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2-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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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 칼럼] 신뢰의 재건... 불확실성의 시대,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다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 불확실성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예측 가능성이 정책의 기본 조건이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경제는 요동치고, 국제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기술의 속도는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앞질렀고,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안전지대를 찾아 흩어지며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어느 한 영역의 위기가 아니라, 일상의 모든 층위에서 신뢰가 붕괴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신뢰의 붕괴가 소리 없이, 치명적으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회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신뢰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국가 경쟁력”이라고 했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더딜 때, 정치의 갈등이 심화될 때, 또는 공동체의 균열이 날카롭게 드러날 때마다 결국 해결의 중심에는 신뢰라는 기본값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사회는 이 기본값을 잃어버린 듯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심이 먼저 떠오르고, 공공의 문제 앞에서는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졌다. ‘나만 옳다’는 주장이 넘쳐나지만, ‘우리’라는 감각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정치는 더욱 극단으로 치달았다. 사회적 긴장이 분열로 이어지고, 분열은 곧 혐오로 흘러 들어간다. 정책은 사실보다 진영의 해석을 따르고, 언론의 보도는 정확성보다 속도와 공세를 우선한다. SNS라는 기술적 도구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대신, 공론장을 잘게 쪼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자가 보고 싶은 세계만을 보는 ‘확증 공간’ 속에서 대화는 실종되고, 결국 신뢰는 더 깊은 균열을 향해 추락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의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신뢰는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법과 규범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무너지면 어떤 제도도 작동할 수 없다. 최근 일부 지방정부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공동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학교들이 학부모·학생 간의 신뢰 회복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접근의 방식은 보다 장기적이고, 정교하며, 무엇보다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첫째, 공동체 회복은 일상의 관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신뢰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축적되는 감정의 자산이다.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공공 공간에서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행위들이 반복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윤리가 형성된다. 사회는 이러한 기본적 관계의 회복을 토대로 다시 견고해질 수 있다. 둘째, 국가와 지방정부는 공동체의 상식이 다시 작동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불평등에 대한 정교한 대응, 교육의 신뢰 회복, 공정한 분배 구조, 예측 가능한 정책 결정 과정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들이 ‘국가가 제 역할을 한다’고 느끼는 순간, 사회적 신뢰도 함께 회복된다. 신뢰는 위에서 아래로, 동시에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양방향 구조여야 한다. 셋째, 사회 지도층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삶의 결로 증명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신뢰도는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상수로 기능한다.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고,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신뢰는 순식간에 붕괴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투명성과 솔선,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일관된 믿음이다. 넷째, 시민 개개인의 역할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자유의 확장은 공동체적 책임을 수반한다. 나의 선택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소한의 자각이 필요하다. 사회는 서로의 권리 위에 세워진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책임이 맞물려 유지되는 구조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질서가 균형을 찾을 때, 비로소 신뢰는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물론 신뢰의 재건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신뢰는 시간이 필요한 자산이며, 축적보다 붕괴가 훨씬 빠르다. 게다가 방향은 분명하다. 사회가 다시 ‘우리’를 말하기 시작할 때, 불확실성의 시대 역시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신뢰는 우리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라, 외면할수록 더 큰 비용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불확실성의 파고 앞에서 각자도생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로 돌아가 서로를 다시 지지할 것인가. 역사가 보여주듯, 위기 속에서 공동체의 힘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사회적 신뢰가 회복될 때 비로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신뢰는 더욱 소중해진다. 그 신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는 우리의 선택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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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6
  • [지구일보=인터뷰] “지역은 사람이 지킨다”… 보성에서 시작해 중앙까지 뻗은 선형수의 20년 현장기록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전남 보성의 한적한 산자락에서 만난 선형수 씨는 인터뷰 내내 “지역은 사람이 지킨다”는 말을 반복했다. 화려한 이력보다 현장에서 들인 시간과 땀을 먼저 떠올리는 그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보성을 떠나지 않고, 때로는 중앙과 지역을 오가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그의 삶은 ‘지역과 공동체’라는 한 가지 축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 지역에서 시작된 첫 무대… “스포츠가 보성을 전국으로 불러냈다” 선형수 씨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보성에서 전국 초등학교 탁구대회를 유치하면서부터다. 한 지방 소도시에 전국 규모 스포츠 대회를 불러들이는 일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유소년 선수였던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이 4관왕을 차지하며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보성 역시 ‘탁구 유망주들의 성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은 대회 하나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는 그렇게 스포츠를 매개로 청소년 문화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어린이날·학생의날 행사뿐 아니라 지역 통일축제까지 기획하며 ‘젊은 보성’의 기반을 다졌다. ■ 문화의 숨을 다시 틔우다… “전통과 현대의 연결이 지역을 살린다” 그의 활동은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 확장됐다. 선형수 씨는 지역 예술 동아리를 만들고, 주민 문화활동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섰다. 지역 원로 예술인을 기리는 강산 박유전 선생 추모제를 발의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인 조상현 국창의 판소리 복권을 위해 관계자들과 두루 소통했다. “문화는 지역의 정신입니다. 전통을 잇는 노력은 결국 그 지역 사람을 지키는 일이고, 그 지역의 품격을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보성의 오래된 문화 자산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지금의 삶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오랜 목표였다. ■ 중앙에서 쌓은 경험… “사람이 만든 인맥보다 경험이 만든 인연이 더 길다” 지역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그는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김근태 재단, 한반도재단, (사)5대 운동 등 여러 단체에서 이사를 맡으며 정책·사회 현안을 경험했고, 중앙의 다양한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넓혔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조용한 실력가의 길”이라고 말한다. 선형수 씨는 이에 대해 담담히 답했다. “저는 원래 관계를 넓히기보다 일을 깊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인연이 따라왔습니다. 그게 제겐 가장 큰 자산입니다.” ■ 19년, 550,500장의 연탄… “봉사는 누가 보지 않아도 매년 같은 마음” 가장 오래된 그의 활동은 연탄 봉사다. 보성에서 운영 중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보성지부는 전남에서 유일한 지부이며, 19년 동안 550,500장의 연탄을 지역의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다. 겨울이면 늘 그가 가장 바쁜 이유가 바로 이 연탄 때문이다. 후원자를 직접 찾고, 트럭에 연탄을 옮기고, 집집마다 배달을 도왔다. 행사성 봉사가 아니라, 20년 가까이 이어진 ‘생활 봉사’였다. “봉사는 보여주기 위해 하면 오래 못 갑니다. 저는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겨울이면 그냥 이 일을 했습니다. 그게 제 방식이죠.” 지역 주민들은 그를 두고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꾸준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 “보성의 미래는 사람과 문화에서 나온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보성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성은 자연도, 문화도, 전통도 다 갖춘 곳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가치는 ‘사람’이 복원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저는 그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경력보다 묵묵히 쌓아온 현장의 시간이 더 많은 사람. 선형수 씨의 이력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보성이라는 지역과 함께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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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5
  • [특별기고] 국민주권정부가 성공적으로 치러낸 APEC, 그 성과가 한중관계에 와닿는 순간...
