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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효의 미학, 보이차가 주는 건강한 지혜"
    사진: 보이차/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전통 발효식품과 음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중국 운남성에서 유래한 보이차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발효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인간의 삶과 건강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보이차는 일반 녹차와 달리 발효 과정을 거치며 특유의 깊은 풍미와 영양 성분을 얻는다. 이 발효가 만들어내는 카테킨과 갈산은 체내의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지방의 흡수를 줄이며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고지방 식습관이 일상화된 현대인에게는 체중 관리와 소화 개선에 유의미한 차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보이차는 그 자체가 하나의 ‘쉼’이며, 내면을 정돈하는 작은 의식이다. 테아닌이 주는 정신적 안정감은 복잡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이런 차 한 잔이 결국 삶의 균형을 회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보이차의 효능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심혈관 질환 예방, 면역력 향상, 숙취 해소 등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숙성된 보이차일수록 그 효과는 더욱 깊어진다. 마치 세월을 견디며 가치가 더해지는 인간의 삶처럼 말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보이차는 하루 1리터 이내, 식후에 마시는 것이 좋고,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이들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섭취의 방식 역시 차잎 그대로 우려 마시는 것뿐 아니라, 추출물 형태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보이차는 단순한 건강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속에서 빚어진 문화이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담긴 발효의 철학이다. 오늘도 나는 이 차 한 잔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주변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그리고 이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여는 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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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6
  • 다육이 숲으로의 여행 최은경 작가 기획 초대전 개최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충무로 갤러리 아람에서 지난 4월16일부터 4월29일까지 ‘다육이 숲으로의 여행’ 최은경 작가 초대 기획전이 개최됐다. 다육식물이 가지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과 다양한 생김새가 가지각색의 매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닮아 있는 듯한 모습에서 다육이 숲은 시작됐다. 다육이 숲은 나의 감성과 상상력을 더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으로 다육이의 내면을 표현한다. 숲의 공간으로 확장하여 숲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담고 있으며, 켜켜이 쌓아 올린 밭은 꿈 씨앗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 이유다. 작음이 함께 가꿔가는 다채로운 다육이숲에서 혼자서는 삶을 살아갈 수 없듯이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고 어우러져 보듬고 살아가는 따뜻함을 표현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길을 따라 여행하듯 마주하고, 평범한 일상을 축제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 진정성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다육이숲은 지친 일상에 힘이 되어주는 비밀스러운 나만의 휴식처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다육식물을 바라보면 작지만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며 그속에서 당당함과 사랑과 용기를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그림에 물을 넣게된 계기는 작은 식물을 기르려면 물을주듯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에 새로운 시도로 키우던 다육이와 도자기로 만든 작은 자동차도 같이 전시하였다. *전시 기간 : 2025. 4.16 ~ 4.29. *장소 : 서울 중구 동호로 315 신안빌딩 갤러리 아람(T.02.6743~3370)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200m) ※작가약력 경복대학교 산업디진인학과졸업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 ※개인 전시(8회) 2424 오롯한 나로 / 갤러리앨리스 2022 안녕,케렌시아 / 서울아산병원갤러리 2022 금일,맑음 / 갤러리드,리버레인 2022 금일 맑음 / 갤러리두,후문 2022 금일,맑음 / 갤러리두,빈스토리 2022 어느덧 안온한 휴식에 이른다 / 갤러리탐,롯데백화점 수원점 2021 어느덧 안온한 휴식에 이른다 / 갤러리탐,블랙파드점 2020 다육이숲 여행 / 인사동.갤러리 올 ※단체 전시(20여회) 2025 3인 초대전 '이오의 꿈' /갤러리희 2024 5인 초대전 '다섯가지 선물' / 갤러리로윤 2024 3인 초대전 '오월을 걸어 뉴월로 가' /인사아트센터 2024 2인 조대전 '무한의 잎새' / BGN갤러리,롯데월드타워 2024 BANK ART FAIR / SETEC #최은경작가 #다육이화가 #다육이 #다육식물 #다육이숲으로의여행 #갤러리아람기획전 #봄나들이 #갤러리아람 #다육이와도자기로만든차 #탐앤탐스대전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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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1
  •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수필가의 '학습효과'
    학습효과 김 봉 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나는 열정적으로 강의를 한다. 내용이 복잡한 경우에는 핵심변수를 중심으로 내용을 단순화시켜 문제의 본질을 이해시킨다. 그다음에 주요 변수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내용을 서술적으로 단조로운 톤으로 설명하는 것은 대단위 강의에서는 금물이다. 강조할 때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제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멈출 수 없어서 강의시간을 10여 분을 초과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뜨는 학생이 있었으나 차츰 내 강의 특성을 알게 된 후부터는 진지하게 머물러 수강했다. 특강이 있는 날은 학생들의 경청하는 분위기가 진지하다 못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 마져 든다.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바쁘게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바른 자세를 잡고 시선을 집중하면서 열중하는 모습이 숙연하다. 문제분석을 통해 주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서 주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면 학생들은 흥분을 넘어 감격에 젖어 들게 된다. 학생들은 필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여러 학생이 앞으로 나와 많은 질문을 제기하면서 관심을 표시한다. 강의를 잘하려면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인접 학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야 한다. 다음으로 외부강연에 대한 경험도 필수다. 명강의는 아는 것에 더해서 강의 경험이 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이것은 오랫동안 내가 대학강의에서 경험한 견해이다. 내가 맡은 핵심교양 두 과목은 강의 계획서의 내용 중에는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 강연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이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얻는 요인이 됐다. 한 주제에 대하여 이론 역사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학생들은 흥미를 느끼게 된다. 대학가에서 항상 토막전문지식 위주의 강의를 벗어나지 못한 대학생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접근이다. 특히 현실응용에 목말라 하던 학생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이 받아들여 진다. ‘사회의 이해’ 영역은 K대 전체로 보면 300여 명의 교수가 관련되는데 그들이 강의하는 900여 전공과목의 내용과는 다르다. 달리 말하면 300여 명의 교수가 법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과 내용이 중복되지 않으면서 교양과목의 특성을 아우르도록 설계해야 한다. 해마다 많은 교수가 다양한 핵심교양과목을 개설하지만 성공 여부는 학생들의 수강신청에서 결정된다. 학생들의 평가내용은 SNS 등 미디어에 소개되고 이는 결국 수강신청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의 몫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하는 개설과목이 있는가 하면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는 과목들도 많다. 자유경쟁이다. 내가 담당하는 ‘자연자원과 경제생활’ ‘시장경제와 공공선택’의 두 과목은 처음에 한 학생이 ‘그 선생님은 말만 잘하지 내용은 평범하다’는 댓글을 올렸다. 그러자 법대생들이 ‘한 주제를 이론, 역사,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결론을 제시하면서 강의하는 교수님이 고려대에 누가 있느냐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체계적으로 종합분석하여 결과까지 도출해 내는 분이 김 교수 외에 누가 있느냐는 내용이 이어졌다. 많은 지지 반응이 일어났고 뒤 따라 오는 법대 경영대 학생들의 주장에 처음 올렸던 글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면서 내 강의가 학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학강의에서 학생들과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두 시간 동안 100% 무언으로 강의한 적이 있다. 그 날은 몸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나는 휴강할 수 없었다. 학생들의 800시간을 허공에 날려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의실에 들어섰다. 대형칠판을 네 단원으로 구획한 후 차분히 필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용을 잘 파악해서 깔끔하게 정리했다. 400명이 수강하면서도 강당 내는 조용하게 필기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한 단원씩 차례대로 강의 노트를 칠판에 써 내려갔다. 