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뉴스 이강문 기자]=‘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1년 12월 9일부터 12월 10일 사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개최된 비대면 화상 국제회의이다. 이 화상 정상회의는 권위주의에 대한 방어, 부패와의 싸움, 인권 존중 증진 등을 3대 의제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1차 정상회의가 폐막했으며, 미국은 2023년 3월 29일 2차 정상회의를 열어 각국이 지난 회의 때 제시한 비전과 실천 약속의 이행을 점검할 예정이라 한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참가국 명단에 따르면 총 110개국이 초청됐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일본이 모두 초청되었고, 파키스탄은 초청되었으나 참석을 거부하였다.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및 네덜란드도 초청되었다. 그러나 튀르키예, 베트남, 러시아, 태국, 중국, 이란, 싱가포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사우디아라비아 및 기타 국가는 초청되지 않았다. 회의에서 배제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전형적 냉전적 사고 속에 편 가르기를 한다면서 대립과 선동을 멈추라고 강하게 반발하였다.
오는 3월 29일과 30일 우리나라는 미국,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및 잠비아 등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주최할 예정이다.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지난해 12월 제1차회의 때처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 제1차 회의 때처럼 미국이 강력히 지원하는 대만 참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민주 대 비민주’ 국가를 양분하고 미⸱중 사이의 선택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은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반민주’라며 비난했다. 왕원빈은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중 한 세션을 주재하도록 관련국 지도자들을 초청하는 서한을 보낸 데 대한 논평 요청에 “사실상 반민주”라며 “1년여 전 미국은 ‘민주주의’를 내걸고 이른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해 공공연히 이념적으로 선을 그어 세계에 분열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일부는 스스로를 ‘민주주의의 등대’라고 부르지만 과연 미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좋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5분의 1만이 미 연방 정부를 신뢰하며 이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6·25전쟁 이후 지난 70년간 한국은 세계사에서 드문 번영과 발전을 이뤘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가 그 바탕이 됐다. 우리의 성취를 더욱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를 ‘민주주의’라는 편향된 잣대로 둘로 나누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1900년 이후 탈이념적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라는 교조적 이념을 강요하여 또 다시 이념적 갈등 조장을 국제사회에 일반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의 본뜻에 부합하지 못 한다.
이장희 한국외국대학교 명예 교수는 “정상회의에서 중국 및 러시아를 초대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향후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막는 것이다. 이는 분단국인 한국의 미래 평화통일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서 다양한 공급선 협력을 단절시킬 정도로 어렵게 만든다.”라고 이번 정상회의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정상회의가 ‘하나의 중국(one china policy)’를 어기고 중국을 배제하고, 대만을 초대하는 것은 대만해협 문제에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한국 및 일본을 중국과 대립관계로 내모는 것으로, 결국 미국 대신 대리전쟁을 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평화에 중국의 협력을 구할 수 없는 진영논리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새로운 냉전시대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계는 다자주의의 세계관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양성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단지 소수의 강대국의 이념을 강제하는 신(新)냉전시대의 도래를 과감하게 거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공동주최로 나선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진정한 인류의 미래를 보여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이창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