품 후반부에서 화자는 부모와 형제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내면의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동요하는 감정의 평형을 유지하며 고요한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고백은 완성된 인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생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흔들림은 실패의 징표가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이끌어가는 여정이다. 결국 이 작품의 핵심 제재인 평형수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물리적 장치를 넘어, 자신을 조율하며 끊임없이 형성되는 주체를 드러내는 ‘생성’의 은유로 기능한다.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중요한 것은 흔들림이 없는 삶이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조자영의 <평형수를 생각하다>는 일상의 경험을 철학적 사유로 확장하고, ‘평형수’라는 독창적인 상징을 통해 삶 속에서 자신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성찰한다는 점에서 수필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다. 특히 삶의 균형을 ‘생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방식과 변화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수작(秀作)이라 할 만하다. ▮최혜영 주요 약력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2007)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부주간 △에세이문예 수필계간평 집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감사 △부산문인협회 이사 △권대근문학상 자문위원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한국에세이 평론상 △부산수필문학협회 작품상 △부산북구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공저, 『오늘의 수필 비평1,2,3』 ▮조자영<평형수를 생각하다>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 위, 배가 흔들린다. 저녁을 먹다 말고 TV 화면 속에 눈길이 머문다. 속수무책 요동치는 배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평형수’가 떠오른다. 배의 균형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바닥짐, 평형수. 물건을 실으면 그만큼 덜어내고 내릴 땐 다시 채워 무게중심을 잡는다. 거친 파도를 만나 역경에 처할수록 평형수의 역할은 지대하다. 나의 평형수, 그것은 가끔 너무나 허술해서 비워야 할 때 차 있고 채워야 할 때 비어 있기 일쑤다. 쓸데없는 아집과 오만이 들앉아 있어 새로운 것들을 채울 공간이 없기에 늘 흔들린다. 편견이라는 짐을 미리 채워버린 탓으로 내 감정에만 충실해 다른 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균형 잃은 일엽편주가 되어 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하다가 끝내 난파되고 마는 밤도 있다. 신은 결핍과 나머지를 적절히 맞추기 위해 배우자라는 스승을 보내셨단다. 어쩌다 어른이 된 나는 남편으로 하여 단련되고 자식으로 인해 모가 깎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자식은 때론 자부심이 되고 가끔은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하며 사랑을 가르치고 인내와 겸손까지도 알게 한다. 제 한 몸 살아가는 것도 힘이 드는 시대라고 한다. 가족이 힘이 아니라 짐이 되는 세상이라고도 한다. “각자 알아서 잘 살자. 늙어서도 절대 짐이 되지 않을 테니 너희도 행여 기댈 생각 말아라.”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되뇌던 남편의 말에 “사람 일 어찌 될 줄 모르는데 너무 인정머리 없다.” 하며 타박하던 나. 속절없이 흔들리는 집안의 어른들을 보며 요즘 들어 그의 말에 자꾸만 머리를 끄덕이고 있는 내 안의 평형수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 균형감이란 늘채 쌓인 조화로움의 산물일 것이다. 언젠가 어느 초등학교 건물에서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밝고 맑고 조화로운 인간’ 교훈으로 보이는 그 말은 한동안 뇌리에 남아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평생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하늘의 명을 알아차리는 나이,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며 내게 가장 부족한 덕목이 바로 ‘조화’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모임이나 단체 생활에서 간혹 조화로운 사람을 만나면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진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갖추었다면 말 그대로 군계일학(群鷄一鶴), 낭중지추(囊中之錐)인 존재다. 좌도 우도 아닌 중간 어디쯤의 균형 잡힌 관점과 쉬이 달뜨지 않는 평정심으로 깊은 물처럼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다만 그와 정반대의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조화투성이인 나다. 더욱이 요 며칠, 감정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 잦다. 갱년기인지 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언짢은데 의도치 않게 부모, 형제의 마음을 중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탓이다. 진실은 늘 존재하기 마련일진대 가까운 사이일수록 바른말을 한다는 건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진실한 게 늘 답은 아니야.’ 하며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 보면 중재는커녕 내 몸 하나 중심 잡기도 힘들 때가 있다. 마음이란 게 늘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그리 받아들이지 못함에 화가 나고, 어느 편도 녹록지 않아 스스로 고달프기만 한 걸 보면 난 한참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도 열두 번 동요하는 감정의 평형을 맞추어 고요한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매일 파도처럼 출렁일지라도 부단히 바닥짐을 덜고 더하며 태연한 척 사는 게 인생인 건가. 인간의 삶에 신은 교묘하고도 시의적절하게 개입해 살 수 있는 만큼의 평형수를 맞춰놓는다고 믿는다. 정신없이 흔들리다가도 어느새 또 중심을 잡으며 삶이 이어지는 걸 보면. 살다 보면 또 살아지는 걸 보면…. <2026년 한국산문인 봄호> ▮조자영 대한문학 등단(2016년), 광주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시들지 마라 피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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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7) 최혜영 ‘흔들림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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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6) 김정애 ‘몸이 세계를 탄주하는 시간‘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6) 김정애 ‘몸이 세계를 탄주하는 시간‘ 김희자의 '탄주' 김정애/ 문학평론가 소리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건너가는가. 수필 「탄주」는 해금의 선율에서 시작하여 바다의 리듬으로, 다시 몸의 울림과 글쓰기의 운율로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탄주’라는 하나의 동사가 자연과 몸, 언어를 관통하는 중심 은유로 기능하며 작품 전체의 의미망을 정교하게 조직한다. 