누구도 의의제기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학습효과 때문이 아닌가. 그전에는 시간을 초과해가면서 열심히 강의했던 모습이 오늘은 완전히 바뀌었다. 강의가 끝났다. 왼손을 들면서 평소에 하던 그만, It’s over.라는 소리도 내지 않은 체 강당을 나왔다. 핵심교양 개설 초기에는 경험 미숙으로 과목에 신청한 학생 모두를 수강생으로 받아들인 때가 있었다. 핵심교양의 ‘사회의 이해’ 영역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인데 사회의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나는 핵심교양 두 과목을 학기별로 두 반씩 번갈아 강의했다. 연간 수강생이 1600명이었다. 본교 캠퍼스에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수강하는 과목이었다. 나는 핵심교양과목을 강의할 때는 매우 긴장한다. 매 학기 철저히 강의안을 개선하고 새로운 사례 발굴 노력도 한다. 성적평가는 엄격하다. 나는 교양과목에서 C 이하의 성적은 졸업 후 취업이나 진학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한다. 성적관리의 기준은 D 또는 그 이하 등급을 받은 5-7% 학생들에게는 F 학점으로 처리한다고 주지시킨다. 내가 느끼는 것은 강의 주제가 신선해야 하고, 이론 역사 정책 함의를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교양 강의가 나에게 준 의미는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 학생들의 호응이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수강신청 시작 5분 내에 등록이 마감된다. 다른 하나는 학교 당국을 안심시킨다는 사실이다. 성적을 후하게 주어서 학생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열정적인 강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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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2
  • ‘영웅 안중근 평전’ 이창호 저자, 영화 ‘하얼빈’ 24일 관람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시대를 거슬러 살아낸 독립운동가 '안중근 장군'의 삶을 평전 형식으로 재구성한 ‘영웅 이창호저자’가 지난 24일 오전 9시, 서울 CGV 신촌 아트레온에서 영화 ‘하얼빈’을 관람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영화다. 배우로는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등이 출연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는 총성과 함께 한 장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 외침과 함께 일본인 이토 히로부미는 그대로 쓰러졌다. 일본인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뜨린 장부는 곧바로 러시아 공안에 체포되어 일본 정부로 인도되었고, 일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결국 1910년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영화를 관람한 저자는“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존경받는 영웅, 안중근!, 그가 총부리를 겨눈 것은 단지 이토 히로부미뿐이었을까? 영웅이 살아온 시대와 삶을 통해 그의 면모를 재해석했다”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하얼빈의 힘은 너무나도 위대하다’라는 말 밖에는 다른 표현할 길이 없었다”라고 말하면서“우민호 감독의 인간적 고뇌 속에서 '하얼빈'은 새로울 것 없는 실존의 인물 표현은, 고도화된 지혜의 결정체였다.”라고 전했다. 또 한편으로“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후, 영웅 안중근 장군의 위대함과 숭고한 인간성에 대하여 더욱 흠모해 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했다.”며 “현대적인 인물로서 시대 속에서 삶을 그려낸 영웅 안중근의 이해를 돕기 위해 뛰어난 전략과 전술이 조화를 이룬 격조 높은 영화‘하얼빈’이었다.”라고 밝혔다. 영웅 저자 이창호는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MBC-TV ‘TV인생은 아름다워’특강, KBS 라디오의 ‘우리는 한가족’ 고정 방송 활동을 비롯해,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안중근정신실천 전국웅변대회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영웅 안중근 평전 저자의 책으로는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학술도서 선정작 『아동의사 소통교육』,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팍스 차이나』, 『이순신 리더십』, 『보재 이상설 평전』, 『마오쩌둥 평전』 ,『덩샤오핑 평전』,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등 50여 권이 있고, 자원봉사 지도로 대통령 표창, 세계언론평화대상 인권대상을 받은 바 있다. 사진: 영화 ‘하얼빈’ 포스터, ‘영웅 안중근 평전’ 책표지, 이창호 저자가 하얼빈 관람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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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24
  •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
    100세 시대, 내 몸 건강을 위한 ‘약’ 필독서 현직 약사가 알려주는 처방전 없이 약 잘 사는 법 “판콜과 타이레놀을 동시에 먹다가 간독성이 나타나 응급실에 갈 수 있다고요?” “코가 막혀서 무심코 쓴 오트리빈, 잘못된 방법으로 오랫동안 뿌리면 오히려 약물유발 비염이 온다고요?” 약국에서 가볍게 샀던 약들, 과연 바르게 먹고 바르고 뿌리고 있는지 내 몸 건강을 위해 한 번쯤 정확하게 살펴봐야 한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 일명 ‘일반약’은 매번 약국의 약사에게 상담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증상에 맞춰서 약을 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약국이 아닌 곳이나 인터넷몰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기존에 먹고 있는 약, 영양제나 자주 먹는 식품과 이 약이 안 맞지는 않을지 불안할 수도 있다. 가정에 한 권씩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기 좋은 약 가이드북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는 이러한 필요에 의해 18년차 현직 약사가 꼼꼼하게 정성들여 집필한 책이다. 일반의약품 중 최근 2년간 매출 1위는 바로 「타이레놀정500밀리그람」이다. 해열, 진통 효과가 있어 두통, 생리통약, 감기약,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 완화 등 여러 가지 질병에 쓰임이 많다. 타이레놀을 먹기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 기존에 먹고 있는 약의 성분은 어떤 것인지 알아두어야 좋다.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는 일반약 매출 상위 100개 제품 중 다빈도 제품을 감기약, 눈코입목, 소화관련, 종합영양제, 상처치유, (치질 탈모 등의) 남모르는 고통, 6개 항목으로 나누어 함유하고 있는 성분, 기저질환으로 먹고 있는 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타이레놀 vs 게보린 vs 탁센, 지르텍 vs 코메키나, 후시딘 vs 마데카솔, 인사돌 vs 이가탄, 메디폼 vs 듀오덤 등의 성분과 약효 등을 일목요연하게 비교 분석해주는 이 책은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기 좋은 가이드북이다. 〈출판사 리뷰〉 가정에 한 권씩 상비해두는 ‘약’ 가이드북 타이레놀 vs 게보린, 지르텍 vs 코메키나, 메디폼 vs 듀오덤 약국 판매 TOP 100 일반약, 알아두면 좋은 ‘약’ 상식 약국에서 가볍게 샀던 약들, 과연 바르게 먹고 있을까? 내가 먹고 있는 다른 약과 영양제랑 겹치는 건 없을까? 해마다 복용하는 건강기능식품 종류가 늘어나고 영양제를 더 챙기지만 환절기만 되면 감기약, 피로회복제 등 약국에서 사는 약들이 지금 내가 먹는 다른 약이나 영양제와 겹쳐서 부작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판콜과 타이레놀을 동시에 먹다가 간독성이 나타나 응급실에 갈 수도 있고, 코가 막혀서 무심코 쓴 오트리빈, 잘못된 방법으로 오랫동안 뿌리면 오히려 약물유발 비염이 오기도 한다. 전작 《현직 약사가 알려주는 영양제 특강》에서 영양제를 다룬 염혜진 약사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약국에서 파는 일반약에 대해 좀 더 깊게 파고들어 환자 및 독자분들의 약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 책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을 썼다. 책의 저자는 말한다. “광고를 통해 익숙하거나 오랫동안 복용하던 스테디셀러 제품들은 어느 약국에 가도 구입이 쉽고, 그래서인지 약사가 복약 지도를 하거나 추가 사항을 말씀드리려고 해도 본인이 잘 안다면서 약만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대와 관계없이 사용하는 이런 일반의약품도 약이기 때문에 정해진 용법대로 정해진 양을 먹거나 발라야 합니다. 오래 알고 드셨던 약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양을 먹거나 바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복용 중인 약이 늘어나는 중장년 이후의 성인이라면 현재 먹는 약과 약국 구입 일반약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유병장수의 시대, 약을 안 먹으면 제일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상황이라면 우리 스스로 좀 더 똑똑해져야 한다. 자의적 판단으로 병을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생활습관 개선, 식습관 개선 등)은 내가 하고, 질병 상태에 대한 조언 혹은 약에 대한 궁금증은 의사나 약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책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매출 상위 100개 제품’ 안에 드는 다빈도 제품을 감기약, 눈코입목, 소화관련, 종합영양제, 상처치유, (치질 탈모 등의) 남모르는 고통, 6개 항목으로 나누어 함유성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어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 〈이 식품이나 영양제 같이 먹어도 돼요?〉 〈올바른 생활습관〉 코너를 통해 기저질환으로 먹고 있는 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드릴게요^^〉 코너에서 요약을 해준다. 각 장의 마무리 〈이건 뭐약?〉 코너에서는 ‘편의점 상비약과 약국 약, 차이가 있나요?’ ‘약국 치약 vs 마트 치약 뭐가 좋아요?’ ‘밴드? 메디폼? 듀오덤? 상처에 뭘 붙여야 하나요?’ 소비자들의 다빈도 궁금증에 대해 속 시원히 다루고 있다. 아는 만큼 내 몸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책 속으로〉 「판피린」과 「판콜」 두 약 모두 아세트아미노펜이 300mg 들어가 있어, 하루 4000mg까지 복용시 간독성을 유발합니다. 시판하는 대부분의 감기약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종합감기약보다는 기침, 가래, 콧물 등 특정 증상에 대한 약을 따로 먹는 것이 더 낫습니다. - 29p 〈종합감기약〉 중에서 「모드콜S연질캡슐」은 운동 선수의 경기 기간 중 복용 금지입니다.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 슈도에페드린 둘 모두, 금지목록 국제표준 분류상 ‘흥분제’로 도핑 금지 성분입니다.