    [지구일보=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국민주권정부가 주도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제 통상 질서가 다자주의적으로 재편되고, 미·중 전략 경쟁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한 외교적 방향과 실천적 성과가 국제 무대에서 확인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APEC의 결과가 한중관계에 직·간접적으로 파급되는 지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재명정부는 이 회의를 한국 외교 재정립의 출발점이자 동북아 정세의 재배열이라는 넓은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APEC은 기본적으로 개방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경제협력체다. 오늘날 APEC은 경제를 넘어 전략·안보·기술·공급망이라는 광범위한 의제를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주목한 지점도 바로 이 영역이다. 한국은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협력, 기후 대응, 디지털 전환과 같은 글로벌 의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하며 중견국의 외교 역량을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냈다. 이는 국제사회가 한국을 단순한 ‘참가국’이 아닌 ‘규범 제안자’이자 ‘의제 연결자’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미·중 갈등을 특정 진영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고, 실용성과 국익 중심의 접근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APEC 무대에서 한국이 보여준 외교적 균형감은 곧 한중관계에도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흐름을 주시하는 동시에, 자신들과의 협력 틀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실용 노선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APEC 후, 중국 외교 채널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한국이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외교적 조율 능력이 적지 않은 인상을 남겼음을 시사한다. 한중관계는 그간 구조적 경직성과 상호 인식의 왜곡으로 인해 진전의 속도가 더뎠다.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우려를, 한국은 중국의 외교적 신호를 종종 성급하게 해석해왔고, 그 결과 대화의 깊이는 얕아졌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양국이 마주한 장면은 이전과 다르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주체적 역할을 확보하며 중국과 적정한 외교 공간을 마련했고, 중국 역시 한국이 보여주는 외교적 자율성과 실용 노선을 더 이상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APEC이 한중관계에 “와닿는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제 양국 관계는 과거의 의존·경계 구도를 넘어 상호 '전략적 판단'이 정교하게 작동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이번 외교 성과는 동북아 지역에서 새로운 균형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중관계는 여전히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고, 문화·교육·인적 교류의 기반도 단단하다. 문제는 이를 정치·외교적 현실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있다. 한국이 APEC에서 보여준 실용적 다자외교는 바로 이 조율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국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특정 진영에 함몰되지 않는 균형 전략을 유지하는 한,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재정립할 동기를 갖게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교한 외교의 지속성’이다. 한중관계는 단일 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안보, 경제, 기술, 문화가 뒤엉킨 복합 영역이며, 각 영역의 속도와 민감성 또한 다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APEC 이후 한중 촉진 대화를 단발적 이벤트가 아닌 구조화된 협의 체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게다가 공급망 협력, 기후 대응, 보건, 교육 교류와 같은 비교적 갈등 완화적 의제부터 단계적으로 협력을 쌓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러한 분야는 양국 모두 실익이 크고,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한중관계는 단순한 협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존중의 회복’이라는 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인 외교 능력을 증명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도 명확한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을 장기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근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APEC은 이러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APEC에서 확인된 한국의 외교적 자신감은 곧 한중관계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다듬을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는 과거의 수동적·반응적 접근에서 벗어나, 능동적·전략적 접근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을 뜻한다. 이번 APEC은 그 전환의 문을 연 회의였다. 국민주권정부의 외교는 갈등의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국익 중심의 외교를 관철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APEC은 그 방향성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평가받은 자리였다. 그 성과가 한중관계에 실질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향후 동북아 질서를 새롭게 설계할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제 한중관계는 경쟁과 협력을 넘나드는 복합적 관계를 넘어, 성숙한 전략 관계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 APEC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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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2
  • [지구일보] 불멸의 제국을 지킨 위대한 호위,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지구일보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산시(陝西)성, 그 이름만으로도 2천 년 중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특히 시안(西安)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 지역은 장구한 중화문명의 가장 중요한 발상지 중 하나로, 황하 문명의 젖줄 위에서 고대 왕조의 영광을 꽃피웠습니다. 주(周), 진(秦), 한(漢), 당(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왕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삼았으며, 그중에서도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秦始皇帝)의 흔적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이로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웅장한 영원의 꿈, 진시황릉 시안시 린퉁구(臨潼區)에 우뚝 솟은 진시황릉(秦始皇陵)은 단순히 한 황제의 무덤을 넘어, 진나라 제국의 압도적인 권력과 시황제의 불멸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입니다. 기원전 246년부터 30년 이상, 무려 70만 명에 달하는 인부를 동원하여 축조된 이 능묘는 그 자체가 지하의 궁궐을 구현하고자 했던 시황제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기록에 따르면, 진시황릉은 내부에는 그의 궁궐을 축소 복제한 모형이 있으며,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천상의 별자리와 지상의 지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또, 침입자를 자동 발사하는 쇠뇌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인어 기름 초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과 부장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거대한 봉토 아래에 시황제의 영원한 제국이 잠들어 있지만, 고고학적 보존 문제와 내부의 위험성 때문에 아직 주 능묘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시간을 거부하듯, 시황제는 흙으로 빚은 거대한 산 아래에서 영원한 잠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듯한 지하 군단, 병마용갱 진시황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능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병마용갱(兵馬俑坑)입니다.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유적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곳에는 흙을 구워 만든 토용(테라코타 모형)인 병마용(兵馬俑)이 실물 크기로 도열해 있는데, 현재까지 약 8천여 점의 병사와 130여 대의 전차, 520여 점의 말이 발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규모와 디테일, 병마용의 평균 신장은 185cm에 달하며, 병종과 계급에 따라 갑옷, 복장, 머리 모양 등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장 경이로운 사실은 하나하나의 얼굴 표정이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제 군인들을 모델로 제작되었음을 시사하며, 진나라 군대의 특징과 개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순장(殉葬)의 대체,병마용은 잔혹했던 순장 제도를 대체하여, 시황제가 사후세계에서도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제국을 호위하고자 했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토용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압도적인 전율과 군사적 위용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대 군사력의 보고,병마용갱은 고대 중국 군대의 무장 상태, 부대 편성, 전술적 배치 등을 알려주는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이며, 고중세 군대의 갑옷 착용 비율이 높았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중화 문명의 요람, 산시성 진시황릉과 병마용이 위치한 산시성(섬서성)은 중국 문명의 원류(源流)로서 그 역사적 의미가 깊습니다. 