이러한 구조적 일관성을 통해 미학적 응집력을 획득한 이 작품은, 세계의 파동이 어떻게 내면의 언어로 승화되고 그 언어를 써 내려가는 행위가 어떻게 신체적 연주가 되는지를 다채롭게 증명하는 몸의 현상학이자 미학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달빛 아래 울려 퍼지는 해금의 선율로 문을 연다. 연주자는 해금의 네 줄을 “떡 주무르듯이” 쥐고 손가락으로 음색을 조절한다. 관념이나 기계적 기교가 아닌, 순수한 손의 감각과 신체의 리듬으로 소리를 자아내는 것이다. 메를로퐁티가 말했듯 우리의 몸은 정신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지각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다. 「탄주」 역시 몸을 단순한 감각기관에 누이지 않는다. 몸은 소리를 받아들이고 자연과 공명하며 마침내 언어를 생성하는 존재의 근원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신체성은 지각을 넘어 끊임없는 내적 변화로 이어진다. 수필학자 권대근이 에릭 프롬의 존재(being)와 소유(having)를 넘어 ‘생성(becoming)’을 강조했듯, 작가의 몸은 고정된 객체가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고 다듬어 내는 생성의 장(場)이다. 작가 김희자에게 해금 소리는 단순한 객관적 악기음에 그치지 않고, “그 소리를 탄주하는 사람의 몸 소리”로 변주되며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해금과의 신체적 교감은 동해안 몽돌밭의 풍경에 이르러 거대한 우주적 탄주로 확장된다. 오랜 세월 파동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 위로 바닷물이 지나갈 때, 바다는 자신의 몸으로 몽돌이라는 건반을 두드린다. 그리고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눈부신 통찰을 끌어올린다. “그때, 내 몸속에도 쓸쓸히 파도치는 건반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해금과 달빛, 파도와 몽돌의 이미지는 모두 이 한 문장을 향해 모여들며, 이후의 글쓰기에 대한 성찰 또한 여기서 싹을 틔운다. 외부에서 들려오던 바다의 소리는 작가의 신체 내부로 침투하여 내면의 건반을 두드린다. 소리와 몸이 하나로 포개어지는 순간이다.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의 탄주를 받아내어 다시 자신의 언어로 울려내는 일, 작가의 몸은 이제 글을 구상하는 단순한 머리가 아니라 세계의 파동을 받아 울리는 하나의 ‘쓸쓸한 건반’이자 악기 그 자체가 된다. 외부의 소리가 내면의 언어로 이행하는 존재론적 전환점이 마련되는 셈이다. 세계의 파동이 내 몸의 건반을 두드릴 때, 글쓰기는 비로소 시작된다.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몸속의 느낌으로 표현해내는 악보”를 그리는 일이며, “글이라는 건반을 소리 없이 연탄(連彈)하는” 무아지경의 행위다. 이는 니체가 강조한 “몸의 지혜”가 단단하게 빛을 발하는 현장이다. 니체에게 정신이나 의식은 몸이라는 거대한 주체가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몸과 사유를 연결해야” 글로 옮길 수 있다고 고백하는 작가에게 글쓰기의 진정한 주체는 관념적인 머리가 아닌 온몸의 감각이다. 이는 생명의 리듬 속에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니체적 몰입과 온전히 맞닿아 있다. 작가 역시 “몰입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도 경험했다”라고 토로한다. 결국 글쓰기란 관념의 조합이 아니라, 온몸을 밀어 올려 사유와 생명을 일치시키는 신체적 사건이다. 봄비 내리는 무심한 밤, 작가는 자신의 짧은 사유를 안타까워하며 하나의 문장을 우주로 만들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 겸손한 안타까움 뒤에는 “내가 탄주하는 언어가 언젠가는 출렁출렁 가슴에서 울려 나와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널 것이라 확신했다”라는 단단하고 묵직한 신뢰의 뿌리가 내려져 있다. 김희자의 문장에는 해금을 주무르는 연주자의 손길처럼, 몽돌을 위무하는 파도처럼, 온몸으로 밀어낸 생명의 숨결과 리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필 「탄주」는 소리에서 파도로, 파도에서 몸으로, 마침내 몸에서 언어로 이행하는 숭고한 선율이다. 이성의 차가운 언어가 아닌, 몸속의 쓸쓸한 건반을 두드려 만든 이 생명력 있는 언어들은 누군가의 가슴속 바다를 향해 출렁출렁 건너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읽는 이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쓸쓸한 건반 하나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깨워 울리는 명징한 수작(秀作)으로 남는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생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문학동인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사유와언어문학상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김희자의 <탄주> 푸른 달빛이 무대 위에 흩어져 내린다. 무대 서편에는 초저녁 별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애잔하면서도 슬픈 해금의 선율이 달빛 속으로 흐른다.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 밤을 지새우고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의 아름다움을 그린 곡이다. 밤의 몸짓이 달빛의 현을 탄주彈奏하듯 여인은 손으로 음을 주무른다. 오래전부터 내 안에 들리던 소리처럼 은은하게 젖어 든다. 해금 탄주이다. 여인은 왼손으로 해금의 현을 잡고 오른손으로 채를 붙들어 음을 탄다. 왼손으로 음정을 찾고 오른손에 쥔 활대로 줄을 마찰하여 소리를 낸다. 소금쟁이가 물의 현을 지나가듯 그녀의 손가락이 해금의 현을 스쳐 간다. 순간 현이 소리를 자아낸다.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현의 울림으로 나오는 그윽한 소리이다. 라일락 수줍게 만개한 봄밤에 귀를 열고 나직나직한 가락을 듣는다. 홀로 있는 시간을 위하여……. 해금 연주가 허공에 머무는 어둠을 둥글게 밀어낸다. 문득문득 물방울처럼 떠오르거나 생각난 것들이 이미 오래전 내 안에서 흐르던 것처럼 반짝이며 되살아난다. 달빛 속으로 흐르는 선율이 건조해진 가슴을 눅진하게 녹인다. 홀로 있는 시간이 좋다는 건 이렇게 무언가에 진 중히 빠질 수 있음이다. 깡깡이라고 불리는 해금은 대나무 통이라는 공명통에 두 줄이 걸려 있다. 위쪽 주아에는 약간 굵은 줄인 중현이, 아래쪽 주아에는 중현보다 약간 가는 줄인 유현이 걸려 있다. 이 두 줄은 한 손에 잡히도록 수평으로 입죽에 묶어 놓은 산성이 있을 따름이다. 볼품은 없지만, 음의 폭이 놀라울 정도이다. 여인은 왼손으로 해금의 네 줄을 싸 감아쥐고 떡 주무르듯이 소리를 낸다. 손가락으로 음색을 조절한다. 거칠게 꺾고 구부리면서 섬세한 것들을 아우른다. 해금의 소리는 그 소리를 탄주하는 사람의 몸 소리처럼 들린다. 몸이 느끼는 리듬을 손바닥으로 받아내어 세상으로 소리를 내보낸다. 며칠 전, 동해안에서 파도와 몽돌이 한 몸 되어 내는 소리를 들었다. 비가 막 그치고 햇살이 몽돌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달이 끌어당기는 대로 물은 멀어졌다 다시 돌아왔다. 밀려온 바닷물이 오랜 세월 파도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을 나직나직 탄주했다. ‘쏴와, 자그락자그락……’ 흑진주 같은 몽돌을 바닷물이 위무하는 소리였다. 몽돌 위로 쓸려나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내 몸은 전율했다. 비 그친 해안 길을 걸으며 들었던 바다의 탄주는 해금의 선율처럼 깊었다. 그 소리는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바다의 심장 소리였다. 오직 파도의 손으로만 칠 수 있는 저음의 건반이었다. 그때, 내 몸속에도 쓸쓸히 파도치는 건반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바다가 탄주하는 소리. 그 애절한 탄주를 들으며 내 몸도 날마다 글이라는 건반을 소리 없이 연탄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탄주하는 언어가 언젠가는 출렁출렁 가슴에서 울려 나와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널 것이라 확신했다. 나는 글을 온몸으로 쓴다. 온몸으로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 그만큼 몰입한다는 뜻일 것이다. 글쓰기의 무아지경에 들지 않으면 한 줄도 그려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했다. 