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숙함이라는 함정에 빠진 현대인들..."
[지구일보 이창호 칼럼니스트]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선조들의 격언은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칫 고리타분한 잔소리로 치부되기 일쑤다.
내비게이션의 지시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손안에 쥔 채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사는 우리에게 ‘다시 묻는 행위’는 불필요한 지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이 진부한 격언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확신이 집착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가장 위험한 길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 ‘내가 최고’라는 무의식적 오만 경계해야!
인생을 살다 보면 스스로 ‘틀림없다’고 자부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수년간 쌓아온 경험치와 성공의 기억이 결합하면, 타인의 조언은 소음으로 전락하고 자신의 판단은 신조(信條)가 된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밖으로 드러난 독단보다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나만이 옳다’는 생각이다.
자기 확신은 추진력의 원동력이 되지만, 성찰 없는 확신은 눈을 가리는 가리개가 된다.
나보다 더 나은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성장이 멈춘 지점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닿지 못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도처에 존재하며, 그들의 시선은 내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비춘다.
■ 신중함의 완성, 마지막까지 문을 열어두는 자세
진정으로 신중한 사람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신중함의 본질은 ‘결정의 유보’가 아니라 ‘최상의 의견 수렴’에 있다.
최종적인 결정권이 나에게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마침표를 찍기 직전까지 타인의 의견을 묻는 정성은 결코 유약함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강한 자존감의 발로다.
▪︎다양성의 수용
내 생각보다 더 나은 대안이 나왔을 때, 그것을 즉각 수용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전문성의 존중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통찰을 내 결정의 거름으로 삼는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적의 결과 도출
단순히 '내 뜻'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경청은 최고의 효율이자 품격이다
우리는 흔히 타인에게 묻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길을 되돌아오는 비용에 비하면 이는 가장 경제적인 투자다.
마지막 순간까지 '더 좋은 생각은 없을까?'라고 자문하며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는 '결과의 완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그 결정을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까지 얻는 길이다.
신중함은 단순히 조심하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허함이며, 타인의 지혜를 빌려 내 부족함을 채우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다.
아는 길을 물어갈 때 비로소 우리는 길을 잃지 않는 것을 넘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더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는 '나의 옳음'을 증명하는 곳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최선의 결과'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지금 당신이 걷고 있는 그 익숙한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곁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해(解:깨닫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