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일보 이창호 대기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를 향한 근거 없는 불신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개혁신당 이준석 국회의원과 한국사 강사 전한길(본명 전유관)씨가 ‘부정선거’ 의혹을 두고 공개 토론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 의원은 "부정선거론자들의 추태를 끝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고, 전 씨 또한 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단순히 정치인과 유명 강사 사이의 ‘설전’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치러온 사회적 비용과 민주주의의 훼손 정도가 너무나 깊다.
■ 반복되는 ‘부정선거’ 괴담,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독소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다.
통계적 수치의 미세한 차이를 근거로 들거나, 투표지 분류기 조작설 등 이미 수차례 검증을 통해 허구로 판명된 주장들이 유령처럼 배회한다.
이러한 음모론의 위험성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민들이 투표라는 신성한 행위를 통해 표출한 민의를 부정하게 만들고, 국가 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조장하며, 국민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한다.
또 이번 논란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통해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우려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강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선거 시스템에 의구심을 표하는 것은 자칫 유권자들에게 왜곡된 민주주의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의원이 "추태를 끝내겠다"고 일갈한 배경에는, 더 이상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이 정치적 자양분으로 소비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 논리가 아닌 신념의 영역으로 도피하는 음모론자들
부정선거론자들의 주된 논리는 대개 ‘내가 믿고 싶은 것’에 끼워 맞춘 단편적인 정보들의 조합이다.
대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차례 재검표와 기술적 검증을 거쳐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 편향에 갇혀 있다.
▪︎검증된 사실의 부정
대법원은 이미 지난 총선 관련 선거무효 소송에서 부정선거의 증거가 없음을 명확히 판결했다.
▪︎디지털 문해력의 부재
복잡한 선거 관리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한 통계적 우연을 조작의 증거로 둔갑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 정치적 도구화
극단적인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음모론을 동력으로 삼는 일부 정치 세력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 ‘맞장 토론’이 단순한 구경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 토론은 감정적인 비난이 아닌, 철저히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검증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준석 의원은 그간 부정선거론자들의 허구성을 수학적·논리적으로 반박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전한길 강사 역시 본인이 제기한 의구심이 합리적 추론인지, 아니면 막연한 심증인지를 대중 앞에서 기필코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단순히 누가 더 말을 잘하느냐를 가리는 승패의 장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번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할 결론은 분명하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음모론보다 견고하며, 근거 없는 불신은 공동체의 적"이라는 합의다.
정치권 또한 이번 사안을 구경하듯 방관할 것이 아니라, 선거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엄중한 사회적 경종을 울려야 한다.
■ 음모론의 시대, 이성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
민주주의는 서로를 향한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다.
선거 결과가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판 자체를 부정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이번 이준석 의원과 전한길 강사의 토론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음모론의 독소'를 제거하고,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토론이 승리하는 변곡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진실은 복잡한 수식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직시'하려는 용기 속에 있다.
더 이상 ‘부정선거’라는 낡은 레코드가 민주주의의 전진을 가로막게 두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