전설상의 고대 왕국인 요(堯)나라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타오스 유적 등은 중화 문명 5천 년 역사의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며, 시진핑 주석조차 중화문명 탐원공정(探源工程)의 핵심으로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처럼, 시안은 이탈리아 로마, 이집트 카이로 등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서 동서양 문명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진시황의 위대한 유산은 산시성이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천연의 역사 박물관'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은 2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불멸의 유물로서, 우리에게 인간의 권력과 영원에 대한 욕망, 그리고 고대 문명의 경이로운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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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1
  • [지구일보] 서울역에서 펼쳐진 ‘김장 나눔’… 신현옥 목사 “따뜻한 한 끼가 삶을 지탱합니다”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초겨울 바람이 매서워진 지난 29일 오전 10시, 서울역 4호선 12번 출구 앞 공터에서는 김장의 온기가 번졌다. ‘서울역 김장 하는 날’로 이름 붙여진 이날 행사는 시온세계선교교회 신현옥 목사가 주관하고 ‘판다 하나 봉사단’이 주최한 자리로, 취약계층과 노숙인, 어려운 교회에게 전달될 김치를 직접 만들어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신현옥 목사는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지키며 봉사자들을 맞았다. 신 목사는 “사람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한 끼에서 시작된다”며 “서울역 주변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이웃들에게 겨울을 건널 작은 용기라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 목사의 말처럼 현장은 김치 양념을 버무리는 손길마다 진지함이 묻어났고, 나눔은 곧 생명과 연대의 메시지로 확장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시온세계선교교회의 후원 외에도 대우패션 에비수 그룹, 박명숙 궁중 컬렉션 모델단, 개인택시 운송 조합 복지회, Love hope Together(LA) 등 다양한 민간 단체와 기업들이 참여했다. 특히 신 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향한 마음이 한데 모였기에 이런 자리가 가능했다”며 “종교와 직업, 국적을 넘어 함께하는 연대가 우리 사회의 진짜 힘”이라고 강조했다. 봉사자들은 완성된 김장을 ‘서울 징검다리 행복마중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 김영호 서울시의원, 가수 정준, 임은주 부회장, 박명숙 부회장, 조옥란교수 등이 함께 수고했다 이날 행사는, 공동체의 온기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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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30
  • [지구일보=김민정의 온숨] 꼭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구일보 김민정 코치] 조직에는 흔히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부탁하면 잘 들어주고, 예민한 말은 삼가며, 곤란한 상황에서는 먼저 양보하는 사람들. 겉으로는 팀워크의 중심 같지만, 그 내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피로가 쌓여간다. 최근 코칭 현장에서도 이른바 ‘좋은 사람 증후군’으로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조직이 요구하는 ‘좋음의 기준’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평적 문화와 공감 리더십을 말하면서도, 조직에는 여전히 암묵적 규칙이 존재한다. “분위기를 흐리지 마라”. “양보하라”, “불편한 말은 피하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 규칙의 영향력은 크다. 사람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누르고, 부탁을 떠안고,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업무적·관계적·정서적 부담이 한꺼번에 증가한다. 먼저, 업무가 과중된다. 모호한 수락은 책임 범위를 흐리고 결국 과도한 과업으로 돌아온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일의 사각지대를 담당하게 된다. 다음으로, 관계가 왜곡된다. 갈등을 피하면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실제 신뢰는 깊어지지 않는다. 필요한 충돌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오해와 거리감이 더 쉽게 자란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은 여전히 ‘조용한 평화’를 더 높은 가치로 여긴다. 그리고, 정체성이 흔들린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반복되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흐려진다. 조직엔 ‘좋은 사람’으로 남을지 모르지만, 그 개인의 삶은 조용히 무너진다. 결국 업무 만족도는 떨어지고, 자존감은 흔들리며, 번아웃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 마음이 나 자신을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다. 친절과 배려로 시작한 ‘좋음’이 어느 순간 침묵과 희생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면 그 역할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개인이 지나치게 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변화보다는 작은 조정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첫째, 경계를 세우는 언어를 갖추는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다음 일정에 가능하다”,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말씀드리겠다”는 표현은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둘째, 내 감정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다. “나는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걸까?”, “누구의 기대에 반응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무리한 양보를 막는다. 셋째, 관계의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불편함을 말해도 괜찮은 사람, 심리적 숨통을 틔워주는 사람은 조직 내 긴장을 견디는 힘이 된다. 넷째, ‘좋아 보이기’보다 ‘솔직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겉보기의 화합이 아니라 불편함을 건너야 만들어지는 신뢰가 조직을 더 단단하게 한다.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갈등을 피하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 문제를 드러내고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개인의 소진을 막고 조직의 신뢰도 지킬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평온이 아니라, 각자가 감정과 역할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협업이다. 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조직은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건강한 일터는 갈등이 없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역할에 갇히지 않고 각자가 ‘지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때, 퇴사와 버팀 사이에서 흔들리는 개인도, 구성원을 잃지 않으려는 조직도 조금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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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9

실시간 뉴스 기사