그럴 때면 시간이 가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을 때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에 몰두하다가 끼니를 잊을 때도 있고, 냄비를 새까맣게 태우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다가 식는 줄도 모른다. 몰입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빠져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좋아서 하는 것으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글에 미쳐서 수년 동안 내 몸을 갉아먹기도 했다. 몰입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도 경험했다. 문학의 경지에 이르는 길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조금씩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해금을 탄주하는 여인처럼 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늘이 깊어야 향기도 깊어진다는 말처럼 내면에 쌓인 사유의 힘이 요동쳐 글을 무르익게 하리라. 무슨 일이든 일치, 하나가 되어야 깊어진다. 몸과 사유를 연결해야 글로 옮길 수 있다. 그것이 문학의 운율이다. 해금의 선율과 몽돌 위에서 내는 파도 소리 같은 리듬은 살아있는 생명 속에서 탄생한다. 탄주는 오직 몰입하는 시간 속에만 존재한다. 글을 창작할 때 나는 음악을 듣는다. 곡을 작곡하듯 음악을 들으며 창작을 꿈꾼다. 글은 몸속의 느낌으로 표현해내는 악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려내는 글도 음악처럼 리듬이 있어야 한다. 시 같은 운율이 아니라 사람이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현이 울릴 때마다 달빛이 물결친다. 해금 탄주를 들으며 나의 글이 해금의 소리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염원한다. 글은 내면의 뿌리에서 피는 꽃이다. 여인이 해금의 소리를 주물러 손바닥으로 반죽해 내듯 나도 내 문장을 맛깔나게 주물러 낼 수 있었으면. 하나 지금의 내 짧은 사유로는 깊디깊은 문장을 주물러 낼 수가 없다. 하나의 문장을 우주로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만 가득할 뿐 서툴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같이 봄비 내리고 무심한 밤에는 해금 탄주에 귀를 기울인다.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작품선집 차경(2026)>. ▮김희자 아호 연당蓮塘.남해 출신. 《수필세계》 등단(2011).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대구 범어도서관 수필 강사 역임, 유배문학관 운영위원, 화전도서관 수필 강사, 수필사랑문학회, 남해문학회 회원. 숙소 설흘재雪屹齋 운영 중. 저서: 《등피》 《꽃문이 열릴 때까지》 《바람의 지문》 《터》, 작품 선집 《차경》. 제1회 천강문학상 대상, 목포문학상, 근로자예술제 수필부문 금상 등 전국공모전 다수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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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6) 김정애 ‘몸이 세계를 탄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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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 기록하다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 발표, 여행을 넘어 삶과 인간을 성찰한 감동의 에세이
-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체험과 성찰을 담은 여행에세이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를 대한기자신문에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낯선 대륙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문화,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여행수필이다. 광활한 초원과 야생동물, 다양한 부족 문화와 역사적 현장을 생생한 필치로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아프리카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통해 삶의 본질과 공존의 가치를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섬세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진 이번 작품은 여행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송정자 수필가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제3회 권대근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문학은 삶의 현장을 진정성 있게 기록하며 인간과 자연을 잇는 따뜻한 감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송정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이며, 미미래수필문학회 사무장,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및 편집위원, 정독수필다스림 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수필』 등단 이후 제43회 강원경제신문 코벤트가든문학상, 제4회 설총문학상, 제7회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2026년에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다시 한번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수필집 『f홀의 위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를 통해 송정자 작가는 인간 존재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더욱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그의 수필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상처 입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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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 기록하다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 발표, 여행을 넘어 삶과 인간을 성찰한 감동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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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펴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
- [지구일보] 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를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시간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체험과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번 수필집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며, 현대 수필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옥의 수필은 익숙한 일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일상의 작은 사건과 감각을 통해 독자가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평범한 풍경 속에 숨은 존재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인간관계의 따뜻함 속에 내재한 균열과 화해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내며, 상실과 결핍을 통해 자기 인식의 깊이를 확장해 간다. 