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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황인강 수필가,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에세이문예사에서 발간
[지구일보=이산 대기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지도교수 권대근)에 8년간 수강하고 있는 황인강 수필가가 11월 25일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에세이문예사를 통해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를 펴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5편의 수필이 실렸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권대근 박사(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바람 위를 걷는 존재, 빛바랜 액자 속 시간의 계간>이란 서평을 썼다. 250페이지 값은 15,000원이다. ▼황인강 경기 파주 출생, 영의정 방촌 황희 정승 20대손, 순수문학으로 등단, 경동중고등학교 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 ROTC 3기, 롯데그룹 임원 역임, 한국스피치아카데미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정첵계발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상임이사, 용수문학회, 순수문학작가회 회장 역임, 용산문학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지도교수 권대근) 수강, 순수문학상 대상 수상, 수필집,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껴안아 주기' '봄의 벽에 서다'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출간 * 지구일보 자발적 후원하기 후원계좌 우체국 110 0053 16317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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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갑) 양향자 후보 개소식 성료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갑) 양향자 후보 개소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 양향자 경기도 용인갑 후보 (21대 국회의원 · 개혁신당 원내대표 )가 지난 13일 처인구를 글로벌 반도체 수도로 바로 세우기 위한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오전 양 후보는 용인특례시 처인구 역북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고 “이번 선거 캠프 슬로건은 ‘ 첫날부터 척척 ! 야무지게 착착 !’” 이라며 “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서 능숙하게, 차질없이, 프로답게 글로벌 반도체 수도 처인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 양향자 후보는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이동 · 남사읍에 들어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처인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 환영사에서 양 후보는 “용인은 18살의 여상 출신 양향자를 삼성의 별인 임원으로 만들어 준 곳이자 우리 가족과 인연이 아주 깊은 곳”이라며 “삼성전자에서 26년을 근무한 남편을 만난 것도 용인이고, 용인에서 낳은 아들이 서울대에서 반도체를 전공한다. 뼛속까지 반도체인으로 살아온 가족들이다”이라고 전했다 . 이어 “용인이 제게 놓아준 꿈의 사다리를 이제 용인시민과 당원들께 돌려드리고자 한다” 며 “ 광주 · 전남 국회의원 공약 1위 (공약이행률 95%)를 달성한 저력으로 경기도 용인 처인구를 천지개벽시키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 다음 비전 보고에서 양 후보는 “저는 여야 모두의 반도체특위 특별위원장을 지냈고, 반도체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와 정부의 반대를 뚫고 시설투자 세액공제도 15%까지 늘렸다” 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양향자 혼자서 멱살 잡고 끌고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갑) 양향자 후보 개소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양 후보는 “처인구에 필요한 건 30년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이라며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조성에 약 9조 원이 필요한데 정부 여당은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시가 급한 우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실과 요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 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개소식에는 김종인 공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 금태섭 최고위원, 김용남 정책위의장, 이원욱 · 양정숙 의원 등을 비롯한 개혁신당 지도부가 찾아와 자리를 빛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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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자들이 중심인, "대한기자신문 창간식" 성료
대한민국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국민들이 직접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대한기자신문(발행인 이창호)의 창간식과 및 중앙위원 위촉식을 지난 25(목) 오후 3시, 서울시 소재 한국프레스센터 국화 홀(19층)에서 개최됐다. 이날 창간식에 천세원교수 사회로 진행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비롯해, 양향자 국회의원과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 권혁중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전 이사장, 박언휘 회장, 주한영국대사관 메트 월터스 대변인, 라크빈더 싱 박사, 손보영 회장, 구건서 박사 등 각계각층 인사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황리 진행됐다. 이창호 대한기자신문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기자신문은 한국 언론의 변화를 열망하는 모든 이에게 문호를 열며 창간했다.”며 “인류의 다양한 곳에서 국민들이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국민 언론인으로서의 소양을 향상시키는 사업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중한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입니다. 수교이래 양국 각 영역의 교류 협력은 풍성한 성과를 거두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실이 충분히 증명하다싶이 중한 협력은 양측에 모두 이익이고, 반대로 나아가면 양측의 이익이 손상됩니다.”며“ 향후 이창호 발행인의 지도아래 대한기자신문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초심의 사명을 가지고 한국 민중에게 진실하고 생동감 있는 중국을 많이 소개하여 양국의 민심이 서로 통하고 맞선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진정한 국민들의 언론기구인 대한기자신문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창간 취지에 맞는 국민 기자들이 중심이 되는 언론매체로, 기존 언론관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언론매체로 성장하길 기원한다"며 축사했다. 중국 산동대학 한국연구센터 필영달 센터장은 “최근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 평화를 향한 깊이 있고 실천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내는 것이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며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연구에 전념하시는 학자 뿐만 아니라 대한기자신문의 여러분께서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축전을 보내왔다. 파키스탄 연구 센터(PRCCSF) 칼리드 타이무르 아크람 대표는 축전을 통해“언론사 창간은 단순히 하나의 이정표를 넘어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정보에 입각한 커뮤니티를 육성하기 위한 대담한 발걸음입니다.”며“대한기자신문은 한국의 미디어와 담론의 풍요로운 지형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통령비서실 김광진 전 정무비서관은“대한기자신문이 성대하게 창간되어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며 “뉴스의 취지는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수호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기자신문은 전국의 다양한 일반 국민들이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소소한 일상 속의 작은 얘기까지도 소중하게 담아내 국민들의 진정한 담론의 장으로 국민기자들이 중심이 되는 독특한 언론매체로, 기존 언론관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행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기를 보내 축하해 주었고,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 황상무와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이희옥 교수가 축하 화환을 보내와 눈길을 끌었다 3. (좌로부터) 박언휘 대한기자신문 회장, 메트 월터스 주한영국대사관 대변인, 주한영국대사관 토비팔머 서기관, 이창호 대한기자신문 발행인, 홍시원 주한영국대사관 선임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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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李昌虎,成功举办《毛泽东评传》出版纪念演讲会&签名会
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李昌虎为促进韩中交流奠定了基石,为纪念毛泽东诞辰130周年,新书《毛泽东评传》出版纪念演讲会26日下午2时在教保文库光化门店学习中心举行。 该书的作者、李昌虎委员长从1998年以后与中国进行了交流,以信任关系为基础积累了经验,他在中国的文化理念和政治体制、一带一路事业、中国经济社会论坛、亚洲文明对话大会等超越了经界,是多个领域分析中国的中国专家。 《毛泽东评传》作者李昌虎说:“我们正在以客观的理论和分析以及鲜明的逻辑为基础展开内容。通过这本书,不仅可以获得关于毛泽东的‘综合信息和平衡的视角’,还可以明明白白地确认以毛泽东主义为基础谋求未来的中国现在。” 在国内外各阶层的祝贺声中,大韩记者协会理事长金弼勇、首尔商工会议所道峰区商工会会长金万福、前法务部理事官金元淑等100多人出席了当天的出版纪念会。 中国国际友好联络会常务理事刘汉武发来贺信说:“今年12月26日是毛泽东诞辰130周年,在有意义的日子里,《毛泽东评传》的出版发行为学习和研究‘毛泽东思想’提供了重要指南。” 接着,韩国甘地文化共同体博士拉克•宾德兴(印度)在致辞中评价这本书的完成度非常高,他说:“李昌虎博士作为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承认了围绕毛泽东业绩和理念的争论,但同时也想提出客观均衡的视角。” 大邱的韩中交流促进委员会总裁朴彦辉院长(医生)祝贺说:“通过毛泽东的评传,可以客观地理解他的人生。希望通过简单地理解复杂的毛泽东哲学和思想,成为更贴近中国的契机。” 当天的出版纪念会由中国河北美术大学千世原教授简单清晰地主持,评论家赵成权博士的《矛盾的心动》尽情展开的毛的书评、读者朴艺娜的读后感发表等多种节目组成,成为了与会者们一起享受的出版纪念会。 另外,李昌虎作者在当天的演讲会上补充说:“在现场寻找答案的他,在目前韩中关系空前胶着的时候,韩国政府正在努力稳定韩中关系。希望韩中关系整体状况朝着积极的方向改善,相互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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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마오쩌둥 평전’ 출간
이창호 저자 후난성 청년마오쩌둥 조각상 앞에서 2023년12월 26일은 중국공산당의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의 해이다. 중국 역사는 물론 세계사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마오쩌둥은 중국의 정치,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중국 현대사의 발자취이자 초상(肖像) 그 자체라 평가받을 만하다. 중국 현지에서는 마오쩌둥을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의 이념과 리더십을 드높이고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마오쩌둥은 수백 명의 게릴라 부대를 127만에 달하는 군대로 성장시킨 후, 430만 국민당군을 격파하고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여 대륙을 손에 넣은 군사 전략가이자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자다. 그리고 1949년 10월 1일 베이징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우고 국가 주석 및 혁명 군사위원회 주석으로 뽑혔다. 국제적으로도 그가 창시한 마오이즘(Maoism)은 유명하다. 그가 남긴 위업(偉業) 이면에는 일방적 이념으로 중국 사회를 개조하려고 한 폭군, 전대미문의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라는 오명 또한 자리하고 있다. 집권 이후 독선과 권력욕에 의한 실책들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해 중국의 국가 발전을 심각하게 정체시키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문화재를 파괴하고 전통문화를 뿌리 뽑은 폭력적인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천안문 광장에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을 만큼 마오쩌둥은 중국 혁명의 중추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지도하에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지속된 전제적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하였다. 더불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주도하여 사회, 경제, 문화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였으나 중국 역사상 가장 혼돈스러운 시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문화대혁명 후에도 중국을 사회주의로 개혁하려는 그의 정책과 개혁 시도는 중국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 중국의 성장과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평전의 저자는 국내외에서 인문학과 리더십을 강의해 온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이창호 위원장의 신간 ‘현대 중국의 초상(肖像) 마오쩌둥의 모든 것, 마오쩌둥 평전’(도서출판 북그루)은 그의 삶의 여정과 그가 이끌어간 중국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그의 인격과 리더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는 마오쩌둥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그의 업적과 이념을 비롯하여 논란이 있음을 인정한다. 이 평전은 가능한 객관적이면서도 중립적인 관점으로 그의 삶과 업적을 다루려고 노력했다. 현재 중국은 경제, 외교, 군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였다. 조만간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시진핑 국가주석은 거침없이 드러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마오쩌둥의 이념과 리더십의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미래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용의주도한 대처만이 열강의 힘겨루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전반적 발전과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책이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온·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 4대 대형서점에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 마오쩌둥 평전/ 이창호(李昌虎) 글/ 북그루/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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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교류촉진위원장 이창호 위원장, 中 허베이미술대학 방문
[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중국 허베이(河北)성 스좌장(石家莊)시에 소재한 허베이미술대학(총장 견충의 甄忠义)은 지난 25일 오전, 한국의 중국통으로 유명한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허베이미술대학 영예교수)을 초대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우선 "한중 양국은 오랜 기간 아시아 공동 번영에 대한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으나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상생 전략적 파트너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 최근 신간으로 펴낸 '마오쩌둥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견충의 총장과 함께 우리는 가까운 이웃 나라에 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할수록 크고 격정적 나라다,라며 한중 양국의 원대한 꿈은 '신뢰와 우호'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견충의 총장은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이창호 위원장에게 증정하면서 “담천설지(谈天说地 탄텐쒀띠, 사진), 현재 이 위원장님께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모택동 주석’에 관해 글을 써서 논평하고 한중의 촉진적인 역할을 위의 비유처럼 해내시기 바라는 마음을 전달했습니다.”고 덧붙혔다. 한편 허베이미술대학은 미술만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9개 대학 중 하나로서, 예술 및 디자인, 도시디자인, 미디어, 환경, 애니매이션, 산업 및 의상디자인, 서예, 도예 관련 전공을 두고 있고, 교직원 2000여 명, 재학생 2만9000여 명의 규모 있는 사립미술대학으로 유명하다. [붙임] 담천설지(谈天说地) 천(天):하늘 천. 황제를 상징함. 나라의 중요한 일, 또는 그것을 결정하기 위해 황제와 핵심 결정자들이 모여서 논의하다. 지(地): 땅 지: 백성을 상징함. 결정한 일들을 실행해서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것들. 담(谈):논하다. 설(说):말을 하다. 나라의 일이 백성에게 이루어지도록 그 나라의 지도자들이 논의하고 결정해서 진행하는 그 장면을 상징적으로 비유한말. 본뜻: 사람이 지식이 풍부하고 각종 일을 광범하게 논할 수 있는 것을 형용하는 말. 사진 : 허베이미술대학(총장 견충의 甄忠义)은 지난 25일 오전, 한국의 중국통으로 유명한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허베이미술대학 영예교수)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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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황인강 수필가,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에세이문예사에서 발간
- [지구일보=이산 대기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지도교수 권대근)에 8년간 수강하고 있는 황인강 수필가가 11월 25일 유네스코부산 선정 우수잡지 에세이문예사를 통해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를 펴냈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5편의 수필이 실렸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권대근 박사(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바람 위를 걷는 존재, 빛바랜 액자 속 시간의 계간>이란 서평을 썼다. 250페이지 값은 15,000원이다. ▼황인강 경기 파주 출생, 영의정 방촌 황희 정승 20대손, 순수문학으로 등단, 경동중고등학교 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졸, ROTC 3기, 롯데그룹 임원 역임, 한국스피치아카데미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정첵계발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한국순수문학인협회 상임이사, 용수문학회, 순수문학작가회 회장 역임, 용산문학인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지도교수 권대근) 수강, 순수문학상 대상 수상, 수필집,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기' '껴안아 주기' '봄의 벽에 서다'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출간 * 지구일보 자발적 후원하기 후원계좌 우체국 110 0053 16317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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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황인강 수필가, 제4수필집 '나는 오늘도 한 줄의 삶을 조각한다' 에세이문예사에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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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갑) 양향자 후보 개소식 성료