  • [토요 칼럼] 신뢰의 재건... 불확실성의 시대,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다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 불확실성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예측 가능성이 정책의 기본 조건이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경제는 요동치고, 국제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기술의 속도는 인간의 적응 속도를 앞질렀고, 사회 구성원들은 각자의 안전지대를 찾아 흩어지며 서로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어느 한 영역의 위기가 아니라, 일상의 모든 층위에서 신뢰가 붕괴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신뢰의 붕괴가 소리 없이, 치명적으로 진행된다는 데 있다. 우리는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회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신뢰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이지만, 가장 현실적인 국가 경쟁력”이라고 했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더딜 때, 정치의 갈등이 심화될 때, 또는 공동체의 균열이 날카롭게 드러날 때마다 결국 해결의 중심에는 신뢰라는 기본값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사회는 이 기본값을 잃어버린 듯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심이 먼저 떠오르고, 공공의 문제 앞에서는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졌다. ‘나만 옳다’는 주장이 넘쳐나지만, ‘우리’라는 감각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정치는 더욱 극단으로 치달았다. 사회적 긴장이 분열로 이어지고, 분열은 곧 혐오로 흘러 들어간다. 정책은 사실보다 진영의 해석을 따르고, 언론의 보도는 정확성보다 속도와 공세를 우선한다. SNS라는 기술적 도구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대신, 공론장을 잘게 쪼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자가 보고 싶은 세계만을 보는 ‘확증 공간’ 속에서 대화는 실종되고, 결국 신뢰는 더 깊은 균열을 향해 추락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의 회복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신뢰는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법과 규범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무너지면 어떤 제도도 작동할 수 없다. 최근 일부 지방정부가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공동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학교들이 학부모·학생 간의 신뢰 회복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접근의 방식은 보다 장기적이고, 정교하며, 무엇보다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첫째, 공동체 회복은 일상의 관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신뢰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축적되는 감정의 자산이다. 작은 약속을 지키는 것,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공공 공간에서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행위들이 반복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윤리가 형성된다. 사회는 이러한 기본적 관계의 회복을 토대로 다시 견고해질 수 있다. 둘째, 국가와 지방정부는 공동체의 상식이 다시 작동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불평등에 대한 정교한 대응, 교육의 신뢰 회복, 공정한 분배 구조, 예측 가능한 정책 결정 과정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들이 ‘국가가 제 역할을 한다’고 느끼는 순간, 사회적 신뢰도 함께 회복된다. 신뢰는 위에서 아래로, 동시에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양방향 구조여야 한다. 셋째, 사회 지도층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삶의 결로 증명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신뢰도는 사회 전체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상수로 기능한다. 리더가 책임을 회피하고, 말과 행동이 달라지면 신뢰는 순식간에 붕괴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투명성과 솔선,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일관된 믿음이다. 넷째, 시민 개개인의 역할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자유의 확장은 공동체적 책임을 수반한다. 나의 선택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소한의 자각이 필요하다. 사회는 서로의 권리 위에 세워진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책임이 맞물려 유지되는 구조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질서가 균형을 찾을 때, 비로소 신뢰는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물론 신뢰의 재건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신뢰는 시간이 필요한 자산이며, 축적보다 붕괴가 훨씬 빠르다. 게다가 방향은 분명하다. 사회가 다시 ‘우리’를 말하기 시작할 때, 불확실성의 시대 역시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신뢰는 우리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라, 외면할수록 더 큰 비용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불확실성의 파고 앞에서 각자도생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로 돌아가 서로를 다시 지지할 것인가. 역사가 보여주듯, 위기 속에서 공동체의 힘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사회적 신뢰가 회복될 때 비로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신뢰는 더욱 소중해진다. 그 신뢰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는 우리의 선택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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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6
  • [지구일보=인터뷰] “지역은 사람이 지킨다”… 보성에서 시작해 중앙까지 뻗은 선형수의 20년 현장기록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전남 보성의 한적한 산자락에서 만난 선형수 씨는 인터뷰 내내 “지역은 사람이 지킨다”는 말을 반복했다. 화려한 이력보다 현장에서 들인 시간과 땀을 먼저 떠올리는 그의 말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보성을 떠나지 않고, 때로는 중앙과 지역을 오가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온 그의 삶은 ‘지역과 공동체’라는 한 가지 축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 지역에서 시작된 첫 무대… “스포츠가 보성을 전국으로 불러냈다” 선형수 씨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보성에서 전국 초등학교 탁구대회를 유치하면서부터다. 한 지방 소도시에 전국 규모 스포츠 대회를 불러들이는 일은 당시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유소년 선수였던 유승민(현 대한체육회장)이 4관왕을 차지하며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보성 역시 ‘탁구 유망주들의 성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은 대회 하나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는 그렇게 스포츠를 매개로 청소년 문화 활성화에 뛰어들었다. 어린이날·학생의날 행사뿐 아니라 지역 통일축제까지 기획하며 ‘젊은 보성’의 기반을 다졌다. ■ 문화의 숨을 다시 틔우다… “전통과 현대의 연결이 지역을 살린다” 그의 활동은 스포츠를 넘어 문화로 확장됐다. 선형수 씨는 지역 예술 동아리를 만들고, 주민 문화활동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섰다. 지역 원로 예술인을 기리는 강산 박유전 선생 추모제를 발의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인 조상현 국창의 판소리 복권을 위해 관계자들과 두루 소통했다. “문화는 지역의 정신입니다. 전통을 잇는 노력은 결국 그 지역 사람을 지키는 일이고, 그 지역의 품격을 세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보성의 오래된 문화 자산이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지금의 삶과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그의 오랜 목표였다. ■ 중앙에서 쌓은 경험… “사람이 만든 인맥보다 경험이 만든 인연이 더 길다” 지역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그는 다양한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김근태 재단, 한반도재단, (사)5대 운동 등 여러 단체에서 이사를 맡으며 정책·사회 현안을 경험했고, 중앙의 다양한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넓혔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조용한 실력가의 길”이라고 말한다. 선형수 씨는 이에 대해 담담히 답했다. “저는 원래 관계를 넓히기보다 일을 깊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인연이 따라왔습니다. 그게 제겐 가장 큰 자산입니다.” ■ 19년, 550,500장의 연탄… “봉사는 누가 보지 않아도 매년 같은 마음” 가장 오래된 그의 활동은 연탄 봉사다. 보성에서 운영 중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보성지부는 전남에서 유일한 지부이며, 19년 동안 550,500장의 연탄을 지역의 어려운 가정에 전달했다. 겨울이면 늘 그가 가장 바쁜 이유가 바로 이 연탄 때문이다. 후원자를 직접 찾고, 트럭에 연탄을 옮기고, 집집마다 배달을 도왔다. 행사성 봉사가 아니라, 20년 가까이 이어진 ‘생활 봉사’였다. “봉사는 보여주기 위해 하면 오래 못 갑니다. 저는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겨울이면 그냥 이 일을 했습니다. 그게 제 방식이죠.” 지역 주민들은 그를 두고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꾸준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 “보성의 미래는 사람과 문화에서 나온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보성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성은 자연도, 문화도, 전통도 다 갖춘 곳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가치는 ‘사람’이 복원할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저는 그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경력보다 묵묵히 쌓아온 현장의 시간이 더 많은 사람. 선형수 씨의 이력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보성이라는 지역과 함께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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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5
  • [특별기고] 국민주권정부가 성공적으로 치러낸 APEC, 그 성과가 한중관계에 와닿는 순간...