특히 이번 수필집은 감각 존재형, 관계 연대형, 내면 성찰형이라는 세 층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사유 체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각에서 출발한 인식은 관계로 확장되고, 관계 속에서 드러난 갈등과 화해는 다시 내면의 성찰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개별 작품들을 하나의 문학적 세계로 묶어내며, 독자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인식의 경험을 선사한다. 김필옥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는다. 담백하고 절제된 언어는 오히려 삶의 진실을 더욱 깊게 드러낸다. 화려한 수사 대신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공감은 다시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의 수필은 설명보다 체험을, 주장보다 울림을 선택하며, 독자를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닌 능동적인 사유자로 이끈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는 이번 수필집에 대해 "김필옥의 수필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이 균열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문학"이라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그의 문장은 독자의 인식을 흔들고,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철학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각의 밀도와 관계의 윤리, 그리고 내면 성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번 수필집은 일상의 언어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필옥 수필가는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2022년 제19회 에세이문예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에세이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서 꾸준히 문학적 역량을 쌓아왔다. 스스로를 "동화 읽기를 좋아하는 주부"라고 소개하는 그는 순수한 시선으로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다. 소박한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빛을 따뜻한 언어로 길어 올리는 그의 글은 독자의 마음속 빈터에도 조용한 위로와 희망을 심어준다.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는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어떻게 존재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깊이 있는 문학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함께 품은 수작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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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펴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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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김이나 수필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를 읽고 권대근/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김이나는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이다. 평자는 TV 속에 비친 그녀의 언설 속에서 언어의 품격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우연히 명수필집을 찾으려 간 서점 가판대에서 김이나 에세이집을 발견했다. 수필가는 아니지만 유명인이 쓰는 수필 중에도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일상주의자의 감각』이란 그녀의 에세이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중음악 작사가 김이나의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전문 수필가가 아닌 비문학인의 글이다. 그러나 문학은 직업이 아니라 작품이 증명한다. 문학적 성취는 작가의 이력보다 언어가 얼마나 새로운 인식과 미적 경험을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수필이 도달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이 글은 대중가요를 문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칼럼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의 결핍을 읽어내는 하나의 문학적 사유이다. 일상적 소재에서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개인의 체험을 사회적 성찰로 확장하며, 끝내 인간 존재의 위로라는 보편적 가치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획득한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매우 사소하다.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에 등장하는 '손에 쥔 동전 두 개'는 단순히 공중전화 요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생활 방식과 감정 구조를 되살리는 문화적 기호가 된다. 이어 삐삐, 찢어진 청바지, 인스타그램 같은 일상적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시대를 봉인한 '타임캡슐'로 변모한다. 김이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낯선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음악은 귀로 듣는 오락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는 기억의 장치가 되고, 독자는 익숙했던 노래 속에서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읽어낸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수필이 지닌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 글의 사유는 개인의 추억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존 레넌의 「Imagine」,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거치면서 음악은 시대 저항과 자유를 증언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다시 신해철과 색종이, 자이언티의 노래를 경유하면서 작품은 시대마다 음악이 담아내는 결핍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기억의 노래에서 저항의 노래로, 다시 위로의 노래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욕망의 이동을 하나의 서사처럼 보여준다. 개별 노래들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논리를 구축하는 유기적 장치가 되며, 음악 이야기는 어느새 시대를 읽는 문화비평으로 깊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라는 문장에서 하나의 통찰로 응축된다. 이 문장은 대중가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시대가 가장 부족하게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문화적 지표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노래가 '위로'를 노래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위안이라는 사실을 김이나는 음악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에 이른다. 예술은 시대의 상처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며, 노래는 시대가 말하지 못한 결핍을 대신 발화하는 언어가 된다. 