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4(토)
 
  • “동지대여년 (冬至大如年)”,중국 속담에 담긴 동지의 위상

[지구일보 이창호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한 해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은 북반구 많은 문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동지는 단순한 절기를 넘어 작은 설날(亞歲)’ 로 불리며 설날(춘절)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닌 문화적 축제입니다.

 

동지가 중국인에게 왜 이렇게 중요한지, 그 문화적 배경과 현대적 변천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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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바이두(百度)

 

작은 설날의 유래와 철학적 의미

 

동지를 중국어로 冬至(Dōngzhì)’ 라고 하며, 이는 겨울이 극에 달했다는 뜻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시기는 한나라(기원전 206~서기 220) 때 공식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으나, 그 중요성은 그보다 훨씬 이전인 은나라와 주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인들이 동지를 작은 설로 여기는 데에는 음양(陰陽) 철학이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동지는 음(, 어둠과 추위)의 기운이 가장 강해지고 양(, 빛과 따뜻함)의 기운이 다시 생겨나는 전환점으로 여겨집니다.

 

옛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이자 새로운 시작과 재생의 시기로 간주했습니다.

 

낮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는 이 시점을 낙관과 희망의 상징으로 받아들인 것이죠.

 

지역별로 색다른 동지 축하 방식

 

중국은 광활한 영토만큼이나 동지를 기리는 방식도 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북방 vs. 남방의 상징적 음식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전통 음식에서 나타납니다. 추운 북방 지역에서는 만두(饺子, jiǎozi) 를 먹는 관습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는 한나라 명의 장중정(张仲景)이 추위에 고생하는 백성들의 귀를 보호하기 위해 약재를 넣은 만두를 나눠준 데서 유래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반면 남방 지역, 특히 저장성, 광둥성, 대만 등지에서는 탕위안(汤圆, tāngyuán) 을 먹습니다.

 

탕위안은 동글동글한 모양이 완전함단란한 재회를 의미하며, 가족의 화목과 결속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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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팥칼국수는 고소하게 삶은 팥물을 체에 내려 부드럽게 풀고, 쫄깃한 칼국수 면을 더해 담백하게 끓여낸 겨울 별미다. 은은한 단맛과 깊은 구수함이 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기타 지역의 독특한 풍습

 

· 산둥성 : 양고기 탕을 먹으며 몸을 보양하고 추위를 막는다는 의미를 담습니다.

 

· 장쑤성 : 팥을 섞은 찹쌀밥(红豆糯米饭)을 먹어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 절강성, 안후이성 : 각각 웨톈(馄饨, 훈툰)과 동지면(冬至面)을 특별히 먹기도 합니다.

 

가족과 조상을 잇는 정신적 축제

 

동지는 가족 중심의 축제로서의 면모도 강합니다. 역사적으로 관료들에게 휴일이 주어져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설날에 가족이 모이는 풍습과 유사합니다.

 

또 동지는 조상 공경(敬祖) 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많은 가정에서 향을 피우고 음식을 차려 놓아 조상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표시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덤을 찾아 청소하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도 이어져 왔습니다.

 

이처럼 동지는 살아있는 가족 간의 유대뿐 아니라, 선조와의 정신적 연결을 다시 확인하는 문화적 장치 역할을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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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동짓날에 주로 먹는 팥죽./나무위키

 

현대 중국에서의 동지, 변하지 않는 본질

 

오늘날 동지는 더 이상 법정 공휴일은 아닙니다. 수천 년의 전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많은 중국인, 특히 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이날은 여전히 특별한 날로 남아 있으며, 가족이 함께 특별한 식사를 즐기는 관습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동지를 맞아 한푸(漢服)를 입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도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한편 동지는 중국인에게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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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중국문화를 알면 중국이 보인다(中華),이창호 지음

 

이 날은 음양의 자연 질서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철학적 의미와 가족과 조상을 기리는 사회적 의미, 또 지역별 독특한 정체성을 담은 문화적 의미가 중층적으로 얽혀 있는 축제입니다.

 

작은 설날이라는 애칭에는, 한 해의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이 시점을 경건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기리려는 중국 민족의 생활 지혜와 문화적 마음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현대화된 일상 속에서도 동지를 기리는 모습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치 않는 문화의 고유한 가치가 여전히 생생히 살아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중국 문화를 알면 중국이 보인다. 中華저자.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iunews88@gmail.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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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일보] 동지(冬至), 중국인의 ‘작은 설날’이 가진 문화적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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