-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갑) 양향자 후보 개소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 양향자 경기도 용인갑 후보 (21대 국회의원 · 개혁신당 원내대표 )가 지난 13일 처인구를 글로벌 반도체 수도로 바로 세우기 위한 출정식을 가졌다. 이날 오전 양 후보는 용인특례시 처인구 역북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개소식을 열고 “이번 선거 캠프 슬로건은 ‘ 첫날부터 척척 ! 야무지게 착착 !’” 이라며 “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서 능숙하게, 차질없이, 프로답게 글로벌 반도체 수도 처인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 양향자 후보는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이동 · 남사읍에 들어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처인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 환영사에서 양 후보는 “용인은 18살의 여상 출신 양향자를 삼성의 별인 임원으로 만들어 준 곳이자 우리 가족과 인연이 아주 깊은 곳”이라며 “삼성전자에서 26년을 근무한 남편을 만난 것도 용인이고, 용인에서 낳은 아들이 서울대에서 반도체를 전공한다. 뼛속까지 반도체인으로 살아온 가족들이다”이라고 전했다 . 이어 “용인이 제게 놓아준 꿈의 사다리를 이제 용인시민과 당원들께 돌려드리고자 한다” 며 “ 광주 · 전남 국회의원 공약 1위 (공약이행률 95%)를 달성한 저력으로 경기도 용인 처인구를 천지개벽시키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 다음 비전 보고에서 양 후보는 “저는 여야 모두의 반도체특위 특별위원장을 지냈고, 반도체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와 정부의 반대를 뚫고 시설투자 세액공제도 15%까지 늘렸다” 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양향자 혼자서 멱살 잡고 끌고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용인특례시 처인구 (갑) 양향자 후보 개소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양 후보는 “처인구에 필요한 건 30년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이라며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조성에 약 9조 원이 필요한데 정부 여당은 단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에서 한시가 급한 우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실과 요구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 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개소식에는 김종인 공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 금태섭 최고위원, 김용남 정책위의장, 이원욱 · 양정숙 의원 등을 비롯한 개혁신당 지도부가 찾아와 자리를 빛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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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자들이 중심인, "대한기자신문 창간식" 성료
- 대한민국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국민들이 직접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대한기자신문(발행인 이창호)의 창간식과 및 중앙위원 위촉식을 지난 25(목) 오후 3시, 서울시 소재 한국프레스센터 국화 홀(19층)에서 개최됐다. 이날 창간식에 천세원교수 사회로 진행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비롯해, 양향자 국회의원과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 권혁중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전 이사장, 박언휘 회장, 주한영국대사관 메트 월터스 대변인, 라크빈더 싱 박사, 손보영 회장, 구건서 박사 등 각계각층 인사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황리 진행됐다. 이창호 대한기자신문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대한기자신문은 한국 언론의 변화를 열망하는 모든 이에게 문호를 열며 창간했다.”며 “인류의 다양한 곳에서 국민들이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국민 언론인으로서의 소양을 향상시키는 사업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중한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입니다. 수교이래 양국 각 영역의 교류 협력은 풍성한 성과를 거두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거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실이 충분히 증명하다싶이 중한 협력은 양측에 모두 이익이고, 반대로 나아가면 양측의 이익이 손상됩니다.”며“ 향후 이창호 발행인의 지도아래 대한기자신문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초심의 사명을 가지고 한국 민중에게 진실하고 생동감 있는 중국을 많이 소개하여 양국의 민심이 서로 통하고 맞선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기수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진정한 국민들의 언론기구인 대한기자신문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창간 취지에 맞는 국민 기자들이 중심이 되는 언론매체로, 기존 언론관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언론매체로 성장하길 기원한다"며 축사했다. 중국 산동대학 한국연구센터 필영달 센터장은 “최근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 평화를 향한 깊이 있고 실천가능한 방안을 모색해 내는 것이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며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연구에 전념하시는 학자 뿐만 아니라 대한기자신문의 여러분께서 같이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축전을 보내왔다. 파키스탄 연구 센터(PRCCSF) 칼리드 타이무르 아크람 대표는 축전을 통해“언론사 창간은 단순히 하나의 이정표를 넘어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정보에 입각한 커뮤니티를 육성하기 위한 대담한 발걸음입니다.”며“대한기자신문은 한국의 미디어와 담론의 풍요로운 지형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통령비서실 김광진 전 정무비서관은“대한기자신문이 성대하게 창간되어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며 “뉴스의 취지는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수호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기자신문은 전국의 다양한 일반 국민들이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의 소소한 일상 속의 작은 얘기까지도 소중하게 담아내 국민들의 진정한 담론의 장으로 국민기자들이 중심이 되는 독특한 언론매체로, 기존 언론관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행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기를 보내 축하해 주었고,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 황상무와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이희옥 교수가 축하 화환을 보내와 눈길을 끌었다 3. (좌로부터) 박언휘 대한기자신문 회장, 메트 월터스 주한영국대사관 대변인, 주한영국대사관 토비팔머 서기관, 이창호 대한기자신문 발행인, 홍시원 주한영국대사관 선임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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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李昌虎,成功举办《毛泽东评传》出版纪念演讲会&签名会
- 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李昌虎为促进韩中交流奠定了基石,为纪念毛泽东诞辰130周年,新书《毛泽东评传》出版纪念演讲会26日下午2时在教保文库光化门店学习中心举行。 该书的作者、李昌虎委员长从1998年以后与中国进行了交流,以信任关系为基础积累了经验,他在中国的文化理念和政治体制、一带一路事业、中国经济社会论坛、亚洲文明对话大会等超越了经界,是多个领域分析中国的中国专家。 《毛泽东评传》作者李昌虎说:“我们正在以客观的理论和分析以及鲜明的逻辑为基础展开内容。通过这本书,不仅可以获得关于毛泽东的‘综合信息和平衡的视角’,还可以明明白白地确认以毛泽东主义为基础谋求未来的中国现在。” 在国内外各阶层的祝贺声中,大韩记者协会理事长金弼勇、首尔商工会议所道峰区商工会会长金万福、前法务部理事官金元淑等100多人出席了当天的出版纪念会。 中国国际友好联络会常务理事刘汉武发来贺信说:“今年12月26日是毛泽东诞辰130周年,在有意义的日子里,《毛泽东评传》的出版发行为学习和研究‘毛泽东思想’提供了重要指南。” 接着,韩国甘地文化共同体博士拉克•宾德兴(印度)在致辞中评价这本书的完成度非常高,他说:“李昌虎博士作为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承认了围绕毛泽东业绩和理念的争论,但同时也想提出客观均衡的视角。” 大邱的韩中交流促进委员会总裁朴彦辉院长(医生)祝贺说:“通过毛泽东的评传,可以客观地理解他的人生。希望通过简单地理解复杂的毛泽东哲学和思想,成为更贴近中国的契机。” 当天的出版纪念会由中国河北美术大学千世原教授简单清晰地主持,评论家赵成权博士的《矛盾的心动》尽情展开的毛的书评、读者朴艺娜的读后感发表等多种节目组成,成为了与会者们一起享受的出版纪念会。 另外,李昌虎作者在当天的演讲会上补充说:“在现场寻找答案的他,在目前韩中关系空前胶着的时候,韩国政府正在努力稳定韩中关系。希望韩中关系整体状况朝着积极的方向改善,相互发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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韩中交流促进委员会委员长李昌虎,成功举办《毛泽东评传》出版纪念演讲会&签名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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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마오쩌둥 평전’ 출간
- 이창호 저자 후난성 청년마오쩌둥 조각상 앞에서 2023년12월 26일은 중국공산당의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의 해이다. 중국 역사는 물론 세계사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 마오쩌둥은 중국의 정치,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중국 현대사의 발자취이자 초상(肖像) 그 자체라 평가받을 만하다. 중국 현지에서는 마오쩌둥을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의 이념과 리더십을 드높이고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마오쩌둥은 수백 명의 게릴라 부대를 127만에 달하는 군대로 성장시킨 후, 430만 국민당군을 격파하고 국공내전에서 승리하여 대륙을 손에 넣은 군사 전략가이자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자다. 그리고 1949년 10월 1일 베이징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세우고 국가 주석 및 혁명 군사위원회 주석으로 뽑혔다. 국제적으로도 그가 창시한 마오이즘(Maoism)은 유명하다. 그가 남긴 위업(偉業) 이면에는 일방적 이념으로 중국 사회를 개조하려고 한 폭군, 전대미문의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라는 오명 또한 자리하고 있다. 집권 이후 독선과 권력욕에 의한 실책들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해 중국의 국가 발전을 심각하게 정체시키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문화재를 파괴하고 전통문화를 뿌리 뽑은 폭력적인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천안문 광장에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을 만큼 마오쩌둥은 중국 혁명의 중추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지도하에 중국은 수천 년 동안 지속된 전제적 체제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하였다. 더불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주도하여 사회, 경제, 문화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였으나 중국 역사상 가장 혼돈스러운 시기를 만들기도 하였다. 문화대혁명 후에도 중국을 사회주의로 개혁하려는 그의 정책과 개혁 시도는 중국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 중국의 성장과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 평전의 저자는 국내외에서 인문학과 리더십을 강의해 온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이창호 위원장의 신간 ‘현대 중국의 초상(肖像) 마오쩌둥의 모든 것, 마오쩌둥 평전’(도서출판 북그루)은 그의 삶의 여정과 그가 이끌어간 중국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그의 인격과 리더십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는 마오쩌둥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그의 업적과 이념을 비롯하여 논란이 있음을 인정한다. 이 평전은 가능한 객관적이면서도 중립적인 관점으로 그의 삶과 업적을 다루려고 노력했다. 현재 중국은 경제, 외교, 군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였다. 조만간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시진핑 국가주석은 거침없이 드러내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마오쩌둥의 이념과 리더십의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미래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용의주도한 대처만이 열강의 힘겨루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전반적 발전과 우리 국민들의 안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책이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온·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 4대 대형서점에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 마오쩌둥 평전/ 이창호(李昌虎) 글/ 북그루/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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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마오쩌둥 평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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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교류촉진위원장 이창호 위원장, 中 허베이미술대학 방문
- [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중국 허베이(河北)성 스좌장(石家莊)시에 소재한 허베이미술대학(총장 견충의 甄忠义)은 지난 25일 오전, 한국의 중국통으로 유명한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허베이미술대학 영예교수)을 초대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우선 "한중 양국은 오랜 기간 아시아 공동 번영에 대한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힘든 고비를 넘겨야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양하면서도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으나 우리는 줄곧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상생 전략적 파트너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 최근 신간으로 펴낸 '마오쩌둥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견충의 총장과 함께 우리는 가까운 이웃 나라에 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할수록 크고 격정적 나라다,라며 한중 양국의 원대한 꿈은 '신뢰와 우호'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견충의 총장은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이창호 위원장에게 증정하면서 “담천설지(谈天说地 탄텐쒀띠, 사진), 현재 이 위원장님께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모택동 주석’에 관해 글을 써서 논평하고 한중의 촉진적인 역할을 위의 비유처럼 해내시기 바라는 마음을 전달했습니다.”고 덧붙혔다. 한편 허베이미술대학은 미술만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9개 대학 중 하나로서, 예술 및 디자인, 도시디자인, 미디어, 환경, 애니매이션, 산업 및 의상디자인, 서예, 도예 관련 전공을 두고 있고, 교직원 2000여 명, 재학생 2만9000여 명의 규모 있는 사립미술대학으로 유명하다. [붙임] 담천설지(谈天说地) 천(天):하늘 천. 황제를 상징함. 나라의 중요한 일, 또는 그것을 결정하기 위해 황제와 핵심 결정자들이 모여서 논의하다. 지(地): 땅 지: 백성을 상징함. 결정한 일들을 실행해서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것들. 담(谈):논하다. 설(说):말을 하다. 나라의 일이 백성에게 이루어지도록 그 나라의 지도자들이 논의하고 결정해서 진행하는 그 장면을 상징적으로 비유한말. 본뜻: 사람이 지식이 풍부하고 각종 일을 광범하게 논할 수 있는 것을 형용하는 말. 사진 : 허베이미술대학(총장 견충의 甄忠义)은 지난 25일 오전, 한국의 중국통으로 유명한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허베이미술대학 영예교수)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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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40) 권대근의 2등철학의 역설, 살아남음의 미학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40) 권대근 ‘2등철학의 역설, 살아남음의 미학’ ― 김영하 「무용의 용」,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서 권대근 문학박사, 하북미술대 객좌교수 좋은 수필은 사소한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결코 사소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의 기억이 자기 고백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때, 체험은 비로소 문학적 사유가 된다. 소설가로 유명한 김영하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 실린 수필 「무용의 용」은 바로 그러한 수필의 본령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함께 통영으로 가는 승합차 안에서 벌어진 포커 한 판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포커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인간의 생존 방식과 삶의 가치에 대해 사유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사건’이다. 이 수필의 핵심 명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 그러나 이 문장은 경쟁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치의 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우리는 1등을 성공으로, 2등을 실패에 가까운 것으로 배워왔다. 1등은 기억되고 2등은 잊힌다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작가는 포커를 잘하는 한 프로듀서의 입을 빌려 오히려 “꾸준히 2등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수필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철학적 질문으로 전환된다. ‘무엇이 성공인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쓸모 있다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인가’, ‘눈에 띄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포커판에서 장자의 철학으로, 다시 현대사회의 생존 경쟁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무용의 용」이 명수필로서 갖는 첫 번째 조건이다. 이 글의 문학적 출발점은 매우 구체적이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마산 출신의 프로듀서, 두 대의 검은 승합차, 카메라 박스로 만든 임시 테이블, 트럼프 카드와 바둑알 등 구체적인 사물과 인물이 차례로 등장한다. 특히 프로듀서를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온 곰 같은 인상”이라고 묘사한 대목은 인물의 성격을 단번에 각인시킨다. 이처럼 구체적인 관찰은 수필의 중요한 미덕이다. 추상적인 철학을 먼저 들이밀지 않고 사람과 사물과 상황을 보여준 뒤 그 안에서 의미를 길어 올린다. 독자는 먼저 웃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갖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읽고 있던 것이 포커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게임’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깨닫는다. 특히 프로듀서의 포커 실력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그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는 패를 읽고, 상대를 관찰하고, 승부의 판을 판단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게임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겠는 판에는 함부로 끼지 마세요”라는 원칙이다. 이 문장은 포커의 기술을 넘어 삶의 기술이 된다. 수필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포커라는 특수한 경험이 독자의 일상적 삶으로 번져 나간다. 직장, 인간관계, 경쟁, 성공과 실패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 판의 성격과 상대의 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포커를 통해 삶의 경쟁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이 작품의 압권은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이다. 이것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가치의 전복을 일으키는 역설적 문장이다. 프로듀서에게 1등은 위험하다. 한 번의 압도적인 승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고, 지속적인 경쟁을 불러오며, 결국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킨다. 반면 2등은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실속을 챙길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2등은 패배가 아니라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작가는 이 역설을 삼성그룹의 유명한 광고 문구와 연결한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사회적 명제에 대해 작품 속 프로듀서는 정반대의 논리를 제시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2등이 최고”라는 것이다. 여기서 수필은 개인적 체험을 넘어 사회문화적 비판으로 확장된다. 이는 미셸 푸코식으로 말하면 사회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규율과 정상성에 대한 작은 저항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수필의 문학적 가치는 이 상식을 깨는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순위를 매기고, 서열화하고, 누가 앞섰는지를 기록한다. 1등을 표준으로 만들어 놓고 나머지를 그 표준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로 평가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 질서 자체를 의심한다. 수필가는 여기서 “왜 1등이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1등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1등이라는 하나의 가치만을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2등’은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철학적 태도가 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포커 이야기는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제목 「무용의 용」의 사상적 근거다. 