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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 국회 개최… "동북아 평화질서와 한·중 협력의 전략적 역할 모색"
    [지구일보] 한중수교 34주년을 맞아 동북아 평화와 한·중 협력의 미래를 모색하는 대규모 정책포럼이 국회에서 열렸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모였다. 한중교류촉진위원회와 서영교 국회의원실은 지난 7월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동북아 평화질서와 한·중 협력의 전략적 역할'을 대주제로 정치·경제·문화·학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근 국제사회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조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외교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중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양국이 나아갈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포럼은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어 김문준 한남대학교 교수가 '미·중 경쟁 속 한중 우호관계'를 주제로, 김한준 남서울대학교 교수가 '문화가 여는 평화, 비즈니스가 잇는 한중 협력- K-컬처·교육·민간기업 융합을 통한 한중 문화교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김도희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장철인 서영대학교 부총장과 권대근 중국 하북미술대학교 객좌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동북아 정세 변화와 민간외교의 역할, 문화교류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보영 에스에이인터내셔날 회장, 김광진 청와대 전 정무비서관, 이한용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김대유 경기대 전 교수, 지용일 동서울대학교 교수, 장경률 연변일보 종신논설위원, 조현 스포츠루다 이사장, 송광근 『화촌의 열정』 저자 등 정·관계와 학계,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국내외 참가자 2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했다.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축사를 통해 "동북아는 세계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지역"이라며 "한·중 협력은 역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전략적 기반이며, 경제협력뿐 아니라 기후변화, 첨단기술, 문화와 청년 교류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국회의원은 "이번 포럼은 한중 수교 34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한중관계의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중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하고 학술과 정책, 정보교류를 확대하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구성(马貴生) 주한 중국공사는 "주한중국대사관은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지난 34년간 한중 양국이 경제·문화·교육·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룬 협력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선린우호와 상호협력이 양국 관계의 올바른 발전 방향이라고 강조했다.”며 “최근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관광·교육·과학기술·지방교류·언론 분야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 녹색경제, 디지털경제 등 미래 신산업 분야를 새로운 협력 동력으로 제시하며, 이번 포럼이 지난 3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리우한무(刘汉武) 상임이사는 축전을 통해 "지난 34년간 양국이 경제·무역·인문 교류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온 경험이 미래 협력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갈등과 진영 대립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다자주의와 개방·포용의 원칙을 바탕으로 경제·과학기술·인문교류 등 실질 협력을 확대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언휘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총재는 "한중 관계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신뢰와 상생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해 왔다"며 "위원회는 앞으로도 양국을 잇는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 강연에 나선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장은 "오늘날 한중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한반도 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중국의 국경 안정, 미국의 역내 군사전략, 일본의 방위정책과 직결되는 동북아 공동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북아의 평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다"며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외교와 함께 문화·학술·경제 분야의 민간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포럼이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동북아가 직면한 복합적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의 지혜를 모으고, 한중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중수교 3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중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의미 있는 정책 플랫폼으로 평가받았다. 정부 외교와 민간외교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 역시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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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1
  • [지구일보] 이창호 작가로서의 로드맵, 시대를 기록하는 필자에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문 저술가로...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삶을 담지만, 한 사람의 작가는 한 시대의 정신을 기록한다. 작가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를 해석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사람이다. 이창호 작가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 역시 개인의 성공을 넘어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를 잇는 인문학적 가교를 세우는 데 있다. 그동안 이 작가는 『마오쩌둥 평전』, 『덩샤오핑 평전』, 『시진핑, 위대한 중국을 품다』, 『팍스 차이나』, 『이순신 리더십』, 『안중근 평전』 등을 통해 중국 현대사와 정치, 외교를 꾸준히 연구하며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특정 인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흐름과 국제질서를 함께 조망하려는 시도가 그의 작품 세계를 형성해 왔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국의 역사가 폴 존슨은 정치와 문명을 연결해 서술했고, 미국의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정신을 읽어냈다. 일본의 시바 료타로는 역사 속 인물을 통해 국민의 정체성을 되새기게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건보다 사람을, 사람보다 시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창호 작가 역시 이제는 '중국 전문가'라는 범주를 넘어 '동아시아 문명과 평화를 기록하는 작가'로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저술은 세 갈래로 발전할 수 있다. 첫째, 평전의 대가가 되는 길이다. 한 인물을 둘러싼 정치·문화·외교적 맥락을 깊이 있게 풀어내는 평전은 오랫동안 독자의 생명력을 얻는다.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인간의 철학과 시대적 의미를 담아내야 한다. 둘째, 인문학 에세이스트의 길이다. 최근 발표한 건강과 삶, 열정, 희망, 경청 등을 주제로 한 칼럼처럼 일상의 경험을 인문학적 성찰로 연결하는 글은 폭넓은 독자층과 만날 수 있다. 독자는 지식보다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오래 기억한다. 셋째, 국제관계 기록자의 길이다. 한중 관계와 동북아 평화, 문화외교의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기록하는 작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 현장의 경험은 다른 사람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작가만의 자산이 된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것이다.하루 한 편의 원고, 한 달 한 권의 기획, 일 년 한 권의 대표작이 쌓이면 결국 그것이 작가의 브랜드가 된다. 좋은 작가는 책을 남기지만, 위대한 작가는 시대를 남긴다. 앞으로 이창호 작가의 로드맵은 단순히 저서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대한민국과 중국을 잇는 문화의 기록자, 동아시아 평화와 인문의 가치를 전하는 저술가, 그리고 후학들이 참고하는 사료를 남기는 작가가 되는 데 있다. 글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드러난다. 오늘의 한 문장이 내일의 역사 자료가 되고, 한 권의 책이 한 시대를 이해하는 창이 된다. 이창호(李昌虎) 작가의 다음 목표는 더 많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래 읽히는 책을 쓰는 것이다. 그것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가 걸어야 할 가장 긴 여정이며, 가장 의미 있는 로드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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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01
  • [지구일보]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중국 문화·교육계,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지지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한중교류촉진위원회는 19일 중국 문화유산 연구자와 교육·문화계 인사들이 공동 명의로 작성한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 지지 서한’을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부산이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에 필요한 역량과 인프라를 갖춘 도시라는 평가가 담겼다. 중국 측 인사들은 부산이 국제회의 시설과 교통, 숙박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측은 문화유산을 인류가 함께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공동 자산으로 규정했다. 이어 기후변화와 전쟁, 도시화 등으로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유산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개최의 의미도 언급했다. 중국 측은 한국과 중국이 오랜 기간 문화와 사상, 예술, 학문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온 만큼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릴 경우 동북아 문화 협력과 국제사회의 연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중교류촉진위원회는 “이번 서한이 국제회의 유치 지지를 넘어 문화유산을 통한 평화와 협력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했다. 중국 문화·교육계 인사들은 서한에서 “세계유산은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세대에 전해야 할 공동 자산”이라며 “부산이 세계와 함께 문화유산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제 문화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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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21
