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3-29(일)
 

[지구일보이창호 칼럼니스트] 신냉전의 파고 속에서 국제 질서의 도덕적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과거 미국이 천명했던 규범에 기반한 질서는 이제 자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실리 앞에 그 형체조차 희미해졌다.

 

지난 1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명분은 사라지고 오직 타격과 응징이라는 물리적 실리만 남은 작금의 사태를 보며, 우리는 한미동맹의 본질과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다시금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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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창호(李昌虎)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위원장 겸 국제다자외교평의회 대표(의장), 한중기자연맹 회장, 중국 곡부사범대학 겸직교수, 위해직업대학 객좌교수, 허베이미술대학 명예/종신교수, Marquis Who’s Who 등재 저자, 《새 시대를 이끄는 시진핑과 한중관계》 저자.

 

명분 없는 보복, 전략적 조급함이 부른 중동의 안개

 

미국이 이란 공습은 표면적으로는 자국군 피해에 대한 정당방위이자 보복이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선을 앞둔 미국 내 정치적 입지와 중동 내 영향력 저하를 막으려는 '실리적 몸부림'에 가깝다.

 

과거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이나 대테러 전쟁이라는 거창한 이데올로기적 명분을 통해 우방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소프트 파워를 보유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국은 구체적인 전후 로드맵이나 지역 안정화에 대한 비전 없이, 오로지 적대 세력의 억제(Deterrence)라는 단기적 목표에 함몰되어 있다.

 

이러한 '원칙 없는 힘의 투사'는 중동 내 반미 정서를 결집시키고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을 더욱 공고히 하는 전략적 역설을 초래한다.

 

결국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려 할수록(Pivot out of Middle East)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드는 자가당착에 직면해 있다.

 

시험대에 선 한미동맹, ‘가치의 수사 뒤에 숨은 냉혹한 현실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노골화되면서 한미동맹 또한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이 공유된 가치만을 위해 무조건적인 안보 우산이 되어줄 것이라 낙관해서는 절대 안 된다.

 

게다가 안보 비용의 전가는 미국이 동맹국에 실질적인 '청구서'를 내민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이나 중동 정세 안정을 이유로 한국에 파병 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가변적인 개입 의지로는 원칙이 아닌 실리가 동맹의 핵심 동력이 될 때,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 의지 역시 '비용 대비 효용'이라는 주판알 튕기기에 따라 변질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에게 동맹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아닌, 철저한 국익 중심의 냉정한 접근을 요구한다.

 

실리에는 실리로, 원칙에는 국익으로 응수하라

 

원칙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의 외교는 '냉소'가 아닌 '냉철'을 견지해야 한다.

다변화된 헤징(Hedging) 전략은 미국 일변도의 안보 의존에서 탈피해야 한다.

 

중동 국가들과의 직접적인 에너지·경제 협력 채널을 강화하여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다자주의를 구축해야 한다.

 

능동적 동맹 재정의를 통해 미국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추종적 동맹'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우리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미국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점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능동적 동맹'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강(Self-reliance)의 가속화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자국을 지킬 힘이 없는 국가는 실리 경쟁의 제물이 될 뿐이다.

 

독자적인 국방력 강화와 공급망 안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가장 강력한 실리 추구자가 되어야 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원칙도 없다"는 국제 정치의 비정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미국이 원칙을 잃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는 미국이 버린 그 '원칙'의 빈자리를 우리의 '국가 이익'이라는 정교한 논리로 채워 넣어야 한다.

 

중동의 불길이 한반도의 안보 위기로 번지지 않게 하려면, 한미동맹을 성역화된 종교로 보지 말고 철저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다루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단언컨대, 실리만 남은 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스스로가 가장 영리하고 강력한 실리 추구자가 되는 것이다.

이창호 대표칼럼니스트 기자 iunews88@gmail.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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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정론] 원칙이 사라진 시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중동과 한미동맹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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