작품의 문체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분석은 치밀하지만 차갑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자랑이나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는 자신의 경험조차 시대가 요구하는 위로의 형식을 설명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자기 체험이 자연스럽게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에서 수필은 사적인 기록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에 담긴 '작은 쪽지'의 상징성이 결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Imagine』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거대한 평화의 담론과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메모를 대비시키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통합한다. 처음에는 음악을 이야기하던 글이 마지막에는 인간관계와 존재의 외로움으로 귀결되는 자연스러운 전환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학적 수필임을 보여준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리듬은 유연하다. 다양한 노래와 시대적 사례를 인용하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것은 설명과 성찰, 정보와 감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언어는 가볍지 않고, 논지는 명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작사가로서 축적된 언어 감각이 산문의 결을 한층 깊고 섬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개인의 기억을 시대의 기억으로, 시대의 기억을 다시 인간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수필적 힘에 있다. 작품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기억의 장치이며, 시대의 결핍을 드러내는 문화적 텍스트이고, 마침내 인간을 위로하는 작은 쪽지가 된다. 이러한 의미의 확장은 수필이 지닌 사유의 미학을 충실하게 구현하며, 독자로하여금 익숙한 대중가요를 새로운 인식의 대상으로 다시 만나게 한다.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시대의 결핍, 그리고 위로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의미망 속에 배치하여 독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일상의 문화 현상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비문학인의 글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문학은 장르나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새로운 인식과 아름다운 언어로 변형하는 창조 행위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비평이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현대수필의 모범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하겠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 김이나/ 작사가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를 쥐고 거리에 선 주인공을 그린 015B의 <텅 빈 거리에서> 가사에서 우리는 이 노래가 발매된 때가 공중전화가 있던, 20원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대중가요는 종종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1992년 발매된 김건모의 <첫인상>에는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소개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의 상대가 나타났음을 말하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은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를 보기가 힘들다. 쿨의 히트곡 <애상>에는 삐삐 쳐도 아무 소식 없는 연인에 대한 원망이 나온다. 피부에 닿는 듯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대중가요는 타임캡슐 노릇을 하게 된다. 딘의 <인스타그램>을 “그런 걸 하던 때였어?”라고 말하며 놀랍다는 듯 감상할 날도 언젠가 올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대가 묻어나는 노래가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시대를 담는 노래도 있다. 전쟁에 지친 시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은 에서 종교와 국가가 없는, 그래서 싸울 필요가 없는 유토피아를 노래했다. 이 노래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저작권을 관리한 오노 요코가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은 ‘종교도 없는(and no religion)’이라는 가사를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논란은 세월을 지나 먼지처럼 흩어지고, 은 지금 평화를 상징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태춘이 작사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르포에 가까운 디테일을 담고 있다. 투쟁과 저항이 식어버린 서울 거리를 묘사하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 노래는 정식 발매가 불가능했다. 정태춘은 당시 통제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저항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앨범 발매를 강행해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향한 움직임은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이어받아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시대를 담아낸 가사는 시대 저항과 자유에 대한 갈망뿐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중반 호황기 수많은 가요는 젊은이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신해철은 <재즈 카페>에서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등 ‘우리에게 오지 않은 것들’을 향유하는 공허하게 취한 풍경을 비판했다. 색종이는 <사랑이란 건>의 엔딩에서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오렌지족을 나무랐다. 당시엔 씁쓸했던 노래인데 요즘에는 부럽기도 하다. 지나친 호시절로 인한 공허함이 문제였다니.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메시지가 상업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이언티가 <꺼내 먹어요>를 발매했을 무렵 개인적으로 애를 먹었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대단한 슬픔에 거창한 위로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냉장고에서 그때그때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위로의 노래다. 이를 한 번의 현상이라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이 노래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음악업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지표다. 세계평화도, 시대의 부조리함도 나의 오늘 하루 밥 한끼 앞에선 무력하다. 요즘 청춘이 원하는 것이 이토록 작고 소박한 것임을 가요의 흐름에서 확인한다. ‘힐링’이라는 말이 길가에 뒹구는 전단지 같은 단어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에 대한 무수한 요구를 시장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힐링 토크, 힐링 강연이 성행이다. 