  • [지구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경제에 불어넣는 희망의 바람
    [지구일보]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전 세계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막을 올렸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은 국민들에게 감동과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으며, 월드컵 열기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우리 경제와 사회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비록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의 개최국은 아니지만 월드컵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오 히려 디지털 플랫폼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소비시장 활성화다.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치킨, 피자, 음료, 간편식 등 외식 및 식품업계의 매출이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스포츠용품과 응원용품 시장 역시 활기를 띤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플랫폼 이용이 확대되면서 월드컵 특수가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 경제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활용한 광고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이는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광고와 미디어 산업 역시 월드컵의 대표적인 수혜 분야다.월드컵은 올림픽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콘텐츠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방송사들은 경기 중계와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고, 기업들은 브랜드 노출을 위해 적극적인 광고 경쟁에 나선다. 특히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새로운 광고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경기 하이라이트와 응원 영상, 선수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면서 미디어 산업 전반에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스포츠 산업의 성장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대표팀의 활약은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유소년 축구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단순히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포츠 교육, 스포츠 관광, 스포츠 용품, 체육시설 산업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스포츠 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장기적인 시장 확대를 이끄는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은 월드컵이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경제적 효과 가운데 하나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은 국내총생산(GDP)이나 수출 규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문화, 스포츠, 관광, 국민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형성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세계인들은 한국을 더욱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관광객 증가와 해외 투자 유치,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한국의 위상을 높였듯이 스포츠 역시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월드컵은 국민 통합과 사회적 자신감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민들은 희망과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대표팀의 선전은 세대와 지역, 계층을 넘어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경제효과'라고 부른다. 국민들의 자신감이 높아질수록 소비와 투자 심리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자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의 진정한 가치를 단순한 경제적 수치에서만 찾지 않는다.대한민국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강국으로 성장했다. 이제 스포츠는 문화와 경제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혼과 국민들의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지켜보는 순간, 그것은 곧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시간이 된다. 결국 월드컵의 경제효과는 경기 종료와 함께 끝나는 것이 아니다.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대한민국의 이미지, 미래 세대에게 심어주는 도전정신, 그리고 세계와 함께 나누는 감동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축구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희망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저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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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3
  • [지구일보]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창호, 내달 21일 북콘서트 개최
    [지구일보 김채원 기자] 내달 21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이창호 저자의 신간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북콘서트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중국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독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다고 믿어온 중국의 실체를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단순한 출판 기념을 넘어,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립하는 지적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호 저자는 오랜 기간 한중 교류 현장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로, 책을 통해 중국 사회의 문화적 코드와 사고방식, 그리고 변화하는 국제 질서 속 전략적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특히 ‘알고 있는 중국’과 ‘실제의 중국’ 사이의 간극을 짚어내며 독자들에게 보다 균형 잡히고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 콘서트에서는 저자의 집필 배경과 핵심 메시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강연을 비롯해, 장철인 서영대학교 부총장의 축사와 김문준 한남대 교수, 김한준 남서울대 교수의 서평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 독자와의 대화, 질의응답, 사인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현장 참여의 의미를 더한다. 현장에서 공유되는 생생한 사례와 경험은 독자들에게 책의 이해를 한층 깊게 하는 동시에, 중국을 둘러싼 복합적인 현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출판 북그루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저자와의 만남을 넘어,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중국을 어떻게 읽고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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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29
  • [이창호칼럼] 중국을 모르면 미래를 놓친다
    [지구일보] 세계 질서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가까운 이웃’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자, 기술 경쟁의 주체이며, 동시에 국제정치의 변수로 작용하는 복합적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거나, 익숙한 이미지에 기대어 해석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의 자체가 곧 현실의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경제는 이미 중국과 깊이 얽혀 있다. 수출과 투자, 원자재와 소비 시장까지,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중국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관계의 밀접함과 이해의 깊이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울수록 오해는 더 쉽게 고착된다. ‘알고 있다’는 착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무지이기 때문이다. 정치와 외교의 영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행보를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이는 특정 시기의 정책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 국가 비전의 연장선에 가깝다. 그 흐름을 읽지 못하면 대응 역시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상황을 따라가는 위치에 머물게 된다. 이해 없는 대응은 늘 늦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은 단일한 얼굴을 가진 국가가 아니다. 거대한 영토와 인구, 다양한 지역과 계층,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가 공존한다. 도시와 농촌, 국유와 민간, 전통과 디지털이 동시에 움직이는 이중적 구조 속에서 중국은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성을 외면한 채 ‘하나의 중국’으로 단순화하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 전기차, 플랫폼 산업, 인공위성 등에서 중국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글로벌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일부 영역에서는 선도에 가까운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의 중국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실을 오판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구조를 읽고, 맥락을 파악하며,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지식’이 아니라 ‘통찰’의 문제다. 그리고 그 통찰은 단기간에 얻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인 관심과 시습, 그리고 균형 잡힌 선명한 시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중국을 과도하게 경계하거나, 반대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적정선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판단, 그리고 국익에 기반한 선택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다. 결국 문제는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중국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하려 노력할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미래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 들어섰다. 이 흐름을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중요한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위험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모르면 미래를 놓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경고이자, 동시에 제안이다. 