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은 소변시료에서 10마이크로그램/ml보다 높은 농도로 검출될 경우, 슈도에페드린은 소변시료에서 150mcg/ml보다 높은 농도로 검출될 경우에만 금지됩니다. - 36p 〈종합감기약〉 중에서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는 종합영양제를 굳이 약국에서 사라고 하는 이유는, 온라인에서 사는 제품보다 활성형 비타민의 함량이 높은 제품이 약국에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 비타민이 우리 몸에서 사용되기 위해 대사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활성형 비타민은 체내에서 바로 사용될 수 있는 형태로 넣어주거나, 흡수율과 생체이용률을 높인 형태입니다. 「아로나민」은 196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누적 판매량 90억 정을 넘었고, 「아로나민골드」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 세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아로나민골드프리미엄」, 「아로나민씨플러스」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로나민골드」는 일본 다케다약품이 처음 개발한 알리티아민 성분을 변형시킨 푸르설티아민을 주성분으로 한 최초의 활성비타민입니다. 푸르설티아민은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할 수 있어 뇌에 비타민B1을 공급한다고 알려져 있고, 아직 뇌 기능에 특정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 밝혀지지 않았으나 심장근육의 수축을 돕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활성형이 아닌 일반 비타민B1은 티아민이라고 부르는데 워낙 체내 이용률이 낮아 활성형으로 먹는 것이 좋습니다. - 127p 〈종합영양제〉 중에서 비타민C 제품은 되도록 다른 물질이 섞이지 않은 제품을 권합니다. 속쓰림을 방지한다고 나온 중성화 비타민C(에스터C, 뉴트럴 등 표시) 등의 제품이 있습니다. 아스코르브산과 칼슘카보네이트를 반응시켜, 아스코르브산 칼슘과 비타민C 대사산물의 복합체인 새로운 물질이 생겼는데 이를 에스터C라고 부르기로 한 것입니다. 이 중성화 비타민C는 흡수율이 높고 체내에 오래 머무릅니다. 비타민C는 몸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배설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비타민C 메가도즈 용법을 고려한다면 체내에 오래 머무르는 중성화 비타민C는 메가도즈 용법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 141p 〈항산화제〉 중에서 일반의약품 영양제는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을 위해 약효가 인정된 제품이며 제품 박스에 『일반의약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떠한 의약품이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대상이기에 까다로운 규격과 제조과정을 거쳐 생산됩니다. 다양한 임상시험을 거쳐, 약효에 대한 신뢰성이 높고, 비타민 및 미네랄 제품이나 생리활성물질, 한약 제제가 이에 해당됩니다. 오직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로나민골드」, 「마그비스피드」와 같은 제품은 약국에서만 팝니다. 한편, 아이들이 약국에서 많이 사달라고 조르는 「텐텐츄정」의 경우 사탕처럼 보이지만 사실 비타민A, 니코틴산아미드, 칼슘 등이 든 엄연한 일반의약품 영양제입니다. - 157p 〈이건 뭐약: 약국에서 파는 영양제와 온라인 영양제, 똑같지 않아요?〉 중에서 후시딘, 마데카솔 모두 제품군별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후시딘연고」와 「마데카솔케어연고」는 둘 다 감염의 위험이 있는 상처에 사용하는 항생제가 포함된 상처 연고입니다. 둘 모두 항생제가 들어 내성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장기간 길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모두 7일 이내로 사용 기간을 지킵니다. - 166p 〈상처약〉 중에서 원래 미녹시딜 외용제 5%는 남성 탈모에만 사용하고 여성 탈모에는 미녹시딜 2%나 3%만을 사용합니다. 이유는 여성이 미녹시딜 5%를 사용하면 미녹시딜의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 이마에 잔털 등 털의 증가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게인폼」은 겔, 젤이 아닌 외용제 폼 형태의 5% 미녹시딜로, 2014년 FDA에서 유일하게 여성에게도 사용이 승인되어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한 점이 특이점입니다. 미녹시딜은 경구용 고혈압약으로 사용되다가, 이후로는 모발이 자라는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외용제가 탈모치료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 204p 〈탈모약〉 중에서 〈저자소개〉 염혜진 ●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수석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영양학 전공 석사 ●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학사 18년째 현직에서 일하며 전국 농협 대학, 신협, 새마을 금고, 교육지원청, 문화재단, 도서관 등에서 5,000명 이상의 대중들과 만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는 강사, 약사, 작가. 약국에서 만난 환자들이 약을 먹기 전, 아프기 전에 스스로 자기 돌봄을 실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약국 밖으로 나와 생활습관, 루틴, 영양제, 올바른 약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현직 약사가 알려주는 영양제 특강》 《미라클 루틴》 《오늘부터 나는 갑으로 삽니다》 《지금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작 《현직 약사가 알려주는 영양제 특강》이 잘못 알고 있는 영양제에 대한 상식을 바로 잡고, 상황별 영양제 추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 《이 약 같이 먹어도 돼요?》는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사는 일반약’에 대해 강의할 때 많이 질문 받았던 내용을 위주로 썼습니다. 두 책 모두 가정에 한 권씩 상비해 두며 필요할 때 꺼내 읽고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한 여러분의 100세 라이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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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14
  • 호남대, ‘공명과 확장’ 주제…한·중 작가들의 독창성과 열정이 담긴 작품 선보여
    호남대학교 공자아카데미(원장 손완이)는 지난 11일 오후 2시 공자아카데미 다목적홀에서 제 8회 한중미술교류전 개막식을 개최했다. 이번 교류전은 호남대학교와 중국 허베이 미술대학교가 공동 주최했으며, ‘공명과 확장’을 주제로 양국의 예술적 교류와 협력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한중미술교류전은 지난해에 이어 양국 작가들의 독창성과 열정이 담긴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양국의 지속적인 교류와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박상철 호남대학교 총장과 허베이 미술대학교 장리 이사장(호남대) 개막식에는 박상철 호남대학교 총장과 허베이 미술대학교 장리 이사장을 비롯해 양국의 예술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상철 총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감상을 넘어, 한중 양국의 예술적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호남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원어민 강사진들이 준비한 중국 신장춤 공연이 펼쳐져 행사에 특별한 생기를 더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18일까지 이어지며, 관람객들은 이번 교류전을 통해 한중 양국 예술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湖南大学,"共鸣与扩张"主题…展现韩中作家们的独创性和热情的作品 湖南大学孔子学院11日下午2时在孔子学院多功能厅举行了第8届韩中美术交流展开幕式。 此次交流展由湖南大学和中国河北美术大学共同主办,以"共鸣和扩张"为主题,为纪念两国艺术交流与合作而举办。 今年迎来第8届的韩中美术交流展继去年之后,又展示了充满两国作家独创性和热情的丰富多彩的作品。 此次活动超越了单纯的展示,对通过文化艺术增进两国持续的交流和相互理解起到了重要作用。 湖南大学校长朴相哲(音)和河北美术大学张丽理事长等两国艺术相关人士出席了开幕式。 朴相哲校长强调:"此次展览不仅仅是单纯的作品欣赏,还将成为共享韩中两国艺术哲学和前景的宝贵机会。" 与此同时,湖南大学孔子学院外教们准备的中国新疆舞表演为活动增添了特别的活力。 此次展览将持续到12月18日,参观者期待通过此次交流展能够充分感受到韩中两国艺术的深度和丰饶。(도움 파파고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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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12

실시간 문화 기사

  • "발효의 미학, 보이차가 주는 건강한 지혜"
    사진: 보이차/ 대한기자신문 이창호 |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전통 발효식품과 음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중국 운남성에서 유래한 보이차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발효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인간의 삶과 건강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보이차는 일반 녹차와 달리 발효 과정을 거치며 특유의 깊은 풍미와 영양 성분을 얻는다. 이 발효가 만들어내는 카테킨과 갈산은 체내의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지방의 흡수를 줄이며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고지방 식습관이 일상화된 현대인에게는 체중 관리와 소화 개선에 유의미한 차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보이차는 그 자체가 하나의 ‘쉼’이며, 내면을 정돈하는 작은 의식이다. 테아닌이 주는 정신적 안정감은 복잡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어 나를 돌아보게 해준다. 이런 차 한 잔이 결국 삶의 균형을 회복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보이차의 효능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심혈관 질환 예방, 면역력 향상, 숙취 해소 등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숙성된 보이차일수록 그 효과는 더욱 깊어진다. 마치 세월을 견디며 가치가 더해지는 인간의 삶처럼 말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보이차는 하루 1리터 이내, 식후에 마시는 것이 좋고,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이들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섭취의 방식 역시 차잎 그대로 우려 마시는 것뿐 아니라, 추출물 형태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보이차는 단순한 건강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속에서 빚어진 문화이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담긴 발효의 철학이다. 오늘도 나는 이 차 한 잔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주변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그리고 이 지혜가 우리 모두에게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여는 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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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6