사람들을 모아 앉혀놓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풍경은 따분할 법도 한데, 청년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들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위로와 조언을 듣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요는 때론 저 하늘에 크게 띄워져야 할 것 같은 평화의 메시지가 되거나,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가 된다. 내게는 왠지,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마음들이 안쓰럽다. 별것 아닌 위로 한마디 건네줄 누군가의 부재(不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낯간지러워 건네기 어려워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존 레넌의 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에세이집 <일상주의자의 감각> [사진출처] 김이나 에세이집 표지에서 ▮김이나 작사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의 <숨>, 아이유의 <좋은 날>,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 아이브의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들의 노랫말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2025년 골든디스크 어워즈가 한국대중음악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음악인 40인을 선정한 ‘골든디스크 파워하우스 40’으로 선정되었다. 2019년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다. 2020년부터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제27대 별밤지기가 되어 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신인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김이나의 작사법』, 『보통의 언어들』,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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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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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오인순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최순덕 / 수필가, 평론가 기행수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작가 오인순이 역사기행에서 선택한 정방폭포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 민족사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애증의 공간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통곡하던 외할머니의 애끓는 한이 소환되는 장소이기에, 작가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한다.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에서 흐르는 것은 폭포의 물줄기만이 아니다. 고통과 영광이라는 역사의 두 얼굴이 긴 세월을 따라 묵묵히 흐르고, 그 속에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개인의 눈물 또한 함께 흐른다. 덮거나 지울 수 없는 선조들의 눈물을 기억하고, 그것을 닦아주고 다독여야 할 후손의 책무가 작품 전체를 묵직하게 관통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소통과 변화, 그리고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짧은 수필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액자구성법(frame narrative)'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영국 수필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의 이야기 속에 과거의 기억이나 또 다른 경험을 삽입하여 의미를 확장하는 서술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겹겹의 시간과 시선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정방폭포 앞에 선 작가는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에서 4·3사건이라는 과거로 건너가며 시간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균열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잊힌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여 삶의 상처와 그리움을 되살리고 인간 존재의 깊이를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허락되지 않은 채 폭포 아래로 뛰어내려야 했던 희생자들의 절박한 시간, 이유도 모른 채 즉결 처형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과거와 빼앗긴 미래가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현재의 이야기 속에 삽입된다. 여기에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픔의 기억'은 억겁의 세월 동안 상처를 삭이며 둥글게 다듬어진 몽돌의 시간과 포개지면서 또 다른 시선을 열어주고, 역사적 상처의 깊이를 더욱 증폭시킨다. 외할머니에 대한 회상 역시 단순한 그리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여러 층위의 시간과 시각을 겹겹이 배치한 구성의 묘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미친 듯 절규하던 외할머니의 시간은 세월에 닳아 둥글어진 몽돌처럼 삭아가며, 아들이 좋아했던 빙떡을 굽는 일상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 기억은 다시 정방폭포와 몽돌의 이미지로 치환되면서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의미를 더욱 깊고 절절하게 드러낸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는 인간 보편의 정서에 닿으며 독자의 감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 속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존재 인식의 변화를 완성한다. 이 작품 역시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 속에 4·3사건의 기억과 정방폭포, 몽돌, 외할머니의 삶을 차례로 포개어 놓은 뒤 다시 현재로 복귀한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삶을 짓눌러 온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거듭난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서로 긴밀하게 호응하며 의식의 전환과 인식의 확장을 이루고, 마침내 존재의 재구성이라는 입체적인 성취에 이른다. 이 수필의 문장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몽돌처럼 세월에 다듬어진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라는 결말의 문장은 4·3의 상처를 품고도 끝내 화해의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낸다."라는 문장은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미상관을 완성하면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미래의 희망으로 독자를 이끈다. 정방폭포의 수직 낙하에 담긴 숙명적 체념과 비움은 몽돌이 품어온 억겁의 시간과 만나 4·3의 눈물로 흘러내리고,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을 비워낸 자리에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미래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역사적 기억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키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오인순의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오수에 빠진 정방폭포 앞바다가 기지개를 켠다. 질퍽한 갯내가 쏟아진다. 바람 없는 굼뉘는 광목 치마를 펼친 듯한 해안선을 따라 일렁일렁한다. 