이해하려는 노력은 곧 준비이며, 준비된 자만이 변화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이해할 것인가를 묻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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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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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호칼럼] 끼와 감각은 학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구일보] 우리는 흔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노력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모든 능력이 오직 학습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예술, 스포츠, 리더십, 언론, 창작, 외교와 같은 분야에서는 '끼'와 '감각'이라는 설명하기 어려운 능력이 존재한다. 끼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타고난 직관이며, 사물의 본질을 빠르게 읽어내는 능력이다.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어떤 사람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어떤 사람은 평범한 수준에 머무른다. 같은 악보를 연주해도 누군가는 감동을 주고, 누군가는 음만 정확하게 맞춘다. 이것이 바로 감각의 차이다. 뇌과학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서로 다른 인지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 음악적 감수성, 언어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다. 학습은 이러한 능력을 키우고 다듬는 역할을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재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들은 흔히 "감각은 배울 수 없다"고 말한다. 화가는 색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음악가는 음을 느끼는 귀가 있어야 하며, 기자는 시대를 읽는 촉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감각은 수많은 경험으로 더욱 정교해질 수 있지만, 출발점 자체는 사람마다 다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쳤지만, 뛰어난 운동신경과 순발력이라는 선천적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노력은 재능을 꽃피우는 비료이지만, 씨앗이 전혀 없는 곳에서 꽃을 피우기는 쉽지 않다. 언론과 외교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의 표정 하나,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 시대의 흐름을 읽는 직관은 교과서만으로 익힐 수 없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경험하며 자신의 감각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그러나 그 출발점에는 사람을 향한 관심과 타고난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재능만 믿는 것도 위험하다. 아무리 뛰어난 끼를 가졌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평범함에 머문다. 반대로 재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꾸준한 훈련과 성실함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최고의 성과는 타고난 감각과 끊임없는 노력이 만날 때 탄생한다. 우리 사회는 결과보다 학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사람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고기에게 나무를 오르라고 요구해서는 안 되며, 독수리에게 헤엄을 잘 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사람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다르다. 부모와 교사, 조직의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부족한 부분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끼와 감각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자신의 재능을 찾은 사람은 배우는 속도도 빨라지고, 일 자체를 즐기게 된다. 그때 비로소 노력은 고통이 아니라 성장의 기쁨이 된다. 결국 성공은 타고난 재능과 성실한 노력의 조화에서 시작된다. 끼는 방향을 제시하고, 감각은 가능성을 열어 준다. 그리고 학습과 훈련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인생은 모두가 같은 길을 걷는 경주가 아니다. 자신만의 끼를 발견하고, 그 위에 땀과 성실을 더할 때 비로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경쟁력이 완성된다. 진정한 성공은 남을 따라 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만이 가진 감각을 믿고, 그것을 끝까지 갈고닦는 사람에게 미래는 가장 크게 열린다. ▲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우리가 아는 중국 우리가 모르는 중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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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03
  • [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6) 김정애 ‘몸이 세계를 탄주하는 시간‘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6) 김정애 ‘몸이 세계를 탄주하는 시간‘ 김희자의 '탄주' 김정애/ 문학평론가 소리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건너가는가. 수필 「탄주」는 해금의 선율에서 시작하여 바다의 리듬으로, 다시 몸의 울림과 글쓰기의 운율로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탄주’라는 하나의 동사가 자연과 몸, 언어를 관통하는 중심 은유로 기능하며 작품 전체의 의미망을 정교하게 조직한다. 이러한 구조적 일관성을 통해 미학적 응집력을 획득한 이 작품은, 세계의 파동이 어떻게 내면의 언어로 승화되고 그 언어를 써 내려가는 행위가 어떻게 신체적 연주가 되는지를 다채롭게 증명하는 몸의 현상학이자 미학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은 달빛 아래 울려 퍼지는 해금의 선율로 문을 연다. 연주자는 해금의 네 줄을 “떡 주무르듯이” 쥐고 손가락으로 음색을 조절한다. 관념이나 기계적 기교가 아닌, 순수한 손의 감각과 신체의 리듬으로 소리를 자아내는 것이다. 메를로퐁티가 말했듯 우리의 몸은 정신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지각하고 관계를 맺는 주체다. 「탄주」 역시 몸을 단순한 감각기관에 누이지 않는다. 몸은 소리를 받아들이고 자연과 공명하며 마침내 언어를 생성하는 존재의 근원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신체성은 지각을 넘어 끊임없는 내적 변화로 이어진다. 수필학자 권대근이 에릭 프롬의 존재(being)와 소유(having)를 넘어 ‘생성(becoming)’을 강조했듯, 작가의 몸은 고정된 객체가 아니라 세계를 받아들이고 다듬어 내는 생성의 장(場)이다. 작가 김희자에게 해금 소리는 단순한 객관적 악기음에 그치지 않고, “그 소리를 탄주하는 사람의 몸 소리”로 변주되며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해금과의 신체적 교감은 동해안 몽돌밭의 풍경에 이르러 거대한 우주적 탄주로 확장된다. 오랜 세월 파동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 위로 바닷물이 지나갈 때, 바다는 자신의 몸으로 몽돌이라는 건반을 두드린다. 그리고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글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눈부신 통찰을 끌어올린다. “그때, 내 몸속에도 쓸쓸히 파도치는 건반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해금과 달빛, 파도와 몽돌의 이미지는 모두 이 한 문장을 향해 모여들며, 이후의 글쓰기에 대한 성찰 또한 여기서 싹을 틔운다. 외부에서 들려오던 바다의 소리는 작가의 신체 내부로 침투하여 내면의 건반을 두드린다. 소리와 몸이 하나로 포개어지는 순간이다.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의 탄주를 받아내어 다시 자신의 언어로 울려내는 일, 작가의 몸은 이제 글을 구상하는 단순한 머리가 아니라 세계의 파동을 받아 울리는 하나의 ‘쓸쓸한 건반’이자 악기 그 자체가 된다. 외부의 소리가 내면의 언어로 이행하는 존재론적 전환점이 마련되는 셈이다. 세계의 파동이 내 몸의 건반을 두드릴 때, 글쓰기는 비로소 시작된다.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몸속의 느낌으로 표현해내는 악보”를 그리는 일이며, “글이라는 건반을 소리 없이 연탄(連彈)하는” 무아지경의 행위다. 이는 니체가 강조한 “몸의 지혜”가 단단하게 빛을 발하는 현장이다. 니체에게 정신이나 의식은 몸이라는 거대한 주체가 사용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몸과 사유를 연결해야” 글로 옮길 수 있다고 고백하는 작가에게 글쓰기의 진정한 주체는 관념적인 머리가 아닌 온몸의 감각이다. 이는 생명의 리듬 속에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니체적 몰입과 온전히 맞닿아 있다. 작가 역시 “몰입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도 경험했다”라고 토로한다. 결국 글쓰기란 관념의 조합이 아니라, 온몸을 밀어 올려 사유와 생명을 일치시키는 신체적 사건이다. 봄비 내리는 무심한 밤, 작가는 자신의 짧은 사유를 안타까워하며 하나의 문장을 우주로 만들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 겸손한 안타까움 뒤에는 “내가 탄주하는 언어가 언젠가는 출렁출렁 가슴에서 울려 나와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널 것이라 확신했다”라는 단단하고 묵직한 신뢰의 뿌리가 내려져 있다. 김희자의 문장에는 해금을 주무르는 연주자의 손길처럼, 몽돌을 위무하는 파도처럼, 온몸으로 밀어낸 생명의 숨결과 리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필 「탄주」는 소리에서 파도로, 파도에서 몸으로, 마침내 몸에서 언어로 이행하는 숭고한 선율이다. 이성의 차가운 언어가 아닌, 몸속의 쓸쓸한 건반을 두드려 만든 이 생명력 있는 언어들은 누군가의 가슴속 바다를 향해 출렁출렁 건너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읽는 이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쓸쓸한 건반 하나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깨워 울리는 명징한 수작(秀作)으로 남는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생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문학동인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사유와언어문학상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김희자의 <탄주> 푸른 달빛이 무대 위에 흩어져 내린다. 무대 서편에는 초저녁 별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애잔하면서도 슬픈 해금의 선율이 달빛 속으로 흐른다.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 밤을 지새우고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의 아름다움을 그린 곡이다. 밤의 몸짓이 달빛의 현을 탄주彈奏하듯 여인은 손으로 음을 주무른다. 오래전부터 내 안에 들리던 소리처럼 은은하게 젖어 든다. 해금 탄주이다. 여인은 왼손으로 해금의 현을 잡고 오른손으로 채를 붙들어 음을 탄다. 왼손으로 음정을 찾고 오른손에 쥔 활대로 줄을 마찰하여 소리를 낸다. 소금쟁이가 물의 현을 지나가듯 그녀의 손가락이 해금의 현을 스쳐 간다. 순간 현이 소리를 자아낸다.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현의 울림으로 나오는 그윽한 소리이다. 라일락 수줍게 만개한 봄밤에 귀를 열고 나직나직한 가락을 듣는다. 홀로 있는 시간을 위하여……. 해금 연주가 허공에 머무는 어둠을 둥글게 밀어낸다. 문득문득 물방울처럼 떠오르거나 생각난 것들이 이미 오래전 내 안에서 흐르던 것처럼 반짝이며 되살아난다. 달빛 속으로 흐르는 선율이 건조해진 가슴을 눅진하게 녹인다. 홀로 있는 시간이 좋다는 건 이렇게 무언가에 진 중히 빠질 수 있음이다. 깡깡이라고 불리는 해금은 대나무 통이라는 공명통에 두 줄이 걸려 있다. 위쪽 주아에는 약간 굵은 줄인 중현이, 아래쪽 주아에는 중현보다 약간 가는 줄인 유현이 걸려 있다. 이 두 줄은 한 손에 잡히도록 수평으로 입죽에 묶어 놓은 산성이 있을 따름이다. 볼품은 없지만, 음의 폭이 놀라울 정도이다. 여인은 왼손으로 해금의 네 줄을 싸 감아쥐고 떡 주무르듯이 소리를 낸다. 손가락으로 음색을 조절한다. 거칠게 꺾고 구부리면서 섬세한 것들을 아우른다. 해금의 소리는 그 소리를 탄주하는 사람의 몸 소리처럼 들린다. 몸이 느끼는 리듬을 손바닥으로 받아내어 세상으로 소리를 내보낸다. 며칠 전, 동해안에서 파도와 몽돌이 한 몸 되어 내는 소리를 들었다. 비가 막 그치고 햇살이 몽돌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달이 끌어당기는 대로 물은 멀어졌다 다시 돌아왔다. 