장자의 철학에서 쓸모없음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쓸모가 없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고, 쓸모가 없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다. 작가는 이를 나무의 비유로 설명한다. 쓸모 있는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베어지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베어지지 않고 천수를 누린다. 이 역설은 포커판의 2등과 정확하게 연결된다. 이 작품에서 ‘2등’과 ‘무용’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둘 다 사회가 정해놓은 가치의 중심에서 벗어난 존재 방식이다. 1등이 되지 않는 것, 가장 유능한 존재가 되지 않는 것, 모두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 때로는 쓸모없는 존재로 남는 것이 오히려 삶을 보존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장자의 철학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자의 사상을 자신의 체험 속에 다시 작동시킨다. 이것이 중요한 문학적 성취다. 철학이 인용문으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해석하는 사유의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작품 후반부의 중요한 변화는 사람을 나무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이 부분은 「무용의 용」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유적 장면 가운데 하나다. 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된다. 큰 나무와 그늘, 드러나는 사람과 드러나지 않는 사람의 관계가 겹쳐진다. 작가는 이제 ‘2등’을 단순히 포커의 순위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의 주변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새롭게 발견한다. 이것은 작가의 시선이 변화한 순간이다. “그후로 사람을 보는 관점도 조금 바뀌었다”는 문장은 짧지만 작품 전체의 전환점이다. 좋은 수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 자체보다 사건 이후 달라진 ‘보는 방식’이다. 체험 전의 세계와 체험 후의 세계가 달라져야 한다. 「무용의 용」은 이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포커를 치기 전의 작가는 2등을 패배의 위치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프로듀서의 말을 들은 뒤에는 보이지 않는 2등,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를 보기 시작한다. 작가의 이런 가치관과 세계관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침으로 여러 산문을 관통하며 흐르고 있음을 볼 때, 작가는 누구보다도 진실한 삶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작품은 마지막에 ‘생존’이라는 거대한 문제로 나아간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도 아니다.” 이 문장은 작품의 사유를 압축하는 결정적 문장이다. 생존은 능력이나 우월성의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건이며, 그 이유와 방법을 당사자조차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작품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불러온다. 브레히트의 시가 던지는 죄의식과 생존자의 자의식은 김영하의 수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과거에는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를 오늘날의 서바이벌 게임과 연결한다. “오직 단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는 ‘오징어 게임’, 서바이벌 게임의 세계관”은 극단적인 경쟁사회의 은유가 된다. 여기서 작품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 현대사회의 경쟁 구조를 바라보는 사회철학적 수필로 확장된다. 그러나 작가는 끝내 냉소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믿음을 남긴다.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 결말이야말로 작품을 단순한 성공론이나 처세론과 구별한다. 작가는 1등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방식으로 삶을 견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을 말한다. 「무용의 용」은 포커라는 작은 사건에서 출발해 2등의 철학, 장자의 무용지용, 생존의 의미, 현대사회의 경쟁 구조까지 사유의 폭을 넓혀가는 수필이다. 무엇보다 이 글의 미덕은 철학을 앞세우지 않는 데 있다. 작가는 처음부터 장자를 말하지 않는다. 먼저 곰 같은 프로듀서를 보여주고, 승합차를 보여주고, 포커판을 보여주고, 그가 하는 말을 들려준다. 그리고 독자가 충분히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을 때 장자의 ‘무용지용’을 끌어들인다. 이것은 본격수필이 지녀야 할 ‘체험에서 사유로, 사유에서 존재론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정확히 보여준다. 사건은 사유의 재료이고, 사유는 다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온다. 문학적으로도 이 작품은 역설과 대비의 힘이 강하다. 1등과 2등, 쓸모와 무용, 강자와 생존자, 드러난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 경쟁과 생존이 끊임없이 대립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느 한쪽을 단순하게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이의 틈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본다. 이것이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만든다. 특히 제목 「무용의 용」은 작품 전체를 압축하는 탁월한 역설이다. ‘쓸모없음의 쓸모’라는 장자의 사유가 현대인의 삶 속에서 새롭게 번역된 것이다. 사회가 쓸모 있다고 규정한 사람만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1등으로 기록되는 사람만이 성공한 것도 아니다. 때로는 눈에 띄지 않는 2등이 가장 오래 살아남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나무가 천수를 누린다. 따라서 이 수필에서 ‘2등’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과도한 경쟁과 과시의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생존의 미학이며, ‘무용’은 무가치함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존재 가능성이다. 명수필은 독자에게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을 낯설게 만든다. 「무용의 용」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우리는 이 글을 읽고 난 뒤 1등을 바라보던 눈으로 2등을 바라보게 되고, 큰 나무만 보던 눈으로 그늘 속의 작은 나무를 보게 된다. 무엇보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이 말하는 것은 2등이 되라는 처세술이 아니다. 남보다 앞서는 삶보다 자기 방식으로 끝까지 살아가는 삶이 더 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이 기억하지 않는 존재들에게도 자기만의 생존과 존엄의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용의 용」은 포커에 관한 수필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묻는 생존의 철학이며, 보이지 않는 인간들을 발견하게 하는 시선의 문학이다. 사소한 여행담 하나를 장자의 무용지용과 현대사회의 서바이벌 구조까지 확장한 이 작품은 체험과 사유, 이야기와 철학, 유머와 성찰을 균형 있게 결합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명수필의 반열에 놓을 만하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무용의 용 김영하 삼십대 중반에 나는 이 년 정도 라디오 책 소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생방송이어서 매일 방송국에 출근했고 여러 분야의 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메인 프로듀서는 도수 높은 안경을 쓴 마산 출신의 사십대 남자로, 먹이를 찾아 어슬렁어슬렁 마을로 내려온 곰 같은 인상을 풍겼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승부욕이 강하고 집요했다. 라디오 진행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소설가들을 여럿 붙잡아 진행을 맡겼고, 출연하지 않겠다는 저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설득해 방송국까지 오게 만들었다. 여름이 되자 그는 통영으로 프로그램 MT를 가자고 했다. 좀 멀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진행자인 내가 안 갈 수는 없어 가겠다고 했고, 고정 패널, 보조 프로듀서와 방송작가까지 거의 전원이 참여했다. 이른 아침에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방송국에 모인 우리는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라 다들 조금 들떠 있었고, 방송국 마크가 찍힌 두 대의 검은 승합차에 나눠 타 통영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 전 곰 프로듀서는 2열의 의자를 뒤로 돌려 3열과 마주보도록 만들었다. 차가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서자 그는 나에게 포커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해본 적이 있다고 하니 가는 동안 재미삼아 치자면서 카메라 박스를 가운데 놓아 테이블처럼 만들더니 그 위에 트럼프 카드를 올려놓았다. 제작진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지 주섬주섬 자세를 잡고 포커를 칠 준비를 했다. 돈을 걸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곰 피디는 준비해 온 바둑알을 모두에게 분배해주었다. 갑자기 무슨 도박인가 싶어 몸을 움츠렸던 나와 다른 출연자들도 바둑알을 보고는 긴장을 풀었다. 포커는 통영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곰 피디의 원맨쇼였다. “아, 스페이드 킹은 영하씨가 들고 있구나.” 그는 다른 사람이 들고 있는 패를 투시하듯 다 알았고, 판에 깔린 바둑알을 모두 거둬들였다가 나눠주기를 반복했다.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좁은 승합차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끝없이 계속되는 포커에 다들 조금씩 지쳐갔지만 그의 눈만은 반짝였다. 그는 우리에게 포커가 얼마나 재미있는 세계인지를 알려주고 싶어했다. 그에게 포커는 과학이면서 심리학이고, 인생 학교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평소 오목도 잘했다. 오목을 애들 장난쯤으로 비웃는 사람들을 만나면 바로 가방에서 휴대용 바둑판과 자석 바둑알을 꺼내 한 판 둬보자고 졸랐고, 됐다 하면 이겼다. 방송국 휴게실에서도 그는 틈만 나면 몸을 웅크리고 오목을 두었는데 그를 꺾었다는 사람을 못 봤다. 오목에도 바둑처럼 15급부터 9단까지 급수가 있다는 것 역시 그를 통해 처음 알았다. 승합차 안에서 그는 포커의 ‘과학’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나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고, 사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들어보니 포커라는 게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것 같았는데 차가 흔들려 자꾸 멀미 기운도 올라오고 해서 나의 뇌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래도 운이 좋으면 한 판이라도 이기겠지 싶어 터무니없는 블러핑도 해보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전혀 먹히지 않았다. 포커는 승합차가 지리산 어딘가의 휴게소로 들어서면서 끝났다. 함께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나는 그에게 도대체 어떻게 이 정도로 포커 실력을 키웠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독학이라고 답했다. 오목처럼 포커도 하나의 기술이며 그래서 열심히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호한 표정으로, 용돈이 좀 필요하면 포커를 하러 가고, 적당히 따면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물러난다고도 했다. “영하씨, 포커에서 제일 중요한 거 하나 알려줄까요?” 그러지 않아도 나는 원래 누구에게든 이런 질문을 잘 던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바리스타를 만나면 커피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가요, 라고 묻고, 건축가를 만나면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예요, 라고 묻는다. 로스팅을 하는 바리스타는 무엇보다 생두의 품질이라고 말했고, 건축가는 물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가 포커에서 제일 중요한 것 하나를 스스로 알려준다니 비록 포커를 계속할 것은 아니었지만 솔깃했다. “뭔데요?” “잘 모르겠는 판에는 함부로 끼지 마세요.” “왜요?” “나보다 고수가 있을 수 있거든. 처음 보는 사람이 앉아 있는 포커판에 어쩌다 끼게 되면 나도 그냥 학교만 가요. 절대 크게 걸지 않아요.” 기본 판돈만 걸고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운이 좋으면 고수를 이길 수도 있잖아요? ‘초심자의 운’, 그런 것도 있고.”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어요. 장기전으로 가면 절대 못 이겨요.” 통영까지 가는 내내 판판이 깨진 터라 그의 장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먼저 그 판에 나보다 고수가 있는지를 살피고, 없다 싶으면 그때부터 제대로 게임을 해요.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나는 이런 게임을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처음 접했고, 그래서인지 그의 말은 어딘가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열심히 들어주자 그는 자기만의 비밀을 보너스로 하나 더 알려주었다. “포커판에서는,”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1등이 아니라 2등을 해야 돼요.” “왜요? 1등이 제일 많이 벌잖아요? 영화 같은 데 보면 한 사람이 싹 다 쓸어가던데요?” “그거야 영화니까 그런 거고, 1등 크게 한 번 하는 것보다 꾸준히 2등을 하는 게 최선이에요. 2등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개평 달라고 보채는 사람도 없고…….” 1995년에 삼성그룹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유행시킨 시리즈 광고를 내놓았다. 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나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찰스 린드버그 등을 내세워 오직 세계 일류만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02년의 곰 피디는 삼성그룹의 슬로건에 맞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2등이 최고’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후 1등으로 잘나가던 이들이 법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시련을 겪고 이카로스처럼 추락할 때마다 나는 지리산 어귀의 휴게소에서 2등이 최고라고 말하던 프로듀서를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남들 눈에 띄지 않은 채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최선을 다해 2등을 하고 있을 얼굴 없는 고수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후로 사람을 보는 관점도 조금 바뀌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등 지향의 곰 프로듀서보다 더 멀리 가면 아예 쓸모 자체가 없어야 좋다는, 이른바 ‘무용(無用)의 용(用)’을 주창하는 장자莊子가 있다. 장자는 쓸모 있는 나무는 그 쓸모 때문에 일찍 벌목되므로, 쓸모가 오히려 제 몸에 해를 입힌다고 말했다. 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자르지 않은 나무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잘라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나무라 자르지 않았다는 나무꾼의 말에 장자는, 이 나무는 쓸모가 없어 천수를 다할 수 있었다고 제자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도 아니다. 살아남은 자는 그냥 살아남은 자이고, 그 이유와 방법도 어쩌면 자신만 알거나 아니면 자기도 모를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그들이 인생이라는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남아 여기까지 와 있는지 속속들이 알 도리가 없다. 일부러 2등에 머물거나, 확고한 신념으로 ‘잘라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나무’로 존재하는 이들이 내 주변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에 대하여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나의 이십대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로 시작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외우는 이들과 함께였다. 그 시는 이렇게 끝난다. “그러나 지난밤 꿈속에서/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강한 자는 살아남는다”/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살아남은 자들이 부끄러워하던 시대는 가고, 곧 1등이든 2등이든 무조건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라는 시대가 왔다. 지금은 너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오직 단 한 명만이 살아남는다는 ‘오징어 게임’, 서바이벌 게임의 세계관이 스크린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은밀히 믿고 있다. 액정화면 밖 진짜 세상은 다르다고. 거기에는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 수필 「무용의 용」,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서 ▮김영하 사진 출처 <나무위키> 소설가. 1995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 장편소설로 『작별인사』, 『살인자의 기억법』,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호출』이 있고, 산문 『여행의 이유』, 『오래 준비해온 대답』, 『다다다』 등을 냈다.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일과 일본에서 각각 독립출판사문학상과 번역대상을 받았다. 30여 개국에 작품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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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40) 권대근의 2등철학의 역설, 살아남음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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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9) '송명화 ‘소멸에서 생성으로, 굽은 등에서 세계로’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9) 송명화 ‘소멸에서 생성으로, 굽은 등에서 세계로’ 정선모의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 송명화/ 문학평론가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는 성찰의 깊이가 남다른 수필이다. 작가는 관찰자이면서 존재의 이면을 읽어내는 견자다. 노인의 굽은 등에서 돌봄을 보고, 키스투스의 발화에서 소멸 이후의 생성을 보고, 고래의 죽음에서 해양 생태계의 생성을 본다는 점에서 작가는 ‘보이는 현상 너머의 관계’를 보는 견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는 휠체어를 미는 노인의 굽은 등 곡선에서 돌봄의 시간을, 한 인간의 자기 소모 속에서 다른 생명의 지속을 발견한다. ‘생명이란 본디 소멸의 재를 먹고 자라는 법’이라는 표현이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철학이다. 정선모는 시선을 일상에서 자연으로, 자연에서 존재론으로 이동하며 대상을 하나의 의미체로 재구성해낸다. 노인의 구부러진 등을 ‘아내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굳어진, 고단하지만 숭고한 생의 훈장’이라 하였다. 그 등에서 작가는 ‘자신의 형태를 바꾸어 사랑하는 이의 생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을 본다. 키스투스의 불과 고래의 심해를 거쳐 노인의 돌봄을 하나의 생명 순환으로 연결한다. 작가는 식물과 동물의 생명 현상을 인간의 삶과 연결하고, 인간의 돌봄에서 자연의 생태적 순환으로 사유를 확장함으로써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사유의 확장은 키스투스와 고래, 노인의 돌봄이라는 세 모티프가 하나의 주제를 향해 수렴하는 과정에서 선명해진다. 이 작품의 중심 사유는 ‘소멸과 생성의 역설’이며, 소멸은 그 사유를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다. 키스투스와 고래에게서 소멸은 새로운 생명을 낳는 자연의 순환으로 나타나고, 노인에게서는 자기 소모를 통해 타자의 생명을 지속시키는 돌봄의 윤리로 나타난다. 고래의 죽음은 생태계의 생성과 보존이라는 결과를 불러오고, 신록은 새싹이라는 형태로 생명의 귀환을 알린다. 소멸이라는 하나의 모티프가 서로 다른 존재 영역을 횡단하며 의미를 변형하고 증식하는데, 모두가 중심생각을 지지하고 있어 통일성을 확보한다. 이런 구성은 작품에 구조적 완결성과 사유의 다층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반면 결말부에서 추상적이고 가치 판단적인 어휘를 거듭 사용하여 의미를 강하게 규정하는 방식은 작품의 주제를 부각시키며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여백을 다소 좁히기도 한다. 소멸을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으로 전환하는 생태적 상상력 또한 이 작품을 남다르게 한다.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생명 순환 안에 놓여 있다는 인식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다. 키스투스는 불과 열을 통해 잠자던 씨앗을 깨우는 존재로, 고래는 자신의 사체로 바닷속 생태계를 먹여 살리는 오아시스로 형상화된다. 식물인 키스투스와 동물인 고래의 생명 현상을 찾아낸 것은 이 글을 본격수필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다. 지상에서 위로 솟구치는 불과 심해로 가라앉는 고래의 사체라는 상반된 운동이 모두 생명을 되살리는 힘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휠체어를 미는 노인의 등을 보고 있다. 노인의 ‘심하게 구부러진 등’에서 노인의 헌신과 사랑을 읽어내고 그것을 숭고한 가치로 의미화한다. 