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6-18(수)
 
  • 고수부 작가는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제20회 순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손끝으로 부르는 세상

 

고수부/ 수필가

 

자가용 키를 마지막으로 반납하던 날 마음 한 켠이 쓸쓸했다. 수십 년 동안 어디든 자유롭게 달려갔던 차를 보내고 나니 거리가 갑자기 멀게 느껴졌다. 이제는 대중교통이나 택시에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거리로 나서 보니 빈 택시는 눈에 띄지 않고 손을 흔들어도 멈춰주는 차는 드물었다.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차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고 답답함은 쌓여갔다.

 

고수부 사진.jpg

 

그러다 작은딸이 알려주었다. “요즈음은 카카오택시로 부르면 돼요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작은 휴대폰 하나로 어떻게 택시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따라 해보았다. 앱을 열고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는 것 그 단순한 과정만으로 정말 택시가 다가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활용하고 있음을 알고 세상이 이렇게 변했나 싶었으며 하루빨리 나도 디지털 문맹이 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열심히 배웠다.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있을 때 급히 외출해야 할 때 카카오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어느 날 호출한 택시에 올라탔더니 기사님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은 카카오택시를 직접 호출해서 타시니 대단하십니다. 대부분 어르신은 자식들이 대신 불러주어 타고 있습니다그 칭찬 한마디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늦게나마 새 문화를 받아들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덕분에 손끝 하나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금년 초 수생반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할 즈음 갑자기 눈이 내렸다. 오후에 내리는 눈이며 날씨도 영상의 온도이기에 별로 걱정 안 했는데 잠깐 내린 눈이 폭설을 방불케 하여 금세 도로가 온통 눈으로 덮였다. 척추 수술한 부위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지팡이 짚고서는 한 발짝도 떼기 어려울 정도였다. 택시를 잡으려 해도 큰 도로까지 나가야 하는데 땅이 미끄러워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이때다 하고 핸드폰에 입력된 카카오택시 앱을 열고 클릭을 했다. 그러나 갑자기 내린 눈으로 모든 택시가 다 호출되어 먹통이 되었고 예약하기만 나온다, 직접 호출하는 방법은 배워서 알고 있지만 그 외 기능은 이용할 수가 없었다. 눈은 더 강하게 내리고 있어 귀가하기가 난감하여 당황하고 있는데 마침 교무처 장부장님이 도와주어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때 고생을 했기에 호출방법을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다음 날 즉시 손자를 불렀다. 갑자기 눈이 내려 택시를 잡으려고 카카오택시 앱을 열었으나 이용하지 못한 것은 사용방법을 배웠다고 해도 숙달이 되어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손자는 오전 11시쯤 와서 한 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자세하게 가르쳐주고 난 후 몇 번씩 실습까지 해주고 갔다

 

자가용을 처분할 때 택시 타는 문제를 비용으로만 분석했지 다른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비용만 분석하면 자가용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택시를 원하는 시간에 잡을 수가 없다. 아파트에서도 택시를 타려면 일단 정문까지 걸어 나가서 큰 도로까지 나가야 택시를 탈 수 있다. 아파트 현관부터 정문을 거쳐 큰 도로까지 나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마저도 오전 출근 시간 같은 경우에는 도롯가에서 빈 차를 잡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다. 한번은 서울대학병원에 가기 위해 약수동 사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기다렸는데 40분이 지나도 빈 차가 없어 결국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카오택시 호출하는 법을 배운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자가용보다 더 편리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핸드폰에 설치된 앱을 열어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고 원하는 택시 종류를 선택한 후 결제방법을 택한다. 카드결제, 자동결제, 직접결제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일일이 현금을 주고 계산할 필요 없이 자동결제방식으로 하면 호출과 동시에 결제가 이루어지니 얼마나 간편한가. 아파트 거실에서 호출하면 빠른 경우 23분 이내에 도착함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에 이미 차가 도착해 있다. 놀라운 시스템이다.

 

핸드폰 하나로 어디서든지 택시를 호출할 수 있어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기계가 스스로 알아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택시를 검색하여 신속하게 호출함으로 시간이 절약된다. 택시 기사의 이름, 차량번호, 주행 경로 등이 앱에 기록되어 소지품을 잘못 놓고 내렸을 경우도 추적이 가능하여 범행도 추적할 수 있으니 안전성도 높다. 참으로 놀랄만 하다.

 

이러한 카카오택시가 한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대규모 모바일 택시호출 시스템이라 는 말을 들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디지털의 물결 속에서 디지털 문맹이 되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나는 여전히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클릭 한 번 눌러 호출하면 어디서든지 언제든지 원하는 장소에서 탈 수 있는 택시 한 대의 작은 변화 속에 대한민국의 기적이 살아 숨 쉰다.

 

고수부 약력

 

ROTC 3기로 월남 맹호부대 참전했으며, 고려대와 동국대 대학원,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국방부 관리정보실에서 육군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3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 회원, 순수문학 우수상, 2004년 전쟁문학상, 20회 순수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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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이 한 편의 수필, 고수부 수필가의 '손끝으로 부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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