밀려온 바닷물이 오랜 세월 파도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몽돌을 나직나직 탄주했다. ‘쏴와, 자그락자그락……’ 흑진주 같은 몽돌을 바닷물이 위무하는 소리였다. 몽돌 위로 쓸려나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내 몸은 전율했다. 비 그친 해안 길을 걸으며 들었던 바다의 탄주는 해금의 선율처럼 깊었다. 그 소리는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바다의 심장 소리였다. 오직 파도의 손으로만 칠 수 있는 저음의 건반이었다. 그때, 내 몸속에도 쓸쓸히 파도치는 건반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바다가 탄주하는 소리. 그 애절한 탄주를 들으며 내 몸도 날마다 글이라는 건반을 소리 없이 연탄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탄주하는 언어가 언젠가는 출렁출렁 가슴에서 울려 나와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널 것이라 확신했다. 나는 글을 온몸으로 쓴다. 온몸으로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 그만큼 몰입한다는 뜻일 것이다. 글쓰기의 무아지경에 들지 않으면 한 줄도 그려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만 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많이 배운다고 했다. 그럴 때면 시간이 가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 무언가에 푹 빠져 있을 때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에 몰두하다가 끼니를 잊을 때도 있고, 냄비를 새까맣게 태우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다가 식는 줄도 모른다. 몰입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빠져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좋아서 하는 것으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글에 미쳐서 수년 동안 내 몸을 갉아먹기도 했다. 몰입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도 경험했다. 문학의 경지에 이르는 길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조금씩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해금을 탄주하는 여인처럼 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늘이 깊어야 향기도 깊어진다는 말처럼 내면에 쌓인 사유의 힘이 요동쳐 글을 무르익게 하리라. 무슨 일이든 일치, 하나가 되어야 깊어진다. 몸과 사유를 연결해야 글로 옮길 수 있다. 그것이 문학의 운율이다. 해금의 선율과 몽돌 위에서 내는 파도 소리 같은 리듬은 살아있는 생명 속에서 탄생한다. 탄주는 오직 몰입하는 시간 속에만 존재한다. 글을 창작할 때 나는 음악을 듣는다. 곡을 작곡하듯 음악을 들으며 창작을 꿈꾼다. 글은 몸속의 느낌으로 표현해내는 악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려내는 글도 음악처럼 리듬이 있어야 한다. 시 같은 운율이 아니라 사람이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현이 울릴 때마다 달빛이 물결친다. 해금 탄주를 들으며 나의 글이 해금의 소리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염원한다. 글은 내면의 뿌리에서 피는 꽃이다. 여인이 해금의 소리를 주물러 손바닥으로 반죽해 내듯 나도 내 문장을 맛깔나게 주물러 낼 수 있었으면. 하나 지금의 내 짧은 사유로는 깊디깊은 문장을 주물러 낼 수가 없다. 하나의 문장을 우주로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만 가득할 뿐 서툴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같이 봄비 내리고 무심한 밤에는 해금 탄주에 귀를 기울인다.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작품선집 차경(2026)>. ▮김희자 아호 연당蓮塘.남해 출신. 《수필세계》 등단(2011).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대구 범어도서관 수필 강사 역임, 유배문학관 운영위원, 화전도서관 수필 강사, 수필사랑문학회, 남해문학회 회원. 숙소 설흘재雪屹齋 운영 중. 저서: 《등피》 《꽃문이 열릴 때까지》 《바람의 지문》 《터》, 작품 선집 《차경》. 제1회 천강문학상 대상, 목포문학상, 근로자예술제 수필부문 금상 등 전국공모전 다수 입상.
    • TOP40
    • 문화
    2026-07-30
  • [지구일보]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 기록하다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 발표, 여행을 넘어 삶과 인간을 성찰한 감동의 에세이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체험과 성찰을 담은 여행에세이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를 대한기자신문에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낯선 대륙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문화,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여행수필이다. 광활한 초원과 야생동물, 다양한 부족 문화와 역사적 현장을 생생한 필치로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아프리카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통해 삶의 본질과 공존의 가치를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섬세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진 이번 작품은 여행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송정자 수필가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제3회 권대근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문학은 삶의 현장을 진정성 있게 기록하며 인간과 자연을 잇는 따뜻한 감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송정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이며, 미미래수필문학회 사무장,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및 편집위원, 정독수필다스림 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수필』 등단 이후 제43회 강원경제신문 코벤트가든문학상, 제4회 설총문학상, 제7회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2026년에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다시 한번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수필집 『f홀의 위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를 통해 송정자 작가는 인간 존재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더욱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그의 수필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상처 입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 TOP40
    • 문화
    2026-07-29
  • [지구일보] 지식인의 우월감은 민주주의를 약하게 만든다
    [지구일보]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제도다. 대통령도 비판받을 수 있고, 지식인도 평가받을 수 있다. 문제는 비판 자체가 아니라 그 태도다. 논리보다 우월감이 앞서고, 설득보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민주주의는 건강해질 수 없다. 최근 유시민 작가의 일부 발언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비판이 상대를 존중하는 토론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우위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비쳐진다면 국민은 공감보다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지식인은 사회를 이끄는 등불이어야 한다. 등불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빛나는 것이 아니라 길을 비추기 위해 존재한다. 아무리 뛰어난 식견과 논리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를 낮추고 자신을 높이는 도구가 되는 순간 지성은 권위주의로 변질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엘리트의 언어'에 지쳐 왔다. 국민은 어려운 수사보다 진심 어린 설명을 원한다. 상대를 무시하는 논리보다 함께 이해하려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 정치도, 언론도, 학계도 결국 국민의 신뢰 위에서 존재한다. 신뢰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겸손에서 비롯된다. 유시민 작가는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논객으로 활동하며 영향을 끼쳐 왔다. 그의 통찰과 문제의식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말의 도덕적 무게'는 더욱 커진다. 한마디의 표현이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도 있고, 통합의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 개인을 보호하자는 뜻이 아니다. 국가 최고 지도자를 향한 언어는 결국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도 연결된다. 날카로운 비판은 필요하지만, 조롱이나 단정, 감정적 표현은 공론장을 메마르게 만들 뿐이다. 지식인의 가장 큰 덕목은 정답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다. 자신의 견해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순간 대화는 끝나고 독백만 남는다. 민주주의는 독백이 아니라 토론으로 성장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비난이 아니라 더 깊은 성찰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찾기 위한 언어가 필요하다. 정치도, 언론도, 지식인도 국민 앞에서는 모두 겸손해야 한다. 비판은 민주주의의 산소다. 그러나 우월감은 민주주의의 독이 될 수 있다. 지식인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는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많이 알수록 더욱 낮아질 줄 알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성은 상대를 압도하는 데 있지 않다.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은 특정 개인의 명성보다 성숙한 공론장이 더 필요한 시대를 맞고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논리와 품격으로 경쟁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민주주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모든 정치인과 지식인이 함께 되새겨야 할 시대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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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7
  • [지구일보]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 펴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