이 수필에서 작가가 돌봄을 숭고한 헌신으로 받아들이게 된 배경은 ’몹시도 굽어‘, ‘하루도 빠짐없이’, ‘손길에 정성이’로 간단히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생략은 돌봄과 자기소진이 어떻게 생명을 잉태하는 책임 윤리로 전환되는지를 독자가 상상하게 하는 한편, 주인공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노인의 굽은 등을 돌봄의 숭고함으로 해석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숭고함이 너무 빨리 부여되면서 돌봄의 고통과 피로, 인간적 갈등의 층위가 다소 지워진다. 평자는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를 ‘헌신적인 부부애’를 다룬 수필이라기보다, 소멸을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생성의 과정으로 사유한 작품으로 읽었다. 이 글은 자연의 생태적 순환과 인간의 희생 윤리를 동일한 생명원리로 묶어 생명과 소멸, 헌신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등이 굽은 이웃 노인이 병든 아내를 산책시키는 장면을 본 구체적 경험을 생명과 소멸에 관한 보편적 사유로 확장하고 조직한 데서 이 수필의 문학적 성취가 빛난다. 한마디로 평범한 관찰을 생명과 소멸에 관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한 본격수필이라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제8대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초대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도서비평가협회 부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7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 대상(수필) 등 수상 굽은 등으로 여는 생의 오아시스 정선모 온 천지가 신록으로 출렁이는 계절이다. 마른 나뭇가지의 침묵을 뚫고 솟아오른 연둣빛 새싹들이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양을 보고 있으면, 생명이란 본래 소멸의 재를 먹고 자라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 같은 겨울을 견뎌낸 저 여린 것들의 기척은, 세상의 모든 생이 빛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 때 누군가는 기꺼이 바닥으로 내려앉아 토양이 되었음을 말해준다. 매일 아침 베란다 창 너머로 한 폭의 풍경화를 마주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픈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느릿느릿 산책길을 나서는 이웃 할아버지의 뒷모습이다. 휠체어를 미는 노인의 등은 몹시도 굽어 있다. 그 구부정한 곡선은 오랜 세월 투병하는 아내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굳어진, 고단하지만 숭고한 생의 훈장이다.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중해의 척박한 바위틈에 사는 키스투스라는 나무가 떠오른다. ‘바위장미’라고도 부르는데 향료와 약제로 쓰이기도 한다. 키스투스는 화려한 꽃을 피우거나 무성한 그늘을 만드는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지독한 건조함을 견디며 제 몸 안에 불타는 물질을 채운다. 마침내 모든 것이 바싹 마른 여름날, 키스투스는 스스로 불타오른다. 나무기 한 줌 재가 되어 흩어지면 그 열로 씨앗이 열린다. 무엇에도 열리지 않는, 단단하게 잠겨 있던 씨앗의 빗장을 푸는 유일한 열쇠는 바로 제 몸을 태운 열인 셈이다. 휠체어를 미는 할아버지의 굽은 등 역시 자신을 태워 아내의 남은 생을 지키는 처연한 불꽃과 닮았다. 자신의 기력을 소진하며 아내에게 바깥세상의 공기와 햇살을 수혈하는 그 행위는, 소멸을 통해 다음 생의 문을 여는 키스투스의 산고(産苦)와 다르지 않다. 대지의 불꽃이 소멸의 시작이라면, 푸른 바다의 심연에는 또 다른 형태의 숭고한 몰락이 존재한다. 수명을 다한 거대한 고래가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의 영토로 가라앉는 순간, 불모의 심해는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고래의 사체는 수십 년간 수백 종의 생명을 먹여 살리는 거대한 오아시스가 되어준다. 자신의 육신을 허물어 깊은 바다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는 고래처럼, 할아버지의 지극한 간병은 아내라는 작은 우주를 지탱하는 든든한 안식처가 된다. 노부부가 지나간 자리에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감돈다. 눈부실까 예쁜 모자도 씌워주고, 추울세라 꽃무늬 담요도 무릎에 덮어주는 손길에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구부정한 등은 키스투스의 그을린 밑동이며, 아내를 향해 쏟아붓는 헌신은 심해의 생명들을 먹여 살리는 고래의 뼈와 같다. 할아버지는 조금씩 작아지고 스러져가고 있지만, 그것은 허무로 돌아가는 무의미한 몸짓이 아니다. 자신의 형태를 바꾸어 사랑하는 이의 생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흔히 삶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채워가는 일이고, 죽음이란 그릇이 깨져 모든 것을 잃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휠체어 바퀴가 구르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생과 사의 경계는 안개처럼 뒤섞인다. 타버린 자리가 비어 있기에 새로운 싹이 돋고, 거대한 존재가 내려앉았기에 작은 생명들이 둥지를 튼다. 노인의 등 뒤로 펼쳐진 신록이 유독 눈부신 이유는, 그곳에 자신을 기꺼이 허락한 존재의 아름다운 소멸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비워지는 고통은 결국 채워지기 위한 거룩한 준비다. 지금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불꽃을 태우고 있거나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의 무게를 견디는 이가 있다면 잊지 말 일이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그 중력은 누군가에게 가장 깊은 안식처가 되기 위한 성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음을. 잿더미 위에서 돋아나는 연초록 새순처럼 나의 소멸은 누군가의 생을 긷는 숭고한 사랑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음을. 장엄하게 가라앉아 오아시스가 된 고래처럼, 우리네 고통 또한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싹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단단한 대지가 된다는 사실을. ▮정선모 주요 약력 △ 1989년 월간 《한국시》 등단 △ 현재 도서출판 SUN 대표. 한국디지털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수필문학상(2003년), 신곡문학상(2013년), 한국산문문학상(2014년), 현대수필문학상(2019년) 수상△ 수필집 《빛으로 여는 길》, 《지휘자의 왼손》, 《바람의 선물》, 《너를 위한 노래》, 《우는 방》, 수필선집 《아버지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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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9) '송명화 ‘소멸에서 생성으로, 굽은 등에서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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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7) 최혜영 ‘흔들림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평형’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7) 최혜영 ‘흔들림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평형’ 조자영의 ‘평형수를 생각하다’ 최혜영/문학평론가 수필은 흔히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고백의 문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조자영의 수필 <평형수를 생각하다>는 그러한 안일한 통찰의 단계를 넘어, 삶의 근원적인 흔들림과 주체의 균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깊은 사유의 지평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감상적 고백을 넘어, 흔들리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균형을 성찰하는 깊이 있는 사유의 텍스트이다. 이 작품의 도입부를 여는 것은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요동치는 배의 풍경이다. 저녁을 먹다 마주한 TV 화면 속 선박의 모습은 작가에게 삶의 균형이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배가 균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평형수를 조절하듯, 인간의 삶 역시 역경이라는 거친 파도를 마주할 때 내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장면은 일상의 사물을 단순한 비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존재의 균형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키는 핵심 장치가 된다. 그러나 화자가 바라본 자신의 내면은 안정적이지 않다. “나의 평형수, 그것은 가끔 너무나 허술해서 비워야 할 때 차 있고 채워야 할 때 비어 있기 일쑤다”라는 구절은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화자는 비워야 할 자리에 아집과 오만이 들어차 있고, 편견이라는 짐 때문에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또한 “균형 잃은 일엽편주가 되어 하루를 버텨내기에 급급하다가 끝내 난파되고 마는 밤도 있다”는 진술은 삶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불완전성과 내면의 흔들림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러한 자기 성찰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배우자를 “신이 결핍과 나머지를 적절히 맞추기 위해 보내신 스승”이라는 대목은, 동반자가 단순한 삶의 짝을 넘어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깨닫게 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인간관계는 자신의 결핍을 발견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삶의 무게중심은 스스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조율되어 간다. 화자의 이러한 성찰과 변화의 과정은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소유(To Have)’와 ‘존재(To Be)’의 삶의 양식과 맞닿아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가치관을 움켜쥔 채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는 프롬이 말한 ‘소유’의 삶에 가깝다. 반면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 함께 성장하려는 모습은 ‘존재’의 삶을 지향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이 지닌 문학적 깊이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문학평론가 권대근 박사는 프롬이 제시한 ‘소유’와 ‘존재’의 틀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생성(Becoming)’의 차원까지 확장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고정된 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형성해 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삶의 갈등과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새롭게 조율해 가는 모습은 인간 존재의 역동성과 형성 과정을 드러내는 생성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작품 후반부에서 화자는 부모와 형제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내면의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동요하는 감정의 평형을 유지하며 고요한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올까”라는 고백은 완성된 인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생성’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흔들림은 실패의 징표가 아니라, 내면의 성숙을 이끌어가는 여정이다. 결국 이 작품의 핵심 제재인 평형수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물리적 장치를 넘어, 자신을 조율하며 끊임없이 형성되는 주체를 드러내는 ‘생성’의 은유로 기능한다.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중요한 것은 흔들림이 없는 삶이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조자영의 <평형수를 생각하다>는 일상의 경험을 철학적 사유로 확장하고, ‘평형수’라는 독창적인 상징을 통해 삶 속에서 자신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성찰한다는 점에서 수필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다. 특히 삶의 균형을 ‘생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방식과 변화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수작(秀作)이라 할 만하다. ▮최혜영 주요 약력 △에세이문예 평론 등단(2007)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박사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한국본격문학가협회 부회장 △에세이문예 부주간 △에세이문예 수필계간평 집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감사 △부산문인협회 이사 △권대근문학상 자문위원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한국에세이 평론상 △부산수필문학협회 작품상 △부산북구문인협회 작가상 수상 △공저, 『오늘의 수필 비평1,2,3』 ▮조자영<평형수를 생각하다>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 위, 배가 흔들린다. 저녁을 먹다 말고 TV 화면 속에 눈길이 머문다. 속수무책 요동치는 배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평형수’가 떠오른다. 배의 균형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바닥짐, 평형수. 물건을 실으면 그만큼 덜어내고 내릴 땐 다시 채워 무게중심을 잡는다. 거친 파도를 만나 역경에 처할수록 평형수의 역할은 지대하다. 나의 평형수, 그것은 가끔 너무나 허술해서 비워야 할 때 차 있고 채워야 할 때 비어 있기 일쑤다. 쓸데없는 아집과 오만이 들앉아 있어 새로운 것들을 채울 공간이 없기에 늘 흔들린다. 편견이라는 짐을 미리 채워버린 탓으로 내 감정에만 충실해 다른 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균형 잃은 일엽편주가 되어 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하다가 끝내 난파되고 마는 밤도 있다. 신은 결핍과 나머지를 적절히 맞추기 위해 배우자라는 스승을 보내셨단다. 어쩌다 어른이 된 나는 남편으로 하여 단련되고 자식으로 인해 모가 깎이며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자식은 때론 자부심이 되고 가끔은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하며 사랑을 가르치고 인내와 겸손까지도 알게 한다. 제 한 몸 살아가는 것도 힘이 드는 시대라고 한다. 가족이 힘이 아니라 짐이 되는 세상이라고도 한다. “각자 알아서 잘 살자. 늙어서도 절대 짐이 되지 않을 테니 너희도 행여 기댈 생각 말아라.” 두 아들이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되뇌던 남편의 말에 “사람 일 어찌 될 줄 모르는데 너무 인정머리 없다.” 하며 타박하던 나. 속절없이 흔들리는 집안의 어른들을 보며 요즘 들어 그의 말에 자꾸만 머리를 끄덕이고 있는 내 안의 평형수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 균형감이란 늘채 쌓인 조화로움의 산물일 것이다. 언젠가 어느 초등학교 건물에서 보았던 문구가 떠오른다. ‘밝고 맑고 조화로운 인간’ 교훈으로 보이는 그 말은 한동안 뇌리에 남아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평생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하늘의 명을 알아차리는 나이, 지천명(知天命)을 넘어서며 내게 가장 부족한 덕목이 바로 ‘조화’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모임이나 단체 생활에서 간혹 조화로운 사람을 만나면 보석처럼 귀하게 여겨진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갖추었다면 말 그대로 군계일학(群鷄一鶴), 낭중지추(囊中之錐)인 존재다. 좌도 우도 아닌 중간 어디쯤의 균형 잡힌 관점과 쉬이 달뜨지 않는 평정심으로 깊은 물처럼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다만 그와 정반대의 인간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조화투성이인 나다. 더욱이 요 며칠, 감정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 잦다. 갱년기인지 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언짢은데 의도치 않게 부모, 형제의 마음을 중재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탓이다. 진실은 늘 존재하기 마련일진대 가까운 사이일수록 바른말을 한다는 건 세상 가장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진실한 게 늘 답은 아니야.’ 하며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 보면 중재는커녕 내 몸 하나 중심 잡기도 힘들 때가 있다. 마음이란 게 늘 합리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그리 받아들이지 못함에 화가 나고, 어느 편도 녹록지 않아 스스로 고달프기만 한 걸 보면 난 한참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에도 열두 번 동요하는 감정의 평형을 맞추어 고요한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매일 파도처럼 출렁일지라도 부단히 바닥짐을 덜고 더하며 태연한 척 사는 게 인생인 건가. 인간의 삶에 신은 교묘하고도 시의적절하게 개입해 살 수 있는 만큼의 평형수를 맞춰놓는다고 믿는다. 정신없이 흔들리다가도 어느새 또 중심을 잡으며 삶이 이어지는 걸 보면. 살다 보면 또 살아지는 걸 보면…. <2026년 한국산문인 봄호> ▮조자영 대한문학 등단(2016년), 광주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시들지 마라 피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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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7) 최혜영 ‘흔들림 속에서 생성되는 삶의 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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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 기록하다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 발표, 여행을 넘어 삶과 인간을 성찰한 감동의 에세이
- 【지구일보】 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체험과 성찰을 담은 여행에세이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를 대한기자신문에 발표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낯선 대륙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과 문화, 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여행수필이다. 광활한 초원과 야생동물, 다양한 부족 문화와 역사적 현장을 생생한 필치로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아프리카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통해 삶의 본질과 공존의 가치를 성찰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섬세한 문체와 따뜻한 시선이 어우러진 이번 작품은 여행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송정자 수필가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제3회 권대근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문학은 삶의 현장을 진정성 있게 기록하며 인간과 자연을 잇는 따뜻한 감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송정자 작가는 경남 밀양 출생으로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회원이며, 미미래수필문학회 사무장, 동대문문인협회 감사 및 편집위원, 정독수필다스림 회장 등을 맡아 활발한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수필』 등단 이후 제43회 강원경제신문 코벤트가든문학상, 제4회 설총문학상, 제7회 동대문문학상, 제3회 권대근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2026년에는 지구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다시 한번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수필집 『f홀의 위로』에 이어 두 번째 작품집 『누에나비의 척수가 되어』를 통해 송정자 작가는 인간 존재의 내면과 삶의 흔적을 더욱 깊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그의 수필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상처 입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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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신춘문예 출신 송정자 수필가, 44일간 아프리카 8개국 기록하다 『카렌을 만난 아프리카』 발표, 여행을 넘어 삶과 인간을 성찰한 감동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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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 김이나 수필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를 읽고 권대근/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김이나는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이다. 평자는 TV 속에 비친 그녀의 언설 속에서 언어의 품격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우연히 명수필집을 찾으려 간 서점 가판대에서 김이나 에세이집을 발견했다. 수필가는 아니지만 유명인이 쓰는 수필 중에도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일상주의자의 감각』이란 그녀의 에세이집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대중음악 작사가 김이나의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전문 수필가가 아닌 비문학인의 글이다. 그러나 문학은 직업이 아니라 작품이 증명한다. 문학적 성취는 작가의 이력보다 언어가 얼마나 새로운 인식과 미적 경험을 창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수필이 도달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이 글은 대중가요를 문화 현상으로 설명하는 칼럼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시대와 인간의 결핍을 읽어내는 하나의 문학적 사유이다. 