    [지구일보=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국민주권정부가 주도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제 통상 질서가 다자주의적으로 재편되고, 미·중 전략 경쟁이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한 외교적 방향과 실천적 성과가 국제 무대에서 확인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APEC의 결과가 한중관계에 직·간접적으로 파급되는 지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재명정부는 이 회의를 한국 외교 재정립의 출발점이자 동북아 정세의 재배열이라는 넓은 틀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APEC은 기본적으로 개방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한 경제협력체다. 오늘날 APEC은 경제를 넘어 전략·안보·기술·공급망이라는 광범위한 의제를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주목한 지점도 바로 이 영역이다. 한국은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협력, 기후 대응, 디지털 전환과 같은 글로벌 의제를 선도적으로 제기하며 중견국의 외교 역량을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냈다. 이는 국제사회가 한국을 단순한 ‘참가국’이 아닌 ‘규범 제안자’이자 ‘의제 연결자’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한국이 미·중 갈등을 특정 진영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고, 실용성과 국익 중심의 접근을 견지했다는 점이다. APEC 무대에서 한국이 보여준 외교적 균형감은 곧 한중관계에도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흐름을 주시하는 동시에, 자신들과의 협력 틀을 유지하려는 한국의 실용 노선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APEC 후, 중국 외교 채널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한국이 이번 회의에서 보여준 외교적 조율 능력이 적지 않은 인상을 남겼음을 시사한다. 한중관계는 그간 구조적 경직성과 상호 인식의 왜곡으로 인해 진전의 속도가 더뎠다.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우려를, 한국은 중국의 외교적 신호를 종종 성급하게 해석해왔고, 그 결과 대화의 깊이는 얕아졌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양국이 마주한 장면은 이전과 다르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주체적 역할을 확보하며 중국과 적정한 외교 공간을 마련했고, 중국 역시 한국이 보여주는 외교적 자율성과 실용 노선을 더 이상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APEC이 한중관계에 “와닿는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제 양국 관계는 과거의 의존·경계 구도를 넘어 상호 '전략적 판단'이 정교하게 작동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이번 외교 성과는 동북아 지역에서 새로운 균형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중관계는 여전히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고, 문화·교육·인적 교류의 기반도 단단하다. 문제는 이를 정치·외교적 현실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있다. 한국이 APEC에서 보여준 실용적 다자외교는 바로 이 조율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국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특정 진영에 함몰되지 않는 균형 전략을 유지하는 한,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재정립할 동기를 갖게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교한 외교의 지속성’이다. 한중관계는 단일 변수에 의해 움직이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안보, 경제, 기술, 문화가 뒤엉킨 복합 영역이며, 각 영역의 속도와 민감성 또한 다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APEC 이후 한중 촉진 대화를 단발적 이벤트가 아닌 구조화된 협의 체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게다가 공급망 협력, 기후 대응, 보건, 교육 교류와 같은 비교적 갈등 완화적 의제부터 단계적으로 협력을 쌓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러한 분야는 양국 모두 실익이 크고,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한중관계는 단순한 협력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존중의 회복’이라는 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인 외교 능력을 증명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도 명확한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을 장기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근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APEC은 이러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APEC에서 확인된 한국의 외교적 자신감은 곧 한중관계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다듬을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는 과거의 수동적·반응적 접근에서 벗어나, 능동적·전략적 접근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을 뜻한다. 이번 APEC은 그 전환의 문을 연 회의였다. 국민주권정부의 외교는 갈등의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국익 중심의 외교를 관철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APEC은 그 방향성이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평가받은 자리였다. 그 성과가 한중관계에 실질적으로 와닿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향후 동북아 질서를 새롭게 설계할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제 한중관계는 경쟁과 협력을 넘나드는 복합적 관계를 넘어, 성숙한 전략 관계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 APEC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다.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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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2
  • [지구일보] 불멸의 제국을 지킨 위대한 호위, 진시황릉과 병마용갱
    [지구일보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산시(陝西)성, 그 이름만으로도 2천 년 중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특히 시안(西安)을 중심으로 펼쳐진 이 지역은 장구한 중화문명의 가장 중요한 발상지 중 하나로, 황하 문명의 젖줄 위에서 고대 왕조의 영광을 꽃피웠습니다. 주(周), 진(秦), 한(漢), 당(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왕조가 이곳을 도읍으로 삼았으며, 그중에서도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秦始皇帝)의 흔적은 시대를 초월하는 경이로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웅장한 영원의 꿈, 진시황릉 시안시 린퉁구(臨潼區)에 우뚝 솟은 진시황릉(秦始皇陵)은 단순히 한 황제의 무덤을 넘어, 진나라 제국의 압도적인 권력과 시황제의 불멸에 대한 집착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비입니다. 기원전 246년부터 30년 이상, 무려 70만 명에 달하는 인부를 동원하여 축조된 이 능묘는 그 자체가 지하의 궁궐을 구현하고자 했던 시황제의 욕망의 산물입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기록에 따르면, 진시황릉은 내부에는 그의 궁궐을 축소 복제한 모형이 있으며,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천상의 별자리와 지상의 지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또, 침입자를 자동 발사하는 쇠뇌와 영원히 꺼지지 않는 인어 기름 초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과 부장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거대한 봉토 아래에 시황제의 영원한 제국이 잠들어 있지만, 고고학적 보존 문제와 내부의 위험성 때문에 아직 주 능묘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세상의 시간을 거부하듯, 시황제는 흙으로 빚은 거대한 산 아래에서 영원한 잠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듯한 지하 군단, 병마용갱 진시황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능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병마용갱(兵馬俑坑)입니다. 1974년, 우물을 파던 농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이 유적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곳에는 흙을 구워 만든 토용(테라코타 모형)인 병마용(兵馬俑)이 실물 크기로 도열해 있는데, 현재까지 약 8천여 점의 병사와 130여 대의 전차, 520여 점의 말이 발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놀라운 규모와 디테일, 병마용의 평균 신장은 185cm에 달하며, 병종과 계급에 따라 갑옷, 복장, 머리 모양 등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장 경이로운 사실은 하나하나의 얼굴 표정이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는 실제 군인들을 모델로 제작되었음을 시사하며, 진나라 군대의 특징과 개성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순장(殉葬)의 대체,병마용은 잔혹했던 순장 제도를 대체하여, 시황제가 사후세계에서도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제국을 호위하고자 했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토용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압도적인 전율과 군사적 위용은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고대 군사력의 보고,병마용갱은 고대 중국 군대의 무장 상태, 부대 편성, 전술적 배치 등을 알려주는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이며, 고중세 군대의 갑옷 착용 비율이 높았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중화 문명의 요람, 산시성 진시황릉과 병마용이 위치한 산시성(섬서성)은 중국 문명의 원류(源流)로서 그 역사적 의미가 깊습니다. 전설상의 고대 왕국인 요(堯)나라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타오스 유적 등은 중화 문명 5천 년 역사의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며, 시진핑 주석조차 중화문명 탐원공정(探源工程)의 핵심으로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으로 가라"는 말처럼, 시안은 이탈리아 로마, 이집트 카이로 등과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불리며, 오늘날까지도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서 동서양 문명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진시황의 위대한 유산은 산시성이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며 끊임없이 살아 숨 쉬는 '천연의 역사 박물관'임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은 2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불멸의 유물로서, 우리에게 인간의 권력과 영원에 대한 욕망, 그리고 고대 문명의 경이로운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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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01