    [지구일보] 김필옥 수필가가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를 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시간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체험과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번 수필집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존재와 관계, 그리고 자아에 대한 성찰로 확장시키며, 현대 수필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필옥의 수필은 익숙한 일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일상의 작은 사건과 감각을 통해 독자가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평범한 풍경 속에 숨은 존재의 의미를 길어 올리고, 인간관계의 따뜻함 속에 내재한 균열과 화해의 가능성을 함께 드러내며, 상실과 결핍을 통해 자기 인식의 깊이를 확장해 간다. 특히 이번 수필집은 감각 존재형, 관계 연대형, 내면 성찰형이라는 세 층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사유 체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감각에서 출발한 인식은 관계로 확장되고, 관계 속에서 드러난 갈등과 화해는 다시 내면의 성찰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개별 작품들을 하나의 문학적 세계로 묶어내며, 독자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인식의 경험을 선사한다. 김필옥의 문장은 과장되지 않는다. 담백하고 절제된 언어는 오히려 삶의 진실을 더욱 깊게 드러낸다. 화려한 수사 대신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공감은 다시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의 수필은 설명보다 체험을, 주장보다 울림을 선택하며, 독자를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닌 능동적인 사유자로 이끈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는 이번 수필집에 대해 "김필옥의 수필은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이 균열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문학"이라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그의 문장은 독자의 인식을 흔들고,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철학적 사건으로 전환시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각의 밀도와 관계의 윤리, 그리고 내면 성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번 수필집은 일상의 언어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필옥 수필가는 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계간 『에세이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2022년 제19회 에세이문예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현재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에세이문예창작대학원 문학평론반에서 꾸준히 문학적 역량을 쌓아왔다. 스스로를 "동화 읽기를 좋아하는 주부"라고 소개하는 그는 순수한 시선으로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작가다. 소박한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빛을 따뜻한 언어로 길어 올리는 그의 글은 독자의 마음속 빈터에도 조용한 위로와 희망을 심어준다. 첫 수필집 『마음의 빈터에 빛이 들 때』는 삶의 사소한 순간들이 어떻게 존재의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 책은 깊이 있는 문학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함께 품은 수작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TOP40
    • 문화
    2026-07-16
  • [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김이나 수필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를 읽고 권대근/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김이나는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이다. 평자는 TV 속에 비친 그녀의 언설 속에서 언어의 품격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우연히 명수필집을 찾으려 간 서점 가판대에서 김이나 에세이집을 발견했다. 수필가는 아니지만 유명인이 쓰는 수필 중에도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일상주의자의 감각』이란 그녀의 에세이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중음악 작사가 김이나의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전문 수필가가 아닌 비문학인의 글이다. 그러나 문학은 직업이 아니라 작품이 증명한다. 문학적 성취는 작가의 이력보다 언어가 얼마나 새로운 인식과 미적 경험을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수필이 도달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이 글은 대중가요를 문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칼럼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의 결핍을 읽어내는 하나의 문학적 사유이다. 일상적 소재에서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개인의 체험을 사회적 성찰로 확장하며, 끝내 인간 존재의 위로라는 보편적 가치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획득한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매우 사소하다.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에 등장하는 '손에 쥔 동전 두 개'는 단순히 공중전화 요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생활 방식과 감정 구조를 되살리는 문화적 기호가 된다. 이어 삐삐, 찢어진 청바지, 인스타그램 같은 일상적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시대를 봉인한 '타임캡슐'로 변모한다. 김이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낯선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음악은 귀로 듣는 오락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는 기억의 장치가 되고, 독자는 익숙했던 노래 속에서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읽어낸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수필이 지닌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 글의 사유는 개인의 추억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존 레넌의 「Imagine」,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거치면서 음악은 시대 저항과 자유를 증언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다시 신해철과 색종이, 자이언티의 노래를 경유하면서 작품은 시대마다 음악이 담아내는 결핍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기억의 노래에서 저항의 노래로, 다시 위로의 노래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욕망의 이동을 하나의 서사처럼 보여준다. 개별 노래들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논리를 구축하는 유기적 장치가 되며, 음악 이야기는 어느새 시대를 읽는 문화비평으로 깊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라는 문장에서 하나의 통찰로 응축된다. 이 문장은 대중가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시대가 가장 부족하게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문화적 지표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노래가 '위로'를 노래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위안이라는 사실을 김이나는 음악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에 이른다. 예술은 시대의 상처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며, 노래는 시대가 말하지 못한 결핍을 대신 발화하는 언어가 된다. 작품의 문체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분석은 치밀하지만 차갑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자랑이나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는 자신의 경험조차 시대가 요구하는 위로의 형식을 설명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자기 체험이 자연스럽게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에서 수필은 사적인 기록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에 담긴 '작은 쪽지'의 상징성이 결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Imagine』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거대한 평화의 담론과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메모를 대비시키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통합한다. 처음에는 음악을 이야기하던 글이 마지막에는 인간관계와 존재의 외로움으로 귀결되는 자연스러운 전환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학적 수필임을 보여준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리듬은 유연하다. 다양한 노래와 시대적 사례를 인용하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것은 설명과 성찰, 정보와 감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언어는 가볍지 않고, 논지는 명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작사가로서 축적된 언어 감각이 산문의 결을 한층 깊고 섬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개인의 기억을 시대의 기억으로, 시대의 기억을 다시 인간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수필적 힘에 있다. 작품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기억의 장치이며, 시대의 결핍을 드러내는 문화적 텍스트이고, 마침내 인간을 위로하는 작은 쪽지가 된다. 이러한 의미의 확장은 수필이 지닌 사유의 미학을 충실하게 구현하며, 독자로하여금 익숙한 대중가요를 새로운 인식의 대상으로 다시 만나게 한다.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시대의 결핍, 그리고 위로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의미망 속에 배치하여 독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일상의 문화 현상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비문학인의 글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문학은 장르나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새로운 인식과 아름다운 언어로 변형하는 창조 행위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비평이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현대수필의 모범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하겠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 김이나/ 작사가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를 쥐고 거리에 선 주인공을 그린 015B의 <텅 빈 거리에서> 가사에서 우리는 이 노래가 발매된 때가 공중전화가 있던, 20원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대중가요는 종종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1992년 발매된 김건모의 <첫인상>에는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소개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의 상대가 나타났음을 말하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은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를 보기가 힘들다. 쿨의 히트곡 <애상>에는 삐삐 쳐도 아무 소식 없는 연인에 대한 원망이 나온다. 피부에 닿는 듯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대중가요는 타임캡슐 노릇을 하게 된다. 딘의 <인스타그램>을 “그런 걸 하던 때였어?”라고 말하며 놀랍다는 듯 감상할 날도 언젠가 올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대가 묻어나는 노래가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시대를 담는 노래도 있다. 전쟁에 지친 시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은 에서 종교와 국가가 없는, 그래서 싸울 필요가 없는 유토피아를 노래했다. 이 노래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저작권을 관리한 오노 요코가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은 ‘종교도 없는(and no religion)’이라는 가사를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논란은 세월을 지나 먼지처럼 흩어지고, 은 지금 평화를 상징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태춘이 작사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르포에 가까운 디테일을 담고 있다. 투쟁과 저항이 식어버린 서울 거리를 묘사하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 노래는 정식 발매가 불가능했다. 