  • [지구일보]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교수의 '오르지 못할 나무'
    오르지 못할 나무 김봉구/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대학은 입학전형을 거쳐 체육특기자를 학생으로 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운동선수로서 소질과 우수한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운동에 전념하느라 중고교학업에 소홀한 점이 눈에 뜨인다. 특기자로 뽑힌 학생들은 경기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때는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대학재학 시에는 학교로부터 여러 가지 특전을 받는다. 학비면제 등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성적이 나빠도 최소한 학교에서 졸업은 보장해주는 것 같다. 선수로 활동하는 한 졸업하면 프리미엄을 받고 전문팀에 채용되기도 한다. 그다음이 문제다.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전문팀으로 진출하거나 코치나 감독으로 승진할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태가 일어나면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기력향상을 위한 체력단련과 기술을 연마해야 하지 않을까. 신체적으로 최대의 기량을 유지하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운동경기나 연습 중에도 신체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부상을 당하면 치료로 회복해야 한다. 결정적인 부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 특기생 신분에서 바뀌게 된다고 한다. 이때는 학습을 따라가지 못해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운동선수 생활은 기량이 뛰어난 경우에는 사람들의 높은 인기를 토대로 매우 영예스러울 수 있다. 한편 학업은 따라가기 어려워 애로를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체육특기자에게는 성적처리 지침의 혜택이 있지만, 일반 운동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학생들과 같이 학습하고 시험에 참여하여 학점을 취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운동선수들의 졸업년도가 뒤로 밀리기도 한다. 대체로 운동선수는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선수활동을 해온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학업능력 향상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수학능력에서 보면 일반 학생들보다는 뒤떨어지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졸업 후 선수생활을 하지 않는 경우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사람은 K대에서 체육특기자로 선발되어 온갖 특혜를 받고 대학생활을 마쳤다. 졸업 후 실업계 운동선수로 진출하여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오랜 선수경험에 이어 코치 감독으로 진급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그는 졸업 후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군대를 다녀와서 공무원 시험을 거쳐 교육부에서 근무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사무관으로 진급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체육 행정업무를 진행하던 중에 한국체육대학이 발족하면서 그 대학의 ‘전임강사 발령’을 받았다. 교수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았다. 영전을 축하받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교수직업은 시간이 지난다고 전문지식이 채워지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고교 시절부터 바닥에는 철저한 기초지식이 깔려 있어야 하고, 대학에서는 그 기초위에 교양과 전공영역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다음에 대학원에서 전공 학문을 심화시킨다. 그래야 교수 자질이 갖추어지지 않겠는가. 체육특기자로 선발될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거의 학과목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개탄스럽다. 이를 고려하면 앞이 캄캄하다. 교수직업으로의 전환이 행운이고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인생에서 극단적 한계를 노출 시키는 불운의 서막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목표는 포기하는 게 좋다는 뜻이 아닐까. 그는 전임강사 3년이 지나자 조교수로 승진하고 다시 6년이 지나자 부교수로 진급했다. 너무나 쉽게 풀린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고등학교와 대학과정에서 제대로 학업에 전념한 적이 없었다. 영어 수학 과학 등 학문적 기초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자신을 뒤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 같았다. 그는 전공 지식과 박사학위를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외부에 비춰졌다. 다만 지금까지 운이 좋아서 현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박사학위 획득이 누구에게나 가능하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현재 교수 위치에 있으므로 막연한 기대감으로 미국유학을 결정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주택을 처분하고 중 고교를 다니는 두 자녀와 아내를 동반한 가족 전체가 미국으로 떠난다. 금의환향을 꿈꾸며. 이 점괘를 파 해쳐 보는 것이 이 글의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미국대학에서 느끼는 학문의 세계는 매우 엄격하다. 수학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자격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 대학원에서 교과목 성적이 우수해야 하고 요구하는 논문의 질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 후에 논문심사를 하고 박사학위 수여를 결정한다. 그는 미국유학 5년이 경과 되어도 교과목 이수와 박사학위 논문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였다. 대학에서 박사학위 탈락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냥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박사학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가족 전체가 귀국할 때의 허탈한 모습은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싫다. 바로 이점이 처음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가 아니었는지라고 시사해 주고 싶다. 교수직업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자신의 처한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이를 보완할 수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운 좋게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더라도 처음부터 실력을 쌓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위치에 걸맞은 명예를 절대 누릴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인생의 교훈이 아니겠는가.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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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2
  • 다육이 숲으로의 여행 최은경 작가 기획 초대전 개최
    [지구일보 이강문 기자] 충무로 갤러리 아람에서 지난 4월16일부터 4월29일까지 ‘다육이 숲으로의 여행’ 최은경 작가 초대 기획전이 개최됐다. 다육식물이 가지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과 다양한 생김새가 가지각색의 매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닮아 있는 듯한 모습에서 다육이 숲은 시작됐다. 다육이 숲은 나의 감성과 상상력을 더해 익숙한 듯 낯선 풍경으로 다육이의 내면을 표현한다. 숲의 공간으로 확장하여 숲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담고 있으며, 켜켜이 쌓아 올린 밭은 꿈 씨앗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 이유다. 작음이 함께 가꿔가는 다채로운 다육이숲에서 혼자서는 삶을 살아갈 수 없듯이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내어주고 어우러져 보듬고 살아가는 따뜻함을 표현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길을 따라 여행하듯 마주하고, 평범한 일상을 축제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담아 진정성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다육이숲은 지친 일상에 힘이 되어주는 비밀스러운 나만의 휴식처가 되었으면 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다육식물을 바라보면 작지만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네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며 그속에서 당당함과 사랑과 용기를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그림에 물을 넣게된 계기는 작은 식물을 기르려면 물을주듯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에 새로운 시도로 키우던 다육이와 도자기로 만든 작은 자동차도 같이 전시하였다. *전시 기간 : 2025. 4.16 ~ 4.29. *장소 : 서울 중구 동호로 315 신안빌딩 갤러리 아람(T.02.6743~3370)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200m) ※작가약력 경복대학교 산업디진인학과졸업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 ※개인 전시(8회) 2424 오롯한 나로 / 갤러리앨리스 2022 안녕,케렌시아 / 서울아산병원갤러리 2022 금일,맑음 / 갤러리드,리버레인 2022 금일 맑음 / 갤러리두,후문 2022 금일,맑음 / 갤러리두,빈스토리 2022 어느덧 안온한 휴식에 이른다 / 갤러리탐,롯데백화점 수원점 2021 어느덧 안온한 휴식에 이른다 / 갤러리탐,블랙파드점 2020 다육이숲 여행 / 인사동.갤러리 올 ※단체 전시(20여회) 2025 3인 초대전 '이오의 꿈' /갤러리희 2024 5인 초대전 '다섯가지 선물' / 갤러리로윤 2024 3인 초대전 '오월을 걸어 뉴월로 가' /인사아트센터 2024 2인 조대전 '무한의 잎새' / BGN갤러리,롯데월드타워 2024 BANK ART FAIR / SETEC #최은경작가 #다육이화가 #다육이 #다육식물 #다육이숲으로의여행 #갤러리아람기획전 #봄나들이 #갤러리아람 #다육이와도자기로만든차 #탐앤탐스대전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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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1