경계가 사라진 수평선 물띠가 허공을 부둥켜안고 대답 없는 고요를 흔들어 댄다. 배롱나무 붉게 피었던 꽃자리의 숨결이 소리를 죽이고 바다로 흐른다. 역사 기행 나들이하던 날, 임철우 소설가 「돌담에 속삭이는」 작품 속 배경 장소인 정방폭포에 머물렀다. 계단 입구 ‘정방폭포 4ㆍ3 학살터’ 안내판이 또렷하다. 잠시 머뭇거리다 발을 멈춘다. 군부대 정보과에서 취조받던 주민 중 즉결 처형 대상자 255명이 무고하게 이 아름다운 해안절벽에서 스러졌다니. 온몸에 얼음 같은 소름이 확 돋는다. 놀란 내 심장이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뛴다. 코로 역겨운 피비린내가 솔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듯하다. 굽이치는 파도 소리에 잊지 못하는 이름들이 너울거린다. 영문조차도 알지 못하고 죽어간 영혼의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 무너진다.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픈 기억의 흔적들이 몽돌에 내려선다. 몽돌의 문양에서 억겁의 풍화가 느껴진다. 어둠의 심해에서 잠들었던 시간, 유구한 세풍에 뭉개 짓이기며 많은 상처를 안으로 삭인 몽돌. 비릿한 젓갈처럼 절규하던 4ㆍ3 영혼과 절인 세월이 얼마나 깊었을까. 지난 시간의 무늬가 바다 울림소리로 들린다. 그 울림은 바닷속에서 뒤척이며 다 들려주지 못한 숨비소리 같은 애절한 노래이리라. 몽돌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물 밖 세상을 그리워한 생채기가 내 몸에서 털어내지 못한 멍 자국처럼 애처롭다. 잔물결 춤추듯 밀려오는 파도가 몽돌 위에 짜디짠 하얀 물거품을 게워놓는다. 몽돌은 멍든 가슴을 열어놓고 초연한 듯 고요하게 받아들인다. 어찌할까. 몽돌은 서글픈 영령처럼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게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4ㆍ3사태로 두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의 초점을 잃어버린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두 아들. 젖은 맨발로 미친 듯 찾아다니시던 할머니의 애끓는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자식도 잃고 고향도 잃어 숨죽이며 “속솜ᄒᆞ라” 통곡하던 그 눈물이 정방폭포에 젖는다. 가슴에 터진 구멍은 무엇으로 메우며 흐르던 눈물은 누가 닦아 주랴. 시절을 원망할 수도 없고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아들이 좋아하던 빙떡 지지던 할머니가 아픔으로 다가선다. 비단 같은 폭포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다로 거침없이 떨어진다. 병풍 같은 천상만태의 검은 절벽이 정방폭포를 품으며 칼로 벤 듯 속살을 드러낸 채 침묵으로 서 있다. 수천 년 전 들끓던 마그마 분화구가 솟구쳐 시뻘겋게 요동치던 흔적인 주상절리다. 미끈하게 깎아지른 수직 암벽이 수려하다. 부서지고 찢기면서도 바람으로 말하고 밀려온 하얀 물거품을 받아내며 외롭게 서 있다. 어느 조각가가 저리 거대한 작품을 경이롭게 빚어낼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싼 소남머리 풍경까지 어우러지니, 마치 자연이 빚어낸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하다. 폭포는 소남머리 절벽 아래로 따스했던 봄의 시절을 기다리며 역동적으로 쏟아낸다. 해안 절벽 위에 소나무가 많아서일까. 폭포의 물줄기가 붓끝에서 단숨에 내려그은 듯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우렁찬 우렛소리 물줄기가 정령들의 통곡하는 울음처럼 강렬하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 심장을 두드리며 전율한다. 가슴 밑바닥에서 풀무의 불씨 같은 동계(動悸)가 서서히 일기 시작한다. 조용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운명에 굴복할 수 없는 듯 두려움 없이 토해내고 있다. 깊은 내면을 두드리며 포기할 수 없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살이 고통과 슬픔이야 어디인들 없으랴. 정방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어둠과 절망뿐이었던 소남머리가 푸른 바다를 응시한다. 언젠가 읽었던 기사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부모님이 마지막 죽기 전 주먹밥을 건네주던 곳, 소남머리.’ 비애가 차고 넘치는 칭원함이야 어찌 다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통한의 세월을 폭포에 묻은 채 살아온 날들이 매운 바닷바람처럼 쓰고 아리다.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물떠러지가 왜 아프지 않았겠는가.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비단처럼 고운 물빛이 애련하다. 빗살무늬 번지는 해안선을 걸어가는 무리의 여자들을 본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바다를 걷고 있다. 양팔을 벌리고 깔깔거리며 얽어매던 삶의 고통과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있다. 딸의 죽음으로 아파하던 어머니의 슬픔을 푸른 바다색으로 희망을 불어넣고자 했던 피카소처럼, 바람을 가르듯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걷고 있다.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하늘을 태우며 붉게 물드는 까치놀이 수평선에 걸쳐진다. 간물때에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너울에서 할머니의 마음도 읽힌다. 정방폭포는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도 보듬고 비워내며 물 한 방울조차도 흘리지 않고 바다로 떠나보낸다. 행인들 놀던 자리의 물거품이 꽃처럼 피어나며 등불 켠 밤이 가만가만 드리워진다. 비경의 정방폭포에 서린 아픔을 물줄기 털어내고 나니 소남머리에서 솔바람 향기가 날아든다. <한국산문 2026년 4월호> ❚오인순 △《문학청춘》신인상(2017년), △《에세이문학》추천완료(2020년) △탐라문화제 전국글짓기공모전‘한라상’, △한국해양재단 주최‘해양문학상’은상 수상 △<제주헤럴드>‘화요에세이’, △‘오여사의 수랏간, 그 유혹‘ 필진 △수필집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그날은 빙떡도 웃었다』,공저『흔들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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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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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김정애/ 문학평론가 홍정현의 수필 「나비의 결심」은 미물의 미세한 몸짓에서 존재론적 진동을 길어 올리는 고도의 정신적 사건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심층 구조를 관통하는 핵심은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라는 선언적 도약에 있다. 작가는 시적 텍스트(박형준의 시)라는 매개를 통해 6년 전 공원에서 목격한 네발나비의 ‘찰나의 멈춤’을 소환하는데, 이 멈춤은 물리적 정지가 아니라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난 격렬한 사유의 소용돌이이자 실존적 결단이다. 이 작품을 입체적이고 신선하게 만드는 매력은 구조적 양식에 있다. 작가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Charles Lamb)이 즐겨 썼던 ‘액자구성(Frame Narrative)’의 묘미를 영리하게 변주한다. 램이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기억이나 환상 속 인물과 내밀하게 대화하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듯, 이 수필 역시 외부 액자인 ‘현재(박형준의 시를 읽는 서재)’가 내부 액자인 ‘과거(6년 전 나비를 목격한 공원)’를 감싸 안는 형태를 취한다. 박형준의 시 속 토끼의 멈춤은 6년 동안 작가의 무의식에 안착해 있던 네발나비의 멈춤을 깨우는 서사적 열쇠(Trigger)가 된다. 외부 액자의 시적 각성은 내부 액자의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건'으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중첩 구조는 작품의 서사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이러한 액자의 중심부에서 작동하는 첫 번째 축이 바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Durée)’의 미학이다. 