정태춘은 당시 통제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저항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앨범 발매를 강행해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향한 움직임은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이어받아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시대를 담아낸 가사는 시대 저항과 자유에 대한 갈망뿐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중반 호황기 수많은 가요는 젊은이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신해철은 <재즈 카페>에서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등 ‘우리에게 오지 않은 것들’을 향유하는 공허하게 취한 풍경을 비판했다. 색종이는 <사랑이란 건>의 엔딩에서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오렌지족을 나무랐다. 당시엔 씁쓸했던 노래인데 요즘에는 부럽기도 하다. 지나친 호시절로 인한 공허함이 문제였다니.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메시지가 상업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이언티가 <꺼내 먹어요>를 발매했을 무렵 개인적으로 애를 먹었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대단한 슬픔에 거창한 위로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냉장고에서 그때그때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위로의 노래다. 이를 한 번의 현상이라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이 노래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음악업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지표다. 세계평화도, 시대의 부조리함도 나의 오늘 하루 밥 한끼 앞에선 무력하다. 요즘 청춘이 원하는 것이 이토록 작고 소박한 것임을 가요의 흐름에서 확인한다. ‘힐링’이라는 말이 길가에 뒹구는 전단지 같은 단어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에 대한 무수한 요구를 시장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힐링 토크, 힐링 강연이 성행이다. 사람들을 모아 앉혀놓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풍경은 따분할 법도 한데, 청년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들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위로와 조언을 듣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요는 때론 저 하늘에 크게 띄워져야 할 것 같은 평화의 메시지가 되거나,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가 된다. 내게는 왠지,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마음들이 안쓰럽다. 별것 아닌 위로 한마디 건네줄 누군가의 부재(不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낯간지러워 건네기 어려워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존 레넌의 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에세이집 <일상주의자의 감각> [사진출처] 김이나 에세이집 표지에서 ▮김이나 작사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의 <숨>, 아이유의 <좋은 날>,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 아이브의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들의 노랫말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2025년 골든디스크 어워즈가 한국대중음악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음악인 40인을 선정한 ‘골든디스크 파워하우스 40’으로 선정되었다. 2019년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다. 2020년부터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제27대 별밤지기가 되어 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신인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김이나의 작사법』, 『보통의 언어들』,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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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6
  • [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4) 최순덕 ‘흐름의 재해석, 비움과 채움의 미학 ’ 오인순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최순덕 / 수필가, 평론가 기행수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작가 오인순이 역사기행에서 선택한 정방폭포는 수많은 관광객이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개인의 기억을 넘어 우리 민족사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애증의 공간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통곡하던 외할머니의 애끓는 한이 소환되는 장소이기에, 작가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집중한다.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에서 흐르는 것은 폭포의 물줄기만이 아니다. 고통과 영광이라는 역사의 두 얼굴이 긴 세월을 따라 묵묵히 흐르고, 그 속에는 결코 지워질 수 없는 개인의 눈물 또한 함께 흐른다. 덮거나 지울 수 없는 선조들의 눈물을 기억하고, 그것을 닦아주고 다독여야 할 후손의 책무가 작품 전체를 묵직하게 관통한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은 소통과 변화, 그리고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짧은 수필이라는 형식 속에서도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액자구성법(frame narrative)'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영국 수필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의 이야기 속에 과거의 기억이나 또 다른 경험을 삽입하여 의미를 확장하는 서술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겹겹의 시간과 시선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정방폭포 앞에 선 작가는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에서 4·3사건이라는 과거로 건너가며 시간의 균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균열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잊힌 기억을 현재로 소환하여 삶의 상처와 그리움을 되살리고 인간 존재의 깊이를 드러내는 문학적 장치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허락되지 않은 채 폭포 아래로 뛰어내려야 했던 희생자들의 절박한 시간, 이유도 모른 채 즉결 처형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과거와 빼앗긴 미래가 여러 개의 프레임으로 현재의 이야기 속에 삽입된다. 여기에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픔의 기억'은 억겁의 세월 동안 상처를 삭이며 둥글게 다듬어진 몽돌의 시간과 포개지면서 또 다른 시선을 열어주고, 역사적 상처의 깊이를 더욱 증폭시킨다. 외할머니에 대한 회상 역시 단순한 그리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하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여러 층위의 시간과 시각을 겹겹이 배치한 구성의 묘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4·3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고 미친 듯 절규하던 외할머니의 시간은 세월에 닳아 둥글어진 몽돌처럼 삭아가며, 아들이 좋아했던 빙떡을 굽는 일상의 시간으로 전환된다. 이 기억은 다시 정방폭포와 몽돌의 이미지로 치환되면서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의 의미를 더욱 깊고 절절하게 드러낸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절규는 인간 보편의 정서에 닿으며 독자의 감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찰스 램의 액자구성법은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구조 속에서 성찰과 깨달음을 통해 존재 인식의 변화를 완성한다. 이 작품 역시 역사기행이라는 현재의 시간 속에 4·3사건의 기억과 정방폭포, 몽돌, 외할머니의 삶을 차례로 포개어 놓은 뒤 다시 현재로 복귀한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삶을 짓눌러 온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거듭난다. 현재와 과거, 미래가 서로 긴밀하게 호응하며 의식의 전환과 인식의 확장을 이루고, 마침내 존재의 재구성이라는 입체적인 성취에 이른다. 이 수필의 문장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몽돌처럼 세월에 다듬어진 단단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라는 결말의 문장은 4·3의 상처를 품고도 끝내 화해의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또한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낸다."라는 문장은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미상관을 완성하면서,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미래의 희망으로 독자를 이끈다. 정방폭포의 수직 낙하에 담긴 숙명적 체념과 비움은 몽돌이 품어온 억겁의 시간과 만나 4·3의 눈물로 흘러내리고,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을 비워낸 자리에는 화해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미래가 꽃처럼 피어난다. 이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비움과 채움의 미학은 역사적 기억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키며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최순덕 △2003년 《문예시대》 수필 등단, 2025년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 △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부 부회장, 부산문인협회수필분과 이사, 부산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역임, 부산가톨릭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3부장 △풀꽃수필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부산PEN문학 작품상, 부산가톨릭문학 본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부산수필문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제2회 한영문학상, 부산PEN문학상 본상 수상 △수필집 『껍질 벗는 나무』 『사라예보의 붉은 강물』 『잃어버린 도시』 『고등어의 눈물』 『박제된 나비가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오인순의 <정방폭포, 그 삶의 숨결> 오수에 빠진 정방폭포 앞바다가 기지개를 켠다. 질퍽한 갯내가 쏟아진다. 바람 없는 굼뉘는 광목 치마를 펼친 듯한 해안선을 따라 일렁일렁한다. 경계가 사라진 수평선 물띠가 허공을 부둥켜안고 대답 없는 고요를 흔들어 댄다. 배롱나무 붉게 피었던 꽃자리의 숨결이 소리를 죽이고 바다로 흐른다. 역사 기행 나들이하던 날, 임철우 소설가 「돌담에 속삭이는」 작품 속 배경 장소인 정방폭포에 머물렀다. 계단 입구 ‘정방폭포 4ㆍ3 학살터’ 안내판이 또렷하다. 잠시 머뭇거리다 발을 멈춘다. 군부대 정보과에서 취조받던 주민 중 즉결 처형 대상자 255명이 무고하게 이 아름다운 해안절벽에서 스러졌다니. 온몸에 얼음 같은 소름이 확 돋는다. 놀란 내 심장이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뛴다. 코로 역겨운 피비린내가 솔바람 사이로 스며드는 듯하다. 굽이치는 파도 소리에 잊지 못하는 이름들이 너울거린다. 영문조차도 알지 못하고 죽어간 영혼의 끔찍한 장면을 생각하니 가슴이 시려 무너진다. 침묵으로 뒤척이던 수많은 아픈 기억의 흔적들이 몽돌에 내려선다. 몽돌의 문양에서 억겁의 풍화가 느껴진다. 어둠의 심해에서 잠들었던 시간, 유구한 세풍에 뭉개 짓이기며 많은 상처를 안으로 삭인 몽돌. 비릿한 젓갈처럼 절규하던 4ㆍ3 영혼과 절인 세월이 얼마나 깊었을까. 지난 시간의 무늬가 바다 울림소리로 들린다. 그 울림은 바닷속에서 뒤척이며 다 들려주지 못한 숨비소리 같은 애절한 노래이리라. 몽돌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물 밖 세상을 그리워한 생채기가 내 몸에서 털어내지 못한 멍 자국처럼 애처롭다. 