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나 이웃과의 일상적 대화, 과거 경험을 나누는 회상 대화는 기억 회로를 반복적으로 활성화한다.
[지구일보 이강문 건강리포트]기억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이 아니다. 기억은 한 인간이 지나온 시간의 결이며, 관계의 흔적이고, 정체성의 뿌리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잊는다. 그러나 문제는 망각 자체가 아니라, 기억을 붙잡으려는 노력의 유무에 있다.
치매 예방을 의학적 차원에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문학은 기억을 단련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뇌는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그러나 단순한 숫자 계산이나 반복 훈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감정과 의미가 동반될 때 기억은 더 오래 지속된다.
시 한 편을 소리 내어 읽고, 그 문장을 곱씹으며 자신의 삶과 연결해보는 일은 단순 독서 이상의 자극을 준다.
'하루 10분'만이라도 책을 읽고 한 문장을 필사하는 습관은 언어 기능과 집중력을 동시에 자극한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다.
대화 역시 강력한 예방법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사고가 확장된다.

가족이나 이웃과의 일상적 대화, 과거 경험을 나누는 회상 대화는 기억 회로를 반복적으로 활성화한다.
특히 어린 시절, 청년기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떠올려 말하는 ‘회상 훈련’은 장기 기억을 자극해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도적인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기록하는 삶도 중요하다. 일기, 메모, 짧은 수필 쓰기는 생각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하루를 돌아보며 세 줄이라도 적어보는 행위는 뇌의 전두엽을 자극하고 판단력과 표현력을 강화한다.
기억은 적는 순간, 더 또렷해진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기보다 손으로 쓰는 습관이 더 효과적인 이유도 손의 감각 자극이 뇌를 폭넓게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좌우뇌를 동시에 사용하게 한다.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다. 몰입의 시간이 뇌를 깨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노년층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인지 저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물론 기본적인 생활 습관도 병행되어야 한다.
규칙적인 걷기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혈압과 혈당 관리가 토대가 된다.
그러나 몸의 관리 위에 ‘의미 있는 자극’이 더해질 때 비로소 예방은 완성된다.
치매는 단번에 찾아오지 않는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다가온다. 그렇기에 예방도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기억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병을 늦추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해석하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지키는 일이다.
인문학은 거창한 학문이 아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일상의 반복이다.
오늘 한 문장을 읽고, 한 사람과 대화하며, 하루를 기록하는 일. 그 소박한 실천이 우리의 뿌리를 단단히 붙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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