  • [지구일보] 이 한 편의 수필, 고수부 수필가의 '대못'
    대못 고수부/ 수필가 군에서 장기복무를 지원한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는 20년 이상 근무하여 연금수혜자가 될 때까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중간에 도중 하차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이 무너질까 봐서였다. 내가 임관할 때 마침 ROTC 장교를 대상으로 장기복무 지원자를 최대한 획득하라는 정부 방침이 있었다. 본인이 일단 장기복무 지원 결정만 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주는 대신에 10년까지는 제대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나는 정년까지 각오했기 때문에 장기복무 지원서에 서명했다. 중간에 내 마음이 변할까 봐 장기복무라는 안전장치를 함으로써 나 자신을 강제적으로 묶어놓았다. 예상한 대로 임관 이후 3년 되는 해에 제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월남전에 참전하여 전투 근무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다. 전쟁터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왔으니 편안한 보직을 받아 근무하고 싶었지만 내 희망과는 달리 전방지역으로 발령이 났다. 부상을 입고 야전병원에서 입원했다가 귀국하여 건강상태도 안 좋아 사기가 저하된 상태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다시 전방 근무를 하려 하니 낙심이 되어 근무할 의욕이 상실되었다. 결국 군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장기복무를 지원했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를 할 수가 없었다. 이때 장기복무라는 장치가 없었더라면 더 견디지 못하고 전역했을 것이다. 할 수 없이 군 명령에 따라 발령지로 가서 근무하게 되었다. 전방에 가서 처음엔 힘들었으나 차차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고 의욕을 회복했다. 전방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되어 운 좋게 미 육군공병학교에 가는 시험에 합격하여 미국으로 떠나는 행운이 따랐다. 미국 생활은 월남 전쟁터와는 전혀 다른 호화로운 세계였다. 워싱턴 부근 훠트벨바에 있는 육군공병학교에 다니면서 월남에 있었을 때 펜팔로 사귄 ‘헤디’를 극적으로 만나 멋있는 로멘스의 추억도 만들 수 있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고통의 산을 넘으면 넓고 풍요로운 평야가 나오는 법이다. 미 공병교육 과정을 마치고 귀국하여 김해 육군공병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서울에 가정을 두고 있어 경상남도 김해까지 오가며 매주 주말 부부로 산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지금처럼 CTX 고속철도가 있지도 않은 그때는 무려 7시간을 타고 가야만 김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오전 근무가 끝나기 바쁘게 뛰어나와 부산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 10시다. 하룻밤 자고 그다음 날 낮차를 타야 하겠지만 신혼생활의 꿀 같은 그 시간에 한 시간이라도 더 머무르고 싶어 야간열차를 탄다. 한겨울 늦은 밤에 매섭게 부는 찬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서는 심정은 비참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주 이런 생활을 하기가 지겹고 왜 군에 들어왔던가 하는 후회심이 밀려왔다. 의무기간 10년은 넘었기에 제대가 가능했다. 또다시 제대해야겠다는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그때 마침 중학교 영어교사로 있는 동기생이 그럴듯한 제안을 했다. 대학원에 들어가 영어교육 석사 학위를 취득하면 중등교사 자격증이 나온다. 당시에는 과외수업이 한창이어서 영어교사만 되면 수입도 괜찮다고 권했다. 그때는 서울 용산에 있는 미 8군 본부에서 연락장교로 근무했기에 곧바로 Y대학원 영어 교육과 시험에 응시하여 들어갔다. 그러나 한 학기가 끝나갈 즈음에 동기생이 소령 진급 소식이 들렸다. 나는 전방 중대장의 필수직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되었다. 이러다가 자칫 군에서 진급도 못 하고 대학원을 나온다고 해도 영어교사 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자칫 낭패를 보겠다는 불안한 생각이 엄습했다. 바로 마음을 바꿔 전방으로 갔다. 2군단 천전지역에서 공병 중대장 보직을 받아 근무한 후 소령으로 진급이 되었다. 이어서 군단 작전처, 육군대학, 대대장, 육군본부, 국방부를 거쳐 승승장구하는가 했더니 대령 진급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결국 25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계급정년으로 퇴역했다. 그러나 처음 목표했던 20년은 훌쩍 넘겼으니 일차적 목표는 달성했으며 이는 그동안 몇 번의 위기가 있었으나 처음부터 장기복무라는 대못을 박아놓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버틸 수가 있었다. 군에서 퇴역한 후 전쟁기념관에 재취업이 되었다. 그곳에서 11년까지 근무할 수 있었으나 10년을 마친 후 마지막 정년 1년을 앞두고 또 사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관 건설이 완성되고 업무가 안정되자 편안함을 누리고 싶은 안이한 마음이 스며들자 일이 손에 잘 잡히지를 않은 데다가 신임 사무총장이 부임해 와 과도한 일거리들을 만들어내어 힘들게 했다. 창설 초기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일도 해냈으나 끝나가는 지점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고심 끝에 정년 1년을 앞두고 사표를 내고 나와버렸다. 생각해보면 군에서는 목표로 정한 20년을 초과하여 25년간의 근무를 마침으로써 그 목적 달성에 성공하였으나 그다음 제2 직장에서는 마지막 정년 1년을 못 채우고 사표를 내고 말았으니 실패작이었다. 첫 번째 직업에서는 장기복무라는 대못을 쳐놓았기 때문에 성공했고 두 번째 직업에서는 그러한 장치가 없어서 무너지고 말지 않았는가. 인간의 마음은 나약해서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강력한 안전장치가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수필을 시작한 지 20년째가 된다. 그러나 가끔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슬슬 스며들어온다. 이제 나는 또 하나의 대못을 치기로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이다. 나는 오늘도 그 못을 글 속에 박으며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굳히고 있다. 글을 쓰다가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는 이 책을 펼치고 빨간 줄을 쳐놓은 부분을 읽다 보면 새로운 힘이 샘솟는다. ▼고수부 약력 ROTC 3기로 월남 맹호부대 참전했으며,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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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0
  • [지구일보]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박사의 '배움의 환희'
    배움의 환희 김봉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어느 날 한 연구원이 유학 문제를 상의하겠다고 나에게 면담요청을 해왔다. 그는 만 40세의 연구원으로 부인과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미국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사직하고 유학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나는 답변하기를 주저했다. 배우는 것도 시기가 있는데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집을 처분하고 가족을 동반해서 박사학위 하러 떠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다시 와서 추천서에 서명을 부탁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 일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하나를 제안했다. 오늘 저녁에 별도로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만날 장소를 여러 식당을 떠 올리다가 양주집으로 정했다. 겨울 어느 날 오후 5시에 만나서 양주 한 병을 앞에 놓고 마음속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 자리에 2페이지 분량의 자기소개서와 3페이지를 꽉 채운 이력서, 장문의 입학지원서를 내놓았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미 영문으로 작성된 나의 추천서까지 제시했다. 이들 서류를 영문으로 작성한 배경을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연구원에 미국 박사 7명이나 있어서 그들에게 부탁해서 작성했고 리뷰까지 마쳤다고 했다. 교수님의 추천서도 이 과정을 거쳐 작성했으니 선생님은 서명만 해주시면 된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그가 평소에 너무나 현명한 것을 넘어서 민첩하게 행동하기에 나는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이제 마음속을 드러낼 결심이 섰다. 8시 30분이다. 자네의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보면 교수급에 해당할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되어 묘사되고 있다. 이것은 안 된다. 이처럼 과장된 채로 미국대학에 보내면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된다. 나는 잠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자원경제연구실장을 맡은 적이 있다. 그는 그때 같이 근무한 연구원이다.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다른 기관에 종사하다가 자원경제연구실에 합류하였다. 당시 경제기획원으로부터 공공차관으로 진행된 중규모 수리시설 투자에 대한 경제분석연구를 위탁받아 수행했다. 연구보고서는 영문으로 작성하여 경제기획원에 보고하게 되어 있었다. 그는 영문보고서 작성이나 발표회를 보면서 자기도 영어 실력을 쌓고 싶은 배움의 욕망을 잔뜩 키우고 있었다. 그 후 전문지식이 필요한 그는 K대 식품자원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과정을 마쳤다. 나는 지도교수로서 학부의 미시경제학, 재정학, 통계적 방법 등은 연구 수행에 꼭 갖추어야 할 기초지식이라고 지적했다. 백지 위에 볼펜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는 간결하게 다섯 줄로 끝냈다. 불필요한 내용을 넣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력서는 거의 모든 줄을 빨간 펜으로 그었다. 전부 다시 써야 한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자기소개서 와 비슷하게 단순하고 명확하게 핵심사항만 서술했다. 더 가관이었던 것은내 이름으로 작성된 추천서 내용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부풀려 작성한 글이었다. 이렇게 추천서를 써서 보내기에 미국 교수들이 한국 사람을 전혀 안 믿는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일곱 줄 정도로 간결하게 추천서를 써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미국대학에 입학지원 서신을 보냈다. 그 내용은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새롭게 쓴 자기소개서 간략한 이력서 입학지원서와 성적증명서를 포함하고 있었다. 나는 별도로 지원대학에 추천서를 발송했다. 한 달 후 기적에 가까운 회신을 받았다. 박사과정 입학허가와 더불어 대학원 조교로 선발되었다는 통보였다. 