잔물결 춤추듯 밀려오는 파도가 몽돌 위에 짜디짠 하얀 물거품을 게워놓는다. 몽돌은 멍든 가슴을 열어놓고 초연한 듯 고요하게 받아들인다. 어찌할까. 몽돌은 서글픈 영령처럼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게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4ㆍ3사태로 두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의 초점을 잃어버린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두 아들. 젖은 맨발로 미친 듯 찾아다니시던 할머니의 애끓는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자식도 잃고 고향도 잃어 숨죽이며 “속솜ᄒᆞ라” 통곡하던 그 눈물이 정방폭포에 젖는다. 가슴에 터진 구멍은 무엇으로 메우며 흐르던 눈물은 누가 닦아 주랴. 시절을 원망할 수도 없고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아들이 좋아하던 빙떡 지지던 할머니가 아픔으로 다가선다. 비단 같은 폭포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다로 거침없이 떨어진다. 병풍 같은 천상만태의 검은 절벽이 정방폭포를 품으며 칼로 벤 듯 속살을 드러낸 채 침묵으로 서 있다. 수천 년 전 들끓던 마그마 분화구가 솟구쳐 시뻘겋게 요동치던 흔적인 주상절리다. 미끈하게 깎아지른 수직 암벽이 수려하다. 부서지고 찢기면서도 바람으로 말하고 밀려온 하얀 물거품을 받아내며 외롭게 서 있다. 어느 조각가가 저리 거대한 작품을 경이롭게 빚어낼 수 있을까. 주변을 둘러싼 소남머리 풍경까지 어우러지니, 마치 자연이 빚어낸 야외 미술관에 온 듯하다. 폭포는 소남머리 절벽 아래로 따스했던 봄의 시절을 기다리며 역동적으로 쏟아낸다. 해안 절벽 위에 소나무가 많아서일까. 폭포의 물줄기가 붓끝에서 단숨에 내려그은 듯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우렁찬 우렛소리 물줄기가 정령들의 통곡하는 울음처럼 강렬하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 심장을 두드리며 전율한다. 가슴 밑바닥에서 풀무의 불씨 같은 동계(動悸)가 서서히 일기 시작한다. 조용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운명에 굴복할 수 없는 듯 두려움 없이 토해내고 있다. 깊은 내면을 두드리며 포기할 수 없는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살이 고통과 슬픔이야 어디인들 없으랴. 정방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어둠과 절망뿐이었던 소남머리가 푸른 바다를 응시한다. 언젠가 읽었던 기사 내용이 스쳐 지나간다. ‘부모님이 마지막 죽기 전 주먹밥을 건네주던 곳, 소남머리.’ 비애가 차고 넘치는 칭원함이야 어찌 다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통한의 세월을 폭포에 묻은 채 살아온 날들이 매운 바닷바람처럼 쓰고 아리다. 그토록 긴 세월 동안 물떠러지가 왜 아프지 않았겠는가. 뼛속까지 들어찬 아픈 울음을 견디고 참아낸 폭포의 삶이 바닷속 영혼으로 스며든다. 그래서일까. 비단처럼 고운 물빛이 애련하다. 빗살무늬 번지는 해안선을 걸어가는 무리의 여자들을 본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바다를 걷고 있다. 양팔을 벌리고 깔깔거리며 얽어매던 삶의 고통과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있다. 딸의 죽음으로 아파하던 어머니의 슬픔을 푸른 바다색으로 희망을 불어넣고자 했던 피카소처럼, 바람을 가르듯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걷고 있다. 걸어온 길은 바다에 묻고 걸어갈 길을 바다에 내며 정방폭포의 시원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하늘을 태우며 붉게 물드는 까치놀이 수평선에 걸쳐진다. 간물때에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너울에서 할머니의 마음도 읽힌다. 정방폭포는 까맣게 타들어 가던 서러운 멍울도 보듬고 비워내며 물 한 방울조차도 흘리지 않고 바다로 떠나보낸다. 행인들 놀던 자리의 물거품이 꽃처럼 피어나며 등불 켠 밤이 가만가만 드리워진다. 비경의 정방폭포에 서린 아픔을 물줄기 털어내고 나니 소남머리에서 솔바람 향기가 날아든다. <한국산문 2026년 4월호> ❚오인순 △《문학청춘》신인상(2017년), △《에세이문학》추천완료(2020년) △탐라문화제 전국글짓기공모전‘한라상’, △한국해양재단 주최‘해양문학상’은상 수상 △<제주헤럴드>‘화요에세이’, △‘오여사의 수랏간, 그 유혹‘ 필진 △수필집 『서리달에 부르는 노래』,『그날은 빙떡도 웃었다』,공저『흔들리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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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3
  •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 국회 개최… "동북아 평화질서와 한·중 협력의 전략적 역할 모색"
    [지구일보] 한중수교 34주년을 맞아 동북아 평화와 한·중 협력의 미래를 모색하는 대규모 정책포럼이 국회에서 열렸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참석자들의 공감대가 모였다. 한중교류촉진위원회와 서영교 국회의원실은 지난 7월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동북아 평화질서와 한·중 협력의 전략적 역할'을 대주제로 정치·경제·문화·학술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근 국제사회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기조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외교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중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양국이 나아갈 실질적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포럼은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이어 김문준 한남대학교 교수가 '미·중 경쟁 속 한중 우호관계'를 주제로, 김한준 남서울대학교 교수가 '문화가 여는 평화, 비즈니스가 잇는 한중 협력- K-컬처·교육·민간기업 융합을 통한 한중 문화교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김도희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장철인 서영대학교 부총장과 권대근 중국 하북미술대학교 객좌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동북아 정세 변화와 민간외교의 역할, 문화교류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손보영 에스에이인터내셔날 회장, 김광진 청와대 전 정무비서관, 이한용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 대한기자신문 송면규 논설위원(박사), 김대유 경기대 전 교수, 지용일 동서울대학교 교수, 장경률 연변일보 종신논설위원, 조현 스포츠루다 이사장, 송광근 『화촌의 열정』 저자 등 정·관계와 학계,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국내외 참가자 2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했다.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축사를 통해 "동북아는 세계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지역"이라며 "한·중 협력은 역내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전략적 기반이며, 경제협력뿐 아니라 기후변화, 첨단기술, 문화와 청년 교류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국회의원은 "이번 포럼은 한중 수교 34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한중관계의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중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하고 학술과 정책, 정보교류를 확대하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구성(马貴生) 주한 중국공사는 "주한중국대사관은 한중수교 34주년 기념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지난 34년간 한중 양국이 경제·문화·교육·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룬 협력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선린우호와 상호협력이 양국 관계의 올바른 발전 방향이라고 강조했다.”며 “최근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계기로 관광·교육·과학기술·지방교류·언론 분야 협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 녹색경제, 디지털경제 등 미래 신산업 분야를 새로운 협력 동력으로 제시하며, 이번 포럼이 지난 34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중국국제우호연락회 리우한무(刘汉武) 상임이사는 축전을 통해 "지난 34년간 양국이 경제·무역·인문 교류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온 경험이 미래 협력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갈등과 진영 대립이 심화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다자주의와 개방·포용의 원칙을 바탕으로 경제·과학기술·인문교류 등 실질 협력을 확대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언휘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총재는 "한중 관계는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신뢰와 상생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해 왔다"며 "위원회는 앞으로도 양국을 잇는 민간외교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 강연에 나선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장은 "오늘날 한중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한반도 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중국의 국경 안정, 미국의 역내 군사전략, 일본의 방위정책과 직결되는 동북아 공동의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북아의 평화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다"며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외교와 함께 문화·학술·경제 분야의 민간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포럼이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동북아가 직면한 복합적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의 지혜를 모으고, 한중 협력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한중수교 34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고,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중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의미 있는 정책 플랫폼으로 평가받았다. 정부 외교와 민간외교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 역시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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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1