내부 액자 속 나비가 방향을 바꾸기 직전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추었던 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시계의 시간(물리적 시간)’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시간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포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본질을 확장해 가는 ‘내적 지속의 시간’이다. 베르그송은 대상을 외부에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그 유일무이한 생명력과 동화되는 것을 ‘직관’이라 불렀다. 작가는 나비의 외형적 궤적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관을 통해 나비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짧은 머뭇거림 속에 응축된 생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여는 열쇠다. 방향을 잃고 머뭇거리는 시간, 계속 나아갈 것인지 되돌아설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순간, 존재는 이미 생각의 형식 속에 들어간다. 하강은 욕망이고, 정지는 사유이며, 상승은 결심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존재론적 비유를 구축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에 의하면 상승은 단순히 물리적 위치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이 물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초월적 의지다. 쓰레기와 나비라는 불협화음의 공간 속에서, 나비는 중력에 순응하는 낙하를 거부하고 제 힘으로 상승을 선택한다. 이 ‘어려운 결심’의 정경은 독자에게 짜릿한 존재론적 해방감과 깊은 정화의 체험을 안겨준다. 이러한 초월이 개인의 독백으로 끝나지 않고 보편적 울림을 획득하는 배경에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동감(Sympathy)’ 이론을 빌릴 수 있다. 스미스는 인간이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처지 속으로 들어가 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작가의 시선은 아기의 아장아장 걷는 걸음(인간의 세계)에서 시작해 네발나비의 낙하(자연의 세계)로 이동하고, 마침내 외부 액자로 돌아와 ‘망설임’과 ‘외로움’이라는 실존적 감정에서 나비와 완벽하게 합치된다. “걸어온 길에서 문득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의 외로움을 나비에게서 읽어내는 동감 능력을 통해, 나비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인생의 기로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인간 주체의 은유로 격상된다. 결국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은 인간 중심적인 지각의 틀을 깨고, 세계의 미세한 틈새에 깃든 존재들의 사유를 포착해 낸 수작이다. 작가는 찰스 램 식의 유연한 액자 구조 속에서 나비의 찰나적 망설임을 내면의 지속으로 붙잡아 두고, 하강의 현실을 상승의 결심으로 돌려세우는 존재론적 구성을 정교하게 완성해냈다. 이 수필이 남기는 깊은 진동은 나비의 날갯짓 속에서 자신의 외로운 발걸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비상하게 되는 실존적 공명이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생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강학회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사유와언어문학상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박형준의 시 〈토끼의 서성거림에 대하여〉을 읽다 불현듯 공원의 나비가 떠올랐다. 뛰다가 멈춘다 토끼는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제 발등을 향해 숙이고 한참을 멈추어 있다/ 저런 걸 생각이라고 하나/ 산책로에 나와서까지 뛰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도 그 순간 토끼처럼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그날의 나비는 쓰레기통을 향해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을 공원에는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도 한 가족이 돗자리 위에 도시락을 한가득 펼쳐놓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기의 걸음을 따라가던 내 눈길에 걸린 나비의 모습이 이상했다. 살아 움직이는 것의 낙하는 그게 무엇이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게 된다. 물론 나비는 날개가 있으니 괜찮겠지만 새도 아니고 벌도 아닌 나비의 낙하라니. 새나 벌의 날쌘 비행과 방향 변화는 익숙하지만, 나비는 아니지 않은가. 꽃잎처럼 여린 날개로 살랑살랑 유영하는 모습은 ‘속도’라든지 ‘급회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비의 날갯짓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던가. ‘때로 아아 오오 우우 그런 비명들이 짊어진 세계여/ 때로 아련함이여’ 허수경의 시 〈저 나비〉라든가,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라고 말하는 김선우의 〈나비 한 마리로 앉아〉 등. 시는 나비의 가벼운 몸짓이 결코 가볍지 않은 생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공원의 나비도 그랬으리라. 얇은 날개의 움직임 속에 어떤 은유의 무게가 담겨 있는 듯했다. 쓰레기통을 향해 추락하듯이 내려가던 나비는 네발나비였다. 네발나비는 철제 쓰레기통의 녹슨 부분처럼 탁한 갈색 날개를 나풀거리고 있었다. 분명 쓰레기통 안에는 나비의 먹이가 될 만한 것이 있었을 거다. 마시다 만 음료수 같은 것들. 아, 쓰레기와 나비라…. 두 단어가 내 안에서 버석거리고 있던 그때, 급하게 하강하던 나비가 돌연 제 자리에서 멈칫거렸다.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나비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팔랑팔랑 위로 올라가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6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다. 기억 속 시간은 절대성을 상실해 나비가 그린 궤적에서 정지의 순간만 길어졌다. 거기에 나는 머물고 있었다. 그날의 나비가 내 기억에 안착해 때때로 나를 건드렸던 건 왜일까? 그 질문을 마음 한편에 두고 지냈다. 그러다 박형준 시를 읽고 깨달았다. 그건 ‘생각’이었다고. 시인이 토끼의 멈춤을 ‘생각’이라고 했듯이 그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고. 성충으로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네발나비는 늦가을의 만찬을 꿈꾸며 아래로 아래로 하강하다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망설였다. 공중에 있는 나비의 망설임은 토끼나 사람처럼 오래 끌 수 없었다, 길게 멈출 수가 없었다. 찰나의 머뭇거림 끝에 나비는 다시 날아올랐다. 중력에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분명 내려가는 것보다 더 어려울 터. 애잔한 날개를 한 번 퍼덕거리고 또 퍼덕거려 하늘로 비상했다. 그 어려운 결심의 정경,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 걸어온 길에서 문뜩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돌아갈 것인가’의 결정은 오직 혼자만이 할 수 있다. 멈춘 발걸음의 외로움. 그 아득한 순간이 그날 나비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내 마음이 닿았다. <에세이문학 2025년 여름호> ▮홍정현 《한국산문》 2013년 등단. 《한국산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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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