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툴을 다루고, 새로운 문법으로 소통하며, 달라진 가치관을 이해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시니어가 적극적으로 학습 문화에 참여할 때, 조직 내의 ‘지식 전수’는 비로소 선순환의 고리를 갖게 된다.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대한민국 사회가 거대한 ‘경험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산업화의 역군이자 조직의 기틀을 닦았던 시니어 세대 중 상당수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과거의 훈장(勳章)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변화의 파고는 나날이 높아지는데, 정작 배를 저어야 할 노련한 사공들이 ‘학습’이라는 노를 내려놓고 뒷방으로 물러나 앉은 형국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은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식의 유통기한’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는 한 번 익힌 기술과 지식으로 평생을 버텼지만, 지금은 지식의 반감기(半減期)가 5년도 채 되지 않는 시대다.
이런 격변기에 '시니어가 학습 문화'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이 멈추는 것을 넘어 조직과 사회 전체의 소통 마비와 활력 저하를 의미한다.
● '경험'이라는 이름의 독배(毒杯)를 경계하라
시니어들이 학습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면’과 ‘관성’이다.
“이미 알 만큼 안다”는 오만과 “이제 와서 뭘 배우겠느냐”는 패배주의가 결합하여 학습의 담벽을 높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지금,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 일쑤다.
경험은 양날의 검이다. 통찰력을 주는 스승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정보의 유입을 막는 거대한 필터가 되기도 한다.
시니어가 학습 문화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축적된 ‘지혜’에 새로운 ‘지식’을 더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숙련의 힘’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시니어가 배움을 멈추는 순간, 그들의 노련함은 ‘고집’으로 전락하고 만다.
● 학습은 시니어의 '사회적 생존권'이다
학습은 단순히 자기계발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것은 변화하는 세상과 호흡하겠다는 ‘의지’이자,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배려’다.
최근 화두가 되는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문제는 비단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툴을 다루고, 새로운 문법으로 소통하며, 달라진 가치관을 이해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시니어가 적극적으로 학습 문화에 참여할 때, 조직 내의 ‘지식 전수’는 비로소 선순환의 고리를 갖게 된다.
가르치기만 하려는 선배는 기피 대상이지만,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선배는 존경의 대상이다.
학습하는 시니어는 권위(權威)를 내세우지 않아도 권위가 선다.
배움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겸손과 열정은 그 어떤 훈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 '안주(安住)'를 버리고 '도전'의 문법을 익혀야
정부나 기업의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시니어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은퇴 이후의 삶을 ‘휴식’이나 ‘소비’의 시간으로만 정의해서는 안 된다.
인생 2막, 3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재무장(Re-skilling)’이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드는 서투름과 어색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 나이에 창피하게”라는 생각은 시니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다.
오히려 그 서투름을 당당히 드러내고, 후배 세대에게 묻고 배우는 ‘역(逆) 멘토링’의 자세가 필요하다.
배움에는 은퇴가 없으며, 성장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지속적 과정임을 몸소 증명해야 한다.
배움의 현장이 곧 삶의 현장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활력을 잃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동력은 결국 ‘배우는 노년’에게서 나온다.
시니어가 학습 문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때, 우리 사회는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시니어들이 화답할 차례다. 익숙한 안락의자를 박차고 나와 도서관으로, 강연장으로, 그리고 온라인 클래스의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 당신의 경험에 최신 지식의 날개를 달아라.
그것이 본인의 삶을 풍요롭게 함은 물론, 이 나라의 미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다.
배움을 멈춘 노인은 살아있어도 노인일 뿐이지만, 배우는 시니어는 언제나 현역(現役)이다.
[부록] 2025년 시니어 재도약을 위한 필수 학습 프로그램 리스트
배움의 문턱을 고민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마련한 검증된 학습 전선(戰線)을 소개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 및 미래 기술 분야
* 카카오 '찾아가는 시니어 디지털 스쿨': 전국 150개 복지관에서 시니어 티처가 1:1로 스마트폰 활용 및 키오스크 결제 등 실생활 디지털 기술 전수.
* 서울시 50플러스재단 'AI 활용 강좌': AI를 활용한 수채화 이미지 생성, 디지털 드로잉, 숏폼 콘텐츠 제작 등 '뉴 시니어'를 위한 창의 학습 과정.
* 디지털배움터: 전국 17개 시·도 거점에서 모바일 중심의 실습형 교육 제공(국비 지원).
● 전직 지원 및 전문 자격증 과정
* 중장년내일센터 '전직스쿨': 만 40세 이상 대상, 1:1 맞춤 컨설팅을 통한 제2의 인생 설계 및 경력 관리 서비스 제공.
*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재취업 완전정복': 내일배움카드 활용법부터 사무직(컴활, ITQ), 사회복지사 등 국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온라인 전문 강좌.
* 실버케어 및 서비스 직무 교육: 요양보조, 치매예방 지도사, 시니어 바리스타 등 신규 노인 일자리 맞춤형 실무 교육.
●인문학 및 생애 설계
* 강남시니어플라자 평생교육: 서양문화사, 고전철학 등 인문학 특강과 ICT 기반 인지 훈련을 결합한 웰다잉(Well-dying) 및 심리 상담 프로그램.
* 국가평생학습포털 '슬기로운 노무/의사소통': 재취업 시 필요한 노무 상식 및 세대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대화 기법 교육.
※ 신청 팁: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국민내일 배움카드'를 통해 최대 500만 원까지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가까운 고용센터나 '고용24' 홈페이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