일상적 소재에서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개인의 체험을 사회적 성찰로 확장하며, 끝내 인간 존재의 위로라는 보편적 가치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학성을 획득한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매우 사소하다. 015B의 「텅 빈 거리에서」에 등장하는 '손에 쥔 동전 두 개'는 단순히 공중전화 요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생활 방식과 감정 구조를 되살리는 문화적 기호가 된다. 이어 삐삐, 찢어진 청바지, 인스타그램 같은 일상적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노래는 단순한 유행가를 넘어 시대를 봉인한 '타임캡슐'로 변모한다. 김이나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중가요를 낯선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음악은 귀로 듣는 오락이 아니라 시간을 저장하는 기억의 장치가 되고, 독자는 익숙했던 노래 속에서 시대의 흔적을 새롭게 읽어낸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는 수필이 지닌 중요한 문학적 기능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 글의 사유는 개인의 추억을 회상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존 레넌의 「Imagine」, 정태춘의 「92년 장마, 종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거치면서 음악은 시대 저항과 자유를 증언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다시 신해철과 색종이, 자이언티의 노래를 경유하면서 작품은 시대마다 음악이 담아내는 결핍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포착한다. 기억의 노래에서 저항의 노래로, 다시 위로의 노래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대 변화에 따른 인간 욕망의 이동을 하나의 서사처럼 보여준다. 개별 노래들은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논리를 구축하는 유기적 장치가 되며, 음악 이야기는 어느새 시대를 읽는 문화비평으로 깊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라는 문장에서 하나의 통찰로 응축된다. 이 문장은 대중가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시대가 가장 부족하게 느끼는 감정과 욕망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문화적 지표라는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노래가 '위로'를 노래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거대한 이념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작은 위안이라는 사실을 김이나는 음악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넘어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철학적 성찰에 이른다. 예술은 시대의 상처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며, 노래는 시대가 말하지 못한 결핍을 대신 발화하는 언어가 된다. 작품의 문체 또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분석은 치밀하지만 차갑지 않다. 개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자랑이나 추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는 자신의 경험조차 시대가 요구하는 위로의 형식을 설명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자기 체험이 자연스럽게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에서 수필은 사적인 기록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목에 담긴 '작은 쪽지'의 상징성이 결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Imagine』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마지막 문장은 거대한 평화의 담론과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메모를 대비시키며 작품 전체를 하나의 상징으로 통합한다. 처음에는 음악을 이야기하던 글이 마지막에는 인간관계와 존재의 외로움으로 귀결되는 자연스러운 전환은 이 작품이 단순한 음악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학적 수필임을 보여준다.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리듬은 유연하다. 다양한 노래와 시대적 사례를 인용하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것은 설명과 성찰, 정보와 감성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언어는 가볍지 않고, 논지는 명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작사가로서 축적된 언어 감각이 산문의 결을 한층 깊고 섬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수필의 가장 큰 미덕은 개인의 기억을 시대의 기억으로, 시대의 기억을 다시 인간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키는 수필적 힘에 있다. 작품 속에서 음악은 단순한 예술 장르가 아니라 시간을 기록하는 기억의 장치이며, 시대의 결핍을 드러내는 문화적 텍스트이고, 마침내 인간을 위로하는 작은 쪽지가 된다. 이러한 의미의 확장은 수필이 지닌 사유의 미학을 충실하게 구현하며, 독자로하여금 익숙한 대중가요를 새로운 인식의 대상으로 다시 만나게 한다.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대중가요를 소재로 삼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외로움과 시대의 결핍, 그리고 위로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의미망 속에 배치하여 독자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일상의 문화 현상을 존재론적 성찰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룬다. 비문학인의 글이라는 사실은 오히려 문학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문학은 장르나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경험을 새로운 인식과 아름다운 언어로 변형하는 창조 행위에서 탄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는 시대를 기록하는 문화비평이면서도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현대수필의 모범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하겠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중)하북미술대 객좌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음악이라는 작은 쪽지 김이나/ 작사가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를 쥐고 거리에 선 주인공을 그린 015B의 <텅 빈 거리에서> 가사에서 우리는 이 노래가 발매된 때가 공중전화가 있던, 20원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절임을 알 수 있다. 1990년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대중가요는 종종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1992년 발매된 김건모의 <첫인상>에는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 소개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의 상대가 나타났음을 말하는 가사가 나온다. 요즘은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를 보기가 힘들다. 쿨의 히트곡 <애상>에는 삐삐 쳐도 아무 소식 없는 연인에 대한 원망이 나온다. 피부에 닿는 듯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로 인해 대중가요는 타임캡슐 노릇을 하게 된다. 딘의 <인스타그램>을 “그런 걸 하던 때였어?”라고 말하며 놀랍다는 듯 감상할 날도 언젠가 올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시대가 묻어나는 노래가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시대를 담는 노래도 있다. 전쟁에 지친 시대에 비틀스의 존 레넌은 에서 종교와 국가가 없는, 그래서 싸울 필요가 없는 유토피아를 노래했다. 이 노래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저작권을 관리한 오노 요코가 가장 많이 받은 요청은 ‘종교도 없는(and no religion)’이라는 가사를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논란은 세월을 지나 먼지처럼 흩어지고, 은 지금 평화를 상징하는 가장 의미 있는 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태춘이 작사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르포에 가까운 디테일을 담고 있다. 투쟁과 저항이 식어버린 서울 거리를 묘사하며 아쉬움을 표현한 이 노래는 정식 발매가 불가능했다. 정태춘은 당시 통제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저항하는 의미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앨범 발매를 강행해 불구속 기소되기까지 했다.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향한 움직임은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이어받아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시대를 담아낸 가사는 시대 저항과 자유에 대한 갈망뿐일까. 그렇지 않다. 1990년대 중반 호황기 수많은 가요는 젊은이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신해철은 <재즈 카페>에서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등 ‘우리에게 오지 않은 것들’을 향유하는 공허하게 취한 풍경을 비판했다. 색종이는 <사랑이란 건>의 엔딩에서 내레이션으로 당시의 오렌지족을 나무랐다. 당시엔 씁쓸했던 노래인데 요즘에는 부럽기도 하다. 지나친 호시절로 인한 공허함이 문제였다니. 작사가는 시대의 결핍을 읽게 된다. 지금 세대가 원하는 메시지가 상업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이언티가 <꺼내 먹어요>를 발매했을 무렵 개인적으로 애를 먹었다. ‘<꺼내 먹어요> 같은 가사를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대단한 슬픔에 거창한 위로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냉장고에서 그때그때 꺼내 먹을 수 있는 작은 위로의 노래다. 이를 한 번의 현상이라 볼 수는 없는 이유는 이 노래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음악업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위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지표다. 세계평화도, 시대의 부조리함도 나의 오늘 하루 밥 한끼 앞에선 무력하다. 요즘 청춘이 원하는 것이 이토록 작고 소박한 것임을 가요의 흐름에서 확인한다. ‘힐링’이라는 말이 길가에 뒹구는 전단지 같은 단어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에 대한 무수한 요구를 시장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힐링 토크, 힐링 강연이 성행이다. 사람들을 모아 앉혀놓고 이야기를 늘어놓는 풍경은 따분할 법도 한데, 청년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들은 어른다운 어른들의 위로와 조언을 듣기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요는 때론 저 하늘에 크게 띄워져야 할 것 같은 평화의 메시지가 되거나, 밥상머리에 놓인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가 된다. 내게는 왠지, 작은 쪽지 같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마음들이 안쓰럽다. 별것 아닌 위로 한마디 건네줄 누군가의 부재(不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낯간지러워 건네기 어려워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존 레넌의 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에세이집 <일상주의자의 감각> [사진출처] 김이나 에세이집 표지에서 ▮김이나 작사가.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 히트곡만 300여 곡이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의 <숨>, 아이유의 <좋은 날>,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 아이브의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들의 노랫말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2025년 골든디스크 어워즈가 한국대중음악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음악인 40인을 선정한 ‘골든디스크 파워하우스 40’으로 선정되었다. 2019년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다. 2020년부터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제27대 별밤지기가 되어 매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공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 부문 신인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김이나의 작사법』, 『보통의 언어들』,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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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35), 권대근 ‘작은 쪽지가 시대를 위로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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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권대근 교수의 이명지 작품론 '해석학적 전유와 재구성의 미학'
- 이명지 작품론 해석학적 전유와 재구성의 미학 권대근 문학박사, 중국 하북미대 객좌교수 Ⅰ. 로그인 수필가 이명지는 프롤로그에서 “책을 읽는 일은 누군가의 삶을 잠시 빌려 걷는 일이다. 그 속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으며, 까닭 모를 울림도 있다. 나보다 먼저 무엇을 알아채고, 내 안의 상처를 어루만졌던 문장들, 그 만남이 깊을 때 그냥 거기 걸음을 멈추고 오래 서성거렸다.”라고 썼다. 이 고백은 단순한 독서 예찬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문장을 통과해 결국 자기 삶의 자리에 도달하려는 한 수필가의 태도 선언에 가깝다. 이명지에게 책은 지식을 축적하는 대상이 아니라, 먼저 살아본 이의 시간을 잠시 빌려 자신의 시간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그래서 그녀는 문장을 ‘읽는다’기보다, 그 문장 앞에 서서 자신을 ‘읽힌다’고 말한다. 타인의 삶을 걷다가 문득 멈춰 서성거리는 순간, 독서는 감상이 아니라 성찰이 되고, 해설은 해석을 넘어 자기 고백으로 확장된다. 이 산문집 <그리고 나를 읽었다>에 실린 시, 시조, 동시, 수필, 소설 등에서 발췌한 명문의 토막 역시 그러한 독서 태도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각각은 하나의 문장에서 출발하지만, 끝내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나의 자리’다. 인용은 출발점일 뿐 중심은 해설하는 주체의 삶이며, 타인의 문장은 자기 생의 국면 속에서 다시 의미를 얻는다. 그러므로 이명지의 산문을 읽는 일은 단순히 작품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이 문학을 매개로 어떻게 자신을 성찰하고 재구성하는지를 목도하는 일이다. 본고는 60여 편의 산문을 매개로 전개된 이명지의 산문세계를 하나의 비평적 시야 안에서 통합적으로 조망하려는 시도이다. 그녀의 글은 형식상 특정 작품을 읽고 감상을 덧붙이는 ‘해설’의 외양을 띠지만, 실제로는 인용문을 경유하여 자기 삶을 재해석하고 현재의 존재를 재정립하는 성찰적 글쓰기라는 점에서 독자적 위상을 지닌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서 시작된 ‘비뚤어질 권리’의 재해석, 한혜경의 <시간의 걸음>을 통해 확장된 기다림의 윤리, 김연수의 <디 에센셜 김연수>에서 길어 올린 시간 의식,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을 매개로 한 유년의 상처 직면 등은 모두 인용문에 대한 반응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의 재서술이다. 이명지 산문의 핵심은 ‘읽기’에 있지 않고 ‘다시 쓰기’에 있다. 그녀는 텍스트를 수용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것을 자기 생애의 맥락 속에 옮겨 심는다. 이 과정에서 인용은 권위가 아니라 촉매가 되며, 해설은 감상이 아니라 존재론적 탐색으로 확장된다. 그녀의 산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글의 주제보다는, 그 글들을 관통하는 해석 방식과 문체적 특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작가적 태도를 범주화하여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Ⅱ. 클릭 1. 인용의 전유와 재맥락화 이명지 산문에서 인용은 결코 장식적 장치가 아니다. 그녀는 원문을 인용한 뒤 그것을 해설하는 위치에 서지만, 그 해설은 텍스트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미를 이동시키고 확장하는 적극적 행위로 나타난다. 예컨대 하완의 ‘사십’이라는 나이를 ‘육십’으로 치환하는 대목은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해석의 주체적 개입이다. “육십 대도 한창 비뚤어질 나이다”라는 선언은 원문을 반복하는 대신, 자신의 생애 단계에 맞게 다시 구성한 결과다. 이는 독서 행위를 창조적 재배치로 전환시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유의 태도는 다른 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연애를 ‘자가 발전적 환상’이라 정의한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방식, 외로움을 고독이라는 능동적 상태로 재해석하는 방식, ‘담장’이라는 시적 이미지를 결혼과 글쓰기의 경계 허물기로 확장하는 방식은 모두 원문의 의미를 삶의 맥락 속에서 다시 조직한 결과다. 특히 공광규의 <담장을 허물다>를 다룬 글에서 담장은 물리적 경계가 아니라 관습과 자기검열의 은유로 변모한다. 인용은 시의 맥락을 벗어나 여행지의 체험, 이혼의 기억, 글쓰기의 자의식과 결합한다. 이처럼 인용문은 더 이상 고정된 의미를 지닌 텍스트가 아니라, 화자의 삶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기호가 된다. 이명지의 글에서 인용은 권위를 빌려오는 행위가 아니라, 권위를 해체하고 재배치하는 행위다. 그녀는 원문을 존중하되 그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독자는 인용문을 읽는 동시에, 그것이 화자의 생애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목격한다. 이 지점에서 그녀의 산문은 독후감과 구별된다. 독후감이 텍스트에 대한 반응이라면, 그녀의 글은 텍스트를 매개로 한 자기 재구성이다. 그녀에게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요약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시 배열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인용문은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 된다. 문장을 해설하는 동안 그녀는 결국 자기 내면의 결을 드러내고, 그 결을 통해 세계를 다시 바라본다. 이처럼 읽기와 쓰기가 하나의 순환을 이루는 자리에서, 이명지의 산문은 비평이면서 동시에 삶의 기록이 된다. 2. 자기고백과 체험의 서사화 자기고백을 중심에 둔 서사화 전략에서 이명지의 글은 문학적 힘을 갖는다. 기형도의 시를 통해 유년의 상처를 소환하고, 심리치료 장면과 겹쳐 놓는 대목은 문학이 개인의 무의식을 호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용문은 기억을 여는 열쇠로 기능하며, 글은 그 기억을 따라 서사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자신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귀 세 대’라는 구체적 사건을 드러내며 상처의 근원을 직면한다. 자식의 딩크 선언을 다룬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치 내 인생을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라는 고백은 부모로서의 상실감을 숨기지 않는다. 이 솔직함은 글을 도덕적 훈계로 흐르지 않게 한다. 그녀는 자식을 설득하는 대신,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한다. 그리하여 ‘관여’와 ‘간섭’의 경계를 성찰하게 된다. 이명지 산문의 힘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그녀는 타인의 선택을 비판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해부한다. 그 해부는 과장되지 않고 일상적이며, 그렇기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독자는 그녀의 글에서 완성된 교훈이 아니라, 진행 중인 성찰을 만난다. 감정은 결론을 향해 단정적으로 정리되기보다, 흔들림과 망설임의 과정을 드러낸 채 제시된다. 이러한 ‘과정의 노출’은 글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겹쳐 보게 만든다. 즉 고백은 사적인 토로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 공감의 통로로 확장된다. 더 나아가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탐색한다. 이 성찰의 시선은 감정을 즉각적인 판단으로 환원하지 않고, 시간의 층위를 따라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는 단정 대신 질문이, 확신 대신 사유의 여백이 남는다. 바로 그 여백이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을 비추어 보게 하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또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의 사례를 다룬 글에서도 감정은 직접적 영웅 숭배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저들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을 텐데”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쟁의 인간적 얼굴을 상기시킨다. 역사적 사실은 개인적 감정과 만나 윤리적 성찰로 변모한다. 이처럼 이명지의 해설은 사건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자기 삶에 던지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그녀는 영웅의 결단을 찬양하기보다, 그 결단이 남긴 삶의 무게를 함께 사유하려 한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도 한 사람의 아버지, 한 가족의 시간이 있었음을 환기함으로써 역사를 인간의 얼굴로 되돌려 놓는다. 그 결과 독자는 거창한 이념보다 구체적인 삶의 온기를 먼저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의 자기 고백은 단순한 체험담이 아니라, 삶을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진정성의 미학으로 자리한다. 3. 