  • [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3) 김정애 ‘찰나의 정지에서 길어 올린 존재론적 비상‘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김정애/ 문학평론가 홍정현의 수필 「나비의 결심」은 미물의 미세한 몸짓에서 존재론적 진동을 길어 올리는 고도의 정신적 사건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심층 구조를 관통하는 핵심은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라는 선언적 도약에 있다. 작가는 시적 텍스트(박형준의 시)라는 매개를 통해 6년 전 공원에서 목격한 네발나비의 ‘찰나의 멈춤’을 소환하는데, 이 멈춤은 물리적 정지가 아니라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난 격렬한 사유의 소용돌이이자 실존적 결단이다. 이 작품을 입체적이고 신선하게 만드는 매력은 구조적 양식에 있다. 작가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Charles Lamb)이 즐겨 썼던 ‘액자구성(Frame Narrative)’의 묘미를 영리하게 변주한다. 램이 현재의 자아가 과거의 기억이나 환상 속 인물과 내밀하게 대화하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듯, 이 수필 역시 외부 액자인 ‘현재(박형준의 시를 읽는 서재)’가 내부 액자인 ‘과거(6년 전 나비를 목격한 공원)’를 감싸 안는 형태를 취한다. 박형준의 시 속 토끼의 멈춤은 6년 동안 작가의 무의식에 안착해 있던 네발나비의 멈춤을 깨우는 서사적 열쇠(Trigger)가 된다. 외부 액자의 시적 각성은 내부 액자의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건'으로 변모시킨다. 이러한 중첩 구조는 작품의 서사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 된다. 이러한 액자의 중심부에서 작동하는 첫 번째 축이 바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지속(Durée)’의 미학이다. 내부 액자 속 나비가 방향을 바꾸기 직전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추었던 순간은 불과 몇 초에 지나지 않는 ‘시계의 시간(물리적 시간)’이다. 그러나 작가에게 이 시간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포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본질을 확장해 가는 ‘내적 지속의 시간’이다. 베르그송은 대상을 외부에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내부로 들어가 그 유일무이한 생명력과 동화되는 것을 ‘직관’이라 불렀다. 작가는 나비의 외형적 궤적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관을 통해 나비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짧은 머뭇거림 속에 응축된 생의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여는 열쇠다. 방향을 잃고 머뭇거리는 시간, 계속 나아갈 것인지 되돌아설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순간, 존재는 이미 생각의 형식 속에 들어간다. 하강은 욕망이고, 정지는 사유이며, 상승은 결심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존재론적 비유를 구축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에 의하면 상승은 단순히 물리적 위치의 이동이 아니라, 영혼이 물질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초월적 의지다. 쓰레기와 나비라는 불협화음의 공간 속에서, 나비는 중력에 순응하는 낙하를 거부하고 제 힘으로 상승을 선택한다. 이 ‘어려운 결심’의 정경은 독자에게 짜릿한 존재론적 해방감과 깊은 정화의 체험을 안겨준다. 이러한 초월이 개인의 독백으로 끝나지 않고 보편적 울림을 획득하는 배경에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동감(Sympathy)’ 이론을 빌릴 수 있다. 스미스는 인간이 상상력을 통해 타인의 처지 속으로 들어가 그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작가의 시선은 아기의 아장아장 걷는 걸음(인간의 세계)에서 시작해 네발나비의 낙하(자연의 세계)로 이동하고, 마침내 외부 액자로 돌아와 ‘망설임’과 ‘외로움’이라는 실존적 감정에서 나비와 완벽하게 합치된다. “걸어온 길에서 문득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의 외로움을 나비에게서 읽어내는 동감 능력을 통해, 나비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인생의 기로에서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인간 주체의 은유로 격상된다. 결국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은 인간 중심적인 지각의 틀을 깨고, 세계의 미세한 틈새에 깃든 존재들의 사유를 포착해 낸 수작이다. 작가는 찰스 램 식의 유연한 액자 구조 속에서 나비의 찰나적 망설임을 내면의 지속으로 붙잡아 두고, 하강의 현실을 상승의 결심으로 돌려세우는 존재론적 구성을 정교하게 완성해냈다. 이 수필이 남기는 깊은 진동은 나비의 날갯짓 속에서 자신의 외로운 발걸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비상하게 되는 실존적 공명이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생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 강학회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사유와언어문학상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홍정현의 「나비의 결심」 박형준의 시 〈토끼의 서성거림에 대하여〉을 읽다 불현듯 공원의 나비가 떠올랐다. 뛰다가 멈춘다 토끼는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제 발등을 향해 숙이고 한참을 멈추어 있다/ 저런 걸 생각이라고 하나/ 산책로에 나와서까지 뛰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도 그 순간 토끼처럼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그날의 나비는 쓰레기통을 향해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가을 공원에는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도 한 가족이 돗자리 위에 도시락을 한가득 펼쳐놓고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기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기의 걸음을 따라가던 내 눈길에 걸린 나비의 모습이 이상했다. 살아 움직이는 것의 낙하는 그게 무엇이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게 된다. 물론 나비는 날개가 있으니 괜찮겠지만 새도 아니고 벌도 아닌 나비의 낙하라니. 새나 벌의 날쌘 비행과 방향 변화는 익숙하지만, 나비는 아니지 않은가. 꽃잎처럼 여린 날개로 살랑살랑 유영하는 모습은 ‘속도’라든지 ‘급회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비의 날갯짓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던가. ‘때로 아아 오오 우우 그런 비명들이 짊어진 세계여/ 때로 아련함이여’ 허수경의 시 〈저 나비〉라든가,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라고 말하는 김선우의 〈나비 한 마리로 앉아〉 등. 시는 나비의 가벼운 몸짓이 결코 가볍지 않은 생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공원의 나비도 그랬으리라. 얇은 날개의 움직임 속에 어떤 은유의 무게가 담겨 있는 듯했다. 쓰레기통을 향해 추락하듯이 내려가던 나비는 네발나비였다. 네발나비는 철제 쓰레기통의 녹슨 부분처럼 탁한 갈색 날개를 나풀거리고 있었다. 분명 쓰레기통 안에는 나비의 먹이가 될 만한 것이 있었을 거다. 마시다 만 음료수 같은 것들. 아, 쓰레기와 나비라…. 두 단어가 내 안에서 버석거리고 있던 그때, 급하게 하강하던 나비가 돌연 제 자리에서 멈칫거렸다. 리모컨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모든 것이 정지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나비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팔랑팔랑 위로 올라가더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6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다. 기억 속 시간은 절대성을 상실해 나비가 그린 궤적에서 정지의 순간만 길어졌다. 거기에 나는 머물고 있었다. 그날의 나비가 내 기억에 안착해 때때로 나를 건드렸던 건 왜일까? 그 질문을 마음 한편에 두고 지냈다. 그러다 박형준 시를 읽고 깨달았다. 그건 ‘생각’이었다고. 시인이 토끼의 멈춤을 ‘생각’이라고 했듯이 그날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비의 ‘생각’을 보았다고. 성충으로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네발나비는 늦가을의 만찬을 꿈꾸며 아래로 아래로 하강하다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망설였다. 공중에 있는 나비의 망설임은 토끼나 사람처럼 오래 끌 수 없었다, 길게 멈출 수가 없었다. 찰나의 머뭇거림 끝에 나비는 다시 날아올랐다. 중력에 거슬러 올라가는 건 분명 내려가는 것보다 더 어려울 터. 애잔한 날개를 한 번 퍼덕거리고 또 퍼덕거려 하늘로 비상했다. 그 어려운 결심의 정경, 나는 나비의 생각을 본 것이다. 걸어온 길에서 문뜩 멈춰 망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돌아갈 것인가’의 결정은 오직 혼자만이 할 수 있다. 멈춘 발걸음의 외로움. 그 아득한 순간이 그날 나비에게도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내 마음이 닿았다. <에세이문학 2025년 여름호> ▮홍정현 《한국산문》 2013년 등단. 《한국산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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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11
  • [지구일보] K-축구 혁신위원회 박지성 공동위원장 출범을 환영한다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조기 탈락은 대한민국 축구에 뼈아픈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단순히 한 번의 대회 실패가 아니라 한국 축구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문제와 미래 전략의 부재를 확인한 계기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고, 한국 축구의 상징적인 인물인 박지성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혁신은 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위기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지만, 실패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조직은 다시 성장할 수 있다. K-축구 혁신위원회의 출범은 바로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선수 시절 화려한 개인기보다 성실함과 헌신,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으로 세계 축구계의 존경을 받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와 무대에서 쌓은 경험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는 출범식에서 "축구협회의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받아야 할 가치이며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 발언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겨냥한 비판이라기보다 한국 축구가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오늘날 한국 축구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가대표 경쟁력 회복은 물론 유소년 시스템의 체계적 개편, 지도자 교육의 전문성 강화, 스포츠 과학의 적극적인 활용, 심판 운영의 공정성 확보, 지역 축구 활성화, 팬과의 신뢰 회복 등 전 분야에 걸친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단기적인 성적에만 매달리는 방식으로는 세계 축구의 빠른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세계 축구는 이미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스포츠 의학, 선수 육성 시스템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축구 선진국들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행정과 기술, 교육과 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축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점이다.선수의 고민을 알고, 지도자의 역할을 이해하며, 국제 축구 행정의 흐름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은 혁신위원회가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혁신은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혁신위원회 역시 특정 인물에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전문가와 지도자, 선수, 심판, 학계, 팬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개방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책임 있는 행정이 뒷받침될 때 혁신은 지속가능성을 갖게 된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세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이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적보다 먼저 시스템을 바꾸고, 시스템보다 먼저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K-축구 혁신위원회의 출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며, 구호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위에 혁신을 쌓고, 혁신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때 대한민국 축구는 다시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의 출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그의 국제 경험과 균형감 있는 리더십이 혁신위원회의 중심축이 되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이번 혁신이 일회성 개혁에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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