  • [지구일보] 서울역에서 펼쳐진 ‘김장 나눔’… 신현옥 목사 “따뜻한 한 끼가 삶을 지탱합니다”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초겨울 바람이 매서워진 지난 29일 오전 10시, 서울역 4호선 12번 출구 앞 공터에서는 김장의 온기가 번졌다. ‘서울역 김장 하는 날’로 이름 붙여진 이날 행사는 시온세계선교교회 신현옥 목사가 주관하고 ‘판다 하나 봉사단’이 주최한 자리로, 취약계층과 노숙인, 어려운 교회에게 전달될 김치를 직접 만들어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신현옥 목사는 이른 시간부터 현장을 지키며 봉사자들을 맞았다. 신 목사는 “사람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한 끼에서 시작된다”며 “서울역 주변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이웃들에게 겨울을 건널 작은 용기라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 목사의 말처럼 현장은 김치 양념을 버무리는 손길마다 진지함이 묻어났고, 나눔은 곧 생명과 연대의 메시지로 확장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시온세계선교교회의 후원 외에도 대우패션 에비수 그룹, 박명숙 궁중 컬렉션 모델단, 개인택시 운송 조합 복지회, Love hope Together(LA) 등 다양한 민간 단체와 기업들이 참여했다. 특히 신 목사는 “어려운 이웃을 향한 마음이 한데 모였기에 이런 자리가 가능했다”며 “종교와 직업, 국적을 넘어 함께하는 연대가 우리 사회의 진짜 힘”이라고 강조했다. 봉사자들은 완성된 김장을 ‘서울 징검다리 행복마중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 김영호 서울시의원, 가수 정준, 임은주 부회장, 박명숙 부회장, 조옥란교수 등이 함께 수고했다 이날 행사는, 공동체의 온기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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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30
  • [지구일보=김민정의 온숨] 꼭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지구일보 김민정 코치] 조직에는 흔히 “좋은 사람”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부탁하면 잘 들어주고, 예민한 말은 삼가며, 곤란한 상황에서는 먼저 양보하는 사람들. 겉으로는 팀워크의 중심 같지만, 그 내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피로가 쌓여간다. 최근 코칭 현장에서도 이른바 ‘좋은 사람 증후군’으로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조직이 요구하는 ‘좋음의 기준’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평적 문화와 공감 리더십을 말하면서도, 조직에는 여전히 암묵적 규칙이 존재한다. “분위기를 흐리지 마라”. “양보하라”, “불편한 말은 피하라”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이 규칙의 영향력은 크다. 사람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누르고, 부탁을 떠안고, 자신의 욕구를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업무적·관계적·정서적 부담이 한꺼번에 증가한다. 먼저, 업무가 과중된다. 모호한 수락은 책임 범위를 흐리고 결국 과도한 과업으로 돌아온다.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일의 사각지대를 담당하게 된다. 다음으로, 관계가 왜곡된다. 갈등을 피하면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실제 신뢰는 깊어지지 않는다. 필요한 충돌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오해와 거리감이 더 쉽게 자란다. 그럼에도 많은 조직은 여전히 ‘조용한 평화’를 더 높은 가치로 여긴다. 그리고, 정체성이 흔들린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반복되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흐려진다. 조직엔 ‘좋은 사람’으로 남을지 모르지만, 그 개인의 삶은 조용히 무너진다. 결국 업무 만족도는 떨어지고, 자존감은 흔들리며, 번아웃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 마음이 나 자신을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때다. 친절과 배려로 시작한 ‘좋음’이 어느 순간 침묵과 희생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면 그 역할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개인이 지나치게 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변화보다는 작은 조정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첫째, 경계를 세우는 언어를 갖추는 것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다음 일정에 가능하다”,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말씀드리겠다”는 표현은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한다. 둘째, 내 감정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다. “나는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걸까?”, “누구의 기대에 반응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무리한 양보를 막는다. 셋째, 관계의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불편함을 말해도 괜찮은 사람, 심리적 숨통을 틔워주는 사람은 조직 내 긴장을 견디는 힘이 된다. 넷째, ‘좋아 보이기’보다 ‘솔직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겉보기의 화합이 아니라 불편함을 건너야 만들어지는 신뢰가 조직을 더 단단하게 한다. 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갈등을 피하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평온은 오래가지 않는다. 문제를 드러내고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개인의 소진을 막고 조직의 신뢰도 지킬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진 평온이 아니라, 각자가 감정과 역할을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협업이다. 팀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조직은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 건강한 일터는 갈등이 없는 곳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역할에 갇히지 않고 각자가 ‘지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때, 퇴사와 버팀 사이에서 흔들리는 개인도, 구성원을 잃지 않으려는 조직도 조금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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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9
  • [지구일보] 세대 갈등을 넘어 시대 공존으로...한국 사회가 품어야 할 미래 관점
    [지구일보 이창호 발행인] 한국 사회는 지금 ‘세대 갈등’이라는 오래된 균열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청년은 기회의 축소와 구조적 불평등을 말하고,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감내했던 시대적 고난과 책임을 언급한다. 서로의 서사를 인정하지 않는 대립의 언어는 점차 날카로워지고, 공공 담론의 장에서도 세대를 둘러싼 감정적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의 증폭이 곧 사회의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역사적 경험이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가 더 힘들었는가’의 경쟁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 시대 공존을 모색하는 성숙한 사회적 합의다. 우선, 청년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고용 불안, 주거 비용 급등, 교육·경쟁의 압박은 그들의 삶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청년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한 경제 지표 때문이 아니라,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본적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반면, 기성세대는 산업화·민주화의 축적된 성취를 토대로 공동체를 유지해 온 주역이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제는 세대 간 공헌을 비교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만큼 경험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대 간 공존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정책의 세대 균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복지 정책은 고령층 중심으로 설계돼 왔고, 청년을 위한 제도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이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재정 구조를 재설계하고, 청년에게 실질적 성장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주거·일자리·교육·창업 등 삶의 핵심 분야에서 청년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둘째, 세대 간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복원이 필수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세대 담론은 자주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세대를 편 가르고, 특정 연령층의 불만을 자극하는 방식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 세대 문제를 구조적·경제적 관점에서 다루는 공론장이 필요하며, 감정적 충돌을 넘어 현실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논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셋째, 중요한 것은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시각이다. 