이미지 중심의 상징적 사유 이명지 산문은 추상적 명제를 곧바로 제시하기보다 구체적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작약과 아이리스의 대비는 욕망과 균형을 상징하며, 장마당의 냉이와 달래, 막걸리와 두부의 열거는 삶의 구체성을 촘촘히 직조한다. 이러한 사물의 구체성은 사유를 감각의 층위로 끌어내린다. 이정록의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를 다룬 글에서 ‘꽃을 심는 일은 시간을 심는 일’이라는 비유는 글쓰기와 삶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꽃은 기다림과 희망의 총합이며, 언어는 장마당에서 길어 올린 생의 파편들이다. 그녀는 저잣거리의 언어를 주워와 심는 행위를 통해 문학을 생활의 연장선에 둔다. 그리하여 추상적 ‘문학론’은 구체적 흙냄새와 손의 감각 속으로 스며든다. 사유는 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 세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그녀는 반복해 환기한다. 이러한 이미지의 축적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미 생성의 방식이다. 하나의 사물이 다른 사물과 나란히 놓일 때, 그 사이의 간극에서 새로운 의미가 발생한다. 예컨대 비에 쓰러진 작약과 곧게 선 아이리스는 대비를 통해 삶의 태도를 묻는 질문으로 전환된다. 장마당의 소박한 음식들은 궁핍의 표지가 아니라 생의 질감을 드러내는 기호로 기능한다. 그녀는 사물을 통해 삶을 말하고, 삶을 통해 다시 존재를 묻는다. 이 순환 구조 속에서 이미지는 사유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된다. 따라서 그녀의 산문에서 사물은 배경이 아니라 주체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 형상이 먼저 독자의 감각을 두드리고, 그 뒤에야 의미가 천천히 떠오른다. 결국 이명지는 이미지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사유하도록 이끄는 우회적이면서도 밀도 높은 글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또한 ‘견갑골 등성이 아래 후미진 골짜기’라는 외로움의 이미지, ‘담장’과 ‘바다’의 대비는 모두 상징을 통해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이미지 중심의 사유는 설교적 어조를 완화하고, 의미를 독자의 감각 속에서 발생하게 한다. 물론 때때로 결말부 담론층에서 명제가 직접적으로 제시되며 여백이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충분히 제시된 이미지의 층위가 사유의 기반을 형성하기에, 직설적 문장 또한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지를 통과해 도달한 명제이기에 일정한 무게와 밀도를 획득한다. 그녀의 글은 감각과 사유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지니며, 감각에서 출발해 존재로 나아가는 사유의 경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 설득 이전에 정서적 공명을 경험하게 만든다. 감각을 통과한 사유는 머리로 이해되기보다 몸으로 먼저 받아들여진다. 그리하여 이명지의 산문은 읽는 행위를 넘어, 느끼고 사유하는 체험의 장으로 확장된다. 4. 가치 지향과 삶의 실천성 이명지의 산문은 결국 삶의 태도로 귀결된다. ‘일일 일 사랑한다 말하기’라는 실천, 타인의 성장 속도를 존중하겠다는 다짐, 자식을 주연으로 세우는 연출가가 되겠다는 깨달음,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은 모두 문학을 삶의 실천으로 연결하는 장면들이다. 그녀의 글에서 문장은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읽기의 순간이 곧 삶을 조정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녀의 산문은 관조적 사색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결단의 언어를 동반한다. 문학은 그녀에게 위안의 장르이면서 동시에 삶을 단련하는 훈련의 장이 된다. 이러한 태도는 문학을 현실과 분리된 영역으로 두지 않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글은 쓰이는 순간 다시 생활 속으로 환원된다. 그 순환 구조 속에서 가치는 추상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일상의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그녀의 산문은 냉소보다 화해를, 단죄보다 이해를 선택한다. 사랑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 기다림을 통해 타인을 존중하려는 태도, 고독을 힘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는 일관된 가치의 축을 형성한다. 이는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일상의 태도에 가깝다. 그녀는 타인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보다, 자신이 먼저 달라지겠다는 다짐을 앞세운다. 이러한 태도는 독자에게도 조용한 반성을 요구한다. 판단의 언어 대신 경청의 언어를 택함으로써, 그녀의 글은 갈등의 서사를 화해의 가능성으로 전환한다. 결국 이명지의 가치 지향은 타자를 향한 배려에서 출발해 자기 성찰로 되돌아오는 원형적 구조를 지닌다. 이 구조는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동행의 형식을 띤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은 독자를 훈계하기보다 곁에 앉힌다. 가치의 방향성은 설득의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숨결로 전달된다. 이러한 가치 의식은 문학을 도구화하지 않으면서도, 문학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인용문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글쓰기는 그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는 행위다. 이 점에서 그녀의 산문은 따뜻하고 실천적인 성격을 지닌다. 동시에 그 따뜻함은 감상적 낙관과는 구별된다. 상처와 갈등을 충분히 통과한 뒤에야 도달하는 온기이기에, 그 울림은 가볍지 않다. 문학이 인간을 완성시킨다고 단언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그녀의 문장 저변에 흐른다. 그래서 그녀의 산문은 읽는 이를 잠시 멈추게 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여운을 남긴다. 결국 이명지의 글은 삶을 향한 다짐을 독자 각자의 자리로 되돌려 보낸다. 문학은 그 다짐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이자 촉매로 기능한다. 그리고 그 촉매 작용이야말로 그녀의 산문이 지닌 가장 중요한 가치적 의미라 할 수 있다. Ⅲ. 로그아웃 이명지는 독자를 깊은 산속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 깨끗한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가다. 그녀의 산문은 ‘다시 읽고 싶은 문장’을 해설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상은 인용을 매개로 한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그녀는 텍스트를 능동적으로 전유하고, 자신의 체험을 서사화하며,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 사유를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태도로 귀결시킨다. 이러한 네 가지 특징은 그녀의 글을 단순한 독서감상문과 구별되는 성숙한 미학적, 해설적 산문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인용은 더 이상 타인의 권위가 아니라, 자기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변화를 촉발하는 장치가 된다. 읽기와 쓰기가 하나의 윤리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그녀의 산문은 독자에게도 조용한 결단을 요청한다. 그녀는 문학을 빌려 삶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을 통해 문학을 다시 쓴다. 그리하여 장르를 넘나드는 여러 인용문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된다. 그것은 결국 자기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의지의 목소리다. 해설은 끝나지만 성찰은 끝나지 않고, 문장은 닫히지만 삶의 질문은 계속 열린 채로 남는다. 작가의 “아직 떫은 기가 빠지지 않은 내 삶에 단물이 배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글감을 만났을 때다. 가슴으로 스미는 문장과 조우했을 때다. 생의 단맛도 잘 익은 와인처럼 떫은맛과 적당히 어우러졌을 때야 바디감이 묵직한 진짜 맛이 났다. 문장이 삶과 만난 순간이었다.”라는 에필로그에서의 고백은 그의 산문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문장은 그녀에게 장식이 아니라 숙성의 시간이며, 삶을 깊게 만드는 발효의 과정이다. 이명지는 나름의 고유한 미적 향기를 담고 있는 작가다. 수필가 최민자는 표사에서, 이명지 산문을 읽으면 ‘행간의 쉼표에 올라앉아 단물 스민 문장들을 떠올린다.’고 썼고, 시인 공광규는 ‘이명지의 문장은 이명지의 일상과 사유와 고백과 자유가 만져지는 잘 익은 바디감 있는 문장이다.’라고 설파했고, 그녀의 절친 박미경은 ‘그녀가 원고를 낭독했고, 나는 의자에 기대어 듣다가 함께 목이 메어 몇 번이나 숨을 골라야 했다. 우리는 언어로 공감하는 오르가슴을 몇 번이고 즐겼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자리에서 글을 써 온 이들의 찬사는 한 사람의 문장이 지닌 밀도와 울림을 교차 증언한다. 그것은 단순한 우정의 덕담이 아니라, 실제로 읽고 흔들린 이들의 체험에서 비롯된 언어일 것이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행간에 머물고, 또 다른 이의 일상 속에서 숨결처럼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결국 이 헌사들은 이명지의 문장이 독자의 삶 속으로 건너가 오래 머무는 문장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60여 편의 연재를 쓰면서 한 권씩 책상에 쌓인 책이 100여 권이 넘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읽고 또 읽었는지를 증명한다. 주문한 책이 매일같이 대문 앞에 도착하고, 서재의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 반복 속에서 그녀는 유명세가 아닌 ‘마음에 말을 걸어오는 문장’을 붙잡았다. 그렇게 끌어안고 뒹군 시간은 뜨거운 독서의 체험이자 자기 형성의 과정이었다. 잘나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한 편 한 편의 글들이 모두 그녀의 자식이 되었다는 말은, 인용과 해설이 결국 삶의 혈육으로 변모했음을 뜻한다. 결국 그녀의 산문은 타인의 문장에서 시작해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긴 순환의 기록이다. 문장이 삶과 만나는 순간, 독서는 더 이상 소비가 아니라 존재를 빚는 행위가 된다. 그리고 그 행위의 축적이야말로 이명지 산문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울림일 것이다. ▼이명지 수필가는 1993년 ‘창작수필’로 등단했으며, 한국디지털문학문협회작가회 회장, 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수필집으로 ‘육십, 뜨거워도 괜찮아’ ‘헤이, 하고 네가 나를 부를 때’ ‘중년으로 살아내기’, 산문집 ,‘낮술’, ‘그리고 나를 읽었다’가 있다. 제6회 창작수필문학상, 제42회 조연현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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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권대근 교수의 이명지 작품론 '해석학적 전유와 재구성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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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9) 김정애 '수직의 세계를 접어 수평의 숲을 이루다'
-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9) 김정애 '수직의 세계를 접어 수평의 숲을 이루다' 조선연의 '붕디산 소나무처럼' 김정애/ 문학평론가 인간은 평생 사회가 부여한 명함과 직책이라는 페르소나(가면)를 겹겹이 껴입고 살아간다. 특히 근대적 관료제와 위계질서가 공고한 직장이라는 공간은 철저한 수직적 서열 구조 속에서 개인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작가 조선연은 이 단단한 수직의 세계를 평생에 걸쳐 통과해 온 퇴직자다. 퇴직 이후 그는 SNS를 통해 과거의 동료와 후배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때 올려다보아야 했던 존재들이 어느새 자신과 같은 눈높이에 놓여 있음을 발견한다. 사회적 가면이 벗겨진 자리에서 화자는 직함과 권위라는 세속적 기표의 허상을 체감하게 되고, 이는 인간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성찰로 이어진다. 작가는 이 깨달음을 고향의 기억 속 ‘붕디산 소나무’라는 자연의 이미지와 병치함으로써, 개인적 체험을 존재론적 사유의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본 텍스트는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퇴직 수필의 외양을 취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문명(조직)’과 ‘자연(붕디산)’이라는 공간의 이중 구조가 정교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이 구조를 관통하는 핵심 동력은 ‘시선의 기하학적 이동’이다. 전반부에서 화자는 과거 직장 상사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낯설고 단단한 벽”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올려다보아야 하는 수직의 세계였다. 그러나 퇴직 이후 직급이라는 인위적 계층이 걷히자, 그 시선은 어느새 “나란한 결”이라는 수평의 감각으로 이동한다. 이 인간사의 변화는 후반부 ‘붕디산 소나무’라는 자연의 거울을 만나며 깊은 울림으로 확장된다. 어릴 적 화자의 눈에 산의 중심처럼 우뚝 솟아 있던 수직의 소나무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주변 나무들이 자라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산이라는 거대한 배경에 수평적으로 스며든다. 이처럼 인간 조직의 위계 소멸을 자연의 군락 형성 과정과 겹쳐놓는 이중 구조적 설정은, 수직에서 수평으로의 이행이 인위적 상실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임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시선의 수평화 작업은 단순히 외적인 위치 이동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면을 탈각하는 순간의 실존적 해방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가 빛난다. 화자는 핸드폰 연락처에 적힌 타인들의 직함을 지워내는 행위를 통해 권위의 페르소나를 완전히 벗겨낸다. 명함과 최종 직위라는 “세속적 기표”가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인간은 “건강, 가족, 시간 보내는 방식”을 논하는 날것의 실존으로 마주하게 된다. 위계가 해체된 대화가 “의외로 가볍고 정겨우며 솔직해진다”는 고백은 가면 뒤에 숨겨져 있던 본연의 인간성 회복을 의미한다. 이를 철학적으로 요약하자면, 고정된 중심과 서열을 숭상하던 ‘수목형(Arborescent) 사유’에서 벗어나 중심 없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리좀(Rhizome)적 세계’로의 진입이다. 화자에게 퇴직 후의 삶은 선배도 후배도 없이 오직 ‘한 사람’으로서 주변과 나란히 주름 잡히는 내재적인 생성(Becoming)의 장이 된다. 작품의 종장에서 작가는 삶을 대하는 숭고한 에토스(Ethos·도덕적 품성)를 드러낸다. “높이를 낮추기보다 오래 그늘을 내어주는 붕디산 소나무 한 그루로 남고 싶다”는 결어는 이 수필의 미학적 정점이다. 과거의 소나무가 하늘을 독점하던 지배와 군림의 ‘높이’를 상징했다면, 현재 화자가 지향하는 소나무는 타자를 품어 안고 공존을 모색하는 ‘그늘’의 미학을 대변한다. 이는 권력을 내려놓은 이가 가질 수 있는 슬픔이나 상실감을 넘어, 노년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하고 포용적인 지혜의 형태이다. 「붕디산 소나무처럼」은 위계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스며든다. 인간의 정신적 여정을 밀도 높게 그려낸 수작이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겪었을 내면적 진폭과 실존적 고뇌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드러났다면 작품의 플롯은 한층 더 풍성해졌으리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지배의 높이를 버리고 공존의 그늘을 택하는 삶의 태도는 각박한 현대 사회에 충분히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선배도 후배도 나란해진다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인 화자의 시선은, 경쟁과 위계의 시간을 지나온 이들이 끝내 도달하고 싶은 실존의 숲이 어디인지를 고요히 가리키고 있다. ▮김정애 주요 약력 △부산 출신 △윤리교육학 석사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12), 평론 등단(2013) △(사)부산수필문학협회 회장 △다스림부산강학회 회장 △(사)국제PEN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에세이문예 편집1부장 △문학발전 유공 기념은장 △사유와언어문학상 △설총문학상 △민들레수필문학상 △에세이문예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작품상 △한국에세이 작품상 △부산수필문학 작품상 △수필집 ‘내 마음의 엑스레이’, ‘탈춤’, ‘인연’, ‘고슴도치 사랑’ ▮조선연의 <붕디산 소나무처럼> 요즘 어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는 뜻밖의 사람들 소식을 알려준다. “뭐해뭐해” 하는 알림 소리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다 보면 반가운 사람, 궁금했던 사람, 기억에도 없던 사람까지 소식이 전해진다. 퇴직하고 벌써 정리해야 했을 연락처를 그대로 둔 게으름을 피운 덕분인가 보다. 막 흙을 뚫고 올라온 새싹을 마주한 것과 같았던 후배의 프로필을 보니 어느새 중간 간부가 되어있고 입사한 지 스무 해가 지나 있었다.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 자리에는 곧 퇴직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을 한 남성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의자 등받이를 최대한 엉덩이로 쭉 밀어 젖히고, 담배를 입술에 피워물고, 펜을 쥔 손이 종이를 디디면 손목은 물결처럼 흔들리고 종일 일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리였다. 그 공간은 나에게 낯설고 단단한 벽처럼 느껴졌다. 영원히 비워지지 않을 것 같았으나, 시간은 그 벽을 허물어 나도 그 안에 밀어 넣었다. 순간 그 자리를 지나왔고, 지금은 후배가 올라서 있고, 나는 이제 퇴직자가 되어있다. 한때 올려다보던 그 자리를 스쳐 간 동료들이 넘쳐난다. 그렇게 높고 단단해 보이던 위치가 수풀처럼 키워내고 흐르는 시간 속에 잠시 머물면 되는 자리였나 보다. 이제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사람들은 더 이상 위에 있지 않다. 세월 속에 모두 자라나서 같은 눈높이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 시간에 그 구간을 먼저 통과했고 뒤따르던 사람들은 조금 늦게 지났을 뿐이었다. 나는 너무 멀리 있어서 높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시간은 다른 것들을 끌어올려 결국 같은 지평 위에 올려놓는 것 같다. 퇴직을 지나 다시 마주한 그들은 더 이상 직급으로 구분되지 않는 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명함도 직책도 사라진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의외로 가볍고 정겨우며 솔직해진다. 올려다보던 시선이 수평으로 바뀌자, 선배였던 것도 후배였던 것도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듯하다. 높낮이로 이해하던 세계가 어느새 나란한 결로 풀려버렸다. 어릴 적 고향마을 앞산에도 그런 풍경 하나가 있었다. 붕디산이라고 불렀다. 학교에서 돌아와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책가방을 던져놓고 마루에 누우면 아래채 지붕 위로 앞산 봉우리가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도화지에 그리던 그 소나무처럼 단순하고 또렷한 한 그루가 산등성에 우뚝 서 있었다. 크지 않으면서 바람이 불어도 잘 흔들리지 않았다. 그 나무는 어린 눈에 기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배경이었고 그 소나무만이 중심이었다. 내가 쑥쑥 커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산 중턱을 지키고 서 있었다. 작년 성묘 때 고향에서 문득 그 나무가 생각나 늘 보던 위치에 누워 찾아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바깥마당으로 나가서 산 전체를 둘러봤다. 베어진 것도 쓰러진 것도 아닐 텐데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주위의 나무들이 자라나 비슷한 높낮이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한때는 혼자서 하늘을 차지하던 나무가 이제는 산속의 한 나무로 스며들어 있다. 그들과 편안히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낯설면서도 자연스럽다. 한때는 닿기 어려웠던 자리가 이제는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바뀌었다. 질문과 농담도 오간다. 어느 해 체련대회 때 모두 산을 올라야 했으나 몇몇 직원들과 달콤한 일탈로 단체 질책을 당하던 기억을 해내어 그날로 돌아가기도 했었다. 현직에 남아 있는 후배들도 붕디산에서 자라난 나무들처럼 쑥쑥 올라와 나와 같은 입장이 된다면 같은 행동 같은 생각을 하려나. 지금은 후배들도 누군가를 존경하며 거리를 느끼고 있을 테지만 조직의 문화와 시대가 바뀌면서 그 간격은 우리 때보다 덜 단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처럼 분명한 위계 대신 더 유연해진 경계 속에서 관계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남을 것 같다. 시간을 통과하며 시선이 수평으로 바뀌는 경험과 역할이 걷힌 자리에서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 감각은 세대가 달라도 반복되지 않겠는가. 한 직장을 오래 다니고 퇴직하니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이 바깥에서는 크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그 안에서 분명했던 위계와 거리는 시간을 다 지나고 나면 의외로 단순하게 주름처럼 접힌다. 그렇다고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퇴직 후에는 같은 시간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로 자연스럽게 바뀐다. 만나는 관계는 현실적이다.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로 대화가 채워진다. 건강, 가족, 시간 보내는 방식 같은 것들이 중심이 된다. 나란해진다. 사람도 나무도 세월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변해간다. 우러러보던 사람도 새싹처럼 보호해 주고 싶던 이들도 모두 하나의 숲으로 스며든다. 붕디산의 배경이라 생각했던 것들도 자라나 소나무와 같은 눈높이가 되듯이 그렇게 뚜렷했던 높낮이가 나란해져 간다. 뿌리는 내게 깊이 내려 조직의 토양을 단단히 붙잡고 있고 줄기는 바람을 견디며 방향을 타고 있다고 SNS를 통해 알리는 후배와도 나란해 질 날이 오겠지. 결국 선배도 후배도 나란해진다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역할이 끝난 뒤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나면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한결 단순하고 편해진다. 핸드폰의 연락처에 모두 직책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최종 직위로 바꾸려니 모두가 올려다보아야 할 사람들이다. 나는 조용히 직함 하나를 내려놓는다. 높이를 낮추기보다 오래 그늘을 내어주는 붕디산 소나무 한 그루로 남고 싶다. <2026년 대한기자신문 발표> ▮조선연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2025). 다스림서울 정독도서관 문예창작반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생연구원 수필반 회원.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건설경영학 전공(공학 석사). 건설 단체 근무(36년),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2026년 에세이문예 봄호 표지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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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29) 김정애 '수직의 세계를 접어 수평의 숲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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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7) 송명화 ‘소멸에 대한 애도와 기억의 기록