그는 내 연구실에 와서 철저하게 고쳐주고 가르쳐 주셔서 이런 영광을 얻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때의 분위기 같으면 미국유학은 3년이면 끝날 것 같았지만 실제는 5년 후에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수석연구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그는 박사학위만 받으면 신분상의 큰 변화를 기대했으나 현실은 다른 박사 소지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정년퇴임을 하면서 인생이 허무하다는 현실을 느꼈다. 어떤 호재의 기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년퇴임 후 MB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때였다. 어떻게 61학번을 알았는지 그가 내 연구실로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했다. 총리실 산하에 사회과학 연구소가 정부의 출연 연구기관을 관리한다면서 농촌경제연구원 원장 후보로 지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쪽에 유력한 지인이 있어서 교수님의 추천만 있으면 연구원장으로 발령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석사 지도교수를 한 적이 있어서 추천서를 써 주었다. 한 달 후에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으로 발령이 났다. 놀라웠다. 정년퇴임 후에 소속기관의 원장으로 취임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경이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배움의 매력에 빠져있던 그 연구원이 정년퇴임 후에 연구원 원장 자리로 캄백하는 것은 ‘배움의 환희’가 아닌가. 격려할 일이다. 원장으로 재임 중일 때 내가 박사학위 논문심사위원으로 그를 위촉한 일이 있다. 그는 방문한 박사후보자에게 이렇게 멘트를 남겼다. “지도교수인 김 교수님이 논문을 읽었으면 내가 다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 말을 전해 듣고 ‘원장의 마음에 새겨진 박사학위 유학을 준비할 때 끈질기게 설명하면서도 간결한 나의 표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지도하기 어려웠던 한 사람을 인내를 가지고 올바르게 이끌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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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0
  • [지구일보] 이 한 편의 수필, 고수부 수필가의 '현대판 화수분'
    현대판 화수분 고수부/ 수필가 친구 L은 내가 필요할 때 같이 가자고 하면 어디든지 쾌히 응해주는 마음씨 착한 친구였다. 몇 해 전에 면도기 하나 사기 위해 그와 함께 신세계 백화점에 간 일이 있다. 그곳에 가니 수없이 많은 종류의 면도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어느 것이 좋은지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를 수가 없었으나 그는 단번에 스위스 제품 하나를 선택하여 사라고 권했다. 그는 다른 물건들도 사러 가자고 요청하면 언제나 쾌히 응해주었기에 필요한 물건을 마음대로 구할 수 있었다. 그러한 그가 세상을 떠나 무척 아쉽다. 그 대신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핸드폰이다. 핸드폰 하나로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지난주에 바디로숀이 필요하여 약수동 지하철 화장품 상가에 갔더니 없다고 한다. 이것 하나를 사기 위해 시내까지 나가야 하나 하는 귀찮은 생각이 들어 그냥 집에 돌아왔다. 그때 온라인 구매 생각이 났다. 핸드폰에 저장된 ‘쿠팡’ 앱을 열어 구매란에 그 물품을 입력했더니 수도 없이 많은 종류가 죽 나왔다. 원하는 물품을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하여 다음 날 새벽에 배달받을 수 있었다. ‘쿠팡’에는 없는 게 없다. 글을 쓰다가 A4용지가 떨어져도 문방구점까지 갈 필요가 없다. A4용지 500매짜리 한 권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 다섯 권을 주문했더니 그다음 날 아침에 문 앞에 와 있다. 커피, 김치, 계란 등 각종 음식, 책상, 소파, 침대, 장롱까지 필요한 것들은 다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최강의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초고속 통신망과 모바일 기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무엇이나 초고속으로 배달을 받는다. 24시간 택배 배송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아내는 신혼 초에 틈만 있으면 내게 말했다. “우리집에도 화수분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웃어넘겼다. 옛날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보물단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손안의 작은 기계, 핸드폰 하나면 필요한 물건들을 즉시 구할 수 있으니 생각해보면 아내가 원하던 화수분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자꾸 발전한다. ‘매슬로’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5대 욕구가 있다고 한다. 생리적 욕구, 안정의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 이외의 이차적 욕구가 더 요구된다. 아내가 원하는 화수분은 인간의 일차적인 욕구 즉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에 대한 것들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한 현대에서는 일차적 욕구 이외 자아실현을 위한 지식, 정보 및 창작에 대한 욕구가 더 크다. 예전의 화수분은 생존에 필요한 일차적 욕구는 해결해주지만 그 이상의 욕구는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보다 자아실현을 위한 지식 정보에 대한 갈망이 더 크다. 이에 질세라 인간의 창조력, 자기표현의 욕구까지 척척 들어주는 기상천외한 현대판 만물 박사가 나타났으니 AI 인공지능이다.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악, 창작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결과물을 생성해내며 인간의 상상력과 작업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주 글을 쓰다가 ‘이승만의 반공포로석방 사건이 왜 한미동맹을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는가’라는 답이 궁금했다. 인터넷을 열어보았으나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알 만한 친구에게 전화로 알아보았어도 정확히 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에 관한 책을 구매해 찾아봤다. 그 역시 시원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난감했다. 그때 퍼뜩 AI가 생각나 Chat GPT에게 물어보았더니 1초도 안 되어 줄 줄 답변을 해주지 않는가. 내 궁금증을 다 풀어주는 완벽한 해답이었으며 배경, 원인, 결과까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놀라웠다. 요즈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그때마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무슨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이러다가 생명이 단축되지는 않나 하는 걱정이 엄습해 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클릭 한 번으로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그러한 시대는 올 수 없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뿐 아니라 노화 방지에 대한 약 처방이 나오는 그런 AI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요즈음 신문지상에서는 앞으로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로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하리라 예측한다. 병이 들어 문제가 되는 아픈 부위의 건강상태를 AI에게 상세하게 설명하면 의사의 처방과 똑같은 대답을 대신 해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인간의 일차적 욕망이 중심이 되었던 과거의 시대에서는 화수분이야말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유일한 꿈의 대상이었으나 정보 통신이 발달한 디지털 시대인 현대에서는 재물만의 노다지가 아니라 인간의 노화 방지까지 해결해주는 만능 박사 AI가 또 하나의 현대판 화수분이 아닐까. ▼고수부 약력 ROTC 3기로 월남 맹호부대 참전했으며,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자발적,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계좌 : 우체국 110-005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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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4
  •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 수필가의 '학습효과'
    학습효과 김 봉 구/ 수필가. 고려대 명예교수 나는 열정적으로 강의를 한다. 내용이 복잡한 경우에는 핵심변수를 중심으로 내용을 단순화시켜 문제의 본질을 이해시킨다. 그다음에 주요 변수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인과관계를 설명한다. 내용을 서술적으로 단조로운 톤으로 설명하는 것은 대단위 강의에서는 금물이다. 강조할 때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적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제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멈출 수 없어서 강의시간을 10여 분을 초과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뜨는 학생이 있었으나 차츰 내 강의 특성을 알게 된 후부터는 진지하게 머물러 수강했다. 특강이 있는 날은 학생들의 경청하는 분위기가 진지하다 못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 마져 든다.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바쁘게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바른 자세를 잡고 시선을 집중하면서 열중하는 모습이 숙연하다. 문제분석을 통해 주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서 주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해 내면 학생들은 흥분을 넘어 감격에 젖어 들게 된다. 학생들은 필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여러 학생이 앞으로 나와 많은 질문을 제기하면서 관심을 표시한다. 강의를 잘하려면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인접 학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야 한다. 다음으로 외부강연에 대한 경험도 필수다. 명강의는 아는 것에 더해서 강의 경험이 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이것은 오랫동안 내가 대학강의에서 경험한 견해이다. 내가 맡은 핵심교양 두 과목은 강의 계획서의 내용 중에는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에게 강연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부분이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얻는 요인이 됐다. 