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29(일)
 
  •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원인의 정당화가 아니라 결과의 책임 인정이 먼저여야 한다.

[지구일보이창호 대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한 개인의 해명이라기보다 권력과 책임, 또 민주주의 해석을 둘러싼 정치적 선언문에 가깝다.

 

그는 비상계엄을 국가를 위한 결단으로 규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고통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이 두 문장은 우리나라 정치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지도자는 의도를 강조하고, 국민은 결과를 평가한다.

 

국민의 시선에서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동기가 아니라 삶에 미친 영향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법률적 판단과 별개로 사회적 신뢰를 통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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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바이두

 

사과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원인의 정당화가 아니라 결과의 책임 인정이 먼저여야 한다.

 

따라서 이번 입장문은 일부 지지층에게는 결단의 서사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중도층에게는 여전히 설득이 부족한 자기 확신의 언어로 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여야의 해석도 분명히 갈린다.

 

야권은 국가 위기 대응이라는 판단의 영역을 강조하며 역사적 평가를 주장하고, 여권은 절차와 헌정질서 훼손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가 장기적으로 안정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승패의 확정이 아니라 '기준의 합의'.

 

권력 행위의 정당성은 '목적·절차·결과' 세 요소가 동시에 충족될 때만 확보된다.

 

이번 본질은 특정 인물의 유무죄를 넘어선다.

 

위기 상황에서 국가 권력이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헌법 원칙'의 문제다.

 

우리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판단역사적 평가에 미뤄왔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미래의 평가가 아니라 현재의 기준으로 유지된다.

 

게다가 국민은 영웅도 악인도 아닌, 설득이 가능한 권력을 원한다.

 

결국 이 입장문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지도자의 의도를 믿을 것인가, 제도를 지킬 것인가.

 

답은 어느 진영이 아니라 국민의 판단 속에서만 완성될 것이다.

 

 

[원문=윤석열 전 대통령, 국민에게 드리는 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저의 판단과 결정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 진정성과 목적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를 위한 구국의 결단을 내란 몰이로 음해하고 정치적 공세를 넘어 반대파의 숙청과 제거의 계기로 삼으려는 세력들은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 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사법부는 거짓과 선동의 정치권력을 완벽하게 배척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장기집권을 위해 여건을 조성하려다 의도대로 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의 소설과 망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법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고,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항소를 통한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듭니다.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굳건히 서고 법치주의가 바로 서는 날 제 판단과 결단에 대한 재평가를 다시 기대하겠습니다.

 

이제는 저에 대한 사법부의 예정된 결론과 정치권력의 핍박에 개의치 않습니다. 다만, 많은 군인과 경찰들, 공직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가족들까지 그 고통에 좌절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결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제게 있습니다. 부디 그들에게 더 이상의 가혹한 시련과 핍박은 멈춰주길 바랍니다. 정치보복은 저에 대한 것으로 족합니다. 수사와 특검, 그리고 2차 특검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고 국가안보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하는 것입니까?

 

더는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위대한 국민 여러분은 자유민주주의의 기치 아래 다시금 정의를 세워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닙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합니다.

패배가 아닌 희망의 전진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길 기도합니다.

 


읽고 끝내기보다 확인까지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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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분석] 윤석열, 책임의 언어와 설득의 정치...국민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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