- |박소현 제2수필집 『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7) 송명화 ‘소멸에 대한 애도와 기억의 기록’ 박소현의 ‘해 질 무렵 송명화/ 문학평론가 예술은 기억이 아니라 생성이다. 문학은 기억을 말하는 곳이 아니라 기억이 머무는 장소다. 닫힌 장소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드나들며 기억을 소환하고 확장하며 재구성할 수 있는 열린 장소다. 이런 면에서 박소현의 수필 <해 질 무렵>은 소멸해가는 것에 대한 애도와 기록의 비문이라 할 만하다. 이 수필은 1인칭 화자인 작가적 삶의 주름에 층층이 접혀있는 기억들을 펼치며 과거의 사물, 사건, 사람을 소환한다. 그것은 이푸 투안이 제시한 토포필리아에 기반한 체험들이며, 시간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기억 속의 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현재를 꾸리는 행위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작가는 경남 남해의 작은 바닷가 마을 출신이다. 학창시절에 떠나왔던 고향을 찾아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외삼촌 집 마루에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외삼촌 내외가 죽고 집은 비었다. 인구가 줄어든 마을은 쇠락한 상태다. 이 작품에서 빈집은 정동과 정서를 발생시키는 장소적 조건, 새로운 해석과 감응을 낳는 살아있는 장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토포필리아는 그저 고향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다 얼마나 많은 체험이 중첩되어 있는지를 전제하는 체감의 문제로 읽을 수 있다. 마당과 항아리들만이 지키고 있는 빈집은 고유의 기능을 잃었고, 결국 소멸로 가는 과정에 있다. 멸치잡이 산업으로 분주하던 선창가 옆 자갈밭도 모두 사라졌다. 살아있던 방식이 더 이상 재생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구조물들을 작가는 수필 속에 배치한다. 좋은 작품은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감응과 의미를 낳는 또 다른 잠재성의 출발점이 된다. ‘해 질 무렵’은 수필의 마지막 문장 ‘붉디붉은 노을이 소리 없이 내려앉고 있다’에만 거론되는 시간적 배경이지만 쇠락하는 것, 사라지는 것을 함의하는 멋진 제목이다. 이 제목이 가지는 분위기는 이 수필 전체의 분위기와 통일성있게 어울리며, 작가의 깊이 있는 사유와, 예화를 제시하는 간결한 문장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또한 구조의 단단함은 작가의 글쓰기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소설적 구성으로 개인서사와 지역사회 서사를 교차하고, 현재의 서사와 과거의 회상을 교직하였다. 외삼촌과 외숙모의 투병과 죽음은 이 작품에서 작가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동체 쇠락의 증거로 쓰였다. 이는 마을의 세대교체를 기대하게 하는 사건이다. 바다를 생업의 터로 삼아 고군분투하던 어른들은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시로 떠났다. 동네에는 소수의 토박이 독거노인들이 여생을 붙잡고 있다. 학교는 폐교 위기에 처하고, 인구절벽과 고령화로 마을이 문을 닫는 지경까지 상상한다. 작가는 세대교체, 떠나는 자로부터 배턴을 이어받아야 할 자들의 부재를 예리하게 지목한다. 사라져가는 풍습도 애도의 대상이다. 동제는 전통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가 더 이상 이어받지 않기로 한 의식이다. 무당의 신들린 춤과 징 소리, 당산나무 아래서 벌이는 굿판에는 바닷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 애환이 깃들었지만 마을에는 이제 동제의 효험을 바랄 사건이 별로 없다. 조난예방이나 만선, 손의 보존이나 마을의 번성 같은 것을 빌 사람도 빌어야 할 이유까지도 사라져 간다. 청산가리로 꿩잡이라는 공동체의 놀이 또한 기억의 흔적으로만 남았다. 들뢰즈는 예술을 지각과 감각의 블록이라고 했다. “누가 느끼는가”가 아니라 “느낌 그 자체가 작품 속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작가는 기다림을 말하지 않고 배치한다. ‘기다림’을 공간에 깔린 정동의 상태로 둔다. 이는 도입부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긴 목을 늘어뜨린 채’ 졸고 있는 빈집, 결말부의 ‘능소화가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능소화의 꽃말이 기다림’으로 수미상관적으로 호응됨으로써 주제의 통일성과 구조의 안정성을 견인한다. 들뢰즈에게 문학은 감응의 기계다. 사람과 사건과 사물이 점차 사라져가는 지역사회의 쇠락을 설명으로 이해시키기보다 기억해야 할 것으로 느끼게 하는 정동적 배치가 이 작품을 읽는 쾌미다. 우리는 작품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감응한다. “누구든지 고향을 찾을 일 있으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세요.”라는 외사촌의 제안으로 비감함을 넘어설 미래를 제안하고 있음 또한 이 수필의 남다른 미학이다. 수필 <해 질 무렵>은 잔잔한 톤으로 우리가 겪는 사회문제에 대해 독자들의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였다. 작가는 상실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상실이 아무 의미도 없이 지나도록 두지 않으려 한다. 안달하지도, 한탄하지도 않고 장소애를 바탕으로 삶의 흔적을 기억의 층위에 저장하여 순간의 지각과 감각을 굳혀서 덩어리로 만든느 데 성공했다. 쇠락해가는 시골의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 어떤 온기와 고요의 감각덩어리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이 수필은 애도와 기록의 문학적 재구성, 사라짐을 막지는 못하지만 사라짐을 잊히지 않게 하는 아카이브로서의 가치가 문예미학적으로 구현된 본격수필이라 하겠다. ■송명화 주요 약력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경남 남해 출신 △전남일보 신춘문예 수필(2005) △에세이문예 문학평론(2010) △전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 전 한국본격수필비평가협회 회장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 사)부산문인협회 부이사장, 부산교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수필집 <순장소녀>(세종도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문학나눔), <나무의 응시 풀의 주름>(아르코창작기금) 등 6권 △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김만중문학상(수필), 우하박문하문학상(평론), 한국에세이평론상(평론), 평사리문학대상(수필), 신격호샤롯데문학상(수필) 등 수상 ■박소현 <해 질 무렵> 인적 없는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영산홍 무더기가 애잔하다. 병풍처럼 집을 감싸고 있던 뒤란의 대나무 숲도, 도시로 나간 자식들 집으로 퍼 나르던 된장, 고추장 항아리들도 예전 그대로다. 오랜 세월, 세심한 손길로 어루만져졌을 저것들은 주인의 부재를 알기나 할까? 어린 시절 내 마음속에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젊디젊은 막내 외삼촌과 외숙모는 지금 어디쯤에서 지친 육신을 누이고 있을까? 나는 주인 없는 빈집 마루에 걸터앉아 켜켜이 쌓인 이 집의 전설들을 떠올리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 금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주인 잃은 집 한 채가 무심히 졸고 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긴 목을 늘어뜨린 채…. 2년 전, 앙상한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외숙모가 핏기 없는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우리 집 지척에 있는 종합병원 암 병동이었다. 코에는 호흡 보조기를 낀 채 잠인지 실신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미동이 없었다. 외숙모는 거미줄 같은 희망을 안고 천리 길을 달려 의료 시설이 좋다는 서울까지 왔을 것이다. 외숙모의 얼굴에선 똬리를 튼 죽음의 그림자가 일렁거렸고, 병실엔 깊은 정적이 흘렀다. 창밖에는 봄꽃들이 힘차게 새 움을 틔우고 있던 3월이었다. “니 결혼식 날 보고 처음이구나.”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간신히 눈을 뜬 외숙모가 내 손을 쓰다듬었다. 물기라곤 없는 까칠한 손이었다. 30여 년 만이었다. 얼굴이 참 고왔던 40대 외숙모는 70 중반의 병든 노인이 되어 나와 마주했다. 육체와 정신의 거리는 지구의 끝과 끝처럼 멀기만 했다. 몸은 태풍 앞의 오막살이처럼 위태위태해 보였으나 정신은 명징해 오래전 일들을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해내고 있었다. 외삼촌이 폐암에 걸리자 남편을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정신없이 간호를 하느라 정작 당신이 중병에 걸린 줄도 몰랐다고 했다. 눈가엔 촉촉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외숙모는 결국 내가 싸간 음식들을 하나도 입에 대지 못했다.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죽방렴 옆에는 조그만 배 한 척이 한가로이 떠 있다. 풍어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어부들의 분주했던 손길과 그 많던 멸치잡이 배들을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대낮인데도 마을엔 지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물에 걸린 멸치들을 털어 큰 가마솥에 삶아서 말리던 선창가 옆 자갈밭도 보이지 않는다. 간간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흘러간 삶의 흔적들만 살며시 고개를 들고 있을 뿐…. 노동에 지쳐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켜던 어부들의 불콰한 얼굴도 빛바랜 사진처럼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외숙모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화장되어 한 줌 가루로 남았다가 두 달 후 돌아가신 외삼촌과 함께 국립묘지에 묻혔다. 그 후 이 집은 빈집이 되고 말았다.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던 초여름이었다. 엄마의 아홉 형제 중 살아 있던 유일한 피붙이였던 막내 외삼촌을 이 마을에서만 80년을 살았다. 평생을 허심, 무심 욕심 없이 살다 간 삶이었다. 나도 어릴 땐 이 동네에 살았다. 100여 호 가까운 가구가 올망졸망 머리를 맞대고 살던 마을, 아침이면 200명도 넘는 아이들이 왁자지껄 떼를 지어 학교를 가던 곳, 나와 같은 학년의 친구들만도 32명이었던 큰 마을이었다. 누구 집 큰아들이 행정고시에 붙었다거나, 누구네 딸이 명문 여고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아이들은 순식간에 제 꿈의 높이를 한 단계씩 올렸다. 그러곤 저마다의 꿈을 좇아 도시로, 도시로 떠나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외삼촌과 외숙모가 돌아가시던 그해에 이 마을에는 일곱 명의 독거노인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숫자만큼 마을엔 빈집도 늘었을 것이다. 지척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 고등학교도 전교생이 100명도 채 안 돼 폐교 위기에 처했다. 인구 절벽과 고령화로 30년 후면 30%가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몇십 년 후 이곳도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이 되는 건 아닐까. 정초가 되면 바닷가 옆 당산나무 아래서는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동제洞祭였다. 당산나무 가지엔 형형색색의 끈들이 묶여 바람에 나부끼었고, 무당의 신들린 춤과 징 소리는 온 마을과 바다를 뒤흔들고 있었다. 무당의 입에서는 봇물처럼 사설이 쏟아져 나왔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가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두 손을 모으고 연신 허리를 숙이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굿판에는 바닷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과 애환이 깃들어 있었다. 축제였다. 먹을거리에 굶주린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신이 났다. 동제 뒤에 얻어먹을 고사떡이나 과일들을 생각하며 풍선처럼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모두가 가난했던 날들이었다. 겨울이면 마을 오빠들은 꿩 잡이에 나섰다. 메주콩에 구멍을 뚫어 그 속에 청산가리를 넣고는 촛농으로 구멍을 막았다. 그렇게 만든 미끼를 꿩이 잘 다닐 만한 곳에 뿌려놓고는 다음날 그걸 먹고 죽은 꿩들을 잡아서 내장을 걷어내고 국을 끓이거나 백숙을 해 먹기도 했다. 그렇게 위험천만한 일을 하면서도 아무도 그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랬다. 꿩을 먹고 죽었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걸 보면 동제의 효험으로 천지신명이 도우신 건지? 슬프도록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친척들 누구든지 고향 올 일 있으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세요.” 내 유년의 기억들이 봄날의 벚꽃 이파리만큼이나 무성한 이곳. 도시에 살면서도 수시로 찾아 와 부지런히 빈집을 보살피는 동갑내기 외사촌 덕분에 아직도 이 집에서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쏴아~. 파도가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 봄이 지나면 마당 넓은 이 집에도 수국과 능소화가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능소화 꽃말이 기다림이라 했던가. 붉디붉은 저녁노을이 소리 없이 내려앉고 있다. <수필집『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박소현 2002년 『책과 인생』등단.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회 수혜(2008년, 2020년). 경북문화체험전국수필대전 대상, 계간문예수필문학상, 권대근문학상 등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산문작가협회, 철학수필가협회 회원. 수필집 『별들은 나이를 세지 않는다』『내 안의 윤슬이 빛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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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7) 송명화 ‘소멸에 대한 애도와 기억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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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6) 권대근 '겪어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가치'
- Ⅰ김홍신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6) 권대근 ‘겪어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가치’ - 김홍신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를 읽다 권대근/문학평론가 김홍신 작가의 에세이 <겪어보면 안다>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길어 올린 인간학적 사유의 집약이라 할 수 있다. 이 에세이는 ‘안다’라는 동사의 의미를 인식이 아니라 체험으로 재정의하며,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는 존재인가를 묻는다. 굶주림, 목마름, 호흡의 곤란, 실직, 질병, 상실, 이별, 고통, 불행, 그리고 죽음의 문턱 등 열 개의 문장들은 각각 독립된 에피소드이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삶의 계단을 이룬다. 독자는 이 계단을 오르며 자연스럽게 자기 삶을 되짚게 된다. 인문학적으로 볼 때 이 에세이는 몽테뉴의 “나는 나 자신을 연구한다”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몽테뉴가 개인적 경험을 통해 보편을 탐구했듯, 김홍신은 지극히 사적인 체험에서 보편적 인간 조건을 길어 올린다. 동시에 빅터 프랭클의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의 마지막 자유”라는 통찰이 글의 저류를 관통한다. 고통은 파괴가 아니라 해석의 재료가 되고, 상처는 윤리적 성찰의 통로가 된다. 이 글에는 우여곡절 끝에 몸소 깨달은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삶의 난관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구원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 에세이의 맛은 품맛인데, 세 가지 층위에서 빛난다. 첫째 체험의 진정성이다. 굶주림의 기억, 사막의 갈증, 막힌 코의 숨막힘은 과장이나 수사가 아니라 몸의 기억에서 길어 올린 언어다.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단하고, 감정은 격앙되지 않지만 깊다. 둘째 윤리적 온도다. 그는 고통을 개인의 비극으로 닫아버리지 않고, 기초생활보장법 제정, 한센병 환자 돌봄, 청년 실업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한다. 여기서 에세이는 사회적 책임을 품은 윤리적 장르가 된다. 셋째 관조의 균형이다. 절망에 침몰하지도, 교훈주의에 빠지지도 않는다. 카뮈가 말한 “부조리 속에서도 살아가는 품위”가 느껴진다. 에세이의 치료적 효과 또한 뚜렷하다. 이 글은 독자에게 “당신의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다”고 속삭인다. 특히 ‘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이라는 문장은 트라우마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서사로 재구성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 연민과 공포를 통한 정화를 현대적 방식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우선 “비교와 계산으로 복잡해진 생각의 창고부터 비우라”고 조언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희망의 메시지는 마지막 문단에서 정점에 이른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 깨닫는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통찰은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존재론적 각성이다. 내가 사라지면 세계도 사라진다는 인식은, 역설적으로 타자와 세계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 하이데거식의 ‘죽음을 향한 존재’가 아니라, ‘죽음을 넘어 삶을 품는 존재’에 가깝다. 이 에세이는 한 인간의 고백을 넘어 살아가는 법의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있을 때 잘하라”는 평범한 격언을, 몸의 기억과 역사의 경험으로 다시 쓴다. 이 에세이의 문학적 성취는 무엇보다도 ‘체험의 진실’을 과장 없이 언어로 길어 올렸다는 데 있다. 김홍신의 문장은 화려한 수사나 기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몸의 기억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밀도를 지닌다. 각각의 일화는 개별적 경험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 인간 조건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독자는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어느새 자신의 삶을 겹쳐 보게 된다. 특히 고통과 결핍을 비극적 서사로만 소비하지 않고, 성찰과 연대의 윤리로 전환하는 태도는 이 글에 드문 품위를 부여한다. 일상의 언어로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건드리는 힘, 그리고 개인적 회고를 사회적 기억과 윤리적 통찰로 승화시킨 점에서 이 작품은 한국 에세이가 지향할 수 있는 한 높은 기준을 보여준다. 또한 반복 구조, ‘~하면 안다’를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기억과 사유를 관통하는 리듬으로 승화시킨 점이 돋보인다. 개인의 고백을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 배치함으로써 에세이를 사적 기록이 아닌 공적 서사로 확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글은 독자의 마음을 깊이 흔드는 절제된 서정성을 성취했다는 점에서 문학적 완성도가 높다. 이 에세이의 쾌미는 독자는 이 글을 덮으며 묻게 된다는 데 있다. 좋은 글은 질문을 던진다. 이 에세이는 다음과 같이 독자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가? 무엇을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김홍신은 유명 작가답게 문장을 소리 높여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겪어온 삶의 무게로 조용히 설득한다. 그래서 이 에세이는 읽히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글이고,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게 하는 글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은 인간학이자 인문학이며, 무엇보다도 인생학이다. ▮권대근 주요 약력 △경남 남해 출생 △'동양문학' 수필 등단(1988) △'문예사조' 문학평론 △'경북신문' 문학평론 △미주 '중앙일보' 수필 신춘문예 당선 △현재 대신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명예회장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번역서 '한국의 명수필', 문학이론서 '문장가로 가는 길' △수필집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등 28권 △부산수필문학상, 부산펜문학상, 월강문학상, 여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부산pen번역문학상 등 수상 ▮ 김홍신의 <겪어보면 안다> 몇 해 전, 텔레비전 방송에서 제가 쓴 글 「겪어보면 안다」를 낭송한 적이 있습니다. 50초 남짓한 짧은 영상인데,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 빠른 속도로 퍼지며 지금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열 줄밖에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사람들에게는 그럴듯하게 여겨졌나 봅니다. 