한 주제에 대하여 이론 역사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학생들은 흥미를 느끼게 된다. 대학가에서 항상 토막전문지식 위주의 강의를 벗어나지 못한 대학생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접근이다. 특히 현실응용에 목말라 하던 학생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이 받아들여 진다. ‘사회의 이해’ 영역은 K대 전체로 보면 300여 명의 교수가 관련되는데 그들이 강의하는 900여 전공과목의 내용과는 다르다. 달리 말하면 300여 명의 교수가 법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과 내용이 중복되지 않으면서 교양과목의 특성을 아우르도록 설계해야 한다. 해마다 많은 교수가 다양한 핵심교양과목을 개설하지만 성공 여부는 학생들의 수강신청에서 결정된다. 학생들의 평가내용은 SNS 등 미디어에 소개되고 이는 결국 수강신청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의 몫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하는 개설과목이 있는가 하면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는 과목들도 많다. 자유경쟁이다. 내가 담당하는 ‘자연자원과 경제생활’ ‘시장경제와 공공선택’의 두 과목은 처음에 한 학생이 ‘그 선생님은 말만 잘하지 내용은 평범하다’는 댓글을 올렸다. 그러자 법대생들이 ‘한 주제를 이론, 역사, 정책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결론을 제시하면서 강의하는 교수님이 고려대에 누가 있느냐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체계적으로 종합분석하여 결과까지 도출해 내는 분이 김 교수 외에 누가 있느냐는 내용이 이어졌다. 많은 지지 반응이 일어났고 뒤 따라 오는 법대 경영대 학생들의 주장에 처음 올렸던 글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면서 내 강의가 학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학강의에서 학생들과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두 시간 동안 100% 무언으로 강의한 적이 있다. 그 날은 몸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나는 휴강할 수 없었다. 학생들의 800시간을 허공에 날려 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강의실에 들어섰다. 대형칠판을 네 단원으로 구획한 후 차분히 필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용을 잘 파악해서 깔끔하게 정리했다. 400명이 수강하면서도 강당 내는 조용하게 필기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한 단원씩 차례대로 강의 노트를 칠판에 써 내려갔다. 누구도 의의제기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학습효과 때문이 아닌가. 그전에는 시간을 초과해가면서 열심히 강의했던 모습이 오늘은 완전히 바뀌었다. 강의가 끝났다. 왼손을 들면서 평소에 하던 그만, It’s over.라는 소리도 내지 않은 체 강당을 나왔다. 핵심교양 개설 초기에는 경험 미숙으로 과목에 신청한 학생 모두를 수강생으로 받아들인 때가 있었다. 핵심교양의 ‘사회의 이해’ 영역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인데 사회의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비판적 사고력을 배양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나는 핵심교양 두 과목을 학기별로 두 반씩 번갈아 강의했다. 연간 수강생이 1600명이었다. 본교 캠퍼스에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수강하는 과목이었다. 나는 핵심교양과목을 강의할 때는 매우 긴장한다. 매 학기 철저히 강의안을 개선하고 새로운 사례 발굴 노력도 한다. 성적평가는 엄격하다. 나는 교양과목에서 C 이하의 성적은 졸업 후 취업이나 진학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한다. 성적관리의 기준은 D 또는 그 이하 등급을 받은 5-7% 학생들에게는 F 학점으로 처리한다고 주지시킨다. 내가 느끼는 것은 강의 주제가 신선해야 하고, 이론 역사 정책 함의를 내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교양 강의가 나에게 준 의미는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 학생들의 호응이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수강신청 시작 5분 내에 등록이 마감된다. 다른 하나는 학교 당국을 안심시킨다는 사실이다. 성적을 후하게 주어서 학생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열정적인 강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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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2
  • 이 한 편의 수필, 조경숙 수필가의 '가시울타리'
    가시울타리 조경숙/ 수필가 늦추위가 바닷바람과 결탁한 2월 말이다. 강화도 서쪽에 있는 섬 속의 섬에 찾아갔다. 교동대교 앞에 민간인 출입 통제선이라고 군인들이 막아선다. 신분증 제시로 허락은 떨어졌건만 까다로운 절차와 경계 때문인가. 죄인이 죽음 끝에 머물렀던 곳으로 가는 길이라서인가. 다리를 건너며 내려다보는 바다는 할 말이 많은 듯 넘실거린다. 폭군 연산군이라는 유명세 때문일 것이다. 교동도가 깔끔하게 가꿔져 화개정원과 함께 연산군 유배지라고 등재되었다. 언덕길을 오르니 초가집이 보인다. 누추하기보다는 자식 잃은 늙은이 몰골이다. 비빌 곳 없어 떠나간 생명은 죄인을 따라갔는지. 가시 무성한 탱자나무 울타리를 기어다니며 삶을 버티던 벌레들, 나뭇가지 사이를 노닐던 날 것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쌀쌀한 해풍의 자책인가. 귀양살이를 닮은 듯 고개 숙인 키 큰 나무도 한기에 메말라 까칠하다. 짚으로 엮은 초가는 홀로 갇혀 지내기에 턱없이 작다. 처마 밑 쪽문으로 본 연산군은 소반에 밥과 국, 간장 종지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고려 때부터 왕손들을 유배시켰던 곳이라니 한스런 혼이 떡져 있지 않을까. 당시에는 빽빽한 나무에 싸여 격리된 채 빛도 볼 수 없었으니 자신의 숨소리조차 두려운 고요로 옥죄었으리라. 적막은 병이 되고 간간이 들리는 짐승의 울부짖음에 귀를 막고 싶었던 곳이거늘 세월이 세상과 단절을 사해주었나. 산을 다듬어 앞을 틔우니 경관이 빼어나 여느 유원지 못지않다. 교동도는 두 번 바다를 건너야 하는 지난한 유배지다. 적지 않은 죄인들이 죽음을 고수하며 살아내던 그늘진 흔적을 고변하는가. 곤충 다리같이 앙상해진 탱자나무가 에인 몸뚱이를 지키고자 바람에 파르르 떤다. 잘못된 생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억울하다고 남은 시간 통곡으로 보내지 않았을까. 위리안치된 연산군은 두 달 만에 숨을 거두었다. 재위 12년 나이 31세다. 패악한 폭군이었건만 가슴 아린 이야기 한 줄 남긴다. 반나절 바라보던 해토머리에 빛바랜 노을이 드리우니 그는 단 한마디, 중전이 보고 싶다며 눈을 감는다. 흥청망청 환幻에서 살다가 현現으로 돌아와 남겨질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 또한 울타리를 치고 스스로 고립된 적이 있지 않은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 따뜻한 이별 한 마디 못하고 갈팡질팡한 자신을 탓하며 행한 미숙한 자학이었다. 세상에 대한 못난 투정이었다. 병마와 싸운 것은 그가 아니고 나였지 싶다. 생의 끝에서 이제는 놓아야 한다는 현실에 승복하지 못하고 대중요법에 매달려 그를 괴롭혔던 4개월, 먹기 힘들어하는 많은 약을 모진 말로 우기지 않았든가.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을 허둥대며 허송세월한 나를 용서할 수 없어 명치에 박히는 가시를 흔쾌히 껴안았다. 회의 속에 홀로였던 1년 후였다. 그가 남긴 기록을 정돈하다 어제와 내일은 신의 영역이니 오늘만 생각하라고, 생전에 자주 말해주던 글을 읽고 이른 아침 산에 올라 맑은 해와 마주하였다. 왕비가 궁금하다. 어떤 여인이었기에 폐주는 생을 마치며 애첩 장록수가 아닌 폐서인이 된 아내를 찾았을까. 세종의 4남 임영대군의 외손녀인 신씨는 11세 나이에 동갑내기인 연산군과 가례를 올려 세자빈이 되었다. 사랑과 신뢰로 매우 소중히 여김을 받아, 재위 동안 8명의 자식을 두었다. 날이 갈수록 포악해져 가시 성성한 울타리로 변하는 궁이건만 눈물로 반대에 나서며 끝내 막으려 애썼다. 내명부의 수장인 중전은 폭군과는 달리 후궁과 궁녀에게 존댓말을 사용할 만큼 은혜로웠다. 지체가 그만하면 겸손보다 자신을 내보이는 까다로운 아집이 있을 법한데 자애롭게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그만큼이나마 자신을 지켜낸 것이리라. 갑자사화 때 연산군의 악행은 극에 달하여 장 칼을 들고 어머니 격인 자순대비의 처소에 난입한다. 뒤쫓은 중전이 군주를 말려 대비를 구원하지 않았던가. 미친 듯 폭정을 일삼는 연산군에게 눈물로 간언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다. 올바르고 어진 마음을 익히 알기에 왕은 무슨 직언이든 화내지 않고 도리어 중전의 성덕을 칭찬하며 기리도록 하였다. 그녀의 바른 바탕을 백성들도 소중히 여겼을 것이다. 왕좌에서 쫓겨나 강화도로 떠나는 폐주를 위해 자신도 함께 유배지로 보내달라며 울부짖는다. 애타도록 거듭 간하였건만 친정이 있는 사저로 보내져 마음은 가시울타리에 갇혔어도 육신만은 편안한 여생을 마쳤다. 폐서인이 된 후 그녀는 거창군부인으로 불린다. 출구로 향하다 발을 멈춘다. 안평대군도 여기로 귀양 와 생을 마쳤다지만 대군의 명으로 그린 안견의 걸작, 몽유도원도가 있지 않은가. ‘이것이 꿈일 수도 있다. 생生은 가시울타리이고 사死는 낙원이지 않을까.’ 하는 꽤나 역설적인 개똥철학을 생각해 본다. 밖으로 나와보니 안내판에 반면교사의 교육적 가치와 역사를 알리고자 설치했다고 쓰여있다. 어쨌거나 아직도 불필요한 욕심, 분수에 맞지 않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간혹 불쑥거리지 않는가. 불식간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헤어나지 못하면 어두운 울에 갇힌 채 인생 후반기를 지낼 수도 있다. 거창군부인이 꾸짖는가. 귀가에 바람 소리 거세다. ▼약력 인천 거주, 2019년 국보문학 수필로 등단, The 수필 2024 빛나는 수필가 60에 선정, 인천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회원, 제11회 풀꽃수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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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0
  • 이 한 편의 수필, 조선연 수필가의 '끈'