지금의 갈등은 자원의 분배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다음 단계’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기술 혁신, 저출산·고령화 등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세대 간 협력이 필수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청년 세대의 감각이 조화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은 지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존을 향한 마음가짐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청년은 기성세대의 역사적 공헌을 인정하고, 기성세대는 청년의 좌절을 ‘버릇없음’이 아닌 구조적 어려움으로 이해해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모든 세대가 미래의 공동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갈등은 협력으로 전환된다. 한편 한국 사회는 이미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적대의 구조가 아니라, 세대 간 신뢰와 연대의 회복이다. 공존의 길은 어렵지만, 그 길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유일한 선택지다. 세대를 갈라놓는 담론을 넘어, 함께 나아갈 미래를 향해 나란히 걸어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창호(65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지구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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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 [단독] 중국과 한국건축 막새의 공통점과 차이점
    [지구일보 김도하 한중문화 칼럼니스트] 중국과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지붕 마감재를 넘어 건축의 기능성, 심미성, 상징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두 나라의 기와 건축은 중국에서 발원하여 한국에 전파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환경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중국 전통 건축 막새의 조형적, 미학적 특성 중국 전통 건축에서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처마 끝 마감재의 실용적 기능을 넘어, 국가의 권위와 길상(吉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조형적, 미학적 요소로 작용합니다. 중국 막새는 전반적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표현을 통해 황실의 위엄과 당대인들의 소망을 담아냅니다. 조형적 특징 중국 건축의 막새는 그 형태와 크기, 배치를 통해 제국의 웅장함과 엄격한 위계 질서를 조형적으로 표현합니다. 중국의 전통 건축물, 특히 궁궐이나 사원은 그 규모가 방대하며, 이에 따 라 사용되는 기와와 막새 역시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크고 두껍게 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막새는 원형 또는 장방형의 틀 안에 문양을 꽉 채워 넣고, 선의 굵기와 문양의 부조(돋을새김)를 강하게 처리하여 시각적인 압도감과 웅장함을 강조합니다.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황색 유리기와를 사용하여 지붕 전체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막새를 비롯한 주요 장식 부재에도 색채를 입혀 권위와 부유함을 과시하는 조형적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미학적 특징 중국 막새에 새겨진 문양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소망을 함축하는 미학적 언어입니다. 주로 권위와 황실의 상징인 용과 봉황의 문양을 사용했습니다. 용(龍) 문양- 용은 예로부터 황제를 상징하며, 양기(陽氣), 힘, 부, 비와 물을 관장하는 신성한 동물입니다. 궁궐의 막새나 용마루 끝의 장식 기와(치미, 취두)에 용 문양을 새겨 천자의 지위와 절대적 권위를 미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봉황(鳳凰) 문양-봉황은 황후를 상징하며, 길조, 조화, 우아함, 상서로움을 나타냅니다. 용과 봉황 문양의 결합은 음양의 조화와 함께 황실의 영원한 번영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미학적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길상 명문(吉祥銘文)의 활용 한대(漢代) 이후에는 막새에 "만세(萬歲)", "길상(吉祥)", "수여금석(壽如金石)" 등 장수, 복(福), 행운을 기원하는 길상 명문을 직접 새겨 넣었습니다. 이는 건축물을 축조한 사람들의 현세적 소망을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미학적 특징입니다. 철학적 의미의 반영으로는 운문(雲紋) 이나 인동문(忍冬文) 등 자연 문양은 영원하고 지속적인 생명력과 순환의 의미를 담고 있어,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건축 부재에 반영하고자 했던 동양 철학적 미감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중국 막새는 거대한 스케일, 권위를 상징하는 동/식물 문양, 명문 등을 통해 강렬하고 직선적인 미학을 추구하며, 건축물의 위엄과 축복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한국 전통 건축 막새의 조형적, 미학적 특성 한국 전통 건축에서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한국인의 자연 친화적인 미감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장 잘 담아낸 건축 요소입니다. 중국 막새가 웅장함과 권위를 강조했다면, 한국 막새는 섬세함, 단아함, 해학을 통해 고유의 조형미와 미학적 가치를 구축했습니다. 조형적 특징 한국 전통 건축의 가장 큰 조형적 특징은 지붕의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입니다. 특히 처마 끝이 살짝 하늘을 향해 들리는 앙곡(仰曲)은 막새가 건물의 형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듭니다. 막새는 이 곡선의 미를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완성하는 최종 마감재로서 조형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막새의 문양은 중국의 거칠고 힘찬 표현에 비해 세밀하고 정교한 선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통일신라 시대의 연화문(蓮華文) 막새는 중앙의 자방(子房)을 중심으로 꽃잎이 배열되는 구조가 매우 입체적이면서도 유려하게 표현되어 조형적 완성도가 높습니다. 한국의 막새는 중국의 것에 비해 크기가 작고 비례가 단아하며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건축물 자체의 규모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소박하면서도 균형 잡힌 미를 추구했던 한국 건축의 조형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미학적 특징 한국 막새에 담긴 미학은 불교적 이상,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민족의 정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연화문(蓮華文)의 미학으로는 연꽃무늬는 한국 막새의 가장 주된 문양으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특성 때문에 순수함, 깨끗함, 재생을 상징하며 불교의 이상 세계를 표현합니다. 한국의 연화문은 중국의 화려함 대신 부드럽고 간결한 형태로 표현되어 단아한 기품과 온화한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미학적 특징을 가집니다. 귀면와(鬼面瓦)의 해학적 표현으로 악귀를 쫓는 벽사(辟邪)의 기능을 가진 귀면와(도깨비 얼굴 막새)는 중국과 한국 모두에서 사용되었지만, 한국의 귀면와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정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위협적이고 엄숙한 권위를 강조하기보다는, 악귀마저도 넉살 좋게 물리치려는 한국인의 낙천적이고 친근한 정서를 반영하는 미학적 특성입니다. 한국의 막새 문양은 연꽃 외에도 당초문(덩굴풀 문양), 보상화문 등 식물성 문양을 주로 사용하여 자연과의 친밀성과 영원한 생명력을 기원하는 소박한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미를 통해 건축물 전체와 자연 환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한국 막새 미학의 핵심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막새는 섬세하고 유려한 곡선 조형을 바탕으로 단아함, 해학, 그리고 자연미를 미학적으로 구현함으로써, 한국 전통 건축의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중국의 막새는 화려함과 웅장함을 통해 권위를 상징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의 막새는 정교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조화와 소박한 미를 추구하며 고유의 미감을 형성했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의 전통 막새(瓦當, 와당)는 단순한 건축 마감재를 넘어, 각 나라의 시대정신, 종교적 이상, 미적 가치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예술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이 두 나라의 막새는 기원과 기본적인 기능은 공유하지만, 상이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권위의 미학과 자연과의 조화 미학이라는 뚜렷한 차이점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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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 [지구일보] 이창호 위원장 “한반도 평화는 세계 공영의 초석… 한국, 인류평화공동체의 