세상이 변하고 세대가 달라도 사는 일에 대한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을 한 줄 한 줄 되새기며 제 인생살이에서 느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려 합니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국민학교 4학년 때 저희 집안은 금융 사고로 풍비박산이 되었습니다. 빚쟁이들 등쌀에 아버지는 집을 비웠고, 어머니는 오전 4시 통행금지 해제 사이렌이 울리기 전에 나갔다가 밤 12시 통행금지가 시작되면 집에 왔습니다. 홀로 남은 저는 굶주림에 지쳐 생쌀을 씹어 먹거나, 밖에 나가 삘기나 생미나리 따위를 뜯어 먹었습니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옆집 누나가 담 너머로 밥 한 사발을 몰래 넘겨주면 그 밥이 하느님 같았습니다. 커서 그 은혜를 갚기 위해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누나를 찾아보았지만, 군의관인 형부를 따라 일찍 미국으로 이민 갔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습니다. 지금은 나아진 세상살이에 대부분 끼니를 거르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굶는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제가 국회의원 시절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악착같이 만든 까닭도 배곯던 시절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모든 생명은 영양분을 섭취해야 살 수 있습니다. 먹지 못하면 죽습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1982년 소설 집필을 위해 취재차 인도에 갔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수돗물과 샘물을 그냥 마셨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수돗물이나 강물을 마셨다가는 바로 병원으로 실려갈 수도 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물을 사 먹었습니다. 유럽에 갔을 때도 석회질 때문에 물을 사서 마셔야 했으니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론 낙후되어 있지만 아직은 사람이 살 만한 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하라 사막에서도 물의 소중함을 절절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지프를 타고 사막을 횡단했는데, 한번은 깜빡하고 차에 마실 물을 싣지 못했습니다. 불구덩이 같은 사막 한가운데서 머리에 물수건을 얹고 그 위에 챙 넓은 모자를 써도 금세 수건이 말랐습니다. 지독한 목마름으로 말을 할 수가 없었고, 삭신이 녹아 흐물거리는 듯했습니다. 정신이 몽롱해질 무렵에야 목적지에 도착해 마신 물맛은 황홀경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지금 당장 물 없이 하루만 살아본다면 물이 곧 생명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코 막히면 안다, 숨 쉬는 것만도 행복인 걸 봄날에 산에 오르면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심하게 납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손수건이나 휴지로 해결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안나푸르나를 등반할 때는 폭설로 험난한 빙판길을 걷느라 몸살을 앓았습니다. 줄줄 쏟아지는 콧물을 손수건으로는 감당 못 할 지경이어서, 배낭 고리에 수건을 달아야 했습니다. 견디기 고통스러운 문제는 잘 때 생겼습니다. 콧물이 심하게 흘러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누워가며 겨우 숨을 몰아쉬어야 했습니다. 강행군으로 피곤했지만, 수면제를 먹어도 막힌 코 때문에 잠들 수가 없더군요. 평소에 저는 코로 숨 쉬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가 막히니까 숨 쉴 수 있다는 게 엄청난 행복이란 걸 알았습니다. 어디 코뿐이겠습니까. 온몸을 내 인생의 보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제가 20대였던 1970년대엔 취업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셋방살이하는 부모님께 얹혀사는 게 죄송스러워 이곳저곳 일자리를 알아봤습니다. 학훈단 출신 장교로 제대했음에도, 전공이 국문학이다 보니 입사원서 낼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은사인 대학 총장님께서 마침 취업을 알선해 주셨는데 한센병 환자를 돕는 기관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무서운 전염병이란 소문이 파다하여 염려되었지만 제 형편에 마다할 수 없었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며 2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습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유준 교수님께서 6개월 동안 한센병 환자들이 복용하는 DDS를 처방해 주어 그 독한 약을 먹었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한센병 환자가 주인공인, 제 첫 번째 장편소설 『해방영장』을 집필할 수 있었습니다. 더 치열해진 취업전선을 뚫기 위해 젊음을 불사르는 요즘 청년들을 보면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던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사람에겐 일터가 낙원입니다.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인 걸 정치를 접고 한동안 거의 두문불출한 채 소설을 썼습니다.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 발해에 대한 글을 쓰며 여러 가지 병고를 겪었습니다. 3년간 햇빛을 거의 안 보고, 물을 적게 마시고, 하루 열두 시간 가까이 책상 앞에 앉았다가 그만 요로결석으로 큰 고생을 했습니다. 결석 제거 시술을 하고 나서 바로 생활 습관을 고쳐야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왼쪽 옆구리 뒤편에서 그 무시무시한 통증이 또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요로결석인 걸 대번에 알아차리고 병원을 예약했습니다. 하루 동안 통증완화제를 복용하고 척추 마취를 하고 시술을 받았습니다. 몸속에 있던 돌이 빠져나왔을 때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한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아플 때는 건강이 큰 재산인 걸 알면서도 낫자마자 바로 잊어버리는 게 사람입니다. 사람은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잘 먹고 잘 배설해야 합니다.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저는 아직도 만년필로 원고를 씁니다. 어느 날 만년필을 가지고 외출했다가 그만 잃어버렸습니다. 새 만년필에 익숙해지려면 매일 이것저것 쓰며 몇 달을 지내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손가락에 쥐가 나고 손목도 굳습니다. 글씨체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만년필을 단지 글 쓰는 도구로 여겼는데, 잃고 나니 그 존재가 무척 크게 다가왔습니다. 한동안 제 불찰을 탓했고,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쓰던 원고를 다른 종이 뭉치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글을 새로 쓴 적도 있습니다. 다시 쓰긴 했지만 먼저 쓴 글과 달라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했습니다. 사랑, 품성, 배려, 포용 등을 잊는 무형의 ‘영혼 분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잃은 게 어디 한두 가지겠습니까. 가진 것을,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를 당연시하다가 잃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이, 또 그가 참 소중한 존재임을 압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지요. 지금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느껴보세요. 결국 그것이 나 자신을 소중하게 만듭니다.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저는 쉰 줄에 ‘고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먼저 이승을 하직하고, 2년 뒤에 아버지께서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일곱 살이나 어린 아내와 오누이같이 의지하며 살았는데 아내는 어린 시절부터 허약했고, 결혼할 무렵에도 건강이 나빴습니다. 아픈 몸으로 아들과 딸을 낳은 건 기적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마저 마흔아홉 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가족여행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제가 우여곡절이 많은 사람이어서 어지간히 아내를 애태웠습니다. 아내가 떠날 때, 딸아이는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이다음에는 아프지 마”라고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는 아내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목소리만 들었을 뿐입니다. 사랑은 햇살처럼 왔다가 달빛처럼 스러져간다고 했던가요. 제 곁에 있어주던 부모님과 아내가 떠나고서야 그들이 저를 존재하게 해준 하늘의 천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군사정권 시절, 콩트집 『도둑놈과 도둑님』을 발표한 저는 계엄 당국의 보안대에 끌려가 소설 속 ‘도둑님’이 누군지 대라는 취조를 받았습니다. 국가원수 모독, 국가 체제 부정, 군 모독이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풀려난 저는 오기를 품고 『인간시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총을 차고 한판 붙어보자’는 의미에서 주인공 이름을 ‘장총찬’으로 짓고, 사회 부조리와 비리를 고발하는 소설을 썼습니다. 그 바람에 『인간시장』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그런저런 우여곡절과 고난이 없었다면 『인간시장』은 태어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고난과 시련을 관통한 자만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고통은 훗날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입니다. 행복이란 엄청나고 화려한 게 아니라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누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만도 행복인지 모릅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차도 사람도 다치고 병원에 갈 때는, 버스 타거나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크고 작은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수입이 적다고 투덜대는 월급쟁이가 몹시 부럽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환자에게는 꿈같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친구들과의 만남, 가족들과의 평범한 일상이 남의 얘기로만 여겨집니다.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에겐 오늘 하루가 전부입니다. 우리나라 10대 재벌 그룹의 어느 회장님과 그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친밀하게 ‘형님’, ‘아우’ 하며 지냈습니다. 외환위기 때 회장님의 그룹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해체되었으며 갖가지 고난을 겪었습니다. 괴로움을 달래려고 그랬는지 회장님은 저를 자주 불러 억울한 사연들을 쏟아놓곤 했습니다. 지금도 제 책장에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억울한 사연을 낱낱이 기록한 두툼한 자료집 두 권이 꽂혀 있습니다.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건 “자유롭게 나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다”고 했던 그분의 말씀입니다. 천하에 누릴 건 다 누렸다는 소릴 들었지만, 고난과 시련을 겪으며 ‘평범한 것이 진짜 행복’이란 걸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평소 건강한 분이었으니 그런 변고를 겪지 않고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게 되었습니다.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해할 때, 나 자신도 행복해지며 존재가치가 높아집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함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자신이 소중한 사람인 것도 모릅니다. 하루하루가 평범한 일상의 반복일지라도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보내고 가족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1980년대 중반, 리비아의 국가원수 카다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면담 뒤에 벵가지 근교의 바닷가 경치에 반해 산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홀로 큰 바위 사이를 거닐었는데, 어느 순간 제 가슴에 자동소총 총구가 맞닿았습니다. 그때 총을 겨눈 리비아의 국경수비대원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시건장치를 풀었습니다.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묻고 답할 수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요. 자동소총의 성능을 잘 알기에 그 순간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과 함께 오만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바로 그때 하늘이 도왔는지 한 남자가 “세리카, 동가(친구, 동아)!”라고 소리치며 달려왔습니다. 저를 안내하던 동아그룹의 홍보요원이었습니다. 당시에 동아그룹은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를 맡아 사막 한가운데서 물줄기를 찾아 사막을 적셔주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리비아 사람들이 ‘세리카, 동가’라는 말로 동아그룹과 한국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곤 했습니다. 풀려나는 순간, ‘내가 없으면 세상 모든 것도 없다’는 경고음이 가슴을 건드렸습니다. 내가 없으면 지구와 햇빛도, 물과 밥도, 부모 형제와 사랑하는 이도 모두 소용없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겨본 사람은 알게 됩니다. 내 존재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김홍신 에세이집 <겪어보면 안다> ▮김홍신 주요 약력 △건국대 국문과 졸업 △건국대학교 문학박사 취득 △건국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취득 △1991~1995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상임집행위원 △1995~1997 (MBC재단)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996~2000 제15대 국회의원 △2000~2003 제16대 국회의원 △2002~2004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 △2004~2019 평화재단 이사 △2006~2008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2008~2014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2010~현재 동서문학상 운영위원장△2013~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원장 △2014~2017 통일의병 대표 △2016~현재 홍상문화재단(김홍신문학관) 이사장△2019~2025 (사)동의난달 이사장 △2024~현재 세계한글작가대회 조직위원장 △1976 현대문학에 ‘물살’로 소설가 데뷔 △1986 제12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장편소설「풍객」) △1987 제6회 소설문학작품상 수상 (장편소설「내륙풍」)/ 제1회 건국인상 수상 △1994 자랑스러운 서울시민 600인 선정 △2001 제1회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수상 △2007 제4회 통일문화대상 수상 (통일문화연구원, 한국일보사 주최) △2009 제14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대한불교조계종 주최) △2009 제2회 한민족대상 수상 (한국신문기자연합회, 시사뉴스투데이) △2015 제52회 한국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단한번의 사랑」) △2022 자랑스런 충청인 대상 수상 △ 장편소설집 「해방영장」,「인간시장」,「 바람바람바람」,「난장판」,「청춘공화국」,「대곡」,「또 다른 늪」,「여신의 늪」,「우리들의 고해성사」,「야망의 땅」,「파문놀이」,「걸신」, 「풍객」,「제4계급」,「귀공자」,「여자세상」,「갈증 그리고 또 갈증」,「내륙풍」,「비틀거리는 도시」,「바람개비」,「뚝딱 애들 모여라」,「벌거숭이들」,「장보고」,「야심」,「도시에 갇힌 새」,「역마살」,「그대 영혼 훔치다」,「사랑의 장난」,「사랑은 죽음보다」,「칼날 위의 전쟁」,「우리들의 건달신부」,「초한지(전7권)」,「김홍신의 대발해(전10권)」,「단한번의 사랑」,「바람으로 그린 그림」,「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 △창작집 「무죄증명」,「수녀와 늑대」,「가면의 춤」,「허수아비와 벙거지」 △수필집 「하나님과 쬐그만 악마」,「아침에 못한 말」,「인간수첩」,「아직도 그럭저럭 사십니까」,「가슴을 열어 사랑을」,「흔들려도 너는 세상의 중심에 있다」,「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발끝으로 오래 설 수 없고 큰 걸음으로 오래 걷지 못하네」, 「인생사용설명서」, 「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그게 뭐 어쨌다고」,「인생견문록」,「하루사용설명서」,「자박자박 걸어요」,「겪어보면 안다」 △컬럼집 「대통령 정신차리소」,「도둑과 장물애비」 △꽁트집 「도둑놈과 도둑님」,「제법 노는 사람들」,「요즘 윗분들」,「좀 봐줘유 씨」 △시집 「한 잎의 사랑」 「그냥 살자」 △동화집 「뚝딱 애들 모여라」「노랑나비의 춤」「사랑을 배워요」「수업이 끝나면 미래로 갈 거야」 △中國古典 評譯 「삼국지(전10권)」,「수호지(전10권)」,「청소년 삼국지 (전5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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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평론가가 추천하는 명수필(6) 권대근 '겪어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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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이 겨울을 데피는 한 편의 수필 최수연 '빈 들녘을 바라보며'
- 빈 들녘을 바라보며 최수연/ 작가 우리나라 사계절은 거짓을 모른다. 언 흙을 녹여가며 생명을 불어넣는 봄은 인간 세상을 꽃으로 수놓아주고, 여름은 뜨거움을 이겨내는 인내심을 키우게 한다. 가을은 짧으나 화려하다. 나무는 나무대로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의 색깔로 물들여 입고 해마다 고운 자태로 나타난다. 찜통더위를 견딘 우리에게 피로를 풀어준다. 그뿐만 아니라 정직하다. 열매와 씨앗을 맺게 하고 단풍 들이는 범위도 평등하여 산과 들, 우리 작은 텃밭도 빠트리지 않으니 고마운 일이다. 오색 물감을 뿌려놓은 뒷동산을 넋 놓고 보다가도 야생화가 무리를 지어 피던 들녘과 논밭이 성글어 가는 변화를 보면 쓸쓸하여 눈길을 멈춘다. 이웃에는 커다란 텃밭에 여러 종류의 푸성귀를 키우는 분이 계신다. 오가며 언제 어떤 씨앗을 파종하는지 보고 나도 씨앗을 골고루 사다 뿌렸다. 떡잎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기간 온갖 상상과 부푼 희망은 하늘에 닿았다. 농지는 작물이 활기차게 자랄 때 생기가 난다. 땅심을 주어 열매 맺게 하고 쓰러지지 않게 한다. 잎을 가진 나무나 채소는 바람이 불 때마다 온몸으로 춤추며 자란다. 내 손녀들이 어렸을 때 재롱 피우는 모양 같다. 외출하고 귀가하는 발길은 그 재롱이 보고 싶어 텃밭으로 먼저 간다. 아침에 못 본 고추나 오이꽃이 낮에 활짝 피어 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쏟아진다. 몇 개나 달릴까, 사진을 찍고 고추가 익으면 오이를 넣고 열무김치를 담글까. 상추도 사다 먹는 것보다 맛있겠지. 아파트에 사는 친구에게 자랑하리라. 참외나 호박이 달리려면 멀었는데 군침이 돌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름을 짓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리. 가뭄이 길면 말라죽을까 봐 수돗물을 길어다 주고, 비가 쏟아지면 떠내려갈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여름을 보냈다. 가을은 아침저녁 찬바람을 데리고 온다. 우리에게 겨울 준비를 서두르라는 전갈이다. 황금물결로 파도치는 논에는 기계 소리로 가득 찬다. 농기계 발전은 어디까지 가려나. 낫도 지게도 필요 없다. 소가 끌던 마차도 사라졌다. 탈곡하는 장비가 논까지 들어가서 베고 털어 알곡만 싣고 가버리고 벼포기만 남겼다. 씨뿌리고 모종을 심고 언제 싹이 나올까. 기다림으로 설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추위가 찾아왔다. 화단을 눈부시게 장식했던 국화도 불청객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우리도 심어 놓은 가짓수가 여러 종류라 입동 전후에는 갈무리하느라 바빴다. 고구마 여남은 개, 못생긴 가지 너더댓 개. 붉은 고추, 파란 고추 등등 올망졸망한 그릇이 뜰에 가득하다. 텃밭을 집안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지난해 텃밭은 식재료가 필요할 때 친정엄마처럼 한 아름씩 안겨주었는데 올해는 달랐다. 비가 자주 내렸고 살인적인 더위에 얼마 안 되는 채소는 헐떡이다가 시들거나 녹아버렸다. 열매도 병들어 성한 게 없었다. 그 속에서 상추 한 줌, 참외, 가지, 고구마 등은 열 개 정도 맛보았다. 내 성의에 보답해 준 것이 감사했다. 악천후 기후변화에서 얻은 수확물이라 적은 양도 먹기가 아깝다. 적으나 많으나 이런 결실이 뿌듯하여 농부들은 땀 흘리며 참아냈으리라. 짓는다는 건 쉬운 게 하나도 없다. 글짓기와 밥 짓기가 가장 까다로운 줄 알고 불평했는데, 시골에 와서 살아보니 아니었다. 글짓기 밥 짓기는 날씨와는 무관하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은가. 아직은 풋내기 농사꾼이라 시행착오에서 벗어나지 못해 채소밭이 볼품없어도 시골 생활에서 보람을 느낀다. 한동안은 시장에 안 가도 되겠다. 이 정도를 가지고도 마음이 풍요롭다. 된서리가 내린 다음 날 들판 벼포기에는 서릿발이 별처럼 꽂혔다. 자연은 겨울이 도착했다는 신호를 저런 식으로 알린다. 바람 한 줄기, 햇볕 한 조각도 알뜰하게 챙겨 열매 맺게 해준 밭들은 깊은숨을 고르듯 침묵에 들었다. 우리 텃밭 풍경도 다르지 않다. 먹을 만한 것만 거둬들이고 못난이 열매는 놔뒀더니 하룻밤 사이에 색깔도 변하고 축 늘어졌다. 늦게 태어나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일그러진 모습이 안됐다. 특출해야만 출세하는 인간 세상의 축소판 같다. 봄부터 키워낸 채소와 곡식을 남김없이 돌려주고 허허롭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빈 전답. 훌륭하게 자식을 길러내고 잠시 허리 펴는 부모 모습이다. 다가가면 모두 받아주는 너른 품을 가졌다. 휴식과 전환의 시간을 갖는 자연을 보며 나도 한해를 돌아본다. ▼최수연 1998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감사.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동국문인회 회원. 올해의 수필작가상 수상. 저서 <<바람의 집>>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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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이 겨울을 데피는 한 편의 수필 최수연 '빈 들녘을 바라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