    끈 조선연/ 수필가 나는 풀어진 끈이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서 살아가는 것 같다. 새해에 계획할 일이 많은가 보다. 탁상용 달력을 구할 수 있냐는 오빠의 전화다. 너나 나나 이제 끈이 떨어져 구하기 힘들 거라고 한다. 막내인 내가 퇴직하였으니, 큰오빠는 오죽하겠나. 무엇이든 식구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입속의 혀처럼 움직였다. 회사 후배에게 전화하려니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사 어떤 끈으로 묶여 있는지 궁금하다. 가족으로 묶인 끈은 태어나면서부터 나를 동여매고 있다. 금속 사슬의 꼬임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 자라면서 바로 위 오빠와 매일 투덕투덕 싸웠다. 한 대 맞으면 눈을 감고 팔을 휘저어 대들고 얄미워서 내 오빠가 아니었으면 싶었다. 어른이 되고 싸운 정이 모여 지금은 살가운 오빠다. 그때의 마음이 미안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된다. 고모할머니네 고기잡이 통통배를 타고 하동에서 여수오동도까지 가족 휴가를 갔다. 바다와 하늘이 뒤섞여 나를 집어삼켰다. 속이 요동치고 위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듯한 고통이었다. 물을 먹이고 등을 쓸어내리고 가족의 보살핌이 따뜻했다. 많은 추억 중에 어렴풋하지만 그때 일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나 보다. 큰오빠는 지금 세 생명을 품고 산다. 우리 가족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두 번이나 몸이 가물어 두 언니가 다시 샘물이 솟을 수 있도록 했다. 원래 네 것이 내 안에 있었다는 듯이 선뜻 내어 달아준 별이 오빠 안에서 빛나고 있다. 한 뿌리에서 뻗어 나와 한 젖 먹고 자랐으니 어찌 빛이 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장이식이다. 가족의 끈은 어렵고 힘들 때 운명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삶이 거칠게 흔들어 댈 때도 이 줄을 잡고 따라가면 가족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서로가 멀어져 있을 때도 풀어지지 않는 끈이다. 반면, 직장의 끈은 다르다. 생계를 위해서 억지로 묶어야 유지되는 관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 운명을 감당해 내야 한다. 갈등과 상하 관계가 형성되고 경쟁 상대보다 앞서려면 두 배는 더 열심히 달려야 살아남는 ‘붉은 여왕의 법칙’이 있는 곳이다. 경쟁 없는 사회는 없는 것일까. 인사이동이 있거나 승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사람을 가장 지치게 했다. 이곳은 내가 선택한 끈이므로 이 끈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고 느슨하면 존재가 무의미하다. 치열하게 지내온 동료들과의 시간을 되돌려 본다. 음향이 다른 상사와의 갈등으로 대의명분인 순환보직이란 미명하에 4년 동안 지방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 나를 아껴주는 상사들은 너의 뜨거운 열정을 조금만 식혀 보라고 부탁을 했다. 이번엔 덜 익은 과실 같은 리더의 발칙한 행동들을 참아내느라 심적 고통이 컸다. 사람들 앞에서 나이 많은 부하의 기를 꺾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업무를 재촉하면서 자존심을 자극하는 일을 반복했다. 인내심이 극에 달하면 멱살을 잡고 비상계단으로 데려가 단호한 손길로 그의 뺨을 어루만지는 상상으로 참아내곤 했다. 이제 이곳의 끈은 풀어져 있다. 오랜 세월 같이 묶여있던 끈을 이렇게 풀어버려도 되는지 돌아본다. 나의 평온한 삶이 자란 곳이 아닌가. 친구란 이름의 끈도 있다. 여러 부류의 친구 중 특히, 단발머리 때부터 시작된 우정은 한 편의 시처럼 소중한 이야기다. 계산 없이 진실했다. 처음엔 가느다란 실 같았으나 점점 실타래처럼 포근하고 두툼해졌다. 관계 유지를 위해 오랜 기간 애쓴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모임 때마다 거실에 이부자리를 펴고 여섯 명이 나란히 누워, 추억을 긁어모아 새벽녘까지 이어지다가 잠이 들곤 했다. 그런 세월을 50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살짝 풀렸다가 다시 묶어지기도 했다. 친구이기에 언제든지 묶을 수 있는 믿음이 있기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아니 서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다시 시작되나 했더니 그중 한 명, 늘 똑같다. 심성이 나쁜 것도 아니다. 친구들을 배려하는 것 같기는 하나 그 무엇인가가 불편함을 쌓이게 하고 모두로부터 한 발씩 멀어지게 한다. 세월이 흐르고 조금씩 둥글어질 때도 여전히 뾰족하다. 어느 순간부터 모임이 반가우면서도 조심스럽고 그와 하는 시간에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가장 안타까운 건 그 친구가 변하지 않는다는 게 슬프다. 나이 들어 친구는 꼭 있어야 한다는데 조금씩 멀리하고 싶어진다. 억지로 그 끈을 잡으려 하니 이제 내 손이 아프다. 그도 같은 마음일지 모르겠다. 의미가 희미해지는 끈이라면 조용히 놓아야 하지 않나 싶다. 서로를 위하는 배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친구란 존재인가 싶다.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의 끈을 쉽게 맺는다. 그 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풀어지면 안 되는 끈, 풀어버려야 하는 끈, 서서히 풀려나가는 끈, 어느 끈을 잡고 살아가야 할지 끈을 만지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약력 경남 하동 출생,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 공학석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가로 등단, 정독도서관 다스림서울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건설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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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10
  • 이 한 편의 수필, 김봉구의 '사진첩'
    사진첩 김봉구/ 수필가 나는 네 어른을 모시는 3박 4일 제주 여행을 예약했다. 어머니와 큰어머니는 돌아가셨기에 모신 어르신들은 아버지와 백부님 그리고 장인과 장모님이다. 단순히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다. 평소에 부족했던 효심 탓에 며칠 동안 함께 하면서 보여드리고 싶은 나의 효도선물이다. 그동안 학생운동 격동기에 대학 보직을 맡으면서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 법적 아들을 son-in-law 둔 장인 장모님께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여행계획을 상의 드렸더니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셨다. 큰집 백부님 께서도 아주 기뻐하셨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매우 흡족해 하셨다. 호텔 예약을 하고 여행 대상지를 선정한다. 교통문제는 렌트카를 이용하여 해결한다. 준비과정을 빠짐없이 어른들께도 알려드린다. 모두 초미의 관심사다. 여행이란 누구에게나 기대를 갖게하는 매력이 있다. 나는 예약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잠자리가 편안할지를 염두에 둔다. 여행지를 선정하면서 시간 여유를 두는 문제와 기념으로 남기게 될 추억의 사진을 생각한다.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있다. 끼니마다 식사 메뉴를 정하는 문제다. 식당을 잘 정해야 흡족할 만한 음식을 드실 수 있으며 식사 때 주류를 겸하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어쩌면 이 대화 분위기가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여행 출발일이 닦아왔다. 공항에 모여서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차 한잔 마시고 나면 우리나라 남도 제주의 청정도시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승용차로 바꿔탄다. 이국적인 남국의 정취를 풍기는 제주도를 드라이브하면서 주변 경관을 음미한다. 차로 이동하면서 한라산 중턱도로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도로가 분명히 내리막으로 보이는데도 오르막 경사라는 표지판이 있다. 지나가던 많은 차가 멈춰 서서 사람들이 내려서 걸어오는 광경을 맞이했다. 우리도 이 상황을 놓치지 않고 모두 내려서 한참 걸어보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시각적으로 도로는 오르막 경사였지만 실제는 그 반대이다. 착시현상의 오류다. 여행지 몇 군데를 둘러본 다음 숙박지 호텔로 향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어른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모시는 효도관광이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또 빼놓지 않고 사진에 담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니겠는가. 둘째 날은 관광 욕구가 치솟는 날이다. 8월 여름철에 온도는 높으나 습도가 높지 않아서 쾌적하다. 오늘은 기대가 큰 만큼 함께 여행하기가 좋다. 어제 제주시를 돌아봤기에 오늘은 서쪽 관광명소를 탐방할 차례다. 먼저 들른 곳은 열대식물원이었다. 분위기가 이색적이 어서 여름을 시원하게 느끼게 해 주고 사진 찍기에 좋았다. 이어서 예술 조형물이 많은 야외 공원을 들러보게 되었다. 다양한 조각물과 예술전시작품이 돋보였다. 늦은 시간에 점심을 먹었다. 특색있는 음식에 반주를 겸한 오찬은 네 어른에게 풍성한 대화를 이끌게 되어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오후에는 한림공원을 둘러보고 해상풍경을 주시하면서 주변을 드라이브했다. 휴식할만한 곳을 발견하면 바로 멈춰서 내린 후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마다 나는 현지인을 만나 가볼만한 음식점과 특색있는 메뉴를 물어보았다. 맛있고 추억에 남을 식당을 찾는 것은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당시는 인터넷에 음식점홍보가 흔하지 않아서 현지에서 묻는 것이 최선이었다. 제주 남쪽인 서귀포에는 정방폭포와 천지연 폭포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대포 주상절리는 잊을 수 없다. 웅장한 기암절벽과 계속 파도에 부딪히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용머리 해안도 장관이 펼쳐지는 곳으로서 들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셋째 날은 제주 동쪽 여행코스를 찾았다. 오전에 만장굴을 탐방했다. 기념촬영에 이어 동굴에 들어가니 곧장 장관이 펼쳐졌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기암과 종류석이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어른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충분했다. 기암절벽과 종류석이 자라는 광경은 신비의 절정을 보는 것 같았다. 큰아버지는 이 광경을 맞이할 때는 사색에 잠기면서 걸음을 멈추기까지 했다. 일행 중에서 뒤처질 때는 장모님이 먼발치에서 기다리면서 모시고 오기도 했다. 이날 점심은 도가니탕집에서 풍성한 수육안주를 곁드려 술을 드시면서 두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었다. 성산일출봉 근처에 이르러 우리 일행은 자동차에서 내려 섭지코지를 보면서 바다와 일출봉을 한눈에 담는 장면을 한참 즐겼다. 장관이었다. 성읍민속마을에 도착해서는 전통 가옥과 생활상을 보면서 옛 모습이 고스란이 간직된 것에 감탄했다. 돌낭예술원은 수목원 산책로로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돌과 나무, 바람을 느끼며 산책하기가 딱 좋았다. 이곳에서 나는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 제주시로 돌아와서 돌문화공원을 방문하니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한라수목원에서는 시원하게 숲길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 시간의 수목원 야시장 길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행기 안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즐거운 여정이 끝난 후의 소감이다. 진짜 3박4일 여행을 회상하는 시간은 이제부터다. 여행 중의 모습과 즐거웠던 장면은 모두 사진으로 남겼다. 나는 이 기록물을 한 권의 사진첩에 정리하면서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효는 표현할수록 그 마음이 커진다는 것을’. 똑같은 사진첩 세 권을 만들어서 어른들에게 드렸다. 이 사진첩은 네 어른께는 자손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증거이자, 여행의 즐거움을 기억하게 만드는 근원이 되지 않을까. 오랫동안. ▼김봉구 약력 고려대 졸업, 미국 미주리대학교 자원경제학 박사 계간 에세이문예 신인상 수필로 등단,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고려대 학생처장,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역임 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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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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