책임 있는 일원 돼야”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세계인류평화문화봉사대상 시상식이 24일 오후 5시30분 서울 한국언론재단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선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은 “혼란이 격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은 인류평화공동체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더 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세계는 단순한 국가 간 갈등을 넘어 문명적 충돌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시기일수록 한민족이 지녀온 평화적 철학과 상생의 지혜가 세계가 찾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해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한반도 평화는 결코 지역적 사안이 아니라 동북아 안보의 중심축이며, 세계 평화질서의 시험대”라며 “대립과 경쟁이 아닌 신뢰와 대화의 원칙을 견지하는 나라만이 국제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갖는 ‘중견국의 책무’를 명확히 정의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세계 여러 현장에서 분쟁·빈곤·환경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받는 외교에서 벗어나,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하는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화·교육·민간교류의 역할을 강조했다.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진정한 평화는 문화와 상호이해에서 비롯된다”며 “한국이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 가교가 될 때, 우리의 평화철학은 더 넓은 무대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중 양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아끼지 않았다. “동북아의 평화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한국과 중국은 오랜 역사적 연결성과 민간 교류의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갈등보다 협력의 지대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냉각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연설 말미에 그는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평화는 자연스럽게 오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선택”이라며 “한국이 먼저 행동하고, 먼저 손을 내밀며, 먼저 신뢰를 쌓아갈 때 세계는 한국을 새로운 평화국가 모델로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을 주최한 세계인류평화봉사상조직위원회 김태후 조직위원장은 “이창호 위원장의 연설은 세계 평화를 향한 한국의 방향성을 제시한 메시지로 큰 울림을 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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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5
  • [지구일보] AI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개인 브랜드교육의 중요성
    [지구일보 김도하 한중문화칼럼니스트] AI시대의 창의적 교육이 갖는 가장 큰 차별성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 즉 '왜(Why)'를 묻고,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맥락'을 창조하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AI가 '어떻게(How)'와 '무엇(What)'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때, 교육은 인간의 본질적인 창의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 '왜'(Why) 를 묻는 능력- 개념적 사고의 심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답을 도출하지만, 근본적인 가치와 윤리,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은 던질 수 없습니다. 가치 기반의 질문 던지기 교육은 학생들에게 기술적 해결책이 아닌, 윤리적·철학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비판적 사고와 판단력 훈련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예술적 가치, 사회적 맥락, 진정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비판하는 판단력을 개발해야 합니다. ◆ '경계'를 허무는 능력- 융합적 사고 AI는 특정 데이터셋 내에서 학습하고 최적화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영역을 연결하여 혁신을 창출합니다. 학제 간 연결 능력: 창의적 교육은 미술, 공학, 철학, 심리학 등 분리된 지식 영역을 의도적으로 교차시키는 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불확실성 포용: 정형화된 답이 없는 불확실한 문제나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실험적 태도와 유연성을 길러줍니다. ◆'새로운 맥락'을 창조하는 능력- 재료와 경험의 재해석 AI 시대 창의적 교육의 차별성은 AI가 가장 취약한 영역, 즉 '인간 고유의 사유 능력', '경계 없는 융합', 그리고 '감각적 경험을 통한 의미 부여'를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AI 시대에는 기술이 콘텐츠 생산을 대량화하고 동질화시키기 때문에, 인간 고유의 가치와 스토리를 담아 차별화하는 브랜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브랜딩 수업은 이처럼 AI가 대체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을 키워주는 교육입니다.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되기 때문에, 독창적인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결국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브랜딩은 이러한 동질화된 시장에서 '왜 우리 제품, 서비스 또는 개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제공합니다. 이는 단순한 로고나 슬로건을 넘어,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 철학, 스토리, 그리고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작업입니다. 기술 발전이 평준화될수록 소비자들은 단순한 기능이나 성능을 넘어,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치와 의미를 통해 구매 결정을 내립니다. 따라서 가치 관계 중심의 소비가 이루어집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 신념, 라이프스타일과 일치하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소속감과 정체성을 표현하려 합니다. AI 기반의 자동화된 상호작용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은 진정성 있고 인간적인 소통을 갈망합니다. 브랜딩 수업은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타겟 고객과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 개인 브랜드(퍼스널 브랜딩)의 중요성 증대 AI 시대에는 특정 직업군이나 기업에 대한 충성도보다 개인의 전문성과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프리랜서, 긱 워커(Gig Worker)가 증가하고, 기업은 프로젝트 단위로 외부 전문가와 협력하는 방식이 보편화됩니다. 이때 개인 브랜드는 곧 경쟁력과 신뢰도의 척도가 됩니다. AI가 루틴한 업무를 처리해줄 때, 인간은 전략적 사고, 비전 제시, 복합적인 문제 해결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 집중하게 됩니다. 브랜딩 수업은 이처럼 자신의 강점과 비전을 명확히 정의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따라서, 퍼스널브랜딩 교육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과정입니다. • 전략적 사고 훈련: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비전은 인간의 창의적인 브랜딩 전략에서 나옵니다. 브랜딩 수업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 핵심 가치를 추출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사고를 훈련시킵니다. • 혁신을 포장하는 능력: 새로운 AI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나올 때, 브랜딩은 그 기술이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와 편리함을 제공하는지를 효과적으로 '번역'하고 '포장'하여 혁신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핵심 도구입니다. • 스토리텔링의 힘: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공감과 감동을 주는 인간의 스토리는 만들 수 없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개인의 경험, 실패, 성장 과정을 공유하여 잠재 고객 또는 고용주와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 AI의 한계 극복: AI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줄 수 있지만,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강력한 개인 브랜드는 자신의 윤리관과 목적을 명확히 함으로써, 신뢰 기반의 관계를 구축하고 AI의 한계를 넘어섭니다. 자신의 고유한 인간적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일관성 있게 전달하며, 신뢰와 영향력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한편 AI 시대에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AI가 콘텐츠 생산을 대량화하고 노동 시장을 변화시키는 상황에서, 개인의 차별화된 가치와 인간적인 연결을 구축하는 브랜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브랜딩 수업은 모든 영역을 넘어서 인간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차별화된